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09화 (20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09화

영화를 홍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인터넷 기사,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 TV 광고, 인터넷 광고, 그리고 배우들의 방송 출연 등이 있었다.

특히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코코아엔터로 연락하고 있는 곳은 바로 예능 프로그램들이었다.

“한 명만 잡으면! 한 명만 잡으면 돼!”

이서준이 섭외된다면 대박이고 김종호나 이다진이 섭외되면 촬영 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는 식으로 이서준의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었다. 작가들도 피디들도 눈을 번뜩이며 최대한 인맥을 동원해서 사방에 연락을 뿌리고 있었다.

“억. 이서준. 이번 달은 안 되겠는데?”

“네? 왜요?”

“왜 안 됩니까!?”

피디의 말에 열심히 섭외 연락을 돌리고 있던 제작진들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모두 거의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시험 친대.”

“시험요? 토익? 토플? 한국어 능력 시험요?”

“이서준은 영어 잘해서 안 따도 될 텐데?”

“한국사 시험인가?”

“컴퓨터 자격증 아니에요?”

“오. 그걸 찍는 건 어때요?”

시끌벅적한 제작진의 모습에 피디가 말을 이었다.

“중간고사 친단다.”

“……네?”

“중학교. 중간고사. 시험.”

피디가 노트북 화면을 제작진에게 보여주었다.

여울 예중 학사일정에 쓰인 [중간고사]가 유난히도 크게 보인 건 기분 탓일까.

제작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시끌벅적하던 팀이 조용해지자 다른 팀의 관심이 쏠렸다. 이야기가 흘러 흘러 이서준이 나올 만한 예능팀들은 전부 침울해졌다.

“아. 이서준 중학생이었지…….”

“……중간고사 중요하겠죠?”

“예고 가려면 중학교 성적도 중요할걸?”

“이서준 정도면 프리패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아마 이서준과 그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그럼 4월은 안 된다는 거네요.”

“잠깐. 기말고사도 있는데요?”

“……2학기에도 있어.”

생각지도 못한 복병의 등장에, 예능국이 침묵에 빠졌다.

여울 예중 학사일정을 발견한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서준을 주시하고 있던 기자들도 ‘중간고사’라는 흥미로운 단어에 기사들을 써 내려갔다.

[배우 이서준, 첫 중간고사!]

[중학교 중간고사 기간! 시험 치는 슈퍼스타!]

-이게 기사까지 날 일인가 싶지만…… 벌써 중간고사를 치는 나이가 됐구나.

-중1이 아니라 중2라고? 나 때는 초등학교 때…….

=222ㅎㅎㅎ

-근데 이서준 공부 잘함?

=대본 외우는 거 보면 암기는 잘 할 듯.

-나도 시험인데. 이서준도 시험친다고 하니 신기함ㅎ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진짜 신기하네ㅋㅋ

4월.

여울 예중 2학년들과 3학년들이 대본과 악기, 붓을 내려놓는 시간이 찾아왔다.

지금부터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는 시험에 집중하고 싶다는 서준의 말에 안다호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려준 후 회사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교과서와 문제집을 늘어놓은 서준이 의자에 앉았다.

서준은 연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연기에만 빠질 생각은 없었다. 학교생활도 착실히 하면서 연기 생활도 열심히 해나가고 싶었다. 연기를 핑계로 그 이외의 일들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다.

“서준아. 저녁 먹자.”

“응.”

방에 콕 박혀 문제집을 풀고 있던 서준이 엄마의 부름에 밖으로 나왔다.

맛있게 냠냠 저녁을 먹고 있는 아들을 서은혜와 이민준이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공부를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공부하느라 연기 연습도 많이 못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오늘도 연습 30분만 할 거야?”

“응. 자기 전에 30분만.”

“좀 더 해도 되는데. 공부는 평소에도 잘하고 있잖아.”

예습, 복습 철저히.

연기하고, 흥미 있는 운동을 배우러 다니느라, 일반 학원에 다니지 않는 서준은 평소에 성실히 학교 공부를 했다.

“괜찮아. 첫 시험이니까 열심히 하고 싶어.”

그것참.

서은혜와 이민준이 서준의 말에 웃고 말았다.

서준은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먹으며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첫 시험이라서 긴장한 아이들도 있고, 학원에 다녀서 제법 익숙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서은혜와 이민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서준이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엄마 아빠가 말했다.

“그래도 연기하고 싶으면 바로 해. 성적은 걱정하지 말고.”

“엄마랑 아빠는 서준이가 좋아하는 걸 했으면 좋겠으니까.”

진심 어린 그 말에 서준이 활짝 웃으며 엄마 아빠를 꼭 껴안았다.

“엄마 아빠. 고마워.”

서은혜와 이민준도 서준을 꼬옥 껴안았다.

그렇게 2주가 흘러, 시험날이 되었다.

잔뜩 긴장한 아이들 사이로, 편안한 표정의 서준이 문제를 풀어나갔다.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에 감독하던 선생님의 시선이 향했다.

‘찍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다 아는 문제인 것처럼 풀어나가는 서준의 모습에 어쩐지 2주 후에 나올 서준의 성적이 궁금해지는 선생님이었다.

3일에 걸친 시험이 끝나고, 안다호가 그동안 밀린 대본들을 모아서 가지고 왔다. 서준의 중간고사 소식을 들었는지, 2주 동안 들어온 대본의 양은 적었다.

상자를 내려놓은 안다호의 눈빛에 서준이 웃었다.

시험이 끝나고 돌아오면 엄마 아빠가 이런 표정을 짓고는 했다. 시험을 잘 쳤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이걸 물어봐도 되나 싶은 표정. 그 표정을 숨기기 위해 굳어지는 얼굴.

“시험 잘 쳤어요.”

“그래?”

“네. 아는 문제가 많이 나와서 편하게 풀었어요.”

전부 다 아는 문제였지만.

서준이 씨익 웃자 안다호도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안다호가 가져온 대본과 시놉시스를 읽던 서준은 이제야 시험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대본을 읽는 서준의 모습에 안다호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이스케이프 개봉이 언제예요?”

안다호는 서준이 다 읽고 내려놓은 대본과 시놉시스를 다시 회사로 가져가기 위해 상자에 챙기며 말했다.

“CG 작업은 끝났고 편집이 막바지래. 아마 6월쯤이 아닐까 싶어.”

“6월이라.”

“아, 그리고 시사회는 안 한대.”

6월에 무슨 예정이 있나, 친구들이랑 보러 갈까. 생각하던 서준이 안다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사회를 안 해요?”

“그래. 리첼이랑 에반의 출연을 아는 사람들만 초대한 내부 시사회는 할 예정인데, 그 이외의 관객 시사회랑 언론 시사회는 안 할 예정이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봉 때까지 아예 비밀로 하겠다는 거네요.”

“아무리 비밀을 지켜달라고 해도 에반과 리첼이 출연하는데 입이 근질근질하겠지. 나도 그렇거든.”

안다호의 말에 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 * *

5월.

띠띠-띠띠띠

오늘따라 활기찬 도어락 소리에 서준의 간식을 준비하던 서은혜가 웃었다.

오늘 성적표가 나온다고 했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실망할까 봐 서준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준비했다.

‘근데 괜찮은 것 같네.’

문이 벌컥 열렸다. 책가방을 멘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엄마! 나 백 점 받았어!”

“와! 정말? 국어? 영어?”

대본을 잘 읽으니 국어, 어렸을 때부터 배웠으니 영어.

그 두 개는 다른 과목보다 성적이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 점이라는 기쁜 소식에 회사에 있는 이민준에게 전화를 걸던 서은혜가 물었다.

서준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얼른 전화가 연결되길 기다렸다.

-어, 무슨 일 있어?

아빠다!

눈을 반짝인 서준이 얼른 입을 열었다.

“전부!”

“서준이가…… 뭐?”

-서준아? 은혜야?

“전 과목 백 점이야!”

서준의 목소리가 휴대폰 건너까지 흘러갔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서은혜와 이민준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뭐?!

“……뭐?!”

전 과목 만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서준의 성적에 그날 저녁, 급하게 축하 파티가 열렸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가족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똑똑도 하지.”

“으하하하. 전 과목 백 점! 전 과목 백 점!”

“어떻게 한 문제도 안 틀렸어. 침착하게 잘했어.”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칭찬에 서준이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헤헤 웃었다. 연기로 상을 받을 때도 좋았지만, 가족들의 칭찬도 그에 못지않게 기뻤다.

* * *

며칠 후.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사가 떴다.

[이스케이프 6월 중순 개봉!]

[김종호, 이다진, 이서준의 영화! 이스케이프 6월 중순 개봉!]

[영화 이스케이프, 시사회가 없다?!]

[관객, 언론 시사회 無! 어째서?!]

-7월, 8월에 개봉할 줄 알았는데…… 6월이라니!

=그래서 싫다고?

=내가 언제?!

-운빨을 시험해 보기도 전에 내 운은 똥이라는 걸 알았다ㅎㅎ

=22진짜ㅎ 얼마나 운이 없으면 당첨되지도 않았는데 떨어지냐?

=사귀지도 않았는데 차인 기분…….

-여기 제작사가 어디야? 배급사는 어디고!

=제작사는 영화드림임. 근데 이스케이프는 처음 시작부터 이랬음ㅎㅎ

=홍보가 대체…… 왜 이러냐! 내가 해도 이것보다 잘하겠다!

-관객과의 대화 기대했는데……! 우리에게서 이서준을 만날 기회를 뺏다니!

-그래서 안 보러 감?

=……그래서 언제 개봉이라고?

-마지막 기사 제목…… 기자 맘 내 맘ㅎ

[이스케이프. 한국, 미국 동시개봉!]

[이스케이프. 미국, 독일, 영국,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총 24개국 동시개봉!]

-아…… 니…… 이렇게까지?

-플러스 코리아의 힘은 대단했다.

=?? 이 정도면 플러스 본사가 나선 거 아니냐?

=본사를 움직일 수 있는 플러스 코리아의 힘이 대단했다.

-근데 너무 갑자기 전 세계 개봉 아니야?

=22 서준이가 나오는 데다가 좀비 영화라서 ‘역’보다 한두 개 정도 늘 줄 알았는데. 갑자기 24개국요?

-근데 쉐도우맨3는 전 세계 동시개봉일 거니까 그거에 비하면 적음.

=걘 할리우드 영화고. 1, 2편으로 팬들도 많잖아.

=언제 나온대. 쉐도우맨3ㅠ

-이스케이프 포스터 떴다!(링크)

그와 동시에 이스케이프의 포스터가 떴다.

먼저 캐릭터별 포스터.

고주원의 뒷모습이 보였다. 피가 묻은 옷차림으로 양궁을 꼭 쥔 채, 벽을 방패 삼아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벽을 짚고 있는, 잔뜩 힘이 들어간 손 모양만으로도 고주원이 얼마나 뛰쳐나가고 싶은지 보여주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임장우의 모습이 보였다. 입술을 꼭 깨물고 힘껏 운전대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무거운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여, 저절로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자료들을 헤집는 연재희의 모습이 보였다. 멈춰 있는 사진일 뿐인데도 연재희의 손이 자료를 이리저리 뒤집는 것처럼 보였다. 무서울 정도로 종이들을 살펴보고 있는 연재희의 눈이 시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단체 포스터.

심각해 보였던 캐릭터 포스터와는 달리, 세 사람 다 편안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피투성이의 배경이 이질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스케이프 포스터 공개! 3인 3색의 포스터!]

[양궁부원 이서준, 형사 김종호, 대학원생 이다진!]

[이스케이프 예고편 공개!]

-포스터 멋있다. 4개 다 가져와야지!

-배우랑 직업이랑 찰떡 같네 ㅋㅋㅋ

-서준이가 양궁이라니!! 활도 잘 쏨?

=목격담으로는 엄청 잘 쏜대. 백발백중ㅎ

-예고편은 포스터에 있는 걸 늘린 것 같은데. 새로 밝혀진 줄거리는 없네.

=영화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보러 가는 기분ㅎㅎ

-빨리 개봉해라!

[이스케이프 사전 예약 시작! 하자마자?!]

[이스케이프 사전 예매율, 90%! 대부분 매진!]

-ㅎㅎ 뭐랄까. 어째서 티켓파워가 있는 연예인들을 영화에 출연시키는지 알 것 같다.

=동감. 홍보 비용을 썼을까 싶을 정도의 홍보력이었는데……90%라니ㅋㅋ

=사람들이 정보를 모을 정도로 막막했던 영화였는데.

-이거 아는 사람이 그랬는데.

=??? 뭐랬는데?

=이스케이프는 첫날에 보는 게 제일 좋다고 함.

=보통 영화가 다 그렇지 않나? 스포 안 당하려면?

=대부분 매진이라는데 첫날 표를 어디서 구함?

=나. 간다. 시골. 첫날. 본다. 이스케이프.

=ㅋㅋㅋ미친ㅋㅋㅋ

=그렇게까지 할 일이냐?ㅋ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