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02화 (20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02화

내일은 청룡영화상이 열리는 날.

청룡영화제라는 단어가 더 입에 달라붙지만, 영화제가 아니라 시상식이기 때문에 청룡영화상이 맞는 이름이었다.

“에고. 또 영화제라고 적었어.”

기사 제목의 영화제를 영화상으로 고쳐서 다시 업로드한 후배 기자가 올라오는 기사들에 킬킬 웃었다.

“여기도 이서준, 저기도 이서준이네요.”

“역이 천만을 훌쩍 넘었고 해외에서도 꽤 흥행했잖아. 조선왕조실록까지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게다가 주연 둘 다 주연상을 노리는데 조용한 게 더 이상하지.”

한국의 연예부 기자의 대다수가 기사 제목에 이서준을 넣고 쓰고 있을 터였다. 댓글 반응도 좋았다. 이렇게 조회 수도 잘 나오고 댓글도 순한 기사는 드물었다.

다음 기사를 적기 전에 잠시 인터넷 서핑을 하던 후배 기자의 손을 멈추었다.

“……어?”

후배 기자가 손을 멈추었다. 목격담 하나가 있었다. 게시글을 읽고 댓글을 본다. 링크가 있다. 넘어가 보니 또 목격담. 댓글을 본다. 링크가 있다. 넘어가 보니 또 목격…….

잠시 얼어붙었던 후배 기자가 재빨리 대형 커뮤니티에 이서준의 이름을 쳤다. 숨을 몇 번 쉬고 눈만 몇 번 깜빡였을 뿐인데, 커다란 파도처럼 게시글들이 몰려왔다.

게다가, 그 게시글들은 모두 달랐다. 그만큼 이서준을 본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였고, 그만큼 사실에 가깝다는 이야기였다.

옆에서 들려오던 키보드 소리가 멈추자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를 살폈다. 모니터 화면이 눈동자에 비칠 듯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후배 기자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의 모니터를 살폈다.

그사이 먼저 그 글을 본 기자가 있었던 듯, 단독이 붙은 기사가 올라오고 그 뒤를 여러 기자가 따랐다.

“야, 야야야! 이서준! 이서준 기사 써!”

선배 기자가 외쳤다.

“이서준 영화 촬영한단다!”

* * *

[배우 이서준, 차기작 촬영 중?]

[이서준, 이스케이프 촬영장에서 목격!]

[할리우드 특수분장팀! 정말로 한국에 오다!]

[이스케이프에 대해 알아보자!]

[이스케이프의 주인공, 김종호, 이다진 그리고, 이서준?]

폭우는 개울이 되고 개울은 강이 되고 강은 바다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했어도, 이렇게 효과가 좋을지는 몰랐다.

각오하고 출근한 코코아엔터 2팀은 예상대로 쏟아지는 전화를 붙잡고 있었고, 이스케이프의 제작사인 영화드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제라도 투자할 수 없겠냐는 소리에 이한솔은 부드럽게 거절했다. 괜한 투자자는 의견의 분열만 일으킬 뿐이었다. 끊자마자 다시 울리는 휴대폰에 이한솔이 웃었다.

“청룡영화상은 괜찮으려나?”

청룡영화상 주최 측은 괜찮았다. 청룡영화상을 생중계할 SBC도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시상식이라고는 해도 보는 사람은 보고, 안 보는 사람은 안 보는 경향이 강했다. 다시보기도 있고 편집된 영상이 따로 올라오고, 몇 분이면 누가 받았는지 기사가 뜨는 지금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할리우드 스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서준이 후보에 오르고, 같은 영화에 출연해 열연한 이지석도 후보에 올랐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텐데, 이런 화제까지 생겼다.

“시청률 오르는 소리가 들린…… 야! 무대 점검 꼼꼼히 해! 누가 넘어지면 난리나!”

그게 이서준이나 이지석이라면, 더 큰 폭풍이 될 터였다. 다른 때보다 신경이 바짝 선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은 열심히 무대를 준비했다.

* * *

[오늘 저녁, 8시 청룡영화상 SBC에서 생방송!]

[청룡영화상 후보들을 알아보자!]

[청룡영화상 배우 이서준 참석!]

[배우 이서준, 차기작? 진짤까? 가짤까?]

-8시! 기다리고 있다!

-서준이가 너무 작품 활동만 하니까! 얼굴을 볼 데가 이것밖에 없어ㅠ

=동감. 레드카펫부터 쭈욱 볼 생각ㅎ

=SBC가 시청자들을 잘 파악해서 서준이 많이 보여줬으면!!

-그래서 이지석, 이서준 누가 받을 것 같음?

=이서준이지.

=222 이서준. 난 아직도 역 보면, 슬프고 불쌍하고 기특하고…… 무서움ㅎ

-이서준이 받으면 한국상은 처음 아님?

=한국영화는 처음임. 드라마는 내의원으로 KBC 신인상 받았음.

=남우주연상은 오스카상이 처음이고ㅎㅎ

=이서준은 혼자 인생을 거꾸로 사나. 보통 청룡 → 해외 아님?

=청룡 남우주연상 받는다고 오스카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님ㅋㅋ

=……대단하네. 이서준.

-차기작 이야기는 안 뜸?

=코코아엔터가 별 대답이 없대. 그래서 긴가민가한 듯.

=22 카메오도 있으니까.

[레드카펫 위에서 찰칵! 이서준, 이지석, 박운열, 그리고 우정한 감독!]

[청룡영화상 1부 끝! 영화 역逆! 촬영조명상, 음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기술상 수상!]

[영화 역逆, 지금까지 총 6개 부문 수상!]

-서준이 정장 잘 어울림! 많이 컸네! 역 때보다 좀 큰 듯.

=성장기라서 그런 거 아님?

=쑥쑥 자라라!

-역시 역. 후보에 오른 건 다 받았네.

=근데 받을 만함ㅎ

-2부 축하 공연 누구임?

청룡영화상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었다. 2부가 되었어도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는 시청률에 SBC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시청률의 이유를 아는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역 팀, 그중에서도 이서준과 이지석의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찍혔다.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출 때마다 서준과 이지석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박운열 선생님이 무대 위에 섰고, 감독상을 시상할 차례가 되었다.

“올해 감독상 수상자는!”

서준은 얼른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칠 준비를 했다.

지금까지 역逆은 박운열 선생님의 남우조연상 수상까지 합쳐 총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남은 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뿐이었다.

서준이 옆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정한 감독이 긴장한 듯 자신의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역의 우정한 감독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준과 이지석도 크게 손뼉을 쳤다. 긴장감에 새하얗게 변했던 우정한 감독의 얼굴색이 천천히 붉게 변했다.

“감독님, 어서 나가세요!”

“트로피 받으셔야죠!”

두 주연 배우의 재촉에 우정한 감독이 엉거주춤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우정한 감독은 청룡영화상 감독상 수상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받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어색한 모습을 서준과 이지석, 박운열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10년.

무려 10년을 가슴에 품었던 이야기였다. 이서준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몇 년이나 더 묻어놨어야 했을지도 모르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저렇게 긴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터였다.

무대 위로 걸음을 옮기던 우정한 감독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우정한 감독은 역이 개봉했던 그 날, 아니, 이서준이라는 배우와 함께 촬영하는 날부터 행복했다. 10년 동안 꾸었던 꿈이 이루어져서 정말로.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마치 처음 상을 받는 신인감독처럼 손발이 덜덜 떨렸다. 떨리는 손으로 겨우 트로피를 받은 우정한 감독이 마이크 앞에 섰다.

우정한 감독의 눈에 열심히 박수를 보내고 있는 역逆의 배우들과 촬영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조금 긴장이 풀렸다.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역은 제가 10년을 품었던 자식 같은 영화라, 꼭 제 자식이 상을 받는 것 같군요. 그래서 더 떨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의 스태프들, 배우들, 그리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서준 배우.”

우정한 감독과 앉아 있던 서준의 눈이 마주쳤다. 우정한 감독의 소감이 끝나면 열심히 박수를 치려고 준비 중이던 서준이 눈을 깜빡였다.

“이서준 배우가 없었다면, 더 길어질 수도 아니면 평생 꺼내지 못했을 수도 있던 영화입니다.”

우정한 감독이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실기 시험으로 단종을 연기해 줘서 정말 고맙다. 서준아.”

우정한 감독의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준도, 이지석도 시원하게 웃었다.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고, 해외에서도 흥행하고, 조선왕조실록과 단종의 이야기를 널리 알린 ‘역逆’의 시작은 한 아이의 예중 실기 시험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랬지ㅋㅋ 여울 예중 실기 시험ㅋㅋ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난리였지.

-나도 그중 하나임ㅎ 가제도 기억하고 있음.

-단종ㅋㅋ

웃음소리 가득한 감독상 수상이 끝나고 남우주연상의 차례가 되었다.

“남우주연상 후보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큼지막한 화면에 5칸이 생겼다.

3명의 배우를 소개하고 서준과 이지석만이 남았다. 먼저 이지석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그리고 곧바로 서준의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두 개의 칸이 이어진 듯 보여,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카메라를 살짝만 기울여도 이지석의 카메라에 서준이, 서준의 카메라에 이지석이 나올 것 같았다.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MC가 크게 외쳤다.

-이서준, 이서준!

-단종, 단종!!

청룡영화상을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도 기대 가득한 얼굴로 발표를 기다렸다. 시상식장에 적막이 흐르고, 잠시 뜸을 들이던 MC가 입을 열었다.

“역의 이서준 배우!”

박수가 쏟아졌다.

기자들은 기사를 적어 내려갔고, 서준은 이지석과 박운열, 우정한 감독의 축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메라 렌즈가 환하게 웃으며 무대로 향하는 서준을 찍었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든 서준이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이서준입니다. 저도 그 실기 시험 영상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질지는 몰랐습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준도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시작은 저였을 수도 있지만, 많은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역이라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역을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준이 꾸벅 인사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 * *

[배우 이서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배우 이서준, 한국에서 첫 남우주연상 수상!]

[영화 역逆, 최우수작품상 수상! ‘올해 가장 멋진 영화!’]

[영화 역逆,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조명상, 음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기술상, 총 10개 부문 수상!]

-첫 한국 남우주연상 수상 축하!

-서준아! 축하해!

-역시 역! 대단하네. 10개 다 받다니!!

그리고 한 시간 후, 코코아엔터에서 보도자료를 뿌렸다. 청룡영화상이 끝나고 알려주겠다는 말에 다리를 달달 떨며 기다리고 있던 연예부 기자들이 얼른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써 내려갔다.

[코코아엔터, ‘배우 이서준, 이스케이프 주연으로 출연한다’고 밝혀!]

[배우 이서준, 차기작 확정!]

[이스케이프, 김종호, 이다진, 그리고 이서준!!]

[이서준의 차기작! 이스케이프에 대해 알아보자!]

-진짜 차기작 하는구나.

-허접할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했는데, 이서준 출연이면 몰입도는 최고일 듯.

-이서준 좀비로 나오면 못 알아보는 거 아님?

=근데 다른 작품에서도 ‘이서준’보다는 ‘배역’이라는 느낌이라서…… 이걸 못 알아본다고 해야 할지…… 알아본다고 해야 할지ㅎ

=222 연기를 너무 잘함ㅎ

-그래도 좀비는 연기 잘하기 힘들어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게. 좀비 연기는 잘하면 어떤 느낌이지? 잔인함? 징그러움?

=모름…… 근데 서준이는 잘할 듯

=222 이서준은 뭐든 잘할 듯

-헉. 에반 블록이랑 리첼 힐 축하 글 떴음.

=우리나라 시상식에서 상 받았는데 할리우드 배우가 축하를;;;

=역시 이서준……!

[에반 블록]

[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축하한다!]

[리첼 힐]

[라이브로는 못 봤지만, 클립 영상으로 시청 중! 수상 축하해!]

두 할리우드 스타의 SNS 글로 서준의 수상 소식이 해외에 알려졌다. 그리고 서준의 해외 팬들에 의해 수상 소식이 담긴 기사가 번역되었다.

-청룡영화상? 그게 뭐야?

=한국 영화 시상식. 역으로 받았대.

-오. 축하해. 준! :)

-알아보니까 준 차기작 찍는대. 시상식 기사랑 같이 쓰여 있어.

=한국 영화면…… 사극인가?

=놉. 좀비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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