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94화 (19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94화

“컷, OK!”

최대만 감독의 목소리가 세트장을 울렸다. 촬영이 아니라, 미드를 보는 것처럼 감상하고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

우와.

조용한 분위기만 아니었다면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다. 스태프들과 박도훈, 이다진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두 배우를 바라보았다. 김종호와 이지석은 자신이라면 어떻게 연기했을까, 고민했다.

세트장에 서 있던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은 어제 만남 때 미리 이야기한 듯 최대만 감독과 촬영분을 모니터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다진과 박도훈이 발을 동동 굴렀다. 가고 싶지만 가도 되나 싶었다. 김종호와 이지석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갈까요?”

“가도 돼?”

서준의 말에 배우들이 반색했다.

“괜찮아요.”

가장 어리지만 든든한 서준을 앞세운 네 배우가 슬금슬금 모니터로 향했다. 직접 보는 것과 카메라에 찍힌 것은 느낌이 달랐다.

배우들이 위치를 옮기자, 지사장과 이한솔 대표, 다른 감독들도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몰려도 보이는 모니터 화면에 이한솔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사실에 큼지막한 모니터로 바꾸어 놓았던 게 신의 한 수였다.

마치 미드를 보는 듯, 화면 가득 두 배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풀 샷인 만큼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자세한 표정 변화는 보기 어려웠지만, 느긋한 에반 블록의 움직임과 경직된 리첼 힐의 움직임만으로도 인물들의 상황이 이해되었다.

“발걸음이 너무 빠른가요?”

화면 속 제 모습을 거의 해부할 듯 살펴보고 있던 에반 블록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스태프들과 감독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여전히 할리우드 배우의 한국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딱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좀 더 화를 내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떠세요?”

“음. 목소리가 더 떨리면 좋겠네요.”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장면이었지만,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은 좀 더 완벽하길 바랐다.

두 배우가 출연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최대만 감독도 자세히 의견을 묻는 두 배우의 모습에, 슬며시 자신이 바라는 이미지를 설명했다.

“그렇군요.”

“그것도 좋겠네요.”

제 말을 경청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모습에 최대만 감독은 눈을 반짝였다.

제법 경력이 쌓인 배우 중에는 제 연기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배우도 있었다. 한국 배우도 그런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는 어떨까.

‘물론,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할리우드 스타와 상도 못 타본 영화감독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겨우 카메오 촬영이었다. 에반 블록과 리첼 힐에게 제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던 최대만 감독이었다.

어제의 만남에서 의견을 이야기해 달라던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말도 그저 빈말로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모습에 최대만 감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가슴이 뻐근해졌다.

어느새 메이킹 필름을 촬영하고 있던 스태프가 그 모습을 촬영했다. 촬영 감독이 스태프의 뒤에서 조용히 조언했다.

“멋지네.”

“그죠?”

카메오 촬영이라도 완벽하게 하려는 두 배우의 모습에 이지석이 감탄했다. 서준은 자신이 칭찬을 들은 양, 의기양양했다.

“진짜 대단하다.”

부드럽게 웃고 있던 모습들은 어디 갔는지, 진지한 모습으로 모니터링하는 두 배우의 모습에 이다진이 눈을 반짝였다. 박도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쉐도우맨 시리즈와 어셈블 시리즈를 보면서 자란 만큼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을 보는 이다진과 박도훈의 마음은 벅차올랐다. 그런 사람들이 이곳에 많았다. 다들 눈을 반짝이며 두 배우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를 마친 듯, 최대만 감독이 소리쳤다.

“한 번 더 가겠습니다!”

결국, 다시 찍기로 한 모양이었다. 모니터 앞에 있던 배우들과 감독들이 흩어지고 세트장이 다시 세팅되었다.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복장을 점검하는 스태프의 손이 떨렸다. 아까까진 멍한 상태여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촬영하는 것을 보고나니 진짜, 정말로 실감했다.

‘진짜 우리 영화에 에반 블록이랑 리첼 힐이 나오는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한국이 뒤집힐 게 틀림없었다.

* * *

첫 번째 촬영이 끝나고 두 번째 촬영이 시작되었다.

‘미국 O.W.C. 연구실’ 세트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병원 1인실’ 세트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최대만 감독과 스태프들이 세트장을 점검하는 사이, 대본을 두 손으로 꽉 쥔 박도훈은 몸을 떨며 촬영장 이곳저곳을 쉴 새 없이 둘러보았다. 얇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겉옷을 입고 있어 추운 건 아닌 것 같았다.

언제나 얌전했던 박도훈답지 않아, 고개를 갸웃한 서준이 물었다.

“도훈이 형. 괜찮아요?”

“아니!”

물어보길 기다렸다는 듯이 박도훈이 다다다, 제 속마음을 뱉어냈다.

“엄청 떨려! 나 수능 칠 때도 이렇게 안 떨었는데! 실기 면접 볼 때도 이렇게 안 떨었는데! 어쩌지? 나 잘할 수 있을까? 두 분이랑 만났을 때부터 엄청 걱정했는데, 역시 난 못할 것 같아! NG 엄청 낼 것 같은데? 오늘 촬영 망하는 거 아닐까, 서준아!?”

“어…….”

박도훈에게 잡힌 서준이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음. 나도 스왈린 애넘이랑 촬영할 때 엄청 들뜨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박도훈에게 잡혀 멍하게 서 있는 서준과 이젠 거의 시퍼렇게 변해가는 박도훈의 안색을 보던 김종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애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네.”

“그러게. 근데 서준이도 할리우드 배우지 않나?”

“내의원 찍을 때는 슬럼프여서 그럴 정신이 없었겠지.”

이번에 함께 촬영할 이지석은 담담했지만, 다음 촬영에서 리첼 힐과 합을 맞춰야 하는 이다진은 박도훈의 말에 타격을 받은 듯 좌절했다.

“망했다…… NG…… 나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진 이다진과 박도훈의 모습에 손목에 있는 능력을 써야 하나 고민 중이던 서준의 눈이 한곳으로 향했다.

“아, 에반.”

그 부름에 덜덜 떨면서 지금 자신의 상태에 대해 주절주절 설명하던 박도훈은 새로운 정장으로 갈아입고 온 에반 블록을 보고 헛숨을 들이마셨다.

“응?”

정장을 툭툭 치며 정돈하던 에반 블록과 매니저에게 간식거리를 받아온 리첼 힐이 몰리는 배우들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도훈이 형이랑 다진이 누나가 에반이랑 리첼이랑 촬영하는 거 엄청 기대된대요.”

“!”

서준아!

박도훈과 이다진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기대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무섭고 두려웠다. 이미 뱉어진 말이라 두 사람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그저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러고는 두 배우 모두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박도훈과 이다진은 가슴께를 움켜잡았다. 헉. 배우들을 모습을 힐긋힐긋 보던 스태프들도 헛숨을 들이켰다.

“우리도 기대하고 있어.”

“촬영 열심히 하자!”

기대한다는 에반과 리첼의 말에 박도훈과 이다진은 두려움 따위는 잊어버리고 가슴이 벅차 크게 대답했다.

“넵!”

“네!”

* * *

커튼이 쳐진 1인실. 환자복을 입은 박도훈이 드러누웠다.

“히.”

히죽히죽 웃는 박도훈의 모습에 김종호와 이지석이 고개를 저었다.

“종호 형. 도훈이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 같은데?”

“내버려 둬. NG가 나야 정신을 차리지. 너도 촬영 준비해.”

“어.”

까만 정장을 입고 귀에 이어폰을 낀 경호원, 이지석이 세트장으로 향했다. 에반 블록과 가볍게 시선을 마주친 이지석도 떨리는 마음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그나마 애들이 난리를 쳐서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자신도 박도훈과 이다진처럼 조금 떨 뻔했다. 그래도 좋았다. 할리우드 배우와의 촬영이라니, 웬만해선 해보기 힘든 경험이지 않나. 아마. 두 배우와 촬영할 장면이 없는 김종호도 사실 많이 아쉬울 터였다.

그러다 이지석의 시선이 의자에 앉아 리첼 힐과 이야기하고 있는 서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서준이가 들었다면 나도 할리우드 배우라고 말했을지도.’

하지만 두 배우와 서준은 느낌이 달랐다. 서준과는 너무 친해서 ‘할리우드 배우’라는 사실을 때때로 잊어버리고는 했다.

‘서준이가 대단한 연기자라는 건 절대 잊지 못할 테지만 말이야.’

이지석은 피식 웃으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다, 아직도 히죽히죽 웃고 있는 박도훈에게 말했다.

“도훈이 너. 너무 히죽히죽 웃지 말고.”

“네.”

이지석의 말에 박도훈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들뜨는 마음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라앉히고 제가 맡은 배역을 떠올렸다. 어. 박도훈의 안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세트장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에서 스태프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아까 촬영이 미드 같았으면, 이번엔 진짜 한국 영화 같지?”

“박도훈 배우랑 이지석 배우가 있으니까.”

“저기에 에반 블록이 있는 게 참 이상해 보인다. 그지?”

신기하면서도 이질적인 구성에 스태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 배우들과 화면이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스태프들은 촬영을 준비했다.

서준은 어느 때보다 이번 촬영에 집중했다.

할리우드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었다.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면 출연하는 것보다 못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몰라도, 에반 블록이라면, 이지석과 박도훈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터였다.

모두의 시선이 세트장으로 향하고 최대만 감독이 크게 외쳤다.

“레디,”

침을 꼴깍 삼킨 박도훈이 울상이었던 얼굴을 겨우 지우고 표정 연기를 시작했다.

“액션!”

침대에 누워 있는 사내가 소리쳤다. 온갖 쌍욕이 날아왔다.

병실 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이 사무엘과 눈을 마주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사무엘은 별것 아니라는 듯, 웃는 얼굴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쌍욕을 내뱉던 사내와 사무엘이 눈을 마주쳤다. 싸가지 없는 재벌 3세 역을 맡은, 박도훈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으아아아. 다음 대사가, 다음 대사가!

“저 새, 새끼…….”

박도훈은 혀를 깨물고 말았다.

아주 잠깐의 침묵 후, 최대만 감독이 외쳤다.

“컷, NG!”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대사를 씹고만 박도훈이 크게 외쳤다.

그 마음이 이해는 가 다들 별말은 없었다. 그렇게 들뜬 게 눈에 보이던 박도훈이었는데, 대사긴 하지만, 에반 블록과 함께하는 첫 장면 첫 대사부터 욕이라니. 다들 안쓰러운 눈빛으로 박도훈을 바라보았다.

음.

서준은 볼을 긁적였다. 처음부터 잘할 거라고는 하지 않았다.

‘익숙해지면 잘할 거야.’

이다진은 자신이 NG라도 낸 듯, 초조한 얼굴이었고 리첼 힐과 김종호는 작게 웃고 있었다.

“박도훈. 더듬었지?”

“네. 죄송합니다.”

이지석의 말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박도훈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가릴 수 없었던 두 귀가 새빨갰다. 다들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전해졌는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손까지 벌게지고 있었다.

“자! 좀 더 집중합시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병실로 들어왔던 이지석과 에반 블록이 밖으로 나가고 박도훈은 후우, 후우 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스렸다.

“레디,”

‘이건 연기다. 이건 연기야. 이 정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실망할 거야.’

기대한다며 활짝 웃던 두 배우의 얼굴을 떠올린 박도훈의 눈이 반짝 빛났다. 좋아하는 배우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박도훈의 분위기가 변한 것을 알아차린 서준이 작게 웃었다. 도훈이 형은 금세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액션!”

박도훈은 병실로 들어온 외국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건 할리우드 배우, 에반 블록이 아니라, O.W.C에서 나온 일개 직원일 뿐이었다.

웬만한 직책이 아니면 거칠 것 없었던 사내가 사납게 소리를 질렀다.

“저 새낀 누구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고객님. O.W.C.에서 왔습니다./”

박도훈이 연기에 집중하고, 그런 박도훈의 연기에 에반 블록이 대사를 쳤다. 단단한 벽처럼 서 있던 이지석이 통역했다.

“O.W.C.? 도대체 약은 언제 만들어지는 건데!”

“/오./”

사무엘이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제스쳐가 정말 미국인 같았다. 한국인인 최대만 감독이 표현할 수 없었던 미국식 제스쳐를 에반 블록은 적당한 곳에서 잘 사용했다.

“합이 좋아.”

짧은 장면이었지만 판단은 내려졌다. 김종호의 말에 서준과 리첼 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이질감도 없이 한국 영화도, 미국 영화도 아닌 그저 한 작품이 태어나고 있었다.

최대만 감독과 지사장, 이한솔의 눈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최대만 감독의 눈이 번들거렸다.

“/아직 실험 중이라……./”

“당장 가져오라고!!”

뱉어내는 말로만 봐서는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던 사내였지만, 이를 갈고 사납게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사무엘과 마리아 교수가 한국에 도착했던 그 날, 음주 운전으로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새로운 고객님이었다. 돈 앞에서는 언제나 바짝 엎드리는 사무엘은 시끄러운 목소리를 배경음 삼으며 할 말을 이어나갔다.

경호원은 침착하게 사무엘과 사내의 말을 통역했다.

“/그래서 제안할 게 하나 있습니다만./”

씩씩거리던 사내가 되물었다.

“……제안?”

“/지금 개발 중인 약이 있습니다만, 제법 효과를 보인답니다. 아직 부작용도 약간 있지만요./”

“부작용?! 그걸 나한테 쓰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아주 약간의 부작용입니다. 지금 상태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사내는 이 감옥 같은 상태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두 달 전만 해도 거칠 것 없이 이곳저곳을 다녔던 사내였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움직일 수 있는 게 목 위뿐이라니.

중얼중얼 욕을 뱉던 사내가 대답했다.

“……좋아.”

“/감사합니다./”

사무엘은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병실 밖으로 나왔다. 아아아악, 제 분을 못 이긴 사내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고 경호원은 급히 의사를 불렀다.

사무엘은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좋은 실험체를 하나 구했습니다. 정신도 멀쩡하고 몸 상태도 괜찮습니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어쩌면 일반 실험체보다 좋을 수도 있겠군요. 네. 약을 준비해 주십시오./”

사무엘의 눈동자가 만족스러움에 번들거렸다.

“컷! OK!”

최대만 감독이 커다랗게 외쳤다.

긴장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던 박도훈은 힘이 빠진 듯 아예 드러누웠다. 이렇게 짧은 장면에 이 정도로 힘을 쓴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어깨에 담 온 것 같아. 힘들어.’ 하고 늘어져 있는데, 에반 블록과 이지석이 이야기를 나누며 모니터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저도요!”

서준과 배우들도 의자에서 일어나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

“도훈이 넌 욕 좀 더 해도 되겠다.”

“여기서 더요? 아니, 하는 게 좋으면 하겠지만…….”

이지석의 말에 박도훈의 시선이 에반 블록에게 향했다. 에반 블록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을 것 같은데?”

“에반이 그렇다면야! 할게요!”

“너 이…….”

박도훈의 말에 서준과 배우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이지석이 박도훈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엉망이 된 머리에, 반짝이는 눈으로 배우들을 보던 스타일리스트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한국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배우들과 감독의 모습이 고스란히 메이킹 필름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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