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92화
토요일.
촬영장으로 향하는 차 안.
>주경 : 헐. 우리 영화 주연이 김종호 배우랑 이다진 배우래!
>주희 : 나도 봤어! 방금 기사 떴음!
>재한 : 학원에서 전화 왔어!
“다호 형. 종호 삼촌이랑 다진이 누나 출연 기사 떴대요.”
“오늘 보도 자료 뿌린다고 하던데, 이제 떴나 보네.”
>주경 : 실검! 실검 떴다!!
NEW. 좀비 영화 이스케이프
NEW. 김종호 이다진 이스케이프
NEW. 이스케이프 최대만
……
10. 청룡영화상
[한국형 좀비 영화, ‘이스케이프’!]
[최대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 배우, 이다진, 김종호!]
-아. 최대만 감독 영화구나. 악령 CG 좋아서 이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악령 CG는 몇 년 됐는데도 멋지더라.
=그거 귀…… 신…….
-한국 좀비 영화…… 으…… 기대되면서도 기대 안 되는 마음ㅎ
-분장이나 어색하지 않았으면ㅎ
=할리우드 특수분장팀 붙었다는 소문이…….
=그 소문 아직도 있음? 그래서 진짜인 거임? 아닌 거임?
-오, 이다진이랑 김종호라. 그럼 볼만하겠네.
=22 둘 다 작품 보는 눈은 좋으니까.
=근데 어린이 연극 봄이랑 내의원이네ㅎ
=오오. 그러네. 둘 다 이서준이랑 친할 듯.
=나도 서준이랑 친해지고 싶다.
기사들을 살펴본 서준이 다시 친구들의 메시지를 읽었다.
>주희 : 실검까지 뜨다니 엄청나다!
>주희 : 어제까지만 해도 묻혀 있었는데 말이야.
>주희 : 우리 엄마는 이거 진짜 찍는 거냐고 물어보더라ㅎ
>재한 : 나도ㅎㅎ 학원에서 그냥 안 하는 게 어떠냐고 그랬는데, 방금 전화 왔어.
>재한 : 열심히 하래ㅎㅎ
>주경 : 이제 좀 영화 촬영하는 것 같다ㅋㅋ
>주경 : 근데 고주원은 아직 안 떴네?
고주원.
자신이 맡은 배역이 언급되자,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서준이 얼른 메시지를 써 내려갔다.
<이제 좀 있다 촬영이잖아.
>주희 : 응. 진짜 며칠 안 남았어!
>재한 : 좀비 연기 어려워ㅠ
>주경 : 엄청 긴장된다. 김종호 배우랑 이다진 배우까지 나오면 다들 엄청 볼 텐데!
>재한 : 그렇겠네;;
<이거 비밀인데…….
>주경 : 뭔데?(눈이 반짝이는 토끼 이모티콘)
>주희 : 뭔데, 뭔데?
<나도 촬영해.
<이스케이프. 고주원이 나야.
<촬영 잘 부탁해!(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곰 이모티콘)
빨간색 하트를 마구마구 날리는 곰을 마지막으로 바로바로 오던 답장이 오지 않았다. 조용한 채팅창에 동글동글한 곰만 하트를 날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띠링-!
띠링-!
띠링-!!!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 소리에 안다호가 웃었다.
“친구들한테 말했어?”
“네. 메시지 엄청 와요.”
친구들의 무시무시한 반응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뭐어어어!?”
“왜, 왜 무슨 일이야?!”
딸의 방에서 고함이 들리자 엄마 아빠가 급히 들어왔다. 엄마 아빠가 들어와도 눈치채지 못한 양주희는 넋이 나간 얼굴로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촬영? 이스케이프? 고주워언?! 고주원이라고?!”
아직도 공백 상태로 있던 이스케이프의 주연, 고주원이 이서준이라고?!
허, 허, 허. 웃던 양주희는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섭게 웃으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는 딸의 모습에 엄마 아빠는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었다.
“영화 촬영한다더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
“그러게. 내일 맛있는 거 해줘야겠어.”
“근데 김종호랑 이다진이 나오는 거 보면, 영화 흥행할 것 같지 않아?”
“잘됐으면 좋겠네.”
언급조차 되지 않던 딸의 영화에 안절부절못하던 부모는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주희뿐만이 아니라, 김주경과 강재한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쌓여가는 메시지가 잦아들자 서준은 그제야 단톡방에 들어갔다. 수백 개의 경악을 넘기고 제법 정신이 돌아온 친구들의 메시지를 읽었다.
>주희 : 미친 거 아니야!?
>주경 : 고주원. 고주원이라고?!
>재한 : 세상에…….
<ㅎㅎㅎㅎ
>주희 : 이서준. 학교에서 보자!
>주경 : 네가 아직 우리 손맛을 못 봤구나?
>재한 : 나도 한 대만…….
<ㅈㅅㅈㅅ 이거 기사 뜰 때까지 비밀이야.
>재한 : 그래서 양궁 배웠구나.
>주희 : 하도 배우는 운동이 많아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경 : 고주원이었다니!
그 이후로도,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 * *
“? 감독님. 어디 아프세요?”
스태프가 묻자 촬영 감독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촬영 감독의 앞에 그가 그토록 원했던 고가의 촬영 카메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모습이었다.
촬영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미술 감독도, 음향 감독도 멍한 얼굴로 최대만 감독과 박재민 조감독을 바라보기만 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철컹 문이 열렸다.
휙!
하고 감독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태평한 모습으로 있던 최대만 감독과 박재민도 긴장을 숨길 수는 없는 모양인지 자신도 모르게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oh, sorry.”
일제히 몰리는 시선에 플러스+코리아 지사장이 두 손을 들고 말했다. 지사장과 함께 온 이한솔 대표도, 잔뜩 실망한 감독들의 표정에 이해한다는 듯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쉽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엉망진창인 감독들의 표정에 짐을 옮기던 스태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최대만 감독이 이한솔과 지사장을 반겼다.
“아, 오셨습니까?”
“네. 궁금해서요. 저 그 배우들이 촬영하는 거 처음 보거든요.”
“저는 좀 봤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죠. 게다가 이서준 배우까지 오지 않습니까?”
“오늘 촬영은 안 하지만요.”
“어제 만나보니 어떠셨습니까?”
이한솔이 눈을 빛냈다. 어제 최대만 감독과 박재민 조감독은 두 배우를 만나고 왔다. 두 배우와 친한 서준도 학교에 가고 없던 터라 더 긴장해야 했지만, ‘이서준’과 ‘악령’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아직도 꿈 같습니다.”
다시 떠올려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그 덕에 감독님들 상태가 영 말이 아니지만 말이야.’
박재민 조감독이 웃었다.
오늘 촬영은 공식 첫 촬영 전, 비공식 첫 촬영이었다.
최대만 감독은 크랭크인 전, 연습 촬영이라는 말로 믿을 수 있고 입이 무거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중 감독들에게는 미리 알려주었다.
‘근데…… 괜히 말했나?’
멍한 표정의 감독들 모습에 최대만 감독이 볼을 긁적였다. 차라리 나중에 얼어서 일을 못 하는 것보다야, 지금 긴장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직접 촬영해야 하는 감독들에게는 꼭 알려줘야 했다.
띠링-
안다호 매니저에게서 문자가 왔다.
>서준이 도착했습니다.
>배우들과 합류. 지금 들어갑니다.
“송 감독님!”
“헉!”
최대만 감독의 부름에 기합이 바짝 들어간 촬영 감독이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얼른 버킷리스트에 있던 카메라로 촬영을 준비했다. 한 개가 아니라, 여기저기 설치된 카메라를 전부 켜두었다.
촬영 카메라를 만지고 있는 촬영 감독의 손이 벌벌 떨렸다. 치기 어렸던 스무 살 때나 잠시 꿈꿔봤던 꿈을 이렇게 느닷없이 이룰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 같아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김 감독님! 박 감독님!”
최대만 감독의 부름에 음향 감독과 조명 감독이 직접 움직였다. 그들의 손도 덜덜 떨렸다. 이제 곧 닥칠 상황에 으아아아. 속에서는 비명만 질러대고 있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쿵쾅쿵쾅 뛰었다.
할 일 없는 미술 감독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다들 들고 있는 거 내려놔.”
“네?”
“안 떨어뜨리게 손에 있는 거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스태프들은 박재민 조감독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들고 있던 짐과 소품들을 하나둘 내려놓았다.
“/뭐에요?/”
“/손에 들고 있는 거 내려놓으라는데요?/”
일상 대화 정도는 영어로 가능한 리더가 제나 트라이드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그 말에 제나 트라이드와 미러팀도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손이 텅 빈 소수의 스태프와 특수분장팀 미러와 제나 트라이드, 본 브레이킹 댄스팀의 리더는 눈만 깜빡이며 비장한 표정으로 촬영을 준비하는 감독들을 바라보았다.
크랭크인 전, ‘본격적인 연습’을 할 거라면서 자신들을 불렀다. 오늘 ‘연습’으로 찍을 신까지 알려주며 특수분장과 좀비 연기를 준비하라고 했다.
촬영 경험이 많은 제나 트라이드와 미러팀은 평소와 같았지만, 영화 촬영은 처음인 본 브레이킹 팀의 리더는 ‘처음이라서 연습까지 하는구나’ 싶어 마음 편히 준비하고 왔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 때, 철컹, 문이 열렸다.
지사장과 이한솔, 감독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촬영 감독이 직접 움직이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 렌즈가 출입구로 향했다.
이스케이프 개봉 후 너튜브에 업로드될, 어제 짧은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인 ‘메이킹 필름’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장에 흐르는 이유 모를 긴장감에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던 스태프들이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휴, 한숨을 쉬며 긴장감을 풀었다.
“오. 김종호 배우 오셨네요.”
“이다진 배우도요.”
“응? 이지석 배우는 무슨 일로?”
“박도훈 배우도 있네요?”
한껏 긴장한 것치고는 들어오는 사람들은 평범했다. 주연 배우인 김종호와 이다진, 그리고 뒤를 이어 들어오는 이지석과 박도훈이 뜻밖이긴 했지만 긴장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들의 긴장감은 풀어지지 않았다. 카메라 렌즈는 한시도 출입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메이킹 필름을 촬영하는 것을 알고 있는 네 배우는 최대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다 살짝 옆으로 비켜주었다.
“어?”
이지석과 박도훈이 왜 여기 있나 이야기하던 스태프들이 눈을 깜빡였다. 헛것인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출입구로 들어오는 세 명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천천히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는 외국인 두 명과 반짝이는 아우라를 뿜어대는 소년 한 명.
평상복을 입고 있어도 흘러나오는 스타의 아우라에 다들 멍하니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스타들의 등장에 사람들의 머리가 순간 멈추었다. 오래된 컴퓨터가 덜덜덜 천천히 돌아가듯이 아주 천천히 세 사람의 모습을 뇌에 입력하던 사람들은, 순간 벼락처럼 깨달은 정체에 숨도 쉬지 못했다.
손에 무언가 있었다면 당연히 떨어뜨렸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익숙한 제나 트라이드와 미러팀도, 이런 장소에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배우들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지석 일행만으로도 들떠 있던 본 브레이킹팀의 리더는 얼이 빠진 모습이었고, 지사장과 이한솔 대표는 감격한 얼굴로, 어제 짧게 만났던 최대만 감독과 박재민 조감독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조명이 세 배우를 비추었다.
이지석과 김종호가 조명에서 비켜나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웃었다. 이다진과 박도훈도 작게 웃었다.
음향 감독은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이며, ‘메이킹 필름’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뭘까, 떠올렸다. 아무래도 무거운 음악이 좋지 않을까. 아니, 가벼운 음악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클래식 음악과 대중가요를 떠올리던 음향 감독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아니, 쉐도우맨의 OST가 좋을 것 같아!’
둥!
“안녕하세요!”
쉐도우맨 시리즈를 시작으로, 어린 나이에 할리우드 스타가 된 이서준이었다.
“반갑습니다.”
쉐도우맨 시리즈로 전 세계 사람들의 히어로가 된 에반 블록이었다.
“잘 부탁해요!”
쉐도우맨 시리즈에 출연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리첼 힐이었다.
쉐도우맨팀의 등장이었다.
멍한 얼굴로 세 할리우드 배우들을 바라보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최대만 감독이 벅찬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주원 역의 이서준 배우입니다.”
세상에.
스태프들의 눈이 커졌다. 한국어를 모르는 제나 트라이드와 미러팀이 댄스팀 리더에게 물었지만, 리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해 주실 리첼 힐 배우와 에반 블록 배우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설마설마했던 진실에 스태프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한국 발음이지만 ‘카메오’를 귀신같이 알아들은 제나 트라이드와 미러팀도 경악했다.
만우절인가, 몰래카메라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할리우드 배우의 한국 영화 출연에 그런 생각이 들 때, 최대만 감독이 마침표를 찍듯 말했다.
“개봉 때까지 비밀이니, 꼭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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