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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89화 (18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89화

특수분장팀, 도화원.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특수분장팀으로 영화, 드라마, 연극의 제작 일을 주로 맡고는 했다. 물론, 특수분장이 사용되는 작품이 많은 게 아니라서 평범한 분장 일도 함께 맡았다.

“그거 들었어? 좀비 영화 나온다는 거.”

누군가의 말에 의자나 소파에 늘어져 있던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분방한 도화원 팀답게 사무실이라기보다 편안한 카페 같은 회사에서 다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화 촬영지, 드라마 촬영지 등을 돌아다니며 일하기 때문에 도화원 특수분장사들이 회사에 모일 때는 일이 없을 때뿐이었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은 지금도 바쁘게 일하고 있을 터였다.

“저도 들었는데…… 진짤까요?”

“나 그런 거 해보고 싶었어!”

특수분장사로 일하면서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하나둘 흥미로운 이야기에 입을 열었다.

“나도 잘할 자신은 있는데…… 허접하게 보일까 걱정이지.”

“근데 우리 쪽에 들어온 의뢰가 없는 거 보면 안 하는 거 아닌가? 실력으론 우리 팀이 한국에서 최고 아니야?”

“탑까진 아니어도…… 우리 빼놓고 좀비 영화 찍긴 힘들죠.”

자부심 가득한 말에 특수분장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팀이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이만큼 인지도를 얻은 것도 다 실력이 받쳐줬기 때문이었다.

좀비 분장에 대해 떠들고 있는데,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팀 도화원을 만든, 팀장 김소원이었다.

“여기 있었네. 다들 모인 거야?”

“아뇨. 일 때문에 없는 애들도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 김소원 팀장이 말했다.

“걔들은 오면 이야기해 줘야겠네.”

“오. 일 들어왔어?”

반색한 특수분장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자신의 집처럼 늘어져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웃겼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던 특수분장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화원 소속의 특수분장사들의 반이 여기 있었다.

“반이나 있는데, 이 정도로도 커버가 안 되는 일이야?”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김소원에게로 모였다. 이정도 인원이면 웬만한 작업은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웬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진짜 좀비 영화 찍어? 한국에서?”

“와씨. 나 좀비 만드는 거 꿈이었는데!”

특수분장사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가장 기뻐하며 난리를 쳐야 하는 김소원이 해탈한 듯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팀원들이 눈을 깜빡였다. 저 반응은 뭐지?

“맞아. 좀비 영화 찍을 거래. 우리 팀도 같이 일할 거고.”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근데 돈은 제대로 줘요? 재룟값도 엄청 들 테고, 사람도 많이 써야 할 텐데. 우리만 간다면 다른 일은 포기해야 해요.”

“소원아! 나 카드값 갚아야 해.”

“저도 생활비 다 떨어졌어요!”

먹이를 달라는 아기새 같은, 팀원들의 아우성에 김소원 팀장이 허허 웃었다.

아기새는 귀엽기라도 하지.

“계약금으로 넉넉하게 주더라.”

“진짜요? 그거 투자사가 꽤 돈이 많은가 봐요?”

“아는 배우 말로는 망한다던데? 뭐지?”

‘돈 많지. 무려 플러스인걸.’

충격적이었던 회의가 김소원 팀장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화드림 제작사의 회의실에는 도화원 말고도 몇몇 특수분장팀이 모였다. 다들 서로를 보고 놀랐다. 진짜로 찍는구나. 좀비 영화. 그렇게 생각하며 비용을 가늠하는 김소원에게 경악할 만한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처음엔 좀비 영화를 찍는다는 게 사실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두 번째는 그 투자자가 플러스+라는 사실에 놀랐다. 돈은 확실하겠구나, 안심하고 있는데 아직 놀람은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로 이런 비주류 영화에 김종호 배우와 이다진 배우가 나온다는 소리에 놀랐고, 마지막으로…….

회의실의 기억을 떠올리던 김소원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우리 모여서 강의 들어야 해.”

“……강의요? 무슨 강의요?”

“특수분장 강의.”

“우리가?”

자부심이 뿜뿜 나오는 특수분장사들의 반응에 김소원 팀장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꼭 강의를 듣고 싶다고 말할 터였다. 그러곤 하루하루를 소풍 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기다리겠지. 자신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제작사에서 미러Mirror 팀을 데려왔어.”

“……네?”

여기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팀원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영화드림 제작사에서 만났던 팀장들이 모두 이랬다. 김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할리우드 특수분장팀, 미러를 데려왔다고. 그것도 제나 트라이드까지! 이번 기회에 잘 배워둬. 제나 트라이드 눈에 들면 할리우드 갈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제나 트라이드. 그리고 특수분장팀, 미러Mirror.

그 두 이름에 한국의 특수분장팀들이 뒤집혔다.

* * *

-제나 트라이드? 잘하지.

“잘해요?”

리첼 힐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특수분장하면 답답하거든. 가면 같은 걸 쓰고 있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근데 제나 트라이드가 하면 그런 게 별로 없어. 연기해도 다른 특수분장보다 얼굴을 움직이기가 쉽고.

“그렇구나.”

-특수분장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진짜처럼 보인다니까. 되게 이상한 생물을 만들라고 해도 엄청 자연스러워.

그렇게 말한 리첼 힐이 제나 트라이드와 그녀의 팀 미러가 특수분장을 맡았던 작품들과 캐릭터들의 이름을 몇 개 댔다.

서준은 캐릭터들을 떠올렸다. 리첼 힐이 불러줬던 캐릭터의 대부분은 다양한 생물을 보고 겪었던 서준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이었다.

‘몬스터 인형 만들면 참 잘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서준도 인정하는 제나 트라이드와 그녀의 팀 미러의 실력이었다.

-근데 제나 트라이드까지 부르다니, 엄청 본격적인데?

“플러스에서 고생했대요.”

할리우드에서도 충분히 수요가 있는 최고의 특수분장팀을 한국까지 불러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짐작도 안 되는 금액에 서준이 허허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내의원에 나오는 배우들도 출연한다며?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종호 삼촌이 지석이 형을 놀리기 위해 모였던 그 날.

그날 바로 카메오 제의가 제작사에 전해졌고, 결국, 제작사 영화드림과 투자사 플러스+의 환영을 받으며 이지석과 박도훈의 카메오 출연이 결정되었다.

-봄에 나왔던 사냥꾼 배우까지 나온다니, 엄청 재밌을 것 같아!

리첼 힐의 들뜬 목소리에 서준이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촬영장에서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도 재밌을 테지만, 너무 놀라서 연기를 제대로 못 할지도 몰랐다.

‘아닌가, 알고 나면 더 긴장해서 못하려나? 촬영 날까지 엄청 걱정할지도 모르겠네.’

잠시 고민하던 서준이 결론을 내렸다.

촬영 전에 먼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다른 사람들도 부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만나볼래요?”

-나야 그럼 정말 좋지! 에반한테도 물어볼게.

“하하. 다들 엄청 좋아할 거에요.”

깜짝 놀랄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 * *

>이다진 : 서준이 너랑 같이 촬영할 줄이야!

<또 같아 연기하네! 다진이 누나.

>이다진 : 우리가 같은 연극에 나오긴 했어도 합을 맞춘 적은 없어서 엄청 아쉬웠는데!! 난 평생 못할 줄 알았어.

이다진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었다.

<누나. 대본 봤어요?

>이다진 : 응! 외국인 배우랑 같이 나오는 장면이 있던데…… 나 외국인 울렁증 있어ㅠㅠ

<영어 배운다면서요?

>이다진 : 요새 영화나 드라마에 영어 쓰는 캐릭터가 종종 등장하니까. 발음이 자연스러우면 좋을 것 같아서 배우긴 했는데, 으. 영어 어렵더라.

<한국 영화니까, 외국인 배우들도 한국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외국인 배우들이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이라는 사실은 살짝 숨기는 서준이었다.

>이다진 : 그렇겠지? 촬영 언제 시작하려나. 엄청 기대된다.

<저도요. 우리 잘해봐요. 누나.

>이다진 : 그래!

* * *

이스케이프의 오디션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총 다섯 명의 양궁부원 중, 여울 예중 연기과 1반에서 2명, 2반에서 1명이 뽑혔고 두 명은 다른 학교였다.

“주희야. 재한아 축하해.”

주희와 재한이 합격하고 주경이 떨어졌다. 주경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주희와 재한은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일이 앞으로도 비일비재하겠지만…….’

익숙해지기엔 너무 슬픈 일이었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기운이 없을 줄 알았던 주경은 여전히 씩씩했다. 아니,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반짝반짝 웃는 주경의 얼굴에 서준과 두 친구가 눈을 깜빡였다.

“나 엑스트라로 촬영하게 됐어!”

서준과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응. 양궁부원 역처럼 눈에 띄는 역은 아니지만, 좀비 연기도 할 거래.”

주경의 말에 주희와 재한이 반색했다.

“잘됐다!”

“다 같이 촬영하겠네!”

정말 기쁜 소식에 서준도, 친구들도 그제야 마음껏 기뻐했다.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나타난 담임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반에서도 촬영이 결정된 사람이 나왔네.”

주경뿐만 아니라, 오디션에 참가했던 1반 아이들 중 몇몇도 엑스트라로 촬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같이 연습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학교 연습실 빌릴 수 있거든. 점심시간이든, 학교 끝나고든 괜찮아.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네!”

“도움이 필요하다면 학년 상관없이 선생님들에게 부탁하고. 바쁘지 않으면 들어주실 거야.”

역시 우리 학교.

학교의 지원에 아이들이 감탄했다.

“정시운 선생님이 방과 후 수업해 준다니까, 좀비 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학교 끝나고 3연습실로 가면 돼.”

“네!”

아이들이 커다랗게 대답했다.

방과 후. 제3연습실.

실기 때 심사를 봤던, 1학년 연기 수업 담당 선생님, 정시운이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주희, 재한이, 지호. 세 사람이나 합격하다니 대단한걸. 연기 연습 많이 해야 한다?”

“네!”

양주희, 강재한, 그리고 2반의 한지호가 대답했다.

“다른 애들도 촬영하지? 엑스트라라고 쉽게 보면 안 돼. 그 연기를 보고 다음 작품에 뽑아줄 감독님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네!”

주경과 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여기 온 너희들도 장해. 좀비 영화란 게 아주 드물긴 하지만, 움직임을 한번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촬영은 하지 않지만 생소한 연기를 배우러 온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한마디 한 정시운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내가 편집해 놓은 장면들 보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좀비들이 어떻게 움직이나 생각해 보자.”

일전에 최대만 감독이 언급했던 데스월부터 플러스의 오리지널 좀비드라마의 장면까지. 좀비들의 움직임만 모아놓은 영상에 아이들이 집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느릿느릿하던 좀비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이번에 나올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이쪽이 더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이 흐르니까 말이야.”

아예 계속 느린 좀비였다면 몰라도 이미 새로운 속도감의 좀비물이 나왔다. 사람들은 이제 좀비가 느리다고 생각하진 않을 터였다.

정시운이 말을 이었다.

“좀비 연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분장이야. 두꺼운 화장을 하는 거라서 표정 움직임이 평소와 다를 수가 있거든. 물론 좀비라서 표정 연기는 덜 하겠지만, 평소와는 느낌이 다를 거야.”

아이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정시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시운의 설명과 시범이 이어졌다. 분장 없이도 기이한 정시운의 움직임은 아이들이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들었다.

“자. 그럼 누구부터 할까?”

아이들이 시선을 마주쳤다. 부족한 연기를 친구들에게 보여줄까 봐, 다들 첫 번째로 하는 건 꺼리는 분위기였다. 연기 학원에서 연습해왔던 다른 연기라면 몰라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좀비 연기라 더욱 그랬다.

고민하던 정시운은 홀로 눈을 반짝이는 서준을 발견했다. 당장에라도 시켜달라는 듯한 눈빛에 정시운이 끄응 앓았다.

‘서준이가 먼저 하면 애들이 기가 죽을 텐데…….’

반짝거리는 서준의 시선을 애써 피한 정시운이 말했다.

“그럼 일단 오디션에 합격한 애들부터 하자.”

정시운의 말에 한지호, 강재한, 양주희가 바짝 긴장하며 허리를 폈다.

세 사람의 어색한 좀비 연기가 지나가고 정시운이 조언했다. 다른 아이들도 한 번씩 연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가 있었다.

“그럼 이제 서준이 차례.”

선생님의 부름에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고 정시운도 기대감이 서린 게 분명할 얼굴을 애써 감추었다.

서준이 후우 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어쩌면 하고 준비했던 능력이 있었다. 진짜 써먹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자신의 연기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아이들 앞에 서준이 섰다. 어쩐지 서준이 서 있는 곳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는 것 같았다. 서준과 함께 연기 수업을 할 때면 언제나 이랬다.

벌써 1학기가 지났지만,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악)언데드의 저녁 운동-최하급이 발동됩니다.]

[(악)언데드의 저녁 운동-최하급]

무덤에서 부활한 언데드의 굳은 관절들을 풀기 위해 만들어진 저녁 운동입니다.

유연성, 활동성, 민첩성이 매우 감소합니다.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주의 : 신성력에 아주 취약합니다.

서준의 팔이, 다리가, 머리가, 아주 천천히 기이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온몸의 관절이 모두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느릿한 움직임인데도 불구하고, 영상에서 봤던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좀비보다 더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서준의 연기를 보던 아이들, 특히 좀비 영화를 촬영해야 하는 양궁부원 역의 세 명과 엑스트라 역으로 좀비 연기를 하게 될 김주경 등 몇몇 아이들은 손에 땀이 차는 것도 모르고 서준의 연기에 집중했다.

세계적인 배우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아이들은 눈을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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