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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68화 (16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68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촬영을 모든 끝낸 서준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인사하자, 다음 촬영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다.

“잘 가! 서준아!”

“내일 입학식 잘해!”

“네! 감사합니다.”

활짝 웃으며 대답한 서준은 안다호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오른 안다호는 얼른 히터를 켰다. 천천히 따끈따끈해지는 차 안에 서준의 표정이 흐물흐물해졌다.

“지금 가면 3시 안에 도착하겠네.”

“네에.”

“입학식 준비는 다 했어?”

서준의 차가 출발했다. 등받이에 등을 기댄 서준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교복도 있고, 가방도 있고, 필기구도 챙겼어요.”

“교과서는?”

“교과서는 입학식 끝나고 준대요.”

“벌써 중학생이라니.”

안다호도 기쁘면서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언제나 어릴 것 같았던 서준이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다. 3년만 지나면 고등학생이 되고, 3년이 더 지나면 성인이 될 것이다.

‘서준이가 성인이라…….’

백미러로 반쯤 눈이 감긴 서준을 슬쩍 바라본 안다호는 어른이 된 서준을 떠올리다 웃고 말았다. 어른이 된 서준은 안다호의 상상보다 더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았다.

따뜻하고 조용한 차 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바이올린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서준은, 곧 바이올린 연주자의 정체를 눈치챘다.

“다호 형. 이 바이올린 연주곡, 제이슨이에요?”

단번에 알아차리는 서준에, 안다호가 웃었다.

“그래. 아직 발매는 안 했고, 녹음하고 제일 먼저 보냈대. 너한테는 비밀로 하고 감상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근데 금방 알아차려 버렸네.”

“제이슨의 바이올린을 모를 수가 없죠.”

반짝이는 바이올린 요정의 흔적이 들려왔다. 서준이 눈을 감고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했다. 잔잔한 바이올린 소리가, 토닥토닥 심장 소리를 잠재우는 것 같았다.

“제목이 뭐예요?”

“인 어 드림. 벤자민 교수님이 작곡하고 제이슨 무어 씨가 연주했대.”

“그렇구나.”

[In A Dream].

두 음악가의 명성대로 정말 좋은 곡이었다. 몽실몽실한 바이올린 연주는 제목 그대로 꿈속으로 데려갈 것만 같은 곡이었다.

“자장가로 쓰면 딱 맞겠어요.”

서준의 목소리가 천천히 늘어졌다. 반쯤 감겼던 서준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깜빡깜빡하던 서준의 눈이 완전히 감기려던 찰나,

바톡!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든 서준이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꺼냈다. 친구들이었다.

>지윤 : 벌써 내일 입학식이네!

>미나 : 그러게. 교복 입으려니까 되게 이상하다.

>지오 : 우리 엄마는 제발 얌전히 입으라고 하더라ㅋ 교복 비싸다고.

>지후 : 넌 좀 얌전히 입어. 운동은 체육복 입고 해.

>지오 : 알씀.

>미나 : 서준인 촬영 중이야?

바톡, 바톡 울려대는 휴대폰을 붙잡고 서준이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슬금슬금 다가왔던 잠기운은 어느새 달아난 상태였다.

<아니. 지금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야.

>지후 : 아직 낮인데 빨리 끝났네?

요새는 일정보다 빨리 끝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서준과 이지석이야, 시간 날 때면 같이 연습할 때가 많아서 합이 잘 맞았다.

‘박운열 선생님이야, 원래 잘하시고, 호영 삼촌도 더 늘었고.’

다른 배우들도 몰입하는 게 빨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는 서준이었다.

‘왤까?’

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준은 자신과 이지석의 연기에, 다른 배우들마저 자신의 배역에 몰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충신과 반역자처럼 격렬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며 그저, 다들 연기 잘하는구나! 생각하며 눈을 반짝일 뿐이었다.

>지윤 : 영화 기대된다.

>미나 : 다들 그런가 봐. 기사도 계속 나오고 있고.

>지후 : 방송국에서도 단종 이야기하는 곳 많더라.

지후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었다.

KBC의 드라마였던 내의원과 달리, 영화는 어느 방송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기에 여기저기에서 단종과 관련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미나 : 여행 프로에서 단종 유배지 나오더라

>지윤 : 나도 봤어! 엄청 슬펐어ㅠㅠ 단종이 죽었을 때가 17살이래. 우리랑 3년밖에 차이가 안 나ㅠㅠ

>지후 : 세종대왕 이야기도 나오던데. 세종대왕이 종친인 대군들에게 일을 줘서 그 영향력이 단종 때까지 남아 있었다고.

>미나 : 세종대왕이 몸이 안 좋아서 대군들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어.

<문종도 그렇게 약한 왕이 아니었다던데. 수양대군이 몸을 사릴 정도로 강했대.

>지윤 : 세종대왕이랑 문종이 제대로 수양대군을 막아줬으면 단종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ㅠ

>지오 : 뭐야. 나만 빼고 다 본 거야?

>지후 : 넌 그때 축구 교실 갔었어. 재방할 때도 재미없다고 게임하고.

>지오 : 아하.

<ㅋㅋㅋ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도 웃으며 메시지를 적어 내려갔다. 입학할 학교는 가까운지, 반은 몇 개가 있는지, 특이한 점이 있는지, 한참 떠들며 놀던 지오가 메시지를 보냈다.

>지오 : 촬영 언제 끝남? 놀러 가자.

“다호 형. 우리 촬영 스케줄 4월까지 맞죠?”

서준의 물음에 운전대를 잡은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4월까지가 처음 계획이었긴 한데…… 조감독님 말로는 다들 생각보다 너무 잘해줘서 조금 줄어들지도 모르겠다더라.”

“하긴. 요즘 일찍 일찍 끝나긴 하죠.”

저번, 화재 사고로 미뤄졌던 장면은 벌써 다 찍었다.

그 이후에도 일찍 끝날 때마다, 같은 장소에서 있는 소품과 있는 배우들로 찍을 수 있는 장면을 찍었더니, 생각보다 많은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일정에 공백이 생겨, 제작사 단홍에서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다호가 말했다.

“야외 세트장을 예약 날짜보다 앞당길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느라 바쁘대. 요새 사극 찍는 곳이 없어서 될 것 같다던데. 촬영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줄어드는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신기해하더라고.”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4월쯤에 끝날 것 같아.

>지오 : 그럼 끝나는 대로 놀러 갈까?

>미나 : 그러자. 어디로 갈래?

>지후 : 뭐, 노래방이나 영화관이나 맨날 가던 데 가는 거 아니야?

>지윤 : 방 탈출 카페 가자!

>지오 : 오. 재밌겠다.

<그러게. 엄청 재미있겠다.

서준이 이히히 웃으며 친구들과 메시지를 이어갔다.

* * *

3월 4일.

대부분의 중학교 입학식 날. 유난히 들떠 있는 학교가 있었다. 입학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여울 예중에는 입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반 배정표를 보고 뛰어온 아이가 크게 외쳤다. 양 뺨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엄마! 이서준 1반이래! 나랑 같은 반!”

“진짜!? 잘됐다!”

아이의 부모가 기쁜 얼굴로 아이를 데리고 반으로 향했다. 거의 날아갈 듯 교실로 향하는 가족을 바라보고 있던 학부모도 다리를 움직였다.

“우리 아들도 이서준이랑 같은 반 됐으면 좋겠네! 저 앞에 반 배정표 있던데. 엄마가 보고 올게.”

“아빠가 보고 올게. 여기 있어.”

“1반. 제발 1반!”

서준과 같은 1반 학생이 있다면, 서준과 다른 2반 학생도 있는 법. 반을 확인한 아이 중 반은 실망한 얼굴로 돌아왔다.

“아, 나 2반이야. 이서준이랑 다른 반.”

반을 확인하고 실망한 아이를 부모가 위로했다.

“여울 예중은 2반밖에 없으니까, 다른 반이라도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단체 수업이 아니면 같이 연기하는 건 드물잖아.”

“1학년 때가 아니더라도 2학년, 3학년 때 같은 반 하면 되지.”

자신의 반을 확인한 입학생들은 긴장감에 굳은 얼굴로 반으로 향하는데, 강당으로 향하는 학부모들은 잔뜩 신이 난 얼굴이었다.

같은 연기 학원에 다니다가 함께 합격해, 제법 친해진 학부모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중학교 입학식에 가는 학부모는 별로 없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안 올 계획이었는데…… 입학식 아니면 언제 이서준을 보겠어요.”

“그러게요. 친척들도 오고 싶다고 했는데…… 공지에 가족들만 오게 해서 말이죠.”

“친척들까지 오면 난리 나죠. 사돈에 팔촌까지 올걸요.”

아들딸의 여울 예중 입학소식에, 같이 입학식에 갈 수 있냐고 묻던 친인척을 떠올린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여울 예중 1학년 1반.

문이 드르륵 열리자 교실에 앉아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아쉬움 반 떨림 반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쏠리는 시선에 흠칫 몸을 떤 김주경이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자리에 앉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았다.

‘나 엄청 빨리 온 것 같은데……?’

어젯밤. 주경은 입학에 대한 긴장감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친구는 사귈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좋을까? 학교는 어떨까? 수업은 잘 들을 수 있을까? 온갖 고민으로 끙끙거리다가 잠을 포기하고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엄마 아빠도 그랬지.’

서준을 직접 본다는 마음에 주경의 엄마 아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공익 영상 촬영 때는 연기 학원 선생님과 함께 갔기 때문에 항상 아쉬워했다. 가족 모두 일찍 일어난 김에 일찍 준비하고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그래서 있어 봤자 한두 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명 정원 중 거의 반 이상이 교실에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주경이 쏟아지는 시선에 정신을 차렸다.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이제야 자신이 한 걸음에 나온 ‘그 김주경’인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안녕!”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인사를 건넸다. 주경도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

“난 양주희야. 한 걸음에 나왔던, 김주경 맞지?”

“응. 맞아.”

양주희가 대단하다는 듯 주경을 바라보았다. 지면 광고나 짧은 연극에 출연했던 양주희와는 달리 김주경은 정말로 유명한 아역 배우였다. 게다가, 그 이서준과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난 이서준이랑 연기한다는 생각만 해도 떨려서 못할 것 같은데. 너 진짜 대단하다.”

“솔직히 나도 그랬어. 얼마나 떨렸는데.”

“이서준 연기 실제로 보면 어때? 뭔가 달라?”

주경이 막 대답하려던 찰나, 문이 열렸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아니겠지, 하면서도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고개를 막지 못했다. 들어온 아이의 얼굴에 주경과 아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서준아!”

진짜,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이었다.

이름이 불린 서준도 주경을 발견했다. 서준이 활짝 웃었다.

“안녕. 주경아! 같은 반이네?”

와…….

서준의 실물을 처음 보는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준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서준의 몸에서 아우라가 뿜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햇살 같은, 기분 좋은 선기가 반짝반짝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군가 속삭였다.

“……나 후광이 보이는 것 같은데?”

“저게 연예인 아우란가?”

“세상에…… 진짜 잘생겼다.”

서준은 아이들의 반응에 볼을 긁적였다. 초등학교 때야 1학년 때부터 다 같이 다녀서 다들 익숙했는데, 같은 1학년보다는 연예인을 바라보는 듯한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 어색했다.

‘뭐, 이것도 금방 익숙해지겠지.’

어깨를 으쓱인 서준이 주경에게 물었다.

“일찍 왔네?”

“어제 긴장해서 제대로 못 잤어. 중학교 입학식이잖아. 그것도 서준이 너랑 같은 학교. 우리 엄마 아빠도 너 볼 생각에 얼마나 떨렸는지 진짜 아침부터 준비했다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왔구나.”

“촬영 때 선생님이랑 같이 갔거든. 엄마 아빠도 꼭 보고 싶다면서 가게도 안 열고 왔어.”

“가게를?”

“응. 어제 하루 종일 자랑했거든. 서준이 너랑 나랑 같은 학교라고. 입학식에서 너 볼 수도 있다고 말이야. 손님들도 엄청 부러워했어. 내 입학식보다 너 보는 게 목적인 것 같다니까.”

주경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서준과 주경을 바라보았다. 슈퍼스타, 서준도 서준이지만 그 이서준과 즐겁게 대화하는 김주경도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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