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52화
한국 아역 배우의 흐름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가 있는데, 이서준이 나오기 전과 나온 후다.
너튜브 먹방이 잠깐 간을 본 것이라고 한다면 쉐도우맨 시리즈의 출연이 확정된, 쉐도우맨2의 예고편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변했다.
한국 나이로 6살.
이서준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과 가족들의 마음에 바람이 불었다.
‘내 딸, 내 아들, 내 조카가 이서준보다 못할 게 뭐가 있나.’
연예계 관계자들이 들었으면 황당해 할 일이었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여운 법이었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과 함께 ‘어린이 연극 봄’ 이후 부쩍 는 아역 배우의 역할이 그 생각에 부채질했다.
여러 작품에서 아이 역할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아역 배우도 많아졌다.
연기학원도 ‘제2의 이서준’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밀며, 아이들과 부모들을 유혹했다.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연예계에서는 아역 배우들의 탄생을 환영했다. 아역 배우를 지망하는 아이들이 많을수록 숨어 있던 보물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그중 이서준만큼은 아니더라도 재능 있는 아역 배우가 있을 터였다.
이서준이 유례없는 인기를 얻으며 성장할수록, 모두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제2의 이서준을 꿈꾸며 아이들은 아역 배우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바야흐로,
아역 배우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바짝 긴장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아이들이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학교였다. 초등학교는 그냥저냥 다닌다지만 중학교부터는 달랐다.
예술중. 예술고.
연기를 정규 교육과정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특성화 학교가 있었다.
특히, 서준의 진학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전국에 있는 예술중학교는 서준이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들의 학교를 점검했다.
재학 중 연예계 활동을 금지하는 학교는 그 교칙을 없앴고, 연기 과목이 없는 예술중학교는 고심 끝에 뮤지컬과 연기 과를 합쳐 개설하기도 했다.
이서준이 다니는, 졸업한 예술중학교.
그 타이틀이 너무 갖고 싶었다.
문제는 서준이 지원할 수 있는 건 딱 한 군데뿐이었다는 것이다. 한 학교에 지원하고 거기서 떨어지면 일반 중학교에 배정된다.
물론 이서준이 떨어질 리가 없기 때문에 지원하는 곳이 바로 저 타이틀을 갖게 될 것이었다.
아역 배우들, 아역 배우 지망생들의 부모도 고민에 잠겼다. 이서준이 가는 학교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그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서준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조용히 알려진 매실초등학교에서 가까운 예술중학교일까, 아니면 다른 중학교일까. 아역 배우들과 가족들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무리가 있었다. 몇 년 후, 이서준과 이 세대가 크면 진학하게 될 전국의 예술고와 대학교였다.
“자세히 조사합시다. 이서준이 뭐 때문에 그 학교를 선택했는지. 그걸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바꾸는 겁니다.”
그들도 이서준이 다니는, 졸업한 고등학교, 대학교라는 타이틀을 놓치기 싫었다.
그런 기류 속에 서준과 같은 나이의 조카들이 있는 이모 삼촌도 조카의 중학교 진학 소식에 서준을 떠올렸다.
-울 조카 서준이랑 동갑인데 중학교 어디 갈지 고민하더라.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라서 뺑뺑이 아님?
=그래도 1, 2, 3지망은 적음. 1지망 몇 퍼, 2지망 몇 퍼 해서 뺑뺑이 돌림.
-근데 이서준은 예술중 가는 거 아님?
=ㅇㅇ 근데 그 예술중이 어딘가가 궁금함.
-아무래도 집이랑 가까운 곳에 가지 않을까?
=왜? 커리큘럼 안 보고?
=이서준이 중학교 가서 연기를 배우기에는 경력이 넘 화려하잖아.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이서준이 가는 학교라도 잘난 건 아니겠네?
-그거야 그렇겠지만 기록은 남지. 그리고 이서준 이력에 남지.
-ㅇㅇ 이서준 보고 모여든 재능 있는 배우들이 성공하고 그 배우들을 보고 모여든 학생들이 스타가 되면 결국 명문이 되는 거임.
-근데 이서준 중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명문 같다ㅎ
=22 연기 잘 가르칠 것 같은 학교
떠들썩한 인터넷 분위기에, 기사도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6학년인 배우 이서준이 진학할 중학교는?]
[특성화 중학교에 대해 알아보자.]
[예술중학교의 경쟁률은?]
[음악과 미술 중심의 예술중학교, 하나둘 생기는 연기, 뮤지컬 부분!]
[과연 ‘이서준의 중학교’가 될 중학교는?!]
이서준의 중학교.
그 타이틀을 얻고, 오래오래 명문이 될 중학교가 어디가 될지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 * *
한참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던 서준에게 안다호가 산더미만 한 종이들을 들고 왔다.
서준의 눈이 반짝였다. 매일매일 새로 들어오는 대본을 보고 있어 가끔 대본이 하나도 없는 날이 있었는데 이렇게 많이 온 적은 처음이었다.
“전부 대본이에요?”
서준의 즐거운 목소리에 안다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신나게 흔들리던 서준의 꼬리가 축 늘어졌다. 안다호가 상자를 내려놓았다.
“예술중학교에서 온 거야.”
“예술중학교요?”
서준이 제일 위에 놓여 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계을예술중학교.
“그래. 학교 연혁에 졸업한 배우들까지. 아주 자세히 보냈더라.”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전국 중학교에서 쏟아지는 서류에 2팀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주 예전부터 2팀은 서준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각 학교에 대한 소문과 사건·사고를 놓치지 않았다.
사건·사고야 학교에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지만 중요한 건 학교의 대처였다. 그런 자료들까지 모두 모여 예술중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탐낼 만한 완벽한 안내서가 탄생했다.
물론, 고등학교도 이런 안내서를 만들 예정이었다.
“원서 접수는 10월쯤이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부모님하고 생각해 봐.”
아직 7월. 10월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네! 엄마 아빠한테 물어볼게요.”
“아. 예술중학교 원서는 한 군데 밖에 못 넣으니까 아마 넣는 학교가 서준이 학교가 될 거야. 잘 생각해야 해.”
“네.”
서준도 안다호도 결코 서준이 불합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안다호가 돌아가고, 쌓여 있는 안내서를 살피던 엄마 아빠와 서준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디로 한다…… 서준이는 가고 싶은 데 없어?”
“딱히 없는데…… 집이랑 가까운 데로 갈까?”
집이랑 가까운 학교라고 해도, 거리는 멀었다. 서준이 고민에 잠겼다.
그렇다고 일반 중학교에 갈 생각은 없었다.
예술중학교는 대체로 촬영 기간을 출석 일수에 포함해 주니까 의무출석일을 열심히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지만 1학기에도 촬영하고 2학기에도 촬영하는 때가 올 수도 있었고 해외촬영이 길어질 수도 있었다.
‘그걸 제작사 쪽에서도 배려해 주겠지만. 그래도 일반 중보다는 예술중이 낫겠지.’
생각에 잠긴 서준을 보며, 서은혜와 이민준은 조금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음. 서준아. 우리 이사 가면 어떨까?”
“이사?”
서준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서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가 싫다면 좀 더 있을 생각이지만 좀 더 보안이 좋고 넓은 곳으로 가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애초에 서은혜와 이민준이 이 아파트를 고른 이유는 초등학교가 가까이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는 가깝지만, 중학교와는 거리가 있어서,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중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생각이었다.
“그렇구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집을 둘러보았다. 이 집은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오래 살았다.
“이사 가기 싫어?”
서준이 집을 둘러보자 이민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이사 가면 좋지. 방도 더 넓어지겠지?”
“그래. 넓은 집으로 찾을 거야.”
“방음도 잘되게 리모델링해서 서준이가 연기 연습이나 악기 연주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말이야.”
부부는 아들에게 좋은 방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도 망설이게 되는 건 이곳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서준의 네 친구가 그러했다.
서준도 친구들을 떠올렸다.
중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가면서, 친구들의 학원이 하나씩 늘어났다. 똑똑한 지후는 벌써 의사가 되기 위해서 특목고로 진학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자신같이 제법 미래가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러 학원에 다니면서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기 시작할 시간이었다.
조금 슬프기는 했지만, 괜찮았다. 멀리 떨어져서 자주 못 보는 잭 스미스와도 메신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국 내에 사는데 주말에 만나면 될 일었다.
“이사 가도 괜찮을 것 같아.”
서준의 말에 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다시 예술중학교 안내서를 살폈다.
“그럼 신중히 골라야겠네.”
거리의 제약이 사라진 만큼 좀 더 커리큘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서준의 현재 집과 가장 가까운 예술중학교가 알았다면 통곡할 일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서준은 여러 예술중학교에 대해 살폈다.
의무 교육인 만큼 정규 교과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런 교과과목과 연기 관련 과목의 배치.
연기를 가르쳐 줄 선생님의 연기. 대학교나 고등학교처럼 본격적은 아니더라고 간간이 현직 배우나 감독을 모셔 특별 강의를 하는 학교.
“여기로 할까?”
설립된 지 10년.
여울 예술중학교였다.
* * *
여름방학이 끝나고 6학년 2학기가 되었다.
“다들 11월부터 중학교 배정되는 거 알고 있지? 부모님하고 꼭 상의해서 1지망 2지망 3지망까지 다 정해야 한다.”
“네.”
“친구 따라서 중학교 정하지 말고!”
담임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반 아이 중 대부분이 친구들과 함께 중학교에 가기 위해 똑같은 지망 학교를 정했을 터였다.
“1지망 학교에 모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방법도 꼭 고려해야 해.”
“네!”
이렇게 말해도 친구 따라 학교를 정했다가, 친구와는 달리 먼 학교에 배정되어 우는 아이들이 한 명씩 생기고는 했다. 한숨을 삼킨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의 고개를 갸웃했다.
“서준이는 잠깐 선생님 좀 볼까?”
“네.”
아이들이 지망 학교에 대해서 떠드는 사이 서준은 담임 선생님에게로 향했다.
담임 선생님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배우 이서준은 담임 선생님에게는 그저 다른 아이들의 모범이 되고, 어른스러운, 정말 대견한 학생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준이는 예술중학교 갈 거니?”
별 고민도 없이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술중학교는 10월부터 대체로 접수를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아직 9월이긴 한데 알아보고 있니?”
“네. 어디 갈지도 정했어요.”
“그래? 그러면 다행이야. 접수에 필요한 서류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하고. 일찍 말해주면 빨리 준비할 수 있으니까, 미리미리 말해줘.”
“네!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끝낸 서준 친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오가 물었다.
“선생님이 뭐라셔?”
“예술중학교에 필요한 서류, 미리미리 말해달라고 하셨어.”
“아, 서준이는 예술중학교 가겠구나.”
“응. 아무래도 촬영 날 출석 인정이 되니까.”
“그럼 서준이는 다른 학교 가겠네. 이사도 가니까, 만나기 힘들겠다.”
이사라는 소리에, 이미 여름방학 동안 펑펑 울었던 지윤과 지오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쉬움 가득한 미나의 말에 지후가 덧붙였다.
“우리도 흩어질 수 있어. 공학이 있지만, 여중 남중도 있는걸.”
“맞아. 추첨이라서 어떻게 될지 몰라.”
기억도 못 할 1살 때의 첫 이별 후 5살 때 만나 쭉 이어져 온 인연이었다.
서준도 아쉬웠지만, 이 이별이 끝이 아니란 걸 안다.
LA에 있는 잭. 파리에 있는 찰리. 뉴욕에 있는 그레이스.
서준의 세계는 넓었고 꾸준히 이어졌다.
아기 친구들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 아이들의 세상이 넓어질수록 많은 이별과 만남이 있을 터였다.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친구들의 얼굴에 침울함이 감돌자 서준이 웃었다.
옛 인연을 쭉 이어나가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이라는 통신기기가 있는 현대는, 그 노력이 제법 쉬워졌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연락할 수 있었다.
“계속 연락하면 되지. 메시지 답장 안 할 거야?”
“아니. 할 건데.”
단호한 지후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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