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151화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소방청 공익 영상 ‘한 걸음’!]
[어째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나!]
[소방차가 일찍 도착하지 못한 이유! 장난 전화!]
[공익 광고와는 달리, 비상구로 탈출하지 못한 아이들.]
[이서준(나 진)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공익 영상이었다.]
[소방청 ‘지금 모두가 당신을 구하러 갑니다.’]
[월요일 저녁 MBS ‘한 걸음’ 방송!]
-이거 좋았다.
-ㅇㅇ 애들 대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방관들까지 보여줘서 좋았음.
-장난전화 그만해라. 정작 필요한 곳에 빨리 못 가잖아.
-스프링클러는 최악의 상황이니까 안 넣은 같음
=22 옛날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없는 데도 많고, 있어도 고장 난 곳도 많음
=하긴, 애들이 휴대폰 안 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어른이 한 명도 없는 것도 그럼.
-근데 이렇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가 있음?
=설마 일어나겠어? 하던 사고가 일어나더라
-비상구구우우!!
=비상구!! 창문으로 탈출한다고, 웃기다고 웃은 내가 멍청했다!!
=비상구 진짜 큰일인 것 같음. 막히면 탈출도 못 하고 구하러 가지도 못하고.
=아씨. 알바하는 곳 비상구 앞에 짐 많은데
=22 우린 잠겼음
-ㅎ MBS에서 한 번 더 봐야겠다.
=나도. 넋 놓고 봐서 뭘 봤는지도 모르겠다ㅎ
여기저기에 공익 영상 ‘한 걸음’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제목 : ‘한 걸음’ 보고 느낀 점]
솔직히 아이들 대상이라고 해서, 만화 캐릭터 같은 거 나올 줄 알았음. 나 진도 청룡님이었으니까, 청룡님이 나와서 하나하나 비상 요령 알려주는 줄ㅎ 오랜만에 청룡님의 근엄함을 느끼나 생각했는데ㅎ
아니었음.
불이 무서워서 덜덜 떠는 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애들이었음. 너무 현실적이라서 심장 쫄렸지만ㅎ
여튼 그래서 저절로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속 커다란 재난도 아니고,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놀러 간 곳에서 불이 난다면, 나는 저 애들처럼 저렇게 대피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 침착할 수 있을까. 생각 많이 했음. 직접 겪어보기 전엔 모를 것 같음.
제목이 ‘한 걸음’인 이유도 대충 이해됨.
누가 신고하겠거니 하다가 아무도 신고 안 할 수 있음.
내가 안 비켜도 되겠지 하다가 골든타임에 늦을 수 있음.
누가 하겠지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위험할 수 있음.
그러면 안 된다는 거임.
내가 한 걸음 앞서서 신고하고, 내가 한 걸음 앞서서 비켜주고, 내가 한 걸음 앞서서 화재를 피해서 움직여야 함.
나 진이 젤 처음 용기를 내는 것도 겨우 한 걸음 내딛는 거임. 99개의 두려움을 느끼지만 한 번 용기를 내는 거.
3번 방 앞에서 나 진이 두려워하면서 두 걸음 뒷걸음질 쳐도 이번에는 아이들이 주는 용기에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거.
그 ‘한 걸음’이 나를 살리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거임.
아마 ‘지금 모두가 당신을 구하러 갑니다’의 ‘모두’는 소방관뿐만이 아닐 거임.
119에 신고한 시민들, 더는 사고가 나지 않게 통제하던 경찰관. 꽉 막힌 도로에서 비켜준 자동차들. 열심히 달려와 준 소방관. 그리고 살기 위해서 노력한 ‘자신’까지.
정말로 ‘모두’가 구하러 간 거임ㅎ
이거 보고 나니까, 소방차, 구급차 빨리 비켜줘야겠다는 마음이 듦.
-ㅇㅇ 영웅은 따로 없는 것 같음. 모두가 영웅임ㅎ
-평생 못 잊을 것 같은 대피 영상이었닼ㅋ
=진심 동감. 못 잊음22
-난 복도 끝에서 연기 나오면서부터 반성했음. 왜냐면 난 저게 뭐야? 하고 그냥 노래 계속 불렀을 것 같거든ㅎ
=동감. 나도 비상벨 울려도 누가 잘못 눌렀겠거니 하고, 도망 안 갈 것 같음(반성합니다)
=무슨 실험도 있던데…… 연기가 피어올라도 다른 사람들이 안 움직이면 실험자도 안 움직이는 거. 군중심리 때문에 그렇다더라.
=444 안전불감증. 반성했다.
“역시 이서준.”
기사를 써 내려가는 선배 기자가 흐뭇하게 웃었다.
월요일이 되었지만, 아직도 실시간 검색어에는 나 진과 이서준의 이름이 보였다. 간간이 같이 출연한 아역 배우들의 이름과 조감독인 김수한, 감독인 박중우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선배! 구름에서 답변 왔어요!”
“거기도 지금 난리겠네.”
“전화 연결도 잘 안 돼요.”
광고제작사, 구름의 답변을 본 선배 기자가 기사를 써 내려갔다.
[배우 이서준, 나 진으로 오디션 신청!]
[‘한 걸음’ 제작사, “예산 때문에 코코아엔터에 제안하지 않았다.”]
[본명으로 출연한 배우들 속 홀로 예명인 나 진!]
[‘한 걸음’ 세트장, 백호 소방안전체험관으로 옮겨져.]
[이영태 소방관, “아이들 촬영분을 보고 감정 이입했다.”]
A.저 연기 못합니다. 정말 못해요. 촬영 때 계속 NG를 냈습니다. 카메라 렌즈가 너무 컸거든요. 그런 대사를 입으로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요.(웃음)
Q.그럼 그 장면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A.다른 소방관을 데려와야 하나 싶을 때, 박중우 감독님이 먼저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서준, 아니, 나 진 배우와 김주경 배우, 김한석 배우가 열심히 대피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었죠.
그 영상을 보고 있으니, 이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까지 화재 현장에서 저희 소방관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촬영이 아니라, 진짜 출동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그 이후로 카메라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생각보다 멋진 영상이 나와서 기뻤습니다.>
[(단독)플러스+, 소방청 영상 ‘한 걸음’에 관심 보여!]
-플러스ㅋㅋ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진짴ㅋㅋ 방송한 지 이제 14시간 지난 것 같은데ㅋㅋ
=근데 단편 재난 영화라고 할 정도긴 했어.
=22 오늘 MBS만 기다리고 있다
[제목: 이서준, 나 진으로 오디션 신청한 거 웃김ㅎ]
본캐인 ‘이서준’은 (쉐도우맨123), 악령, 내의원, 오버 더 레인보우, WTV 영화제,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KBC 신인상 수상) → 화려
부캐인 ‘나 진’은 (어린이 연극 ‘봄’) → 소박
한눈에 봐도 경력 차이 어마어마하고. 진짜 다른 배우라면 출연료 차이도 큼. 그래서 나 진으로 신청했나 봄
-본캐가 이미 만렙이라 부캐도 좀 키우고 싶었나ㅋㅋ
-이서준은 이미 넘사벽이고, 부캐인 나 진은 평범한 아역 배우 같은 경험을 쌓고 있는데…… 그게 ‘어린이 연극, 봄’.
=플러스 댓글 수만 봐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데?ㅋㅋ
=그러게ㅎㅎ 벌써 몇십 번 봤다는 부모님들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음
-근데 왜 나 진으로 했지? 재능기부도 있는데…….
=한 번 하면 여기저기서 재능 기부해 달라고 하니까. 나 공무원인데, 지금 그럼ㅎ
=22 동물관련 협회인데, 코코아엔터에 서류 엄청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음ㅠ
=333 이서준이 어디 재능 기부하면 여기저기서 막 달려들 것 같음. 쟤네는 해줬는데 나는 왜 안 해주냐고. 코코아엔터에서 막을 테지만, 그래도 시끄러울 듯. ‘나 진’으로 출연료 받게 되면, 그 적은 돈도 아까워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1차 거름망이 되는 거지.
=헐.
-게다가 이서준이 재능 기부하면, 다른 아역 배우들이 힘들 것 같음.
=왜?
=그 대단한 이서준도 재능 기부하는데, 네가 돈 받고 하냐는 말 백퍼 나올 듯.
=……ㅇㅈ
=사탄도 울고 갈 것 같은 지독함ㅠ
* * *
“……박중우요?”
“그래! 한 걸음 찍은 감독이 박중우더라!”
영화제작사, ‘추계’가 뒤집혔다. 시나리오를 뺏기고 쫓겨난 박중우 감독이 어마어마한 대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설마요…….”
그 일의 1부터 10까지 모두 계획한, 사장의 조카가 새하얀 안색으로 사장이 던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한 걸음이라면 이틀 전 KBC에 방송되고 어제 MBS에 방송했는데도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은, 배우 이서준이 나온 공익 영상이었다.
‘그걸 영화제 입상만 겨우 몇 번 한 박중우가 찍었다고?’
그 영화제 입상 경력도 없는, 사장의 조카가 휴대폰을 보았다.
[‘한 걸음’의 감독, 박중우와의 인터뷰!]
[‘한 걸음’의 조감독, 김수한과의 인터뷰!]
사장이 소리를 질렀다.
“그 기사 나오고 나서 투자자들한테서 얼마나 전화가 오는 줄 알아!? 박중우 감독이 아니라면 돈 빼겠다더라! 젠장! 시나리오 넘길 때는 조용하던 놈들이…….”
“사…… 삼촌…….”
버럭버럭 화를 내는 사장의 모습에 조카가 뒷걸음질 쳤다.
“가서 무릎을 꿇든, 빌든, 뭘 해서라도 박중우 데려와! 당장!”
허겁지겁 사장실을 나가는 조카의 뒷모습을 보던 사장이 화를 주체할 수가 없어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박중우만 있으면, 투자는 물론이고 홍보까지 알아서 될 텐데…… 어쩌면 이서준까지…….’
어마어마한 수익이 한순간 날아간 것 같아 눈앞이 깜깜해졌다. 박중우를 쫓아낼 계획을 흔쾌하게 승낙한 게 자신이란 건 까맣게 잊은 사장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사장실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조카는 손을 덜덜 떨며 박중우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박중우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 * *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저도요. 이 정도로 성공하면 한 이틀은 술 마시면서 신나게 자랑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각자의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은 박중우와 김수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키보드 위를 떠나지 않았다.
이서준의 연기는 두 감독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두 사람은 그 영감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잠시 뻐근한 어깨에 스트레칭을 하던 김수한이 입을 열었다.
“형. 추계 시나리오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별로인 것 같아. 처음부터 내가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박중우의 말에 김수한이 웃었다. 진짜로 훌훌 털어버린 듯한 박중우의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술 먹으면서 한탄하고 있던 박중우와 김수한이었는데, 지금은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추계를 용서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앞으로 평생 추계와 일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추계에 대한 일은 전부 말끔하게 털어낸 박중우와 김수한은 다시 자신의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아마도 이번의 화제성으로 인해 다음 작품의 투자는 넉넉할 터였다. 이서준과 촬영했던 감독이니, 배우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시간도, 돈도, 배우도 있다.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내줄 테니, 홍보도 잘 될 것이었다.
‘그 이후엔 감독의 실력에 달렸지.’
가장 큰 기회이면서 가장 큰 위기였다.
박중우와 김수한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조용한 작업실에 키보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나 진의 공익 광고가 나간 지 일주일이 흘렀다.
조용한 듯 보이는 세상이었지만, 조금씩 무언가 변하고 있었다.
[(단독)소방서 장난전화 뚝 끊겨!]
<소방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장난전화다. 신고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기 때문에 소방서로서는 모든 신고에 출동할 수밖에 없다. 장난 전화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과 인력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하루에도 몇 건씩 멈추지 않던 장난전화가 일주일부터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중략)……소방청 공익 광고의 영향이 크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짜?
-ㅇㅇ 나 현직인뎅 장난전화 안 옴
=22 장난 전화도 안오고 자잘한 신고도 별로 안 들어옴.
-근데 이게 나 진 광고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는 감. 장난전화 때문에 애들 힘들어하는 걸 그대로 봤는데…… 양심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인간이 있겠음?
-제발 오래갔으면 좋겠다.
[제목: 나 진의 공익광고로 변한 거, 적어보자!]
일단 나!
나 피시방 알바하는데 비상구에 짐 다 치움ㅋ 매번 왔다갔다 할 때마다 저렇게 둬도 되나 싶었는데, 한 걸음 나온 다음 날, 사장님이 다 치웠다.
(앞이 텅 빈 비상구 사진)
비상구 표시도 크게 해놨다. 비상벨 누르는 곳도 아주 크게 표시해 놨음ㅋ
-울 회사 스프링클러 점검함.
-알바하는 곳 소화기 샀어ㅎ 여러 대ㅎ
-사이렌 들리면 바로 차 비켜줌
-일단 들어가면 비상구부터 봄. 여긴 막혔나, 열리나 하고
=22비상구 막힌 곳은 꼭 가야 하는 거 아니면 꺼려짐ㅎ
-처음 보는 곳 가면 탈출 경로 생각하고 있엌ㅋㅋ
=나도. 불나면 이쪽으로 가야짘ㅋ 이걸로 입 막아야짘ㅋ A루트부터 D루트까지 짜고 있음ㅋㅋ
-휴대폰이 많이 팔리고 있음
=???
=애들용 휴대폰이 많이 팔리고 있음. 119 112 긴급전화 빨리 되는 제품으로ㅎ
=ㅋㅋㅋㅋ저번 TVM ‘한 걸음’ 뒤에는 아예 휴대폰 광고를 넣었던뎋ㅎ 신고하면 위치까지 알려주는 긴급전화ㅎㅎ
=원래 있던 제품인데,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았음. 이제야 팔리기 시작ㅎ
=일요일에 첫 방송 나왔으니, 수요일 저녁이면 월화 이틀, 수요일 오전 갈아서 만든 거야? 직원들에게 위로를…….
“감사합니다…….”
댓글을 읽어 내려가던 김지현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지현의 주위로 축 늘어져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휴대폰 광고를 제작한 곳이 바로 여기, 광고제작사 ‘구름’이었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으응?”
함께 축 늘어져 있던 팀장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우리 회사 이름은 그냥 구른다의 구름이에요. 사람을 굴리면 다 되는 줄 아는 곳이죠.”
“……돈을 많이 준다니까 거절할 수가 없었어.”
“예에. 이해합니다아.”
전혀 이해 못 한다는 목소리였다. 그게 내 돈도 아니고.
기획팀장이 웃었다.
“보너스 나온대.”
“와아아아!!”
내 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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