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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34화 (13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34화

“그럼, 준의 수상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나라 이모가 해냈다. 정말로 쉐도우맨 스태프들과 오버 더 레인보우의 스태프들, 배우들과 감독, 킹즈 에이전시와 관계자들을 모아 커다란 파티를 열었다.

들어가는 작품에 따라,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다들 금세 친해졌다.

“그럼 이번엔, 사라 로트 감독님과 라이언 윌 감독님을 위해 건배!”

건배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즐겁게 와인을 마시던 사람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주당들만이 한 테이블에 모여서, 열심히 이유를 만들어가며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그 중심이 되는 곳에 나라 이모와 그린윙, 와이엇 카터가 있었다.

호쾌하게 술을 들이켜는 주당들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긴 술 지옥이었다. 가까이 가면 큰일이었다. 다들 그 테이블을 경계하며 물러섰다.

술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반대편에 모였다. 서준과 캐서린, 폴은 그곳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캐서린과 폴은 리첼 힐에게 연신 질문을 하고 있었다. 리첼도 즐겁게 대답해 줬다.

“그래서 준의 분위기가 딱 변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준은 그때부터 연기를 잘했나 보네요!”

“멋지다!”

함께 듣고 있던 서준은, 점점 길어지는 자신의 이야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역시 제일 처음은 윌리엄 연기지.”

“맞아요! 저도 엄청 울었어요!”

친구들과 리첼 힐의 목소리를 한쪽 귀로 흘리며, 서준은 의자에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파티를 즐겼다.

서준의 손에는 다호 형이 쥐여준 오렌지 주스와 엄마 아빠가 준 쿠키가 있었다.

‘대단하네. 다호 형도. 엄마 아빠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서준을 가끔 보는 게 느껴졌다. 다호 형과 엄마 아빠의 시선 아래에 서준이 쿠키를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어.’

서준이 눈을 반짝였다. 서준의 입맛을 잘 알고 있는 엄마 아빠가 골라준 만큼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잭에게 보내줘야겠다. 단 음식을 여전히 좋아하는 잭 스미스에게 딱 알맞은 쿠키였다.

“수상 축하한다. 준.”

“고마워요. 에반.”

에반 블록이 서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셈블2 촬영은 전부 끝났어요?”

“작년에 끝났지. 지금 CG 작업도 끝나가는 중일 거야.”

“그렇구나. 개봉 날짜는 정해졌어요?”

“3월 말이나, 4월 초쯤? 5월은 아닐 것 같더라.”

“몇 달 안 남았네요.”

“이제 홍보 활동 다녀야 하는데, 비행기 타기가 무섭네.”

전 세계 개봉인 만큼 홍보할 나라도 많았다. 이리저리 이동할 시간, 나라 사이의 시차, 생각만 해도 지쳤다. 에반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에도 와요?”

“그래. 맛있는 음식점 알면 소개 좀 해줘.”

“네. 도착하면 연락해 주세요.”

서준과 에반 블록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캐서린과 폴이 서준을 불렀다.

“준! 저기서 게임한대!”

“좋아. 갈게!”

“나도 할까.”

쿠키를 다 먹은 서준도, 시끌벅적한 파티를 구경하던 에반 블록도 게임에 참가했다. 여러 가지 재밌는 게임에 다양한 벌칙,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유쾌한 나라 킴의 파티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다음 날, 파티 손님이었던 안다호와 킹즈 에이전시는 업무에 돌입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인터뷰, 방송 섭외에 다들 옥석을 가려내기 바빴다.

“거긴 진행자가 별로예요.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거든요.”

“여기도 사진사의 주관이 강하다고 소문났습니다. 자기 맘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찍는답니다.”

킹즈 에이전시는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안다호는 그렇게 가려진 섭외 목록을 들고 서준에게 향했다. 섭외 목록을 살펴본 서준은 안다호와 함께, 나라와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출연할 프로그램을 골랐다.

“그럼 이렇게 할게.”

“네!”

닷새 동안, 3건의 인터뷰와 1번의 토크쇼를 끝낸 서준은 엄마 아빠, 다호 형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행 비행기였다.

* * *

서준이 미국에서 지내는 사이 한국은 ‘이서준 없는 이서준 수상 축하 행사’로 들끓고 있었다.

검색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도, 연예 파트와 다른 파트의 기사들도, 가게 앞 플래카드도 모두 ‘이서준’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이서준과 동명이인을 찾습니다! 30% 할인!]

[이서준과 동갑(만 12세), 장난감 할인!]

[수능 표 지참! 고3 이서준을 찾습니다! 총 70% 할인!]

그뿐만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도 시상식 이후 황금시간대에 이서준에 대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었다.

[KBC, 이서준 배우 특집, 내의원 재방송 결정!]

[MBS, 골든글로브 시상식, 재방송!]

[WNET, 48시간 재방송 결정!]

[OCM, 아카데미 시상식 재방송!]

-와. 방송국들 짰나? 시간이 다 달라.

-ㅎㅎ겹치면 시청자들이 흩어지니까. 최대한 시청률 높이려면 적당히 나눠야지.

=[이서준 방송 순서] 시간표 만들어왔음!

=ㄱㅅㄱㅅ 지금은…… 내의원 할 시간이네!

-양으로 봐서는 내의원이 가장 많이 나올 것 같긴 한데, 신선도로 따지면 골든글로브랑 아카데미지.

-하긴. 다시 봐도 재미있긴 한데, 내의원은 많이 봤으니까(열 번 넘은 듯ㅎ)

=대사 다 외울 지경ㅋㅋ

-골든글로브, 서준이 움찔대는 거 너무 귀여워. 아카데미 시상식, 서준이 눈 빨개진 것도 귀여워!

=2222 시상식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어ㅋㅋ

-두 시상식 다, 서준이 위주로 편집돼서 방송하는 게 너무 좋닿ㅎㅎ 봐도 봐도 귀여운 게 너무 많음ㅎ

-무지개 아역 배우들 손 꼭 잡고 있는 거 너무 좋아ㅠ

-거기에 비례해서 광고도 많다는 게 흠.

-(속보)내의원 5화 방송 중! 이제 대군마마 나옴!

=보러 간다!

시청률은 시청률대로, 광고료는 광고료대로 빨아들이며 여러 방송국이 한참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홀로 조용한 방송국이 하나 있었다.

SBC였다. 이서준과 관련해서 내보낼 영상이 ‘WTV 영화제 수상 인터뷰’뿐인 SBC는 눈물을 흘리며, 축제를 즐기는 다른 방송국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서준이 귀국했다.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코코아엔터와 공항 측에서 미리 준비한 덕분에, 서준은 펜스 너머에서 사람들에게 짧은 인사를 전하고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꽃향기도 도움이 됐지만 말이야.’

서준은 공항 내부를 꽃향기로 가득 채운 능력의 무늬가 새겨진 손목을 매만졌다.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더라.”

“나도. 뒷문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말이야.”

부부의 말에 서준도, 안다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대를 잡은 서은찬이 웃으며 말했다.

“시상식 끝나자마자 귀국했으면, 흥분한 사람들이 많아서 난리가 났을걸? 요 5일 동안 진짜 장난 아니었어. 여기저기 할인 행사하지, 텔레비전에는 서준이가 출연한 영화랑 드라마가 나오지, 시상식 장면도 몇 번이나 나왔는지 알아? 회사로 전화도 엄청 왔어. 팬들도 많이 왔고.”

코코아엔터 직원들도, 서은찬도 고생했다. 다들 서은찬이 약속한 보너스와 휴가가 아니었다면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을 터였다.

서은찬이 말을 이었다.

“기쁜 것도 한두 번이지, 그렇게 계속 내보내면 다들 무뎌지거든.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조금씩 진정하고 있어. 공항까지 나온다던 사람들도 하나둘 진정하면서 진짜 나온다는 사람들도 적어졌고.”

“그래?”

“그것도 서준이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이 들어가면 또 불타오르겠지만, 며칠 전만큼 심하진 않을 거야.”

서은찬이 울상을 지었다.

“그래야 해. 너무 힘들어.”

서은찬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인 최초, 최연소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슈퍼스타 이서준, 귀국!]

[배우 이서준, 귀국! 환영인파로 가득 차!]

[짧은 소감 후, 자리를 뜨는 배우 이서준!]

[배우 이서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상 받았어요!” 오스카 트로피를 흔드는 배우 이서준!]

-이서준 수식어 너무 길어ㅋㅋ

=뭐 하나 뺄 게 없음ㅎ

-우리 딸 같음ㅋㅋ 엄마 나 상 받았어어!!!

=222 서준이 귀여워!!

귀국하고 이틀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쉰 서준은 겨울방학을 즐기기로 했다.

“수빈아! 은수야!”

“서주니 형아!”

“아앙!”

“귀여워!”

희상이 삼촌은 내버려두고 달려오는 수빈이도, 찬이 삼촌의 손을 잡고 열심히 걸어오는 은수도 너무 귀여웠다.

서준이 얼른 달려가 수빈을 안아 들었다. 수빈도 오랜만에 만나는 형이 너무 좋아 꺄악꺄악 소리를 질렀다. 은수도 아빠 손을 잡고 열심히 걸었다. 속도가 느렸지만, 열심히 뒤뚱뒤뚱 걸었다.

“아부!”

“우리 은수도 왔네!”

서준이 헤헤 웃으며 은수와 수빈을 꼬옥 껴안았다. 따끈따끈한 아기들의 체온에 실실 웃음이 나왔다. 내 동생들 너무 귀여워! 짱 귀여워!

“오늘은 리치왕이랑 놀까? 트윈 헤드 오우거랑 놀까?”

“리치왕 좋아!”

“이잉!”

“역시 둘 다 리치왕이 좋구나!”

서준이 해골 인형을 건네자 수빈과 은수의 눈이 반짝였다. 하나 가지고는 싸울 테니, 김희상이 얼른 가방에서 해골 인형을 꺼내 서준에게 주었다. 서준이 두 개의 리치 인형을 수빈이와 은수에게 건네주었다.

“좋아!”

“아부!”

리치왕 인형을 꼬옥 껴안는 아이들의 모습에, 옛날 서준의 모습이 떠오른 서은찬과 김희상, 이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SBC?”

“응.”

수빈과 은수와 실컷 놀아준 서준이 서은찬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체력만땅인 두 아이는 제일 좋아하는 형, 오빠와 열심히 놀다가, 먼저 지쳐 곯아떨어졌다. 잠든 후에도 헤헤 웃고 있는 두 아이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서준이 웃으면서 수빈과 은수에게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민준과 김희상이 회사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서준도 서은찬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쪽에서 엄청 부탁하더라. 다들 서준이 특집이라고 뭘 내보냈는데 SBC만 없다더라고.”

서은찬의 말에 서준이 눈을 깜빡였다. 서은찬이 자세히 설명했다.

“시상식 끝나고, KBC는 내의원, MBS는 골든글로브, OCM은 아카데미랑 서준이가 나온 영화, WNET은 48시간을 방송했거든. MBS는 애매하긴 한데,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다들 광고도 엄청 붙었다고 하더라. SBC만 빼고.”

모두 축제였다.

그리고 그게 앞으로 한두 번이 아닐 거라는 걸 SBC는 직감했다.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을 어지간히도 우려먹는 WNET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설마, ‘48시간’을 10년이 지났어도 방송할 줄은 WNET도 몰랐을 터였다.

배우 이서준이 크면 클수록 과거의 자료는 재산이 된다. 다른 방송국보다 많이 확보하거나, 적어도 비슷하게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압박할 수도 없었다. 배우 이서준이 SBC를 보이콧한다면 이서준의 출연으로 보장된 시청률, 광고, 뒤따르는 수익들이 전부 날아가 버릴 테니까.

이서준은 이제 겨우 13살이었다. 그 보이콧이 십 년이 될지, 이십 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 상상만으로 아득해져, SBC는 최대한 좋은 조건을 건네며 답변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계획은 예능 방송을 하나 나가고, 나머진 인터뷰만 하는 건데 말이야. 좀처럼 정해지지 않아서 말이야.”

WTV 영화제 때의 인터뷰야 지상파 삼사를 모두 했고, 이번 시상식 인터뷰는 서준이 미국에 있을 때부터 코코아엔터에서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었다.

방송국 모두 짧은 인터뷰보다야 좀 더, 긴 방송을 원했기 때문에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SBC가 조건이 가장 좋아.”

“예능이라…….”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아빠랑도 보고, 친구들과도 재미있는 예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딱히 꺼리는 건 아니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어떤 방송인지 잘 골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따로 정해진 건 없어?”

서은찬이 종이 한 장을 서준에게 건넸다.

“2팀 직원들이 서준이가 나갈 만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골랐어. 여기서 서준이가 나가고 싶은 걸 골라도 되고, 이거 말고 다른 게 있으면 그걸 나가도 돼. 서준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언제나 그렇듯 서은찬은 서준의 편이었다.

“으흠. 뭐가 좋을까? 영화나 드라마면 내가 좋아하는 걸 딱, 고르면 되는데, 예능이라…… 어렵네!”

서준이 목록을 읽어내려갔다. SBC는 물론이고 다른 방송국,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까지 있었다.

‘이건 본 적 있어. 재밌었는데……. 이건 재미없어. 이건 재미있고, 이것도 괜찮아.’

금세 결정하는 대본이나 시놉시스와는 달리 서준은 고민에 빠졌다. 예능이라는 게 한 화가 재미있으면 다음 화가 재미없을 수도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끄응. 열심히 목록을 읽던 서준이 고개를 들어 서은찬을 보았다.

“삼촌. 다 좋아 보이는데?”

“꼭 SBC가 아니라도 괜찮아.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도 천천히 생각해 봐.”

초조하게 서준과 코코아엔터의 답변만을 기다리는 SBC가 들었다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질 만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서은찬이었다.

“응. 알았어!”

서은찬의 말에 서준이 다시 목록을 천천히 읽었다. 고민하는 서준의 모습에, 서은찬은 서준이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다 싶었다.

하지만 결정은 생각보다 빨리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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