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24화 (12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24화

체코, 프라하로 떠난다는 말로 영화객의 너튜브 라이브가 끝났다.

영화객이 공항에서 급히 편집한 영상 너튜브에 업로드되었고 조회 수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외국어 자막이 달리고, 오버 더 레인보우를 본 관객들은 영화객의 영상을 보면서, 영화관에서 가지고 온 새까만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그 한 줄의 문장에서 묵직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이 뒤집혔다.

1. 너튜버 영화객 월드 투어

2. 그레이 바이니 월드 투어

3. 오버 더 레인보우 기념 티켓

4. 기념 티켓 교환

5. 레인보우 나라별 날짜.

…….

가장 먼저 월드 투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만큼 너튜버 영화객의 이름이 가장 먼저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 실검 1위인 만큼 당연히 기사도 떴다.

[너튜버 영화객, 그레이 바이니의 월드 투어를 쫓다!]

[나라별로 다른 연주회 날짜! 한국은 1월부터 3월까지!]

[오버 더 레인보우 기념 티켓, 나라별 날짜를 알아보자!]

[SNS에 올라온 티켓 교환! 직접 갈 수 없으니 교환하자!]

[11명의 외국인과 나! 그레이 바이니 모임 결성 성행!]

-워…… 역시 마린사 마켓팅…… 천재…….

-근데 1월부터 12월까지 있으면 짜릿할 것 같음ㅋ

-엄마 아빠랑 같이 가서 영화 표만 달라고 해야겠다ㅎㅎ 전부 내 이름으로 만들어야지

-영화객 말고도 다른 너튜버들도 가더라.

-ㅇㅇ 미국은 땅이 커서 주마다 날짜가 다르던데. 미국 여행하던 사람은 그렇게 돌아다니는 듯.

-외국 사람들도 많이 시작했어. 유럽 쪽도 나라 간 이동이 쉬워서 엄청 다닐 듯.

-SNS에도 글 많이 올라옴ㅋ 특히 이서준 팬카페는 난리ㅋㅋ

=ㅇㅇ 거긴 외국 이서준 팬카페랑 연결해서 단체로 하는가 보던데?

=벌써 1차 완료. 2차 접수 중.

=이제 겨우 2일째인데??? 거기도 추진력 대단하구나.

-레인보우 투어하겠다는 사람 중에 한국 오겠다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음

=???왜?

=이서준이 한국인인 데다가 그레이도 한국인 혼혈이라서.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 LA랑 한국 서울은 꼭 투어로 가겠다는 사람이 많음

=나도 가고 싶음 LA. LA라고 적힌 티켓 갖고 싶다!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오브 더 레인보우에 숨겨진 이야기!]

[그냥 기념 티켓이 아니다. 세 아이의 꿈이었던 월드 투어 독주회의 티켓!]

[웨일 스튜디오, 제2의 그레이를 위해 기념 티켓 수익, 전액 기부 예정!]

-마케팅 참 잘해요. 마린사가.

=웨일 스튜디오 작품 아님?

=거기가 마린 자회사ㅎ

-처음에도 엉엉 울면서 봤는데 영화객 영상보고 영화 보다가 대성통곡함. 마지막에 그레이랑 눈 마주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 날 보면서 하는 이야기였음.

=나도. 그레이가 너무 대견하고, 잘 커줘서 고맙고. 하지도 않은 후원한 느낌. 너무 좋아서 기념 티켓 액자에 보관 중ㅎ

오버 더 레인보우의 숨겨진 이야기가 뜨고, 이틀이 지났다.

이미연과 박성아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객, 체코 도착해서 영화 보고 바로 독일로 갔다더라.”

“관광지는 안 보고?”

“응. 핼러윈 축제까지 프랑스 오르체 시까지 가려면 빠듯하대. 돈만 내고 영화를 안 보는 것도 안 된다고 다 본대.”

“대단하다. 아, 오늘 자정에 음원 공개되지?”

“응. 그거 기다리기 힘들어서 한 번 더 왔잖아. 오버 더 레인보우랑 그레이 곡 너무 좋더라. 계속 생각나.”

“아, 기념 티켓 살 거야?”

“음. 어차피 영화 보는 거 다른 날짜로 살까 생각 중이야.”

이미연과 박성아가 기념 티켓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익숙하게 파인패드에 이름을 적는 사람도 있었고, 처음인 듯 직원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많이 사네.”

“그러게. 저쪽도 장난 아니야.”

이미연과 박성아가 시선을 돌렸다. 하나도 나가지 않던 검은색 포스터는 어느새 직원들이 티켓을 확인하면서 한 장씩 나눠주고 있었다.

“한 장 더 주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재고가 별로 없어서 한 분당 한 장씩만 드리고 있습니다.”

이미연과 박성아는 기념 티켓을 사서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기념 티켓을 보던 박성아가 입을 열었다.

“왠지 처음 봤을 때랑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

“그러게. 진짜 그레이에게 초대받은 느낌이야.”

삐-삐- 알람 소리가 들렸다. 해석을 듣고 들으니 정말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 같았다.

그레이 바이니의 자기소개 같은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계기, 배움, 위기, 그리고 펀딩까지.

후원하겠다는 댓글들과 함께,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엄청난 부자부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사람들까지. 겨우 몇 센트부터 몇십 달러까지.

어디에서나 볼 법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미연과 다르지 않았다.

거칠게 연주하는 그레이 바이니의 모습이 보이고, 곧 환한 무대가 나타났다.

여전히 찬란하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였다.

그 순간, 이미연은 알아차렸다. 자신의 이름이 박힌 기념 티켓의 영향인지, 영상 속 관객들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했던 감사의 선율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임을.

그 파도 같은 감정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언제, 누구에게 이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받아본 적이 있을까.

인사를 하는 그레이 바이니의 모습에 영상 속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미연도, 박성아도 영화를 보던 관람객들도 박수를 보냈다. 싱어롱 상영관 같은 신남은 없었지만, 감동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 흘렀다.

[오버 더 레인보우가 세상을 바꾸었다! 쏟아지는 후원 문의!]

[제2의 그레이가 나타날 수 있을까?]

[꿈을 꾸는 아이들. 응원하는 사람들.]

[잠시 후, 오전 5시. 오버 더 레인보우 전 곡 음원 공개!]

-두 번째로 보니까 느낌이 다름. 진짜 그레이 바이니라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더라.

-확실히 마지막 장면이랑 앞 장면들이랑 화면 색이 살짝 다름.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나오는 길에 후원하고 왔다. 그 애도 잘 자라줬으면 함.

=ㅎ나도. 후원 사이트 들어가 봄

=3333

-음원 공개!! 잠도 안 자고 기다렸다!!

=일찍 일어나면 되잖음?

=……밤새는 게 더 쉬워.

-바로 산다! 또 듣고 싶어서 영화를 봤다!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좀 더 편하게 들었으면ㅋ

오전 5시.

누군가는 아직 꿈속에 빠져 있고, 누군가는 깨어 있을 시간. 인터넷은 새벽 시간답지 않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최초! 바이올린 연주곡 음원 차트 점령!]

[그레이 바이니! 전 세계 음악 차트 점령!]

[빌보드 클래식 1위! 오버 더 레인보우!]

[오버 더 레인보우, 버전 두 가지로 공개!]

<지난 18일, 오버 더 레인보우의 연주가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되었다.

1. [오버 더 레인보우 ver.버스킹]

가르치는 사람 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그레이 바이니의 천재성과 날카롭지만 짜릿한 감정이 그대로 흘러나오는 연주다. 장면 전환을 위해 잦아들었던 영화 속 연주와는 달리, 끝부분의 연주가 무서울 정도로 폭발한다.

2. [오버 더 레인보우 ver.독주회]

이 곡에서 그레이 바이니는 멋진 스승을 만나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 같은 연주를 보여준다. 그 생생함과 잘 다듬어진 연주는 마치, 작곡가 벤자민 모튼의 제자, 제이슨 무어의 연주를 닮은 듯하다.

이 두 곡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천재의 연주와 좋은 스승에게 배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연주를 배우 이서준(12)이 직접 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하다.>

-버스킹 버전…… 최고…….(다잉메시지)

-처음 들었을 때, 기절할 뻔ㅋㅋ 영화에서처럼 아련하게 끝날 줄 알았더니, 갑자기 폭발ㅋㅋ

-ㅇㅇ 무대 위 연주가 얼마나 다듬어진지 알겠다ㅋㅋ 독주회 버전도 감정에 휩쓸릴 것 같은데 날것 그대로의 천재적 감성이 이거구나 싶었음. 정말로 악마적 재능!

-아, 악마적 재능. 생각난다. 다들 자기 나라 사람이라고 우기던 그 아이가 우리나라 사람인 데다가 본업이 배우야ㅋㅋ

-마지막 말 진심 동의. 진짜 경이로움. 대단.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이서준 너무 아깝지만, 내의원 덕후로서 이서준 너무 좋음ㅋ 이제 그레이 팬임. 진심 다음 앨범 내줬으면.

=222 취미 삼아 해줬으면ㅋㅋ

-……근데 이건 뭐냐?

=뭐가?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1 작곡가 : 서준 리]

=????

코코아엔터 홍보실에 전화벨이 울려댔다. 서준을 섭외하고 싶다는 방송국들과 인터뷰하고 싶다던 기자들의 전화를 겨우 한 시간 전에 모두 거절했던 직원들은 진심으로 기도했다.

“올해가 빨리 끝났으면…….”

“어쩐지 올해는 내내 이렇게 전화만 받을 것 같네요.”

“서준이가 활동하면 회사가 뒤집히는 느낌이랄까……. 일단, 전화부터 받죠.”

“네.”

에구. 한숨을 쉬며 직원들이 전화를 받았다.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1, 배우 이서준 작곡!]

[배우 이서준, 작년부터 작곡했다!]

[오로지 이서준의 실력으로 만들어낸 연주곡!]

[사라 로트 감독, 곡이 마음에 들어 엔딩크레딧에 추가!]

-서준이는 재능 만렙이네. 나한테 줄 재능까지 싹 끌어모아서 이서준 줬나 봄.

=??? : 너한테 재능이 어딨어?

=뼈 때리지 마라ㅠ

-근데 이렇게 금방 믿음? 누가 도와줬을 수도 있잖음.

=지금까지 이서준의 행보를 보면 믿게 됨.

=솔직히 월드스타 이서준이 작곡했다고 거짓말할 이유도 없잖아. 더 유명해질 것도 없는데. 괜히 이런 댓글만 생기고.

=ㅇㅈ

* * *

영화객을 비춘 카메라가 흔들렸다. 길고 긴 줄이 끝났다. 영화객이 활짝 웃으며 판매대 앞에 섰다. 익숙하게 파인패드를 조작하고, 기념 티켓이 만들어졌다.

“드디어 8월 티켓을 삽니다! 이제 프랑스 오르체 시에서 11월 티켓을 사고, 미국 LA에서 12월 티켓을 사면 끝입니다!”

-오. 이거 용볼 모으는 것 같음ㅋㅋ

-12달×12나라ㅋㅋ 엄청 힘들겠다.

-이런 도전 좋음ㅋㅋ

-영화는 어땠어요?

“노래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더빙밖에 자리가 없어서 더빙을 봤는데.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프랑스에서는 자막으로 봐야겠습니다.”

-지금 바로 프랑스로 출발?

“네. 지금 가야, 핼러윈 축제에도 참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힘내세요!

-잘 보고 있어요!

* * *

[제목 : 프랑스 오르체 시 여행 중!]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벌써 10월 31일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가 벌써 2주나 지났네요. 다행히 이제 곧 이 여행도 끝이 납니다!”

-고생했어요.

-진짜 영화 보고 이동하고, 날짜 계산하고ㅋㅋ 바빴어ㅋㅋ

-너는 할로윈 축제에 참여하니?

-??? 아, 번역기……ㅋ 영화객 님 시청자 글로벌해졌네요.

“네. 참여합니다. 몬스터사도 참여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품절된 상품이 있으면 사려고요.”

-진심 부럽!

-여기 다 팔림ㅠ

-본사가 있는 한국인데 살 수가 왜 없어! 내 돈 가져가!

-나도 사고 싶습니다. :(

“일단, 기업 부스 존을 찾아야겠네요. 그쪽에 몬스터사 부스가 있답니다.”

-방금 들어왔는데, 그 머리띠는 뭐임?

-한국인이라고 줬어ㅋㅋ 이서준이 늑대인간 분장해서ㅋㅋ

-여기저기서 한국인이라고 서비스 받음ㅋ

늑대 귀 머리띠를 쓴 영화객이 팸플릿 지도를 보며 움직였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다행히 두 사람 다 넘어지지는 않았다.

영화객의 카메라는 어느새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미안! 어디 안 다쳤어?”

“괜찮아요. 저도 휴대폰 보고 있었거든요.”

-운명적인 만남! ……이라고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남자…….

-ㅋㅋ 어린애인 것 같음

-여기, 안 보인다!

-프랑스 하늘 참 예쁘네. 방송 중에 하늘 보는 건 처음인 듯

-사람이 많아서 조심해야 할 것 같음.

“어디 찾으세요?”

“아, 응. 여기 기업 부스 존이 어딘지 아니?”

-누가 해석 좀.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영화객 님. 영어 참 잘함. 영화로 배웠다고 공부한 방법 방송해 줬는데 난 못 하겠음ㅋ 그냥 자막으로 볼래.

-아직도 밤하늘?

-별이나 세죠.

-그럼 난 오른쪽부터.

-OK 난 왼쪽.

“이쪽이에요.”

“어. 방향만 가르쳐 줘도 되는데.”

“괜찮아요. 내 친구랑 아는 사이 같고.”

휴대폰을 열심히 두드리던 늑대 귀 머리띠를 쓴 남자아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영화객이 고개를 갸웃했다.

“친구?”

의문을 해결할 시간도 없이 아이의 안내로 도착한 기업 부스 존을 바라본 영화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이가 말했다.

“몬스터사 물건 사시려면 빨리 가야 할 거예요. 저긴 축제 시작하고 한 시간도 안 돼서 품절되거든요.”

“어, 어! 고맙다!”

줄곧 하늘만 바라보던 카메라를 제대로 든 영화객이 헐레벌떡 뛰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찰리가 휴대폰을 두드렸다.

<안내해 줬어. 휴대폰으로 찍고 있던데 너튜버야?

>준 : ㅇㅇ, 나도 지금 보고 있어. 작년엔 같이 미라 했는데 올해는 뭐야?

<너도 안 오고 다른 거 준비하기 귀찮아서 늑대 귀 머리띠만 했어ㅋㅋ 아, 영화 재미있더라. 바이올린 잘 켜던데?

>준 : 감사ㅋ

영화객의 방송을 보고 있던 서준이 웃으며 찰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화면이 돌아가 있었다고요?”

스마트폰 속 영화객이 화들짝 놀라 채팅창을 보고 있었다. 몬스터사 부스에 길게 늘어선 줄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ㅇㅇ그래서 별 세고 있었음. 잘 보이던데ㅎ

-아쉽. 40개 셌는데.

-저는 34개요.

“아하하하.”

채팅창을 본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