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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23화 (12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23화

오버 더 레인보우 개봉 날 밤, 영화 리뷰 너튜버, 영화객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제목 : (스포)오버 더 레인보우 리뷰 방송입니다.]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영하!(영화객 하이라는 뜻!)

-안녕하세요!

-??? 오늘 개봉했는데 지금 리뷰 방송??

“네. 다들 잘 시간인데, 보통 시청자분들이 다 볼 수 있게 텀을 두고 방송하는데, 이번 영화는 시간이 급해서 일찍 왔습니다!”

-ㅎ시사회 낙첨?

-시사회 본 분들이 다 후기를 올리기 시작해서 시사회에 봤으면 이렇게 급하게 하지는 않았을 듯ㅋ

-영화객 님 시사회 당첨된 적이 있긴 해요?

-ㄴㄴ 영화객 님 정도면 초대권이 오지만 그거 아니면 한 번도 못 가봤을걸요.

“다들 너무 잘 알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영화객이 어색하게 웃었다.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똥손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제목처럼-”

-오버 더 레인보우!

-무지개!

-ㅠㅠ

화면 가득히 오버 더 레인보우의 포스터가 떴다. 이서준, 캐서린 밀러, 폴 오든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네. 오버 더 레인보우입니다. 크. 포스터만 봐도 행복해지네요.”

-자동재생, 오버 더 레인보우ㅋ

-1파트 재생ㅋ

“지금 라이브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은 모두 오버 더 레인보우를 본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스포일러 가득한 방송입니다! 안 보신 분은 닫기 버튼을 꾹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시청자를 내쫓는 너튜버가 있다? 없다?

-ㅋㅋ 숫자 안 빠지는 거 보면ㅋㅋ 다들 보고 온 듯

-하긴 오늘 관람객 수만 봐도ㅋ

전 세계 개봉 후 겨우, 몇 시간. 그런데도 전 세계 인터넷은 지금 오버 더 레인보우로 들끓고 있었다.

언제 음악 영화가 이렇게 화제가 되고 흥행이 됐을까. 어쩐지 벌써 웨일 스튜디오의 환호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네. 음악 영화로서는 어마어마한 관람객 수죠?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음원이 공개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안 되네요. 그거 아세요? 빌보드에 클래식 차트 있습니다.”

빌보드. 그 묵직한 이름이 채팅창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

-……와, 무섭다.

-진심 소름 끼침ㅋ

-할리우드에 빌보드에. 이서준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나 구했으려나.

구하기도 많이 구했고, 파괴하기도 많이 파괴했다.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영화객과 시청자들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러분은 영화 어떠셨습니까?”

-울었다!

-이서준만 나오면 다 울어!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좋았음. 내의원이 너무 슬퍼서ㅋ

-ㅋㅋㅋ나도

“아하하하. 저도요. 엄청 울었고, 해피엔딩이라 좋았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방송인 만큼 하루 종일 영화관에 죽치고 앉아, ‘오버 더 레인보우’만 봤다. 줄곧 앉아 있느라 엉덩이가 아프긴 했지만, 보면 볼수록, 웨일 스튜디오의 마케팅에 감탄만 나왔다. 영화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왜 두 가지?

-나만 한 가지밖에 못 봤나?

“첫 번째 시점은 처음 보는 관객들이 보는 시선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그레이의 삶을 보는 거죠. 다들 마지막에 나오는 공연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너무 갑자기 무대가 나와서 놀람ㅋ

-그레이. 잘 컸구나?

-ㅇㅇ미래의 장면을 보여준 거 아님?

“네. 그게 첫 번째 시점입니다. 몇 년이 흐른 후의 미래일 수도 있고, 세 아이가 상상하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두 번째 시점으로 관람하시려면 이게 필요합니다.”

영화객은 새까만 포스터를 카메라에 비쳤다.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포스터?

-? 저게 레인보우 포스터였음? 직원이 잘못 갖다 놓은 줄.

-나도 있긴 함. 처음엔 배우 사진도 없고 영화 설명도 없어서 직원이 잘못 꽂아 놓은 음악회 포스터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것도 레인보우 포스터인 듯.

“네. 이것도 오버 더 레인보우의 포스터입니다. 중요한 건 여기 이 티켓입니다.”

영화객이 화면을 확대했다. 노란색 글씨가 적힌 티켓이 보였다.

-웬 티켓?

“이렇게 절취선이 있거든요. 여기 잘 보시면 날짜, 공연 시간, 좌석 번호가 있습니다.”

날짜, 공연 시간, 좌석 번호. 그리고.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그게 두 번째 시점이랑 무슨 상관임?

“오버 더 레인보우의 끝 장면이 뭔지 기억하시죠?”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훌륭하게 자란 그레이의 모습이 뿌듯했던 그 장면을.

-ㅇㅇ 무대에서 연주하는 거.

-관객들 박수 소리 들리고.

-나도 박수칠 뻔ㅋ

-……?!!!!

-어라?! 진짜!?!!

-뭔데……? 나만 모르는 거임?

-나도 모름……;;;

뭔가 알아차린 시청자들은 적었다. 다들 궁금해서 열심히 ‘????’을 쳐대기 시작했다. 혼돈으로 가득 찬 채팅창을 바라보며 영화객이 씨익 웃었다.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시점은, 우리가 그레이 바이니의 독주회에 간 겁니다.”

-……독주회?

-갑자기 독주회요?

“그레이가 말했잖아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펀딩을 해주시는 분들을 모아서 독주회를 열고 싶다고. 그리고 그레이 바이니는 독주회를 연 겁니다. 우리가 그 ‘초대 손님’이죠.”

-???

“여기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결정적인 증거고 힌트입니다. 이 포스터를 들고 영화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옛날에 펀딩 사이트에서 ‘그레이 바이니’라는 아이에게 후원했다는 설정이겠죠. 그리고 아이가 자라서 드디어 독주회를 열게 된 겁니다. 우리는 이 포스터의 티켓으로 초대를 받은 거고 영화관의 관람석은 독주회의 관객석으로 변한 겁니다.”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마치, 공연 전 스크린에 스페셜 영상을 띄우는 것처럼, 우리가 봤던 이야기는 ‘그레이 바이니’의 독주회를 위해 준비된 영상인 거죠.”

-헐???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레베카의 알람 소리가 아마도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용도로 쓰인 알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객의 말이 이어질수록 채팅창의 채팅은 잦아들었다. 그게 시청자들이 자신의 말에 푹 빠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걸 영화객은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이 티켓을 가지고 오브 더 레인보우를 보러 갔을 때는, 하지도 않은 후원을 한 아이를 보러 간 것 같았습니다. 이런 힘든 일이 있었는데도 잘 커줬구나. 그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죠. 관객 참여 연극만 있는 줄 알았는데 관객 참여 영화도 생겼네요.”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레이 바이니는 분명 불쌍하고 가여운 아이입니다. 하지만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이죠. 하지만 이 티켓이 모든 걸 바꿨습니다.”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노란색 글씨가 황금처럼 반짝였다.

“우리는 이 아이에게 후원금을 보냈고 아이는 그 후원금으로 훌륭하게 성장했죠. 그건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저 아이의 미래에 한몫했다는 보람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감정이든 확실한 건, 우리가 전보다 더 그레이 바이니에게 다가갔다는 거죠.”

-아. 또 보러 가야겠다.

-이거 들으니, 신기한 기분ㅋ

“이게 정말 맞는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한 영화객이 조심스럽게 뭔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좀 더 영화에 몰입하기 좋은 게 있습니다. 이 티켓 아시는 분?”

멋들어지게 생긴 까만 봉투와 티켓이었다.

-ㅇㅇ 무지개 기념품이라며.

-영화 상품치고 3,000원이면 싸긴 한데, 티켓 또 사긴 그렇던데.

-ㅇㅇ 포스터에도 있었고.

-난 포토 티켓이라고 생각하고 삼.

포스터 티켓의 존재를 알고 있던 시청자들의 말에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터 티켓도 있던 터라, 저도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어요. 근데 어차피 전 여러분께 설명해야 하니까 샀습니다.”

영화객이 웃으며 화면에 뭔가를 띄웠다.

“이건 영국, 런던에 사시는 분이 찍어서 올리신 티켓 사진. 이건 호주 멜버른에 사시는 분이 찍어서 올리신 사진.”

[엠마 님.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장소 : 영국, 런던, 웨일 클래식 홀]

[날짜 : 20XX년 6월 13일, 20시.]

[좌석 : E 30]

[바이올리니스트 : 그레이 바이니]

[재퍼슨 님.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장소 : 호주, 멜버른, 웨일 클래식 홀]

[날짜 : 20XX년 9월 4일, 18시.]

[좌석 : K 61]

[바이올리니스트 : 그레이 바이니]

SNS에 올라온 사진들에 다들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알아차렸다.

-??? 장소가 국가별로 다 다르네?

-날짜도 다름.

-헐. 이거…… 월드 투어인가?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레이와 아이들이 꿈꾸던 월드 투어 티켓입니다.”

영화객이 아련한 눈으로 검은 티켓을 바라보았다. 티켓의 사면을 물결치는 황금빛 문양이 감싸고 있었고, 손으로 쓴 듯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영화객 님.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장소 : 대한민국, 서울, 고래 클래식홀]

[날짜 : 20XX년 1월 21일, 16시]

[좌석 : 바56]

[바이올리니스트 : 그레이 바이니]

“크. 이거 진짜 감동이에요. 여기 보이세요. 영화객 님이라고 적힌 거? 물론 다음 타임 영화표를 사고 본명으로도 하나 샀습니다.”

-와. 진짜 같다.

-그러게. 영화랑 현실이랑 이어진 것 같음.

-오버 더 레인보우는 그레이 바이니의 다큐멘터리인가.

“포스터 티켓에는 미국 웨일 클래식 홀이라고 적혀 있고 날짜도 미국의 개봉 날짜인 10월 15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름도 넣을 수 없죠. 하지만 이 티켓은 이름은 물론이고 날짜도 좌석도 정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 티켓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포스터 티켓도 좋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티켓을 보면 감동이 어마어마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들고 있던, 본명이 적힌 티켓을 보고 영화객은 결국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전해지는 온몸이 저릿저릿해질 정도의 감사에,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도 않은 후원으로 감사를 받은 게 마음에 걸려, 바로 펀딩 사이트에 들어가 그레이와 비슷한 사연에 기부했다.

영화객 말고도 그런 사람이 많은 듯, 크라우딩 펀딩 사이트가 잠시 버벅거리기도 했다.

진심이 담긴 영화객의 말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이름이라……. 나도 하나 사야겠다.

-ㅇㅇ 이름 들어가면 뭔가 감동적일 듯.

영화객은 조심스럽게 티켓을 검은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봉투도 소중히 올려두었다. 티켓은 물론이고 봉투도 흠집 하나 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 한동안 영화 리뷰 방송을 못 하게 되었습니다.”

-? 갑자기 휴가 선언?

-[너튜버 영화객, 오늘 은퇴 의사 밝혀.]

-아이고. 그럼 앞으로 영화 리뷰는 뭘 봅니까.

-엽옆방 님 재미있어요.

“아닙니다! 몇 주, 몇 주만 접습니다! 거기! 다른 너튜버분 홍보하지 마세요!”

-그래서 뭣 땜시?

-그래요. 뭐 때문에!

“크흠.”

영화객이 헛기침을 했다.

“저 해외로 떠납니다.”

-너튜버 영화객, 갑자기 이민 선언?

-앗, 알겠다!

-뭔데. 뭔데요!

-설마……?

영화객이 활짝 웃었다.

“오버 더 레인보우 해외 티켓을 모으러 갑니다. 1월은 이미 받았으니, 2월부터 12월까지, 달별로 총 11개의 나라를 돌고 올 예정입니다. 원래는 우리의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배우가 들렀던 곳을 여행할 생각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런 이벤트까지 생겨서 매우 기쁩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영화객의 모습에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이런 이서준 팬 같으니! ……나도 가고 싶다!

-방송. 방송해라!

-그러게요. 해외반응 같은 거 올려줘요!

-헐. 프랑스도 갑니까? 곧 핼러윈인데! 이서준 나왔던 핼러윈 축제가요?!

“네! 갑니다! 일정도 10월은 유럽 쪽으로 잡아놨습니다. 외국 분들 티켓 보니, 한국에서는 개봉 첫 주의 날짜가 1월부터 3월까지인데, 영국은 4월부터, 이탈리아가 7월부터인 것 같더라고요. 웨일 스튜디오가 이런 걸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돌아다니면 유럽만 돌아다녀도 12월까지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레이 바이니의 팬으로서 처음으로 버스킹한 곳을 안 가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LA음대 공원! 갑니다!”

-부럽…… 진심 부럽…….

-이서준 투어냐, 그레이 투어냐, 레인보우 투어냐.

-덕질의 일석삼조ㅋㅋ

“그래서…….”

영화객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한 바지에 셔츠를 입은 모습이 편해 보였다.

-오늘은 잘 차려입었네? 저번에 꽃무늬 잠옷 바지 입고 있다가 실수로 일어난 거 아직 짤 돌아다님ㅋㅋ

-잠옷이라도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음(끔찍)

-? 저거 뒤에 캐리어 아님?

-????

“지금부터 여행 방송 시작합니다! 모두 재미있게 봐주세요!”

-……저기요? 지금요? 지금부터요?

-비행기표 사셨어요?

“네! 이게 나라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비행기표부터 샀습니다. 세 시간 뒤에 출발합니다. 지금부터 야외방송하겠습니다.”

-추진력 보소. 생각나자마자 비행기표 산 듯.

-그다음에 방송이며 일상생활이며 생각났겠지.

-여행 중에 방송하기는 힘드니까 빨리 끝내버리려고, 이 시간에 방송했구나.

-ㅎ 덕질은 영화객처럼

-처음은 어디 감?

야외 촬영용 카메라를 들고 조작하던 영화객이 댓글을 읽고 활짝 웃었다.

“체코, 프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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