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21화 (12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21화

9월.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하러 미국으로 떠났던 이서준이 드디어 돌아왔다.

할리우드 스타의 귀국에 공항이 잠시 마비되었다. 물론 북적이던 공항을 잠재운 것은 서준의 능력이었다.

잠시 인터뷰 시간을 가지고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 전에 얼른 집으로 향했다.

“넉 달 만에 집에 왔네! 나라 집도 엄청 좋긴 했지만, 역시 우리 집이 최고지, 서준아?”

“응. 우리 집이 최고야!”

넉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준과 서은혜가 활짝 웃으며 집 안을 돌아다녔다. 어디 바뀐 게 없나? 살펴봤는데 떠날 때와 비슷했다. 그래서 더 편안했다.

서준과 서은혜가 소파에 앉아 온몸에 힘을 풀고 늘어졌다.

“집이 최고야.”

“그러게.”

그렇게 헤죽헤죽 웃으며 우리 집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으려니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민준이었다. 서준과 서은혜가 활짝 웃으며 이민준을 반겼다.

“마중 나가려고 했는데, 처남이 안 나가는 편이 좋다고 하길래.”

“잘했어, 잘했어.”

“맞아, 아빠. 사람 엄청 많아서 엄마도 따로 나왔어.”

“그래서 이거 사 왔어.”

“뭔데?”

서준과 서은혜가 고개를 쭉 내밀었다. 이민준이 웃으며 등 뒤에 숨겨두었던 것을 내밀었다.

“족발!”

서준이네의 단골 족발 가게의 가족세트였다. 넉 달 만에 보는 익숙한 가게 명이 찍힌 비닐봉지에 서준과 서은혜가 반색했다.

“와! 아빠 최고!”

“족발! 미국 족발은 이 맛이 안 나!”

“얼른 먹자.”

“응!”

서준과 서은혜는 익숙하게, 부엌으로 들어가 족발을 먹을 준비를 했다. 그 북적거림에, 넉 달 동안의 빈자리가 금세 채워져 이민준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 * *

[할리우드 스타, 배우 이서준 귀국!]

[배우 이서준의 공항 패션, 여전한 몬스터 사랑!]

[배우 이서준, 오버 더 레인보우 많이 봐주세요!]

[배우 이서준, 개학 전에 귀국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어서 와! 서준아!

-엄청 신기하다. 할리우드 배우가 귀국했는데, 그게 우리나라야.

=그러게ㅋㅋ 진짜 신기하다ㅋㅋ내가 [할리우드 스타, 입국]이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 귀국]을 보게 될 줄이야.

-몬스터사 가방 품절, 모자 품절, 하다못해 손수건도 품절ㅋㅋ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네. 아들, 조카 하나 잘 키워서 홍보비도 세이브하고 브랜드값도 높이고ㅋㅋ 엄마 아빠, 미안. 나는 저런 거 못 해.

=몬스터사 투자금이 이서준 먹방에서 나왔다는 거도 대단ㅋ 이서준은 도대체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거지?

=몬스터사 직원입니다. 이서준 팬입니다. 사랑해요, 이서준!

-서준이가 말하지 않아도 영화 볼텐데ㅎㅎ 이 영화도 엄청 볼 듯ㅋ

-개학ㅋㅋ 그러네. 여름방학 다 끝났네. 방학 숙제는 다 했니, 서준아?

=[기사 : 저 방학숙제 다 했어요!] 다 했다네ㅋㅋ

* * *

“안녕! 서준아!”

“안녕, 지오야, 지후야!”

교실에 앉아 있던 서준이 달려오는 쌍둥이 형제를 반겼다. 지오와 지후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너 버스킹했다며? 얼마 벌었어? 내 친구 중에 버스킹한 애는 서준이 네가 처음일 거야!”

“너 출석일은 괜찮아? 난 의무출석일이 있는 것도 이번에 알았어.”

“10만 원도 못 벌었어. 출석일은 아슬아슬하지만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지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후는 부드럽게 웃었다.

“10만 원이면 엄청 많잖아! 내 한 달 용돈보다도 많아!”

“다행이다. 서준이 혼자서 5학년이면 어떡하나 걱정했어.”

“학교 마치고 떡볶이 먹으러 가자. 지후, 넌 여전히 무시무시한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하네.”

여전히 변함없는 친구들의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이 서준을 보며 손을 흔들자, 서준도 반갑게 인사했다.

“서준아! 잘 다녀왔어?”

“촬영 재미있었어?”

미나와 지윤이 교실로 들어왔다. 또 다섯 명이 같은 반이 됐다. 반의 수가 적어, 아이들은 5학년이 될 때까지 몇 번이나 같은 반이 되기도 했다.

“응. 엄청 재미있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초등학교 5학년, 이서준이 웃으며 아이들과 조잘조잘 떠들었다. 촬영도 재미있지만, 일상생활도 좋았다.

“엄마가 수학학원 바꿀 거래. 반장이랑 같은 학원인데, 반장 말 들어보면 숙제 엄청 내준다던데…….”

“난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학원은 너무 방치형이야.”

“그럼 우리 학원은 어때? 나랑 미나랑 같은 학원이야.”

“거긴 숙제 없어?”

“아예 없진 않은데, 적긴 해.”

숙제가 있다는 말에 실망한 지오가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이 넌 어디 수학학원 다녀?”

“난 학원 안 다녀. 매일 학습지랑 문제집 풀어. 모르는 건 엄마랑 아빠가 가르쳐 주고.”

“……우리는 학원이 낫겠다.”

지후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오가 오싹한 듯 몸서리를 쳤다.

“엄마가 매일 내 점수를 확인한다니…….”

“서준이는 수학 잘하니까. 다 맞겠지만 지오는 맨날 틀려서…… 엄마랑 하다가는 싸움이 날걸?”

아이들도, 듣고 있던 반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준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5학년 2학기를 시작하고 있는 동안, 오버 더 레인보우의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되었다.

마린사의 자회사답게 텔레비전에 광고가 나오고, 인터넷에도 많은 광고가 떴다. 하지만 광고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연주는 캐서린 밀러가 연기한 레베카의 연주뿐이었다.

광고 영상도 8주차 영상 뒤에 나오는 홍보 영상 이외의 영상은 노출되지 않았다. 광고는 많이 나왔지만, 풀리는 정보는 적었다.

[웨일 스튜디오, 개봉 후 사흘 후 음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사라 로트 감독, 영화를 보면서 들으면 더 좋을 곡!]

[개봉 D-7, 3대 영화관, 오버 더 레인보우 시사회 추첨!]

[웨일 스튜디오, 오버 더 레인보우 기념품 준비 중이라고 밝혀!]

-그래서 버스킹만 주야장천 보고 있다.

-7주차까지는 그냥 클래식인데, 8주차 음원 좀 공개해라!

=8주차! 8주차!

-그 정도로 음악이랑 영상이랑 잘 어울린다는 거 아님? 난 영화 보면서 처음 음악 듣고 싶다.

=그럼 삼 일 안에 봐야 할 듯. 음원 공개되면 바로 차트 상위권 떠서 어디서든 들려올 듯ㅋ

-기념품? 뭔데? 뭔데!! 뭐든 산다!! 사고 만다!!

=팝콘통 아님?ㅋㅋ 바이올린 모양ㅋㅋ

=……일단 실물을 봐야겠다.

[제목 : (스포없음)오버 더 레인보우 시사회 다녀옴.]

음악 듣지 말고 가세요. 가서 들으세요.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건, 2회차 때 해도 충분합니다.

모두 귀를 꼭 막고, 상영관까지 갑시다.

처음은 아무것도 모르고 갑시다. 모르는 게 약입니다!

전 벌써 N차 예매했습니다.

-궁금하다!

-첫날 봐야겠구나ㅠ

-지금 영화관 사이트 터지려고 함ㅋ

[오버 더 레인보우, 시사회 극찬!]

[배우 이서준, 할리우드 영화 첫 한국인 주연! 할리우드 최연소 주연!]

[또 하나의 명작! 믿고 보는 이서준 출연작!]

[오버 더 레인보우, 사전 예매 83%!]

[배우 이서준의 첫 주연작, 오버 더 레인보우. 내일 전 세계 동시개봉!]

-첫 한국인 주연에 최연소 주연ㅋㅋ 걸어가는 길이 레전드 갱신ㅋㅋ

-역시 이서준! 멋지다!

-전 세계 동시 개봉ㅋㅋ 역시 이서준은 클래스가 다름ㅋㅋ

=그러게. 엄청 신기하긴 함. 우리나라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전 세계 동시 개봉이라니. 크. 역시 우리 대군마마.

-내일! 내일 보러 간다!

-그래서 기념품이 뭔데? 진짜 팝콘통이야?

=티켓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웬 티켓?

* * *

오버 더 레인보우의 개봉 날.

영화관이 북적북적했다. 다들 같은 영화를 보러 온 듯, 같은 이야기뿐이었다.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사람 중에는 이미연과 박성아도 있었다.

“포스터가 많네.”

“그러게. 이거랑 이게 오버 더 레인보우인가?”

배우 소개와 영화 소개가 적힌 포스터를 하나둘 챙기기 시작했다.

이미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많은 포스터 중 홀로 새까만 포스터를 들었다. 까만 배경에 무대 위에 올라간 바이올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노란색 글자로 [OVER THE RAINBOW]라고 정중앙에 적힌 이 특이한 포스터는 주연배우의 사진도 영화에 대한 소개도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 그레이 바이니]

점선의 절취선이 그려진 아래쪽 일부분은 마치 무슨 티켓같이 공연 날짜와 장소, 관람석 번호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그리고 티켓의 중앙에 노란빛 글자가 있었다.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이미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사이 모바일 티켓을 뽑아온 박성아가 물었다.

“그것도 레인보우 포스터야?”

“그런 것 같긴 한데…… 뒤는 아예 백지고 앞은 아무것도 안 적혀 있어. 오버 더 레인보우라고 적혀 있는 데다가 여기 꽂힌 걸 보면, 영화 포스터는 맞는 것 같긴 한데 말이야. 가져가는 사람도 별로 없나 봐. 다른 포스터는 엄청 줄었는데 이건 많잖아.”

박성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지고 가자. 마린사가 이상한 일 하는 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쿠키영상으로 뒤통수 치고, 히어로들 모아서 영화 하나를 만들고, 깜짝 버스킹까지. 뭐, 이벤트 같은 거 아닐까?”

“그런가? 음악 영화라서 그런지 꼭 음악회 포스터 같네.”

이미연과 박성아의 대화에 포스터를 가지고 가던 다른 관람객들도 새까만 포스터를 하나씩 집어갔다.

“그러고 보니, 기념품은 어디 있지?”

“진짜 팝콘통인가?”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게 기념품이에요?”

“그냥 티켓 아닌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고급스러운 봉투와 날짜와 좌석 번호가 써진 티켓이었다. 이미연과 박성아가 티켓을 보고 포스터를 보았다.

“이거랑 비슷하네.”

“그러게. 저게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네. 포스터는 그냥 노란색인데, 이건 황금색인 것 같지? 티켓 디자인도 정성이 들어간 것 같고.”

“그러게.”

두 사람의 말에 티켓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손님이 이미연이 들고 있던 포스터를 보았다. 전시된 티켓과 비슷한 티켓. 게다가 저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포스터였다.

“어, 그거 포스터예요? 저 티켓이랑 똑같네.”

“네. 저쪽에 있어요.”

“포스터는 공짠데 왜 이런 걸 팔지?”

관객이 고개를 갸웃하며 포스터가 꽂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곳으로 향했다. 이미연이 직원에게 물었다.

“이거 얼마에요?”

“사려고? 여기 포스터에도 있는데?”

“응. 이런 건 사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해.”

“그래도…….”

박성아가 머뭇거리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3,000원입니다.”

“살게요!”

직원이 감사합니다, 대답하며 물었다.

“이건 영화를 보시는 분만 살 수 있어서, 티켓 확인 가능할까요? 여기 체크하면 영화표 환불은 안됩니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어느 자리가 좋으신가요? 아무 곳이나 고르셔도 됩니다. 날짜도 골라주세요. 개봉 첫 주는 1월부터 3월까지의 날짜 중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날짜를 원하시면, 4월부터 6월까지는 둘째 주, 7월부터 9월까지는 셋째 주, 10월부터 12월까지는 넷째 주에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꼭 오늘이 아니라도, 영화표를 가지고 여기 들러주시면 기한 없이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날짜를 선택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직원이 술술 뱉어내는 말에 이미연과 박성아가 눈을 끔뻑거렸다.

“……이거 진짜 표예요?”

“아뇨. 고객님이 정해주시면 그 날짜, 좌석 그대로 티켓을 만들거든요.”

“뭐지? 엄청 신기하네.”

“1월부터 3월까지라면 생일 날짜 넣으면 되겠다.”

이미연과 박성아는 직원의 말대로 날짜와 좌석을 선택했다. 날짜는 각자의 생일로, 좌석은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추천 석으로.

직원이 웃으면서 한쪽에 놓인 파인패드와 키보드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이름도 넣어드리는데 이름을 적어주시겠어요? 아래 글자 제한 안에서는 다른 문구를 넣으셔도 괜찮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미연과 박성아는 파인패드에 이름을 적고 입력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직원이 고급스러운 티켓 봉투에 티켓을 넣어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두 사람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이곳에 들렀다.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포스터에 비슷한 티켓이 있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두 사람은 봉투에서 티켓을 꺼내 보았다.

[이미연 님.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장소 : 대한민국, 서울, 고래 클래식 홀]

[날짜: 20XX년 2월 27일, 20시.]

[좌석: 마 52]

[바이올리니스트: 그레이 바이니]

새까만 티켓에 반짝이는 황금빛 글씨로 화려하게 적혀 있었다. 이미연과 박성아는 자신의 이름이 박혀 있는 티켓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3,000원이면 괜찮지 않나? 저기 적힌 걸 보니, 제작 비용 빼면 다 기부한다던데…….”

“종이 하나에 3,000원이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근데 엄청 신기하다. 날짜도 좌석도 우리가 고르다니. 포스터 티켓의 장소는 미국인데, 여긴 한국이라고 적혀 있어. 이거 봐. 여기도 적혀 있네. 당신의 오랜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알 수 없는 말에, 이미연과 박성아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영화관 직원이 크게 외쳤다.

“제3관! 제3관 오버 더 레인보우를 관람하실 분은 지금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화관 직원의 말에 다들 발걸음을 옮겼다. 직원들이 영화표를 확인하고 모두 영화표에 적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영화표에 표시된 좌석에 앉은 이미연과 박성아는 기념 티켓을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잠시 후, 커다란 스크린에서 광고가 흘러나왔다.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