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104화 (10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04화

[배우 이서준, KBC 신인상 수상!]

[왕이 된 성녕대군, 정장에 수놓아진 용!]

[내의원 소은진 작가, 작가상 수상!]

[KBC 연기대상을 휩쓴 내의원 배우들!]

[배우 이지석, 첫 연기대상 수상!]

-누가 가까이서 사진 찍은 거 봤는데 진짜 용ㅋㅋ

-정장이긴 한데 곤룡포 입고 왔구나!

=주상전하, 납시오!

-솔직히 이번 연도는 내의원이 다했다. 6월에 끝났는데 아직도 생생함ㅋㅋ

-이서준 축하 공연 편집본 떴다!

[배우 이서준의 축하 공연, 업로드!]

[KBC에 올라온 축하 공연, 완벽 편집!]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서준의 축하 무대!]

-편집본 좋은데? 헐. 편집자가 다큐 담당이야ㅋㅋ

-여기서 다큐요?!ㅋㅋ

-해설을 넣어야 할 것 같은 편집이다

-??? : 늑대인간의 생태를 알아보겠습니다.

둥! 둥! 들리는 북소리, 연기 속에 있는 이서준을 놓치지 않는 카메라, 간간이 들리는 늑대의 울음소리에 무대 뒤 화면에 보이는 커다란 보름달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찍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잘 찍었다.”

“그러네.”

서준과 서은혜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민준은 자꾸만 뒤로 향하려는 시선을 애써 앞으로 고정했다.

다정하게 휴대폰을 보고 있을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만 바라보았다.

“나도 보고 싶어!”

“결혼식장에서 봐. 운전할 땐 앞만 보고!”

“보고 있어. 너무 잘 보고 있어서 뒤를 못 보고 있는 게 문제야.”

엄마 아빠의 대화에 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새해가 되고 생의 도서관의 새 문이 열렸다.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을 찾기 위해 생의 책을 읽고, 안다호가 준 대본들을 읽고 신나는 겨울방학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찬이 삼촌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서은찬의 결혼식은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비공개 결혼식이라 몰리는 사람들도 없이 편하게 호텔 안으로 들어온 서준은 대기실에 있던 외할머니를 발견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외할머니!”

서준은 한복을 입은 외할머니에게 달려가 안겼다. 서준도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있었다. 조손이 둥기둥기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던 부부가 환한 얼굴로 들어오는 서은찬을 반겼다.

평소보다도 말끔한 얼굴과 모습에 서은혜도 이민준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금 괜찮은 것 같네.”

“그렇지? 피부 관리한다고 며칠 동안 우리 애들 다니는 샵까지 갔어. 다들 엄청 웃으면서 해주더라.”

결혼한다는 소식에 축하한다면서 샵 직원들은 옛 추억에 잠겨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당시 샵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여기가 어딘가 하는 표정으로 샵에 들어오던 데뷔 직후의 브라운블랙과 서은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피부관리를 받던 서은찬도 그때를 떠올렸다.

생각보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데뷔 무대 반응에 전 사장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아 처음으로 연예인들이 다니는 샵이란 곳을 가게 되었다.

익숙하게 직원의 안내를 받는 케빈 킴과는 달리 세 멤버와 매니저 서은찬은 번쩍거리는 무엇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쫄아 있었다.

그랬던 서은찬이 이렇게 번듯한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고 말하더라. 하긴 나도 신기해. 백수였다가 아이돌 매니저였다가 사장이 돼서 결혼까지 하게 되다니…….”

인생이란, 알 수가 없었다.

“결혼 축하해! 삼촌!”

서준이 활짝 웃었다. 문득 서은찬은 이 모든 일의 시작을 떠올렸다. 서은찬이 사장이 될 정도의 돈을 투자해 줬던 것도, 브라운블랙 성공의 시작도, 모두 자신의 조카, 이서준이었다.

“이게 다 우리 서준이 덕분이네! 우리 서준이가 복덩이야!”

갑자기 들어 올려진 서준은 잠시 놀랐다가 아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 * *

“이모! 이모! 진짜 진 나트라가 왔어?”

“수련아. 성녕대군이 왔다던데, 정말이야?”

신부 대기실도 신랑 대기실 못지않게 북적거렸다. 다들 결혼식장에 와서야 신랑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소속사 사장의 이름을 외울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없었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김수련이 재잘재잘대는 조카들과 친척들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내 결혼식인데, 집중 좀 해주세요!”

“넌 항상 보지만 이서준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잖니!”

그건 맞는 말이라며 김수련의 부모까지 동의하자, 김수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다들 비공개 결혼식이라는 걸 알고, 주위에 자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서 꾹 참고 있다는 걸 김수련도 잘 알고 있었다. 신부 대기실에 와서 줄곧 그 이야기뿐이었으니까.

“이서준 오늘 오는 거 맞고, 아마 식장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나 내의원 보고 엄청 울었잖아!”

“우리는 식장에 가 있을게. 수련아, 축하한다.”

“이모, 결혼 축하해!”

폭풍처럼 친척들이 사라지고 친구들이 들어왔다. 친구들도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 정도는 각오한 결혼식이었다.

“브라운블랙 왔어! 화련이 언니랑 친한지 대화하더라!”

“48시간 찍을 때 친해졌을걸.”

“화이트도 왔던데! 사인받을 수 있을까?”

김수련이 한숨을 쉬었다. 2차전이 시작되었다.

* * *

서준이 엄마 아빠와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건너, 김화련 선생님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자신을 보며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손을 흔들자 깜짝 놀라 김화련의 뒤에 숨었다.

신부 측 사람들은 신랑 측 손님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진짜 브라운블랙이야!”

“화이트도 있어!”

“이서준, 서준이다!”

방송에 이 셋이 나와도 시청률이 폭발할 게 뻔한데, 무려 실물이 눈앞에 있었다.

브라운블랙의 노래에 감동을 받았던 최민호도 눈을 떼지 못했다.

“시윤아. 저 남자분, 그때 놀이터 그분 아니야?”

“어…… 우리 사인받아간 분요?”

황예준의 물음에 최시윤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신부 측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최민호와 눈이 마주쳤다.

“진짜네?”

“와! 이런 인연이 다 있네?”

브라운블랙도 첫 사인의 팬을 잊지 않고 있었다. 네 사람이 손을 흔들자 화들짝 놀란 최민호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을 가리켰다. 고개를 끄덕이니 놀라 꾸벅 인사를 했다.

최민호의 주위에 있던 친척들이 무슨 일이냐고 연신 물어댔지만 성공한 덕후 최민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코코아엔터의 두 번째 아이돌그룹인 화이트는 서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못 만났는데!”

“사장님, 감사합니다!”

다섯 명의 남자 아이돌그룹인 화이트는 팬들에게서 마린덕후라고 불릴 정도로 마린사의 영화와 만화를 즐겨보았다.

20년 전 절판된 쉐도우맨 만화책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었다.

“사인! 사인받을 수 있을까?”

시끌벅적한 식장을 잠재운 것은 사회자였다.

[지금부터 신랑 서은찬 군과 신부 김수련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신랑 입장!]

말끔하게 차려입은 서은찬이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서준은 열심히 박수를 쳤다. 브라운블랙도 처음 만났던 서은찬을 떠올렸다. 험상궂은 얼굴이 매니저라고 나타났을 때는 회사를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금방 다른 매니저로 바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렇게 오래 함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화이트’도 처음으로 만났던 사장, 서은찬을 떠올렸다.

브라운블랙이라는 그룹을 만들어내고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을 데리고 있는 소속사의 사장이라서 냉정하고 계산적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틈만 나면 연습실에 내려와 필요한 게 없냐고 묻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신랑 측 하객들은 단 위에 웃는 얼굴로 굳어 있는 서은찬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서은찬은 모두 다른 모습이었지만 모두 서은찬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모두 진심으로 축하와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신부 입장!]

웨딩드레스를 입은 김수련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코코아엔터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홍보팀장의 등장에 신랑 측도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서은찬과 김수련이 단상 위에 마주 섰다. 마주 보기 쑥스러운 듯,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다들 웃으며 박수를 쳤다.

짧은 주례사가 끝나고 축가의 차례가 왔다. 처음 서준이 단상에 올라갔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브라운블랙이, 화이트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결혼식장이 폭발할 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이 멤버로 축가를 듣다니!”

“녹음해도 되려나?”

다들 셋의 소속사 사장인 서은찬의 눈치를 보았다. 미리 양해를 구한 서은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휴대폰을 들고 카메라를 켰다.

피아노 반주가 흘러나왔다.

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드러운 축가가 들려왔다. 서은찬이 김수련의 손을 꼭 잡았다. 김수련도 따뜻한 손을 마주 잡았다.

축가를 부르던 서준이 행복하게 웃는 서은찬과 김수련을 보며 활짝 웃었다.

[아낌없이 주는 중급 천사의 날갯깃이 발동됩니다.]

결혼식장 내부가 천사의 날갯깃으로 가득 찼다.

* * *

[(단독)코코아엔터 서은찬 사장, 오늘 결혼!]

[코코아엔터 사장, 비공개 결혼식!]

[브라운블랙, 화이트, 이서준 참석!]

[브라운블랙×화이트×이서준의 축가!]

-? 소속사 사장 결혼 소식도 기사로 냄?

-이서준 소속사잖아.

=난 이서준 기사를 보려고 하는 거지, 소속사 사장은 안 궁금함.

=사장이 이서준 외삼촌임.

=???

-그러면 서준이도 갔겠네!

=이서준뿐이겠음? 브라운블랙에 화이트까지 갔겠지.

-이서준 보려고 방송국 사람들도 오지 않을까? 할리우드 진출하려는 쪽도 좀 오겠고.

=ㄴㄴ 비공개라서 지인들만 불렀대. 벌써 결혼식도 끝났고.

-결혼 축하합니다!

-??? : 태어나 보니 사촌이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헐ㅋㅋ 그러네?

-와……방송에서도 저렇게 세 팀 모으기도 힘들 텐데……

* * *

한참 들리던 키보드 소리가 멈추었다. 잠시 몇 번의 클릭 소리가 나더니, 다시 키보드 소리가 들렸다. 에밀리가 한숨을 쉬며 노트북 옆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올려놓았다.

“마시면서 하세요.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

조감독, 에밀리의 물음에 사라 로트는 커피잔만 바라보며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 에밀리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간단히 먹을 만한 거 사 올게요.”

“항상 고마워.”

“별말씀을.”

에밀리가 밖으로 나가고 사라 로트는 다시 노트북에 집중했다.

음악 영화.

영화제 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라고 여겼지만, 어느새 사라 로트는 시놉시스를 쓰고 대본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취재하고 자료를 모으고, 배경으로 삼을 만한 곳을 돌아다니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본 작업도 이제 막바지라서 사라 로트는 요 며칠 사이 밥도 못 먹고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 샌드위치요.”

“고마워.”

“어느 정도 진행됐어요?”

솔직히 기대는 없었다. 답을 해줄 사람이 일 년 전, 완성되어 가던 대본을 ‘이게 아니야!’라고 외치며 전부 삭제해 버린 사라 로트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외에도 삭제해 버린 장면이 한둘이 아니었다.

‘완성해야, 투자자를 찾든 배우를 찾든 할 텐데. 끝나긴 하려나?’

원작이 있는 그린윙이야 금세 끝났지만,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사라 로트만의 이야기였다. 고심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이러다가는 몇 년은 대본 작업만 할 것 같았다.

“잠시만…….”

에밀리의 질문에 샌드위치를 베어 문 사라 로트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에밀리는 생각했다. 오늘도 글렀군.

다음 날.

오늘도 글렀구나. 한 10년 뒤면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며 케밥을 사온 에밀리에게 사라 로트가 외쳤다.

“끝났다!”

“진짜요?!”

조감독, 에밀리의 경악에 사라 로트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에밀리가 달려와 사라 로트의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사라 로트는 케밥을 받고 소파에 여유롭게 앉았다.

쓰고 엎고, 쓰고 엎고만 며칠이었던가. 힘든 나날이었다!

“읽어봐도 되죠? 감독님!”

“당연하지. 네가 우리 영화의 조감독인데.”

에밀리가 노트북 화면의 글을 읽어내려갔다. 배역 하나에 어울리는 배우를 떠올리고, 장소 하나에 어울리는 장소를 떠올리고, 일정을 생각하고 제작비를 떠올렸다.

“감독님. 주인공으로 생각한 배우, 있어요?”

오랜 시간 함께 촬영한 조감독의 물음에 사라 로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대본이 완성되었고 이제 이 종이뭉치로 배우들을 섭외하고 투자도 받아야 했다. 영화제 때를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투자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했다.

“응.”

사라 로트는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활짝 웃고 있는 성녕대군의 얼굴이 보였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꼭 한 번 함께 촬영하고 싶은 배우였다.

“꼭 함께 해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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