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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03화 (10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03화

12월 31일 오후 9시. KBC의 연기대상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이 시간대의 다른 방송국들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못 이겨. 이서준이 나오는데 축하 무대까지 한다잖아.”

“이서준 다음 작품은 누가 좀 잡아봐. 근데 KBC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았대?”

“건너 건너 들은 소문이긴 한데…….”

“한데?”

“이지석하고 최민성 피디랑 소은진 작가가 하는 작품을 계속 주시했대요. 거기에 코코아엔터 관계자가 보이는 순간!”

대답하던 직원이 날카롭게 허공을 잡아챘다.

“낚아챘대요.”

“……우리도 그렇게 하자.”

“아마, 아직 어려서 아는 배우들이나 피디,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것 같던데…… 같이 나왔던 배우가 누가 있지?”

“김종호, 이지석, 박도훈, 이지혜. 그 이외에도 많죠.”

“일단, 다들 내의원 배우들 잘 살펴봐…… 근데 KBC는 아직도 광고 안 끝났냐?”

-이야. 광고 봐라. 내의원급인데?

-ㅋㅋ이서준이 나오잖아. 이서준 축하 무대도 한다더라.

-본인 수상을 본인이 축하하는 건가ㅋㅋ

-축하 무대 뭐 할까? 보통 이런 건 드라마랑 비슷하게 하던데.

-왕! 왕 되라! 곤룡포 입어라!

=오! 그거 좋다!

광고가 끝나고 KBC 홀 앞 기다랗게 펼쳐진 레드카펫이 보였다. 생방송 카메라가 돌아가고 배우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커다란 함성 속에서 배우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했다.

많은 배우가 지나간 자리에 커다란 차 하나가 들어왔다. 번쩍이는 검은색 차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기자들이었다.

“이서준 차다!”

“이서준 왔다!”

번쩍번쩍 플래시가 터졌다. 차 문이 열리고 키가 큰 남자가 내렸다. 매니저인가? 잠시 플래시를 멈추는데,

“이지석!?”

“이지석이다!”

이지석이었다. 그 뒤로 김종호와 박도훈이 내렸다. 마지막으로 이서준이 바닥으로 내려오자 다들 단체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이번 연도,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내의원 배우들을 향해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포토존에 올라 다시 사진을 왕창 찍히고 인터뷰까지 한 서준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앉았다. 양옆으로 이지석과 박도훈, 박도훈의 옆에 김종호가 앉았다.

“난 또 왜 서준이 옆이 아니야?”

“스태프들이 나이 차를 배려해 준 게 아닐까, 종호 형?”

“서준이랑 나 엄청 친한데?”

“바꿔드릴까요?”

박도훈의 말에 김종호가 고개를 저었다.

“지석이 자리를 뺏으면 뺏었지, 네 자리는 안 뺏어.”

“그럼 이렇게 하죠. 뭐.”

박도훈이 서준과 자리를 바꾸었다. 이지석, 박도훈, 서준, 김종호 순으로 나란히 앉았다.

“……너도 이제 성격 나오는구나?”

“아하하하.”

이지석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네 사람 앞에서도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서준이 고개를 내밀자 앞사람도 뒤를 돌아보았다.

“피디님! 작가님!”

최민성 피디와 텔레비전에 얼굴 비치는 것을 싫어하던 소은진 작가가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작가상의 후보에 올라 이번 시상식에 참석한 모양이었다.

“축하해요! 작가상 후보에 올랐다면서요?”

“응! 엄청 좋아.”

“솔직히 내의원 본 사람들은 다 울었을 거예요!”

“서준이가 연기 잘해준 덕분이지! 서준이도 신인상 후보 축하해!”

“감사합니다!”

서로 열심히 칭찬하면서 후보에 오른 기쁨을 누렸다. 솔직히 내의원 관계자 중 후보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축하해요.”

“다음에 꼭 작가님, 피디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네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던 배우들도 최민성 피디와 소은진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이번 연도 드라마 중 가장 화제가 된 내의원을 모두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헉. 이서준이다!”

“이서준!”

배우들 사이에서도 이서준은 특별한 존재였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어른들도 하기 힘든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그것도 마린사의 시리즈 영화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만큼 인상 깊게 남는 배역이었다.

다들 신기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잠시 자리를 피해있던 안다호가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아. 축하 무대 준비하러 가자.”

“네! 갔다 올게요!”

“잘 다녀와!”

서준은 손을 흔들며 내의원 팀에서 멀어졌다.

-레드카펫 끝남!

-오늘 내의원 단체등장 웃겼음ㅋㅋ

-그렇게 한 번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함ㅋㅋ

-근데 첫 시작은 뭐야?

-유출된 거 보니까,

=??

=???

=? 끝까지 말하라고!

-광고 기네ㅎ

길고 긴 광고가 끝나고 ‘KBC 연기대상’이라는 제목이 화면 가득히 나타났다. MC 두 사람이 자신을 소개했다.

[그럼 첫 축하 무대부터 만나볼까요?]

[솔직히 대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전 끝날 때쯤이나 볼 줄 알았거든요.]

두 MC의 말에 사람들이 설마, 설마 했다.

[이서준 배우의 축하 무대입니다!]

[늑대인간의 변신!]

-이제 시작한 지 5분 됐는데?! 시작부터!?

-KBC 광고 괜찮음? 시청률 괜찮음?

KBC 방송국은 서준이 1부만 참석한다는 코코아엔터의 말에 빨리 해치우기로 했다. 어차피 축하공연의 편집본을 따로 만들어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카메라 움직임을 신경 써야 하는 카메라맨들이 잔뜩 긴장하고 무대를 비추었다.

둥!

둥!

스피커를 울리는 북소리에, 관객석에 있던 방청객들도,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반사적으로 내의원을 떠올렸다. 잔잔한 내의원 OST 위로 북소리가 들렸다.

무대 위에 안개가 피어올랐다.

둥! 둥!

스피커가 커다랗게 울렸다. 익숙한 북소리에 내의원 애청자들이 끙끙 앓았다.

[(선)구름 고래의 안개가 발동됩니다.]

방송국의 연기보다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선)그림자 늑대인간의 늑대화가 발동됩니다.]

서준은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여, 무대에 젤리가 박힌 늑대 손바닥을 디뎠다. 그림자 늑대가 서준의 몸 위로 덮어 쓰였다.

둥! 둥! 둥!

무대 뒤 화면에 샛노란 보름달이 떴다. 우우우,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 하나가 서준이 있을 자리를 비추었다. 안개 때문에 까만 물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명이 번쩍 빛났다.

서준은 달렸다. 카메라가 서준을 따라 움직였다.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카메라들이 서준을 놓치지 않고 움직였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던 그림자 늑대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둥! 둥! 둥!

안개가 천천히 엷어지고, 일어선 서준이 나타났다.

꺄아아아악!!

관객석의 함성과 함께 인터넷도 불타올랐다. 배우들도 시청자들도 생각지도 않은 서준의 모습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이고, 이건 뭐냐! 성녕대군, 늑대인간 되다. 인가!?

-이런 깜찍한 혼종을 보았나ㅋㅋ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서준은 기린이 수놓아진 자주색 관복에 귀여운 늑대 귀를 달고 있었다. 관복의 뒤에는 복실복실한 늑대 꼬리가 달려 있었다. 김희상의 작품이었다.

늑대인간과 똑같았던 핼러윈 축제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이것만큼 어울리는 복장도 없다고 서준은 생각했다. 늑대인간의 변신을 감상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빵 터졌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려고 했는데 관복이ㅋㅋ 관복이ㅋㅋ

-아. 늑대 귀 너무 귀엽다ㅋㅋ

그냥 들어갔던 핼러윈 축제 때와는 달리, 서준은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는 뒤를 돌았다. 서준의 손에 낀 장갑을 발견한 사람들이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봤음? 장갑! 젤리가! 분홍색 젤리!!

-꼬리! 꼬리! 뒷모습도 너무 귀엽다!

사람들의 반응에 다시 뒤를 돌아본 서준이 꾸벅 인사를 하고 계획대로 달려갔다. 안개가 짙어지고 사람이었던 존재가 다시 늑대가 되어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ㅋㅋ 진지하게 보려고 했는데 터졌어ㅋㅋ

-누가 생각한 거냐ㅋㅋ 늑대 대군마마 칭찬해 줄게ㅋㅋ

-시상식에 어울리긴 함ㅋㅋ 웃겨서 문제지ㅋ

-끝나면 이것밖에 생각 안 날듯

“다호 형, 나 잘했어요?”

“반응 진짜 좋아. 잘했어!”

서준이 활짝 웃으며 늑대 귀가 달린 머리띠를 벗었다. 관복도 벗고 옷도 갈아입었다. 안다호가 건네준 물을 마시며 숨을 돌렸다.

얼마 후, 서준이 내의원 팀의 자리로 돌아왔다. 다들 서준을 반겼다. 이지석이 물었다.

“그거 누가 생각한 거야? 성녕대군마마가 늑대인간이라니. 웃겨 죽는 줄 알았어.”

“제가 했어요.”

“서준이가?”

“네. 시상식이니까, 드라마랑 관련 있는 거 하고 싶었거든요.”

“잘했어. 인터넷 글도 엄청 많이 올라오고 있어.”

박도훈의 말에 서준이 에헤헤 웃었다. 서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보통 신인상을 일찍 발표하는데 KBC 방송국은 신인상은 건너뛰고 다른 상들을 먼저 발표했다. 신인상을 받을 서준이 축하 공연을 하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었다.

“신인상도 나쁘지 않지. 평생 한 번만 받는 상인걸.”

김종호의 말에 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KBC 방송국의 선택도 그랬다. 앞이 창창한 배우 이서준의 수상경력 중 신인상은 오직 KBC 방송국 하나일 터였다. 서준의 기억에도, 사람들의 기억에도 그렇게 남을 터였다.

[다음은 KBC 연기대상, 신인상입니다.]

1부 막바지, MC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화면으로 모였다. 여러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환하게 웃고 있는 성녕대군의 영상이었다.

[이서준/성녕대군(내의원)]

관객석에서 바라보던 서은혜와 이민준, 서은찬과 안다호도 예상하면서도 긴장되는 마음을 없앨 수 없었다.

[신인상!]

[드라마 내의원, 성녕대군 역의 이서준 배우!]

화면 가득히 서준의 얼굴이 비쳤다. 생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도 관객석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서준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지석이 자리를 비켜주고 서준이 축하공연을 준비하는 사이 숨겨두었던 꽃다발을 건넸다. 김종호도, 박도훈도 모두 꽃다발을 건넸다.

꽃다발을 한 아름 품은 서준이 무대 위에 올랐다. 마이크가 높았지만, 곧 달려온 스태프가 다른 마이크를 전해주었다.

MC가 트로피와 함께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무대 뒤의 화면 가득히 꽃다발을 안고 있는 서준의 모습이 비쳤다.

예쁜 꽃들과 잘생긴 서준의 얼굴이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멋져 보였다.

-이건 짤 생성각이다! 역시 배우는 달라!

-성녕대군마마. 축하해요!

-? 저거 용 무늬 아님?

-용?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서준의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서준은 더할 나위 없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인생에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 기쁨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몇 달을 함께 촬영한 모든 배우분과 제작진분들. 마지막 화까지 눈물을 흘리며 내의원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 가족들과 코코아엔터 직원분들.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사람들 마음속에 남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준은 꾸벅 인사를 했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짧은 수상소감이었지만 진심이 전해졌다.

[배우 이서준, KBC 신인상 수상!]

-신인상? 최우수상은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신인상도 좋음. 내의원으로 못 받으면 거의 못 받는다고 보면 됨. 영화는 벌써 쉐도우맨 찍어서 신인상은 못 탐.

-서준이는 앞으로 받을 상이 많으니까!

서준의 수상을 끝으로 연기대상 1부가 끝났다.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그래. 얼른 집에 가서 쉬어.”

“집에 가서 지석이 형 상 타는 거 볼 거예요!”

서준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며 인사를 했다. 안다호와 함께 홀에서 나온 서준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엄마 아빠를 만났다.

“서준아, 신인상 축하해!”

“에헤헤헤.”

“얼른 가서 씻고 지석 씨 상 받는 거 보자.”

“응!”

안다호와 서은찬과 헤어진 서준은 엄마 아빠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서 금세 집에 도착했다.

텔레비전을 켜 KBC를 보니 아직 지석이 형이 상을 받으려면 한참 남은 것 같았다.

얼른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서준과 부부가 소파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MC가 연기대상의 후보들을 불렀다.

여러 영상 중, 무덤 앞에 엎드려 있는 이지석의 등이 보였다. 그 영상 하나만으로도 내의원을 봤던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크. 등으로 연기하는 클래스!

-이지석 아니면 누가 받냐!

[연기대상!]

[드라마 내의원, 허유선 역의 이지석 배우!]

화면에 이지석의 얼굴이 비쳤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는 이지석의 얼굴에 서준이 뿌듯했다. 들리지는 않겠지만, 서준은 열심히 박수를 쳤다. 김종호와 박도훈이 이지석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는 모습이 보였다.

꽃다발을 한 아름 든 이지석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트로피를 받고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지석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 내의원 촬영을 함께했던 배우분들과 제작진 여러분…….”

서준은 이지석의 소감을 들으며 이지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중에 보면 좋아하겠지!

<지석이 형! 연기대상 수상 축하해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연기해요!

소감을 끝맺은 이지석이 꾸벅 인사를 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잠시 MC의 얼굴이 비치던 화면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보신각이었다.

“벌써 12시야?”

“서준이 잘 시간 지났네.”

“제야의 종 치는 것만 보고 잘래!”

“그래. 알았어.”

[벌써 올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맞이할 새해. 시청자 여러분께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MC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면 정중앙에 커다란 숫자가 생겼다. 10!

[그럼,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화면 속 사람들이 숫자를 외치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기도할까?”

“내년에도 행복한 일만 생기게 해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행복할 새해를 기도하며 서준과 엄마 아빠도 함께 숫자를 셌다.

3!

2!

1!

뎅-!

[시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뎅-!

뎅-!

33번의 종소리가 들렸다.

새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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