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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98화 (9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8화

“안녕, 찰리!”

“안녕!”

여기서도 찰리는 인기가 많았다. 서준도 찰리와 함께 놀이터 이곳저곳을 다니며 놀았다. 간간이 몬스터사의 로고가 그려진 장난감과 인형도 보였다. 서준과 찰리는 놀이터의 놀이기구를 전부 타보았다.

신나게 놀고 돌아온 찰리와 서준에게 부부가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핼러윈 축제는 재밌는데, 옷이 거슬리긴 해. 그지?”

“그러게. 모자가 자꾸 벗겨져. 꼬리도 불편하고.”

“그래서 난 아빠가 준다던 가면 안 쓰고 왔어. 분장보다는 놀이터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거든.”

어쩐지. 찰리의 아빠는 완전, 멋있는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찰리는 그저 늑대 귀 모양의 머리띠만 쓰고 있었다. 아들에게 만들거나 사서 줄 수 있었을 텐데, 찰리가 거절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재미있지?”

“응!”

잠시 숨을 돌린 서준과 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바꼭질할까?”

“그럴까? 애들 불러서 같이 하자.”

“응!”

서준과 찰리는 순식간에 놀이터로 사라졌다. 서은혜와 이민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대단한 체력이야. 난 벌써 힘든데.”

“동감.”

* * *

“이번엔 준이 술래야!”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술래를 정했다. 찰리가 대장처럼 순서를 정해놓아서 싸움도 없었다.

“좋아. 30까지 센다?”

“좀비도 있으니까 60까지는 세야지!”

“요즘은 좀비도 빠른데…… 알았어.”

서준이 벽에 얼굴을 묻었다.

찰리는 숨바꼭질하는 중에도 설정 놀이를 잊지 않았다. 좀비는 느리지만, 술래가 물리지 않게 터치해야 했고, 마녀나 마법사는 주문을 외우면 한 번 더 도망칠 기회를 줬다.

“하나!”

아이들이 벌떼처럼 흩어졌다.

“둘!”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은 정한 규칙을 까먹기 일쑤라서 금세 잡히고는 했다.

서준이 웃으며 숫자를 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놀이터가 조용해졌다. 서준의 목소리만 들렸다.

“60! 찾는다!”

‘이럴 때 쓰려고 준비한 능력은 아니지만.’

금세 자신을 찾아낸 찰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서준은 꼼수를 쓰기로 했다.

[(선)그림자 늑대인간의 늑대화가 발동됩니다.]

[(선)그림자 늑대인간의 늑대화-중하급]

자신의 그림자로 이루어진 늑대와 함께 살아가는 늑대인간입니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다가 보름이 되면 늑대로 변합니다.

사족보행이 더욱 편해지고 후각이 발달합니다.

그림자 늑대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블루 드래곤 해츨링 때처럼 확연히 드러나는 변화는 없었다. 집에서 해봤을 때는 눈 색이 노랗게 변하고 손톱 발톱이 날카로워지고 후각이 강해졌다.

서준이 나지막이 울었다. 후각이 강해졌다. 장갑과 운동화에 가려진 손톱 발톱이 날카로워졌다. 모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눈이 노랗게 변했다.

킁.

아이들의 냄새가 났다.

서준의 후각은 숨어 있는 아이들을 금세 찾아냈다. 놀이기구 구석에 등을 돌리고 자기 눈만 가리고 있는 어린 마법사부터 벤치 밑에 들어가 있던 호박 머리의 잭 오 랜턴까지. 마지막으로 능숙하게 숨어 있던 늑대인간 찰리까지, 모두 찾았다.

아니,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킁.

서준의 코가 움찔댔다. 물기가 섞인 사람 냄새였다.

“다음은 내가 술래할…… 준, 어디가!”

“잠깐만! 아직 한 명 숨어 있는 것 같아!”

“뭐? 여기 다 있는데?”

서준이 냄새가 나는 구석을 향해 걸어갔다. 놀이터 구석, 조금 어두운 곳 구석. 거기에 한 사람이 있었다. 까만 고깔모자를 쓴 여자아이가 웅크려 앉아 있었다.

“찾았다!”

눈물범벅인 아이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서준이 손을 내밀자 잠시 개 발바닥 모양의 젤리를 보던 아이가 그 손을 잡았다.

* * *

찰리는 아이들끼리 놀라고 말하고 다시 서준과 여자아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여전히 여자아이와 서준은 손을 꼭 잡은 상태였다,

“안녕. 난 준이라고 해. 늑대인간이지.”

“난 찰리야. 꼬리가 없긴 하지만 늑대인간이야.”

“넌 이름이 뭐야?”

인형처럼 귀엽게 생긴 늑대 머리를 바라보던 금발의 여자아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르는 언어로 말하는 무섭게 생긴 사람 중에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생김새도 무섭지 않았다.

“……그레이스.”

“그레이스구나. 그레이스,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

“……몰라.”

그레이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마녀의 빗자루를 가진 사람들이 지나가길래 신기해서 따라갔더니 엄마 아빠가 없어졌다. 즐거웠던 핼러윈 축제가 순식간에 무서워졌다.

가장 밝은 곳으로 향해서 걸어왔더니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가 있었다. 다들 신나게 노는데 어쩐지 낄 수가 없어서 그레이스는 구석에 숨어 있었다.

‘엄마, 아빠…… 언니…….’

나 좀 찾아줘.

춥고 배가 고팠다. 그레이스는 조금 전까지 배가 부르다고 먹지 않겠다고 했던 와플이 먹고 싶었다. 목말을 태워주던 아빠도 꼭 안아주던 엄마도, 장난만 치던 언니도 보고 싶었다.

울면 더 슬퍼질 것 같아서 참으며 구석에 기대서 움츠려 있는데.

“찾았다!”

바로 앞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동글동글한 늑대가 보였다. 아니, 늑대 모자를 쓴 아이였다.

늑대 아이가 폭신폭신해 보이는 젤리 발을 그레이스에게 뻗었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레이스도 손을 뻗어 그 발을 맞잡았다. 예상대로 발은 폭신폭신했다.

그레이스가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서준과 찰리는 생각했다.

“미아보호소에 연락해야겠네.”

“같이 가자.”

서준과 찰리가 여자아이의 옆에 서서 손을 잡고 부부에게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잘 놀던 서준과 찰리가 마녀 복장을 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낯선 어른이 무서운지 그레이스는 서준과 찰리의 뒤에 숨었다.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대.”

서준의 말에 서은혜와 이민준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그럼 얼른 미아보호소에 가야지!”

이 조그마한 아이를 잃어버리고 아이의 부모님은 얼마나 애가 타겠나. 같은 부모로서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졌다.

이민준이 짐가방을 들고 길을 살폈다. 서은혜가 무릎을 굽혀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서준과 찰리의 뒤에 숨어 있었다.

“아줌마가 안아줄까?”

그레이스는 두 아이의 옷을 꽉 잡았다. 그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에 서준은 그레이스의 두려움을 알아차렸다. 서준은 손목을 매만졌다.

[(선)차분해지는 사과꽃 향기가 발동됩니다.]

달콤한 향기가 서준에게서 흘러나왔다. 불규칙하게 뛰던 그레이스의 심장이 점차 일정하게 뛰기 시작했다. 두려웠던 마음이 살며시 가라앉았다. 그레이스의 손이 떨어지자 서준은 능력을 멈추었다.

“아줌마한테 안겨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네.”

그레이스가 서은혜의 품에 안겼다. 차가운 몸에 서은혜는 마음이 아파졌다.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서은혜는 온기를 나눠주듯 그레이스를 꼭 껴안았다.

“엄마.”

“알았어. 가자.”

부부와 아이들은 빠르게 미아보호소로 향했다. 이민준과 찰리가 실례합니다, 외치며 길을 만들었고 서준과 서은혜는 그레이스를 달래며 뒤를 따라갔다.

“여기, 미아 있어요!”

미아보호소에 있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화로웠던 미아보호소가 바빠졌다. 그레이스의 이름을 묻고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무전기로 광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직원들에게 아이의 부모를 수색하게 하고 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뉴욕에서 오신 그레이스 웰튼의 부모님. 그레이스 웰튼이 지금 미아보호소에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찰리는 그 와중에도 넓은 인맥을 자랑했다. 시청 직원에게서 맛있는 쿠키와 따뜻한 핫초코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건 원래 미아에게만 주는 건데…….”

“에이. 우리가 미아 찾아왔는데요!”

“그래. 잘했어.”

오늘은 미아도 그레이스가 처음이었고 쿠키와 핫초코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찰리가 쿠키와 핫초코 석 잔을 가져오자 서준은 활짝 웃으며 쟁반을 놓을 자리를 준비했다.

“고마워!”

“별말씀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절친이 된 것 같은 두 아이였다. 서준은 그레이스에게 핫초코를 주었다. 그레이스는 홀짝홀짝 핫초코를 마셨다. 차갑게 비었던 배가 따뜻해졌다. 그렇게 세 아이는 담요를 두르고 미아보호소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콘테스트 끝나고 뱀파이어 파랑 늑대인간 파가 공연하는데 우리 아빠도 나와. 늑대인간 대장이지! 작년에도 삼촌들하고 같이 공연했는데 엄청 멋졌어. 나도 크면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싶어!”

“찰리 아빠 늑대 분장 엄청 멋있었어.”

“난 준의 분장이 더 좋아.”

그레이스의 말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그렇지?”

“귀여워.”

그레이스의 말에 서준이 마른세수를 했다.

“귀여우면 안 돼. 늑대인간은 보통 엄청 무섭고 멋있단 말이야.”

“우리 아빠처럼 말이지! 애초에 그렇게 동글동글한 얼굴이 일등 하기엔 어렵지 않나? 왜 그렇게 만들었어?”

“원래는 찰리 아버지처럼 멋진 늑대 모자였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엄청 무거워졌대. 그래서 다시 만든 게 이거야.”

“그래도 일등 하긴 힘들겠는데.”

“근데 콘테스트는 뭐하는 거야?”

그레이스의 질문에 찰리가 대답했다. 서준도 귀를 기울였다.

“중앙에 있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연기하는 거야. 뱀파이어는 뱀파이어처럼, 마녀는 마녀처럼. 소품 같은 걸 만들어서 활용할 수도 있는데 엄청 큰 건 안 돼. 일등은 현장 반응으로 정해져.”

“그럼 현장 반응이 비슷하면 어떻게 해?”

찰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공동 일등이지, 뭐. 제법 많이 나왔어. 공동 일등.”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준, 참가 신청은 했어?”

“응. 축제 시작하자마자 했어.”

“제목이 뭐야?”

“늑대인간의 변신.”

“응원할게. 내 목소리가 제일 클걸!”

찰리의 말에 서준과 그레이스도 웃음을 터뜨렸다.

미아가 불안해할까 봐 걱정하던 미아보호소 직원들과 부부도 안심하고 미아의 가족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레이스!”

미아보호소의 천막이 활짝 열렸다. 그레이스의 부모님과 언니로 보이는 소녀가 뛰어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하하 호호 웃고 있던 그레이스가 부모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상을 짓더니 엉엉 울음을 토해냈다.

“엄마! 아빠! 언니!”

“그레이스! 도대체 어딜……! 아니야. 무사해서 다행이야.”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부부가 연신 그레이스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소녀도 부모님들도 모두 눈물범벅인 얼굴이었다.

이내 그레이스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심한 그레이스의 부모가 직원들과 서은혜 이민준에게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이쪽은 준이고 이쪽은 찰리야. 날 찾아줬어.”

“정말 고맙구나.”

눈물을 닦고 그레이스는 가장 밝은 얼굴로 서준과 찰리를 소개했다. 서준과 찰리에게도 고맙다고 이야기한 그레이스의 엄마가 그레이스에게 물었다.

“이제 그만 호텔로 갈까?”

이제 핼러윈 축제가 싫어지지 않았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트라우마가 남을까, 걱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레이스의 아빠도, 언니도 그레이스만 바라보았다.

“아니.”

그레이스가 따뜻한 엄마 품에 안겨 활짝 웃었다.

“준이 콘테스트 나간대. 그거까지 보고 갈래. 준은 일등 하고 싶다는데 일등 하려면 나도 응원해야 해. 엄마 아빠도 같이 응원하자!”

그레이스의 말에 서준과 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동안 불안해서 말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럼 꼭 일등 해! 응원할게.”

그레이스와 가족들은 미처 못 먹은 저녁을 먹기 위해 미아보호소를 떠났다. 찰리가 미아보호소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준은 이제 콘테스트 준비하러 가야겠네.”

그 말에 서준과 부부도 시계를 확인했다. 주최 측에서 안내해 준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벌써 10번째 참가인걸.”

“그중 몇 번째부터 기억나?”

“음. 5번째?”

두 아이가 아하하하, 웃었다.

“우리 아빠가 공연할 때 가 봤거든.”

“그럼 같이 갈래?”

“그래. 우리 아빠가 준비하는 거 보여줄게.”

찰리의 말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그 멋진 늑대탈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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