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93화 (9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93화

[4월부터 6월까지, 화제성 1위, 드디어 막을 내리다.]

[한숨 돌린 타 방송국, 아쉬운 KBC!]

[해외에서도 인기, 플러스+의 화제의 작품, 1위. 내의원!]

[KBC 내의원 마지막 회, 시청률 41%!]

[수목드라마, 처음으로 40% 돌파!]

[적중! 내의원, 허 의관 킹메이크설!]

-드라마 본방 기다리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었는데, 이제 뭐 보냐. 다시 4월이 됐으면ㅠ

-성녕대군 도플갱어 나와서 막장인가 생각했는데, 허유선 트라우마 치료하려면 다른 사람보다는 도플갱어가 나을 듯.

-나도 성녕대군이랑 똑같이 생겨서 감정이입 잘 됐음. 딱 14화 생각나더라.

-ㅋㅋ 허유선, 진짜 왕 만들려고 했구나ㅋㅋ

4월부터 6월까지, 총 24부작, 12주간 방영되었던 KBC 퓨전 사극, 내의원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KBC 내의원 게시판에도, SNS에도, 4화부터 생긴 내의원 팬카페에도 많은 후기가 올라왔다.

[제목 : 의사로서 허유선 엄청 대단한 것 같음.]

모든 의사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이야기임. 신분 차이나 충성이나 그런 건 모르겠고.

내가 의사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가 가족이나 지인이 많이 아팠을 때임. 우리 부모님 수술은 절대 내 손으로 못할 것 같음. 너무 긴장해서 실수할까 봐.

두 번째가 첫 사망 환자 생겼을 때…… 아직까지도 정확히 기억남. 그 환자랑 같은 병 있는 환자 만나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덜컥함.

그다지 친하지 않은 환자일 때도 이런데, 허유선은 첫 사망 환자가 처음으로 자기가 마음을 열었던 성녕대군이잖아…… 의원 안 그만두고 전염병 치료약 연구하고 끝내 치료 성공한(그것도 얼굴이랑 증상이 완전 똑같은!) 허유선 정말 대단함.

[내의원 스페셜-최민성 피디와의 인터뷰 전문]

Q. 조선 초기에는 내의원이 아니라 내약방이었다는데?

A.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내약방이라는 제목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잖습니까. 내의원처럼 딱 듣기만 해도 시청자들이 ‘궁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구나, 왕족도 나오겠구나’를 떠올릴 정도로 직관적이지 않아서요.

Q. 그 후에 허유선은 어떻게?

A.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착한 일(웃음)을 하다가 세종의 부름에 다시 궁궐로 돌아가 어의가 됩니다. 열심히 병에 관해 연구하죠.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데 그때가 세종 25년쯤입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18년이나 흘렀죠. 허유선이 돌아온 후 세종은 내약방을 내의원으로 개칭합니다.

원래 이 이야기까지 넣을 계획이었지만 성녕대군의 묘에서 우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서 거기서 끝내기로 했습니다.

아, 물론 의관 허유선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픽션입니다.

-세종실록, 세종 25년 6월 15일 무술 2번째 기사 / 내약방의 이름과 관원의 호칭 등을 정하다 [조선왕조실록] 진짜 있음!

-이런 뒷이야기 좋음ㅎ

-픽션이었다면 대군마마, 살려주시지 그랬어요ㅠ

-근데 마지막 장면 좋았음. 원래 대본대로, 성녕대군 빼놓고 허유선이 어의가 돼서 끝나는 건 별로였을 것 같음.

=ㅇㅇ여운이 남아서 좋음. 허유선이 어의가 되는 건 너무 꽉 닫힌 엔딩 같음. 참고로 난 꽉 닫힌 해피엔딩 좋아함ㅎ

* * *

“이상하다.”

“뭐가?”

“세 달 동안 월요병이 없었는데 다시 생긴 것 같아. 언제 주말이 되지?”

“이제 막 출근한 지 5분 지났어.”

김희상과 이민준이 공동대표로 이끌어나가고 있는 몬스터사의 직원들이 일할 준비를 하며 잡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월요병은 그거 때문일걸. 내의원.”

“아. 저번 주에 끝났지.”

수요일에 방영되는 내의원. 그 덕분에 내의원 애청자 중에는 얼른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지나 수요일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저기 내 평생 월요일을 기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사람들이 생겨났었다.

그것도 이제 다 지난 이야기였지만.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기다려 봐. 또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오겠지.”

“그건 그러네.”

금세 기운을 차린 직원이 메일을 체크했다.

“오늘도 참 많네.”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덕분에 해외에도 알려진 몬스터사였다. 작품 촬영 중에 찍힌 사진이 아니라면, 이서준이 찍힌 사진에서 몬스터사의 제품들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

어느 기사에서는 ‘서준 리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정도였다. 그런 유명세에 서준 리의 해외 팬이라는 구매층도 있어 꽤 팔려나가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도착한 구매 문의 메일들을 살펴보던 직원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핼러윈 축제?”

* * *

촬영이 없으니 한가해졌다. 게다가 며칠이 지나면 여름방학이고. 서준은 커다랗게 하품을 하면서 문제집을 풀어나갔다. 똑똑한 머리는 금방 답을 도출했다. 학교 숙제도 끝냈고 하루에 풀어야 하는 문제도 모두 풀었다.

할 일을 모두 끝낸 서준은 뭘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컨을 들었다.

“다호 형은 휴가 갔고. 엄마는 마트 갔고. 영화나 볼까.”

그때, 전화가 울렸다. 희상이 삼촌! 서준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작년 1월, 영화제를 끝내고 돌아온 서준에게 김희상은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상대는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 최수희.

피아니스트 최수희는 유럽에서 활동했고 김희상은 한국에서 일했다. 장거리 연애 중이었던 두 사람은 최근 최수희가 한국에 자리를 잡은 것을 계기로 결혼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희상이 결혼식 이후로 신혼여행이며 휴가며 신혼을 즐긴 덕분에 공동대표인 이민준만 바빴다.

‘우리 집에 별로 오지도 않고.’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행복하게 웃는 희상이 삼촌을 보면 서준도 기뻤다. 게다가 곧 있으면 아기가 태어난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희상이 삼촌은 나한테 한 것처럼만 하면 멋진 아빠가 될 거야.’

서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주 아기였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아빠와는 다른 부분에서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좋은 삼촌이었다. 이런 삼촌의 아이로 자란다면 정말로 행복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

“여보세요!”

-어. 서준아. 뭐해?

“문제집 다 풀고 이제 영화 보려고!”

-은혜는?

“엄마는 마트!”

-그래? 너 10월 말에 뭐 할 일 있어?

“10월?”

이제 7월인데? 서준은 휴대폰으로 안다호가 보내준 스케줄표를 확인했다. 음. 깨끗하네. 내의원 촬영이 끝나서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

“없어. 아주 깨끗해.”

서준의 말에 김희상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럼 민준이랑 같이 파리 가지 않을래?

“파리? 프랑스 파리?”

-응. 이번에 우리 회사가 파리 근처 도시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게 됐거든.

“핼러윈 축제?”

-그래. 광장에서 간이 가게들을 세우고,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괴물이나 유령 분장을 하는 행사래.

핼러윈! 괴물! 유령!

서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작년 행사 후기 보면, 분장에 따라서 연기도 해야 한대. 드라큘라로 분장한 사람은 진짜로 드라큘라처럼 마늘하고 나무말뚝을 싫어하는 척해야 하고 좀비는 말을 하면 안 되고. 행사가 끝날 때는 누가 가장 잘 분장하고 연기했는지 투표도 한다더라.

반짝반짝 빛나던 서준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흥분으로 두근두근 뛰는 서준의 심정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김희상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거 보고 우리 서준이 생각나서 전화했지. 어때, 갈래?

“갈래!”

서준이 힘차게 말했다. 역시, 희상이 삼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안다니까! 서준은 석 달이나 남은 행사에 입을 옷을 고민했다. 드라큘라? 좀비? 도깨비?

-내가 핼러윈 행사 홍보물 보내줄 테니까 은혜랑 민준이랑 같이 봐. 은찬이랑 다호 씨한테도 알려주고.

“응!”

전화를 끊은 서준이 휴대폰만 바라보며 바톡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10분 같은 10초가 지난 뒤 김희상에게서 바톡이 도착했다. 바톡 메시지에는 홍보물뿐만이 아니라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 글의 링크도 있었다.

[제목 : 오르체시, 핼러윈 축제에 가다.]

프랑스 파리 옆 작은 도시, 오르체의 핼러윈 축제에 갔습니다.

드라큘라로 분장하고 갔는데…… 마늘을 못 먹었습니다. 마늘 빵에 알리오 올리오! 온갖 맛있는 마늘 요리가 있었는데, 한 끼에 마늘 열 개는 거뜬히 먹는 저인데! 못 먹었습니다ㅜ 흡혈귀한테는 안 판대요. 그게 축제 규정이라서…… 잘 알아보시고 참가하세요ㅠ 마늘 소시지 맛있어 보였는데!

“아하하하. 진짜 이런 축제가 있다고?”

후기 글을 읽던 부부와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무말뚝을 보면 도망쳐야 하는 흡혈귀, 동그랗고 노란 장식물을 보면 으르렁거리며 늑대흉내를 내야 하는 늑대인간, 그 이외에도 많은 컨셉을 가진 몬스터들의 후기가 있었다.

“유명한 몬스터는 축제에서 정한 설정이 있구나. 설정이 없는 몬스터는 배지를 달고 다녀야 한다네.”

예를 들어, 구미호라는 동양 요괴가 축제 설정이 없다면 축제의 주최 측에서 배지를 나누어주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구미호로 분장한 사람은 여러 배지 중 간을 먹는 구미호의 컨셉에 맞게 빨간 음식만 먹을 수 있는 배지를 골랐다. 그 이외에도 많은 배지가 있었다.

“이러면 알아보기도 쉽겠네.”

서준의 말에 서은혜와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런 배지가 있으면 자기가 만든 몬스터라도 축제에 참가할 수 있겠다.”

“서준이는 뭐로 할 거야?”

“늑대인간! 희상이 삼촌이 만들어준대.”

“털이 있어서 춥지는 않겠네.”

10월 파리 날씨를 알아보던 엄마아빠의 말에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엄마 아빠도 같이 가?”

“그럼 이번 기회에 가족 여행 갈까?”

이민준의 물음에 서은혜도 서준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은 제집 드나들듯 다녔지만, 유럽은 난생처음이었다. 서준은 물론이고 서은혜와 이민준도 그랬다.

“응! 그러자!”

“알았어! 찬이한테도 말해야겠다.”

“응!”

서은혜가 서은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준이 어떤 늑대인간 옷을 입을 거야?”

“털이 북실북실한 거! 아빠, 그린 거 있는데 보여줄까?”

“그래.”

서준이 얼른 방에서 스케치북을 가지고 왔다. 반짝반짝한 은색의 크레파스가 잔뜩 칠해진 늑대인간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보던 이민준이 고개를 모로 꼬았다. 그림 속 늑대인간은 주둥이가 툭 튀어나와 있었고 손톱이 무시무시했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고 엉거주춤 서 있는 모양새가, 늑대인간이라기보다 그냥 이족보행 하는 늑대 같았다.

“이건 너무 인형 탈 같지 않아?”

“그런가.”

“얼굴까지 이러면 음식 먹기 힘들 텐데.”

“그렇구나!”

그 생각은 못 했다. 서준이 고심하며 새 스케치북에 늑대인간을 그렸다.

서준이 입을 옷이니 먼저 사람을 그렸다. 그다음, 얼굴은 그대로 놔두고 은색 크레파스로 머리 위에 귀를 그리고.

서준은 집중해서 그림을 그렸다.

“은찬이 온대.”

“어? 처남이 온다고? 지금?”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서준과 이리저리 참견하던 이민준이 고개를 들어 서은혜를 보았다. 서은혜가 볼을 긁적였다.

“뭐,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던데.”

“뭐지?”

부부와 서준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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