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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86화 (8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86화

[KBC 내의원 제작발표회 인터뷰 전문!]

[내의원, 수요일 10시 첫 방송!]

-하루 남았다아!

-이제 10시간 남았는데, 시간이 안 간다. 2달보다 더 시간이 안가.

-퇴근! 이제 3시간 남았음!

-1시간이나 남았는데 KBC 틀어놨음ㅋ 9시 뉴스 오랜만에 본다.

* * *

내의원의 첫 방송을 기다리며 예약한 고깃집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였다. 약속한 시각은 9시였는데 그전부터 벌써 자리를 잡았는지 불판에 고기가 가득했다.

“8시부터 예약하길 잘했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그야 소 작가가 일찍 예약할 걸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하루 이틀 보나?”

카메라 감독의 말에 소은진 작가가 웃으며 시끌벅적한 가게 내부를 바라보았다. 다들 싱글벙글한 얼굴로 술잔을 들고 있었다.

“이렇게 시청률 걱정 안 되는 드라마도 처음이네.”

“광고도 엄청 들어왔다며?”

“네. 엄-청 들어왔으니까, 마음껏 드세요!”

아직도 많은 촬영이 남았지만, 휴가는 나흘이나 남아 다들 부어라 마셔라 열심히 회식을 즐겼다.

최민성 피디는 내의원 1화가 제대로 송출되는 것을 보러 방송국에 있었다.

소 작가가 맘 놓고 먹으라고 했으니, 다들 정말로 맘 놓고 먹고 있었다.

“광고도 엄청 경쟁하다가 다른 시간대까지 샀다더라.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엄청 대기업이었는데, 재방송 광고도 장난 아닐 거야.”

“역시 이서준! 1년의 공백기에 인생 첫 드라마가 우리 드라마니, 안 볼 수는 없겠죠! 그러고 보니 오늘 서준이 온대요?”

“글쎄. 아직 초등학생이잖아. 지금은 잘 시간 아니야?”

“그런가?”

스태프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에 이번엔 누가 왔나 돌아봤던 소은진 작가가 외쳤다.

“서준이도 왔네! 못 올 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작가님! 엄마 아빠한테 허락받았어요!”

열심히 소고기를 굽고 있던 스태프들이 서준을 보며 반겼다. 서준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회식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 들뜬 표정으로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딱 하루만! 딱 하루만 늦게 들어오겠다는 아들의 애교에 서은혜와 이민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허락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지석이 형, 도훈이 형, 종호 삼촌!”

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세 사람이 손을 흔들며 서준을 반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자리로 향하려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서준아, 저쪽에 앉자.”

“네? 네.”

세 배우는 새로운 테이블에 앉았다. 앞 접시와 밑반찬이 이미 준비되어 있던 테이블이었다.

뭐지? 서준이 눈을 꿈뻑거리며 이지석의 옆에 앉았다. 이지석이 집게로 윤기가 흐르는 소고기를 뜨거운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이이익-

고기가 익는 소리를 들으며 이 테이블과 조금 전 테이블의 차이가 뭐지? 곰곰이 생각하던 서준이 이지석에게 물었다.

“형. 왜 여기 앉아요?”

“아, 저쪽은 술 먹는 사람들 구역이거든.”

박도훈의 말에 다시 보니 가운데를 반으로 나눠, 저쪽 테이블 위에는 술병이 가득했다. 세 배우가 앉아 있던 테이블도 소주병과 맥주병이 올라가 있었다. 이쪽 구역은 음료수병만이 잔뜩 있었다.

“내일 일 있는 사람이나 술이 안 받는 사람은 이쪽에서 먹으면 돼. 저쪽에 있다가 술 먹기 싫으면 이쪽에 와도 되고.”

서준이 아이라서 이쪽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었다. 종호 삼촌이 엄청 술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괜찮은가?

“그렇구나. 근데 형들이랑 삼촌은 술 안 마셔도 돼요?”

“우리는 일찍 와서 마셨어. 첫 방송인데 정신 차리고 서준이랑 봐야지. 서준이가 집에 가면 그때부터 마셔도 되고.”

“윽. 삼촌 더 마시게요?”

“서준이는 고기 먹자. 종호 형이 엄청 맛있게 구워!”

이지석이 김종호에게 집게를 넘겨주었다. 질색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박도훈을 아랑곳하지 않고 김종호가 고기를 뒤집었다. 금세 익은 소고기가 아주 맛있어 보였다.

“넌 형을 꼭 부려먹어야겠냐?”

“서준이 소고기 엄청 좋아한다고? 언제는 만나게 되면 배 터질 때까지 구워준다면서?”

“알았다. 알았어!”

말은 그렇게 했어도 김종호는 심혈을 기울여 서준에게 줄 고기를 구웠다. 오늘 저녁은 회식을 대비해서 조금만 먹었다. [(선)슬라임의 소화능력]도 있고! 서준이 젓가락을 들어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집었다.

“광고도 엄청 팔렸나 봐요. 회식하는데 소고기를 먹다니.”

“미리 홍보하니까 다른 방송국들이 제작비 적은 드라마로 편성했다더라고. 안 봐도 우리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몰릴 게 뻔하지. 저기 봐라. 아까부터 계속 광고만 나오잖아.”

김종호의 말에 적당히 배를 채운 서준이 가게 안의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고르고 골라 예약한 가게인 듯 대부분 테이블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텔레비전이 있었다.

김종호의 말대로 꽤 오래 광고가 나왔다.

“인터넷도 난리네. 왜 이렇게 광고가 많냐고.”

“사극이라 PPL을 못하니, 광고 정도는 봐주자는 말도 있어요.”

“뭔가, 광고가 기업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다 모아놓은 느낌인데?”

“그러게요.”

길고 긴 광고의 향연, 그래도 끝은 있었다. 시끌벅적하던 가게가 내의원의 OST가 흘러나오자 조용해졌다.

둥-둥- 묵직한 북소리가 들리고 서진이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악 좋고!”

“화면 좋고!”

이지석의 얼굴과 김종호, 이지혜의 얼굴이 지나갔다. 박도훈과 다른 배우들의 얼굴도.

아는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와 신기한 기분이었다. 영화와는 또 다른 기분. 이지석만 알고 있을 때 봤던 재수사와도 다른 느낌.

“오프닝도 서준이 얼굴은 안 나오네요.”

“드라마에서 등장하고 나서 넣는대.”

“또 난리 나겠네.”

1화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이미 촬영하면서 다 봤던 내용이라 다들 신경도 쓰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회식을 즐겼다. 소은진 작가가 방송국에서 신경이 곤두서 있을, 최 피디가 고생해서 편집했는데 좀 봐주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이고. 나도 모르겠다.”

“아하하. 소 작가님이 이해하세요. 저희는 잘 보고 있습니다!”

이지석이 웃으며 말했다. 정신이 말똥말똥한 사람들은 적당히 먹으며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첫 방송 때는 시청률 걱정하느라 맘 편히 먹지도 못하잖아요. 이만큼 편한 첫 방송 회식이 어디 있겠어요?”

미술팀 스태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의 말대로 아무도 시청률을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잘 나오지 않아도 이서준이 나오는 곳부터는 분명 급상승할 게 분명했다.

“다 서준이 덕분이지!”

“맞아! 서준아, 음료수 더 먹……드라마 보고 있구나.”

시끄럽지도 않은지 서준의 시선은 텔레비전에 꽂혀 있었다. 그 집중하는 모습에 다들 소리를 죽였다.

“그동안 촬영장면 보지 않았어요? 대본도 읽었을 텐데…….”

“그거랑은 느낌이 다르겠죠. 게다가 4화까지는 성녕대군이 나오지 않아서 서준이는 촬영했던 거 못 봤어요. 즉위식이랑 장례식 같은 대규모 촬영만 봤거든요.”

“아하.”

이지석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 때문에 금주 해야 하는, 매니저 테이블에 있던 안다호가 갑자기 조용해진 서준이 있던 쪽을 보았다.

아이고. 다들 드라마에 집중한 서준이를 배려하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가방에서 이어폰과 휴대폰을 꺼낸 안다호가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아, 이걸로 듣자.”

“응!”

안 그래도 미안했는데 잘됐다. 서준은 환한 얼굴로 안다호가 준 이어폰을 끼고 화면은 가게의 큰 텔레비전을 보았다.

소리와 화면의 타이밍이 안 맞긴 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휴대폰 화면보다야 낫지.’

안다호는 이어폰을 낀 서준을 다른 테이블에 방해되지 않게 옮겨 앉혔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안 마시는 사람들의 딱 중간에 서준이 앉았다. 그제야 조금 편하게 입을 열게 된 스태프들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아, 서준이 너무 귀엽지 않아요?”

“매니저님. 서준이 사진 찍어서 SNS에 올려도 될까요?”

“네. 어차피 회식에 참여한다고 올려놔서 괜찮습니다.”

그 말에 다들 휴대폰을 들어 서준을 찍었다. 마치, 어항을 바라보는 고양이처럼 드라마에 푹 빠진 서준의 사진이 SNS에 올라갔다.

[(회식 중 드라마에 푹 빠진 서준이 사진)]

#내의원1화 #이서준 #내의원회식

“서준이 회식 장소에서 내의원 보나 봐.”

“그래?”

서은혜는 이민준에게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었다.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서준의 옆모습이 찍혀 있었다.

사진을 통해서도 얼마나 집중하면서 드라마를 보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눈이 반짝반짝하네.”

“그치?”

불빛에 반사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서준은 연기를 할 때면, 그리고 작품을 볼 때면 항상 행복한 얼굴이었다. 검은 눈동자가 별빛처럼 반짝였고 부드러운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하게 웃었다.

“서준이가 그런 얼굴을 할 때면 연기하는 걸 응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요 1년 사이에 그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조금 섭섭하긴 했어.”

“응. 나도.”

1년의 휴식기 동안 특별히 안 좋거나 행복하지 않았던 서준은 아니었지만, 역시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

“아, 우리도 드라마 봐야지. 그래야 내일 서준이랑 이야기하지.”

“벌써 많이 지나갔겠다.”

부부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내의원 1화는 허 대감의 서자, 허유선의 이야기였다.

허유선은 싸늘하고 냉정한 독백으로 그의 어린 시절을 소개했다.

허 대감의 집에서 쫓겨난 허유선은 마을 의원에게 의술을 배웠다. 허유선은 모자란 부분은 책으로 메꾸며 실력을 높였고, 사람들에게서 진료비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공주마마가 돌아가셨다며?”

“그래. 그래서 내의원 의원들 다 쫓겨나게 생겼어!”

그 대화가 허유선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어의가 된다면 제 어미를 죽게 하였던 허대감과 그의 부인에게 복수할 수 있지 않을까.

방법이야 많았다. 어의가 되어 왕에게 신뢰를 받을 때 제 암울한 과거를 풀어놓아 벌을 내릴 수도 있었고,

“왕의 약에 독을 풀어 허 대감에게 역모죄를 뒤집을 수도 있겠지.”

복수를 위해 제 목숨 따위는 내놓은 허유선의 싸늘한 시선이 궁궐에 닿았다.

화면이 멈추고 내의원 OST가 흘러나왔다. 서진이 형의 목소리를 듣던 서준이 이어폰을 뺏다.

재미있었다. 대본으로 봐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영상으로 보는 게 더 생생하고 좋았다.

‘아. 나는 언제 나오지! 엄청 보고 싶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댔다. 최 피디님이 성녕대군은 5화에 등장한다고 했다. 이번 주에 1화, 2화를 방영하고 다음 주에 3화, 4화를 방영하니, 아직 2주나 남았다. 아, 어떻게 기다리지! 어쩐지 팬들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이지석이 있는 테이블 쪽을 돌아보았다.

“지석이 형, 연기 멋졌어요!”

“서준아, 쉿!”

응? 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의원을 보고 나서 너무 들떠서 신경 쓰지 못했는데 가게 안이 조용했다. 유쾌하게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도 비싼 소고기로 배를 채우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네.”

내의원이 끝나기 얼마 전부터 휴대폰을 잡고 있던 소은진 작가였다. 서준도 고개를 갸웃하면서 소은진 작가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서준은 눈만 깜빡였다.

“네?!”

대박!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봐도 저 ‘네?!’는 기쁨과 경악의 ‘네?!’에요! 다년간의 경험으로 누군가는 한발 먼저 축배를 들었다.

“소 작가님! 그래서 얼마죠?!”

방송국에 있던 최민성 피디와 통화하고 있던 소은진 작가가 외쳤다. 자기가 말하면서도 놀라는 얼굴이었다. 입이 한껏 벌어졌다.

“21%! 21%래요! 최고 시청률은 22.3%!”

“와아악!”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는 어른들을 보며 그때야 이유를 알아챈 서준의 눈이 똥그래졌다. 시청률 때문이었구나!

“우리 서준이가 최고다!”

“아하하하. 첫방에 21%라니, 생각도 못 했는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와 건배 소리에 휩싸여 서준도 즐거워져, 활짝 웃으며 음료수 컵으로 축배를 들었다.

21%!

그 놀라운 기록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서준 또 흥행! 내의원 1화 시청률 21%!]

[1화부터 21%! 배우 이서준의 힘인가?]

[퓨전 사극 바람이 부나? 내의원 시청률 1위!]

[내의원 1화, 이서준은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첫방 시청률이 21%라고? 다시 보기로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21%라고?!

-수요일 10시 드라마 시청률이 모두 합쳐서 34쯤 될까 말깐데, 21ㅋㅋ

-1화가 이 정도면 이서준 나오는 화부터는 장난 아니겠네!

-근데 이서준 안 나오니까 2화부터는 좀 줄어들 듯

[내의원 2화, 시청률 상승! 22%!]

[이번에도 이서준은 나오지 않았다!]

[충녕대군 등장! 어디선가 본 얼굴? 아역 배우, 박도훈!]

-악!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계속 보게 됨!

-그래도 재미있긴 함. 왕 독살하려고 내의원에 들어가다니ㅋ

=독살 ‘시도’임. 허 대감이 역모에 가담했다고 하고 복수하려는데 왕이 진짜 죽으면 큰일이지.

=왜? 세자 있잖아? 세자가 역모 처리하면 안 돼?

=지금 세자 양녕임. 양녕이 왕 되면 충녕대군 왕 못됨. 세종대왕 없어짐. 그건 역사 왜곡을 넘어서 역사 파괴임.

-박도훈이네. 그 드라마 잼있게 봤는데.

-이젠 내의원 시청률은 걱정되지도 않음. 아, 아니구나. 하나 있구나. 그거.

=‘그거’ㅋㅋ 말하면 안 되는 거임?

=근데 ‘그거’라고 말해도 알아듣는 게 신기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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