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9화
영화제가 모두 끝나고 작은 축하 파티가 열렸다. 장소는 시상식장 근처 호텔이었다.
서준의 첫 수상을 축하하기 위한 깜짝파티였기 때문에 부부와 쉐도우맨 팀은 몇몇 지인들만 초대했다.
정장을 갈아입고 편안한 옷으로 파티장에 나타난 서준을 본 리첼과 에반이 폭죽을 터뜨렸다.
“수상 축하해!”
먼저 도착해 있던 사람들도 들고 있던 폭죽을 터뜨리며 서준을 축하해 주었다.
서은혜와 이민준이 초대한 지인들도, 서은찬과 안다호도 폭죽을 터뜨렸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만큼 기뻤던 서준이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일반인인 잭과 스미스 부부는 놀란 얼굴로 참석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좋아하는 영화에 나온 배우도 있었고 유명한 감독도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마치 이웃의 홈 파티에 참석한 것처럼 편안한 복장들이라서 더 신기한 기분이었다.
“수상 축하해!”
“고마워, 잭.”
서준이 활짝 웃으면서 잭에게 초콜릿 쿠키를 주었다. 오늘치 간식은 모두 먹은 잭이라 부부와 대화하는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고는 얼른 커다란 쿠키를 입에 집어넣었다.
“우아앙우앙.”
“진짜 맛있지?”
이렇게 맛있는 쿠키는 처음이라 잭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무어라 말했다. 용케 알아들은 서준이 웃으면서 따뜻한 우유도 주었다. 잭의 표정이 흐물흐물 풀렸다. 우유에 살살 녹는 초콜릿 쿠키가 아주 맛있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
“나중에 물어보고 가져갈래?”
“가져가도 돼?”
“응! 이렇게 많은걸!”
파티에 초대된 아이는 서준과 잭, 둘뿐이었지만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쿠키와 케이크는 아주 많았다.
서준과 잭은 상기된 얼굴로 음식들을 조금씩 맛보았다. 쪼르르 이쪽에 갔다가 쪼르르 저쪽에 갔다가. 바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어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다운 모습에 모여 있던 감독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 감독이 입을 열었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네요. 지금 보면 그저 평범한 아이 같은데 어떻게 그런 연기가 나올까요?”
“그러게요. 윌리엄 연기도 대단했지만 쉐도우맨 2도 인상 깊었어요.”
쉐도우맨 1과 대결을 펼쳤던 그린윙의 감독, 사라 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들의 칭찬 세례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와인 잔으로 가린 라이언 윌이 서준을 불렀다.
라이언 윌의 부름에 서준은 잭에게 고개를 돌렸다. 같이 가겠냐는 서준의 질문에 모르는 어른들이 잔뜩 있어 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준이 졸랑졸랑 라이언 윌 감독의 앞으로 달려왔다.
“감독님, 무슨 일이에요?”
“감독님들 소개해 주려고. 이쪽은 그린윙을 찍었던 사라 로트 감독님.”
서준의 눈이 커졌다. 음악 게임 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멋진 타격감을 보여주었던 그린윙의 감독, 사라 로트가 손을 뻗었다. 서준이 사라 로트의 손을 꼭 잡아 흔들었다.
“반갑습니다! 서준 리에요!”
“사라 로트예요. 잘 부탁해요.”
“이쪽은 이번에 어셈블의 감독을 맡으신 조지 로버츠.”
“안녕하세요!”
“반갑다.”
라이언 윌 감독의 소개가 끝나고 감독들은 서준에게 서준의 연기를 보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어떻게 그런 연기가 가능했냐는 광범위한 질문부터 어떤 영화가 가장 좋았냐는 감독들의 자존심이 걸린 질문까지.
서준은 신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서준의 이야기에 빠져든 감독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심심해하는 잭이 보였다. 서준은 감독들과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친구인 잭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라이언 윌 감독이 다른 감독들을 제지하고 서준을 보냈다.
그 이후에도 감독들은 어린 천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많은 배우를 겪어본 어셈블의 감독, 조지 로버츠가 허탈한 듯 입을 열었다.
“저 나이에 메소드 연기라니, 그것도 후유증도 없다고? 하늘이 내려준 배우가 저기 있었군. 저 정도로 배우에 어울리는 재능도 없을 거야.”
“그러게.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야.”
“장래? 장래가 뭐야. 난 바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조지 로버츠의 말에 감독들이 동의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 * *
“준!”
마음껏 케이크를 먹다가 부모님께 걸렸다. 딱 하나만 고르라는 소리에 마지막으로 고른 케이크를 앞에 두고 아주 조금씩 새가 모이를 쪼듯 먹고 있던 서준과 잭이 고개를 들었다.
에반 블록이 웃으며 손짓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안 가려나? 하고 잭을 보니 잭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쉐도우맨이다!”
“같이 갈래?”
“응!”
서준은 케이크를 탁자 위에 잘 놓아두고 잭과 함께 에반 블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에반 블록은 리첼 힐과 등을 돌린 남자와 서 있었다. 누구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남자가 몸을 돌렸다.
“네가 준이구나.”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에 서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서준의 뒤에 서 있던 잭도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넋을 잃었다.
우와, 우와아아아! 두 아이의 놀란 얼굴에 리첼과 에반이 웃음을 터뜨렸다.
“레드본!”
“데이비스 가렛!”
아이들의 영웅이 파티장에 나타났다. 이 파티장에 아이가 셋만 더 있었더라도 엄청난 소란이 났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대는 아이들을 본 데이비스가 익숙하게 펜을 꺼냈다.
“사인해 줄까?”
“네에!”
잭이 얼른 스미스 부부에게로 달려갔다. 얼른 종이를 달라는 아들의 성화에 아들이 달려온 곳을 봤다가 데이비스 가렛과 눈이 마주친 마리아가 이마를 짚었다.
“잭, 아들.”
“응?”
“엄마 것도 부탁해!”
데이비스 가렛의 빅팬인 마리아의 말에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 한 뭉텅이를 받아온 잭이 서준에게도 반쯤 나누어주었다.
데이비스 가렛은 익숙하게 종이에 사인을 해주었다. 잭은 얼른 사인지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마리아가 감격한 얼굴로 서은혜와 이민준의 손을 잡고 열심히 흔들었다.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서준도 데이비스 가렛에게 종이를 건넸다. 데이비스가 웃으며 사인했다.
“레드본이란 진 나트라는 같은 영화에 못 나와서 아쉽네.”
“다음에는 꼭 같은 영화 해요!”
“그래. 에반에게 들었는데 연극도 했다며?”
“나도 끼어도 되겠나?”
데이비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서준이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데이비스 가렛의 등장으로 더는 놀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서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스왈린 애넘!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 꼭 같이 연기하고 싶었던 명배우. 영상으로나마 서준의 선생님이 되어준 스왈린 애넘이었다.
“스왈린, 오랜만이네요.”
“그래. 너도 실력이 많이 늘었더군.”
“스왈린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죠.”
스왈린 애넘과 함께 촬영한 적이 있는 리첼, 에반, 데이비스는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서준은 멍하니 스왈린 애넘을 바라보기만 했다.
‘사인! 사인받아야 해!’
“사인해 주세요!”
서준은 데이비스 가렛을 만났을 때보다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서준의 표정에 누구의 팬인지 확실히 알아버린 데이비스 가렛은 두 손을 들고 졌다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에반도 리첼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
“저, 다음에 꼭 애넘이랑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서준의 말에 데이비스의 펜을 빌려 사인하던 스왈린 애넘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라이언 윌 감독과 눈을 마주쳤다. 입에 지퍼를 씌우는 라이언 윌 감독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 꼭 같이 연기하자꾸나.”
“네!”
서준과 배우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던 라이언 윌 감독이 다시 감독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내년에 그린윙 2가 개봉하죠?”
“네. 대결에서는 졌지만 그린윙 2편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서요.”
“좋네요. 그린윙 1도 좋았어요. 특히 음악과 전투 장면이요. 음악이랑 영상 맞추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감독들의 칭찬에 사라 로트가 웃었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음악에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아예 음악이 주인 음악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다음에는 음악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사라 로트 감독의 음악 영화라. 누굴 주연으로 쓸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 질문에 사라 로트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모여 있던 감독들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서준과 네 명의 배우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슬쩍슬쩍 들려오는 소리를 보아하니 연기에 관한 이야기인듯싶었다.
흥행이 보장된 성인 배우가 네 명이나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감독들은 사라 로트 감독의 시선이 닿은 배우가 그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눈을 반짝이며 온갖 몸짓까지 섞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아역 배우, 서준 리.
“오.”
누군가 나지막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라이언 윌 감독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음악 영화와 준이라.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무슨 배역이든 소화하는 멋진 배우가 아닌가.
그저, 어느 정도로 멋진 영화가 만들어질까 기대가 되었다.
음악가 출신인 스릴러 감독이 반쯤 애절하게 물었다.
“대강 줄거리라도 말해주시겠어요? 궁금해 죽겠네요.”
“아직 준비할 게 많아서요. 시놉시스도 아직이에요.”
손을 휘휘 젓는 사라 로트의 말에 감독들이 웃음을 터뜨리려고 할 때,
“그 영화. 저희가 투자해도 될까요?”
감독 무리의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감독들의 시선이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 말고도 몇몇 사람이 감독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라이언 윌 감독은 인상을 쓰고 어느새 사람이 많아진 파티장을 둘러보았다.
영화제 이후 파티가 열리는 곳이 이곳만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배우들과 감독들은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준 아역 배우를 보고 싶어 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전 세계에 팬이 있는 배우들과 흥행이 보장된 감독들이 서준의 파티장에 몰렸다.
맛있는 먹잇감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기자들도 투자자도 영화 제작사들도 모두 신경이 한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너만 알고 있어, 말하는 순간에 동네방네 퍼져 버리는 소문처럼 사정사정하는 투자자들과 관계자들을 하나씩 들이다 보니, 어느새 파티의 규모가 커져 버렸다.
감독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사라 로트가 이마를 짚었다. 파티장 안이 이 정도면, 밖은 난리가 났을 터였다.
낌새를 알아챈 건 감독들만이 아니었다. 파티의 주최자,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은 일반인인 서준의 지인들을 호텔 뒷문으로 내보냈다. 나중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모두 파티장을 떠났다.
서준은 차를 타고 떠나는 지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밝은 호텔 안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벌써 둥그런 달이 떠 있었다.
시계를 보던 이민준이 뒷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아들이 상을 받아서 너무 신나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나 있을 줄은 몰랐다.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우리도 이제 돌아갈까?”
“그래. 서준이 잘 시간도 지났고. 서준아, 안 피곤해?”
“괜찮긴 한데, 늦었으니까 돌아갈래!”
잭도 없고 파티장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배우들이나 감독님들이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영 그런 분위기는 아니던걸.
아! 깜박했다!
“스왈린이랑 데이비스 전화번호 물어보고 올게!”
짧은 대화 사이에 아주 친해졌지만, 전화번호는 아직 몰랐다. 두 사람의 전화번호는 꼭 받아야지!
서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 * *
[로얄스티버호텔에서 열린 스타들의 축하 파티!]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또 다른 영화제?! 파티장을 빛낸 스타들과 감독들!]
[파티의 주인공은 진 나트라 역의 서준 리!]
[레드본, 데이비스 가렛, 참석!]
[할리우드의 명배우, 스왈린 애넘 참석!]
할리우드 스타들을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의 사진이 업로드됐다.
호텔 입구에서 찍은 사진들과 어떻게 들어왔는지 파티장 내부의 사진들도 있었다.
사진 한 장 한 장 놀랄 만한 얼굴들이 가득했다. 모두 놓칠 수 없는 특종이었다.
서준의 수상에 열심히 기사와 뉴스를 내보내고 있던 한국 기자들도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사진을 받아 얼른 새로운 기사를 올렸다.
호텔 손님들의 SNS, 파파라치들의 사진, 현지인들의 사진.
이서준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진이라면 이서준이 나오지 않아도 얼른 기사로 만들어 올렸다.
[이서준의 축하 파티에 등장한 할리우드 스타들!]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스왈린 애넘과 배우 이서준!]
[스왈린 애넘, 데이비스 가렛, 에반 블록, 리첼 힐! 그리고 이서준!]
-소오름! 이렇게 이름 모아놓으니까, 장난 아니다!
-스왈린 애넘이랑 이서준이라니. 생각도 못 한 투샷이다.
-감독들도, 와 씨, 장난 아니네. 유명한 감독들도 엄청 많아.
-레드본도 있음. 역시 월클.
그리고 기사 하나가 떴다.
[(단독)배우 이서준, 다음 주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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