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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5화 (7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5화

공연장이 영화제로 시끌벅적할 때, 공연장 밖도 만만치 않았다.

팬미팅에 온 사람들만이 서준의 팬이 아니었다. 팬미팅 티켓팅에 실패한 팬들이 팬미팅에 온 팬들보다 많았다.

-1부 후기 떴다!!

-와! 봄에 나왔던 애들이 MC였대.

누군가 잠시 쉬는 시간에 올린 짤막한 후기들을 찾아 읽으면서 팬카페에서 놀고 있던 팬카페에 코코아엔터에서 올린 공지가 하나 올라왔다.

다들 다음 팬미팅 공지인가! 하고 클릭했더니, 어마어마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전.

김수련 팀장에게 소식을 전한 홍보팀 직원은 서은찬의 지시를 받으며 보도자료를 적어 내려갔다.

아이돌 소속사였던 탓에, 다들 해외 영화제에는 관심도 없어서 WTV 영화제가 무려 시청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는 것도 방금 알았다.

투표!

팬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 단어!

팬들의 연예인에 대한 사랑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지표이며 온갖 편법이 나오다 못해, 조작 논란까지 생기는, 누군가의 팬이라면 한 번은 해봤을 그 행위.

‘투표의 무시무시한 점은 겨우 한 표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는 거지.’

무대 위에 서 있는 조카를 보며 서은찬이 휴대폰 건너 홍보팀 직원에게 말했다.

-사장님. 그럼 팬카페에 먼저 올릴까요?

“일단 여기 있는 팬들에게는 다 알렸으니까, 보도자료 돌리기 전에 팬카페에 먼저 올려요. 이런 거 뒤늦게 알려지면 회사가 일 안 한다고 뭐라 그럴 겁니다! 서준이가 수상하면 다행이지만, 몇 표 차이로 수상 못 하면…….”

-난리가 나겠네요.

그랬다.

생애 첫 후보.

생애 첫 수상 가능성.

그것도 해외 영화제!

자신들이 모르는 투표로 인해 서준이 상을 타지 못했다고 한다면 팬들의 분노는 투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코코아엔터에 돌아올 것이었다.

스피커폰으로 서은찬의 말을 들은 직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한국인이 WTV 영화제에 후보자로 오른 적이 없어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니까, 하루빨리 알려야 합니다. 같이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팬들도 만만치 않아요. 서준이보다 경력이 오래되고 미국에서 활동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되겠죠.”

서은찬의 말에 홍보팀 직원들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코코아엔터 홍보팀의 힘을 보여줄 때였다.

코코아엔터를 항상 주시하고 있던, 화제에 목말라하던 기자들이 홍보팀의 메일과 연락을 받고 기사를 써내려갔다. 코코아엔터에서 뭐만 보내면 대박이라니까!

“빨리 올려!”

“내용은요!?”

“제목만 올려도 돼! 그다음에 수정해!”

이서준, 해외, 영화제, 후보, 수상 가능성. 그리고 투표! 라는, 모든 키워드가 대중의 입맛에 딱 맞았다. 조회 수를 올리기에는 이것보다 좋은 기사는 없었다.

누구보다도 가장 빨리 올리기 위해 [이서준 해외 영화제 후보, 수상 가능성?!]이라는 제목만 달랑 쓰인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갔다.

[(단독)이서준 해외 영화제 후보, 수상 가능성?!]

-뭐? 내용이 없는데?

-후보에 올랐다고? 어디 무슨 영화젠데?

-기사를 이딴 식으로 쓰면 안 되지!

그 뒤로 촤르르르 기사들이 올라왔다. 인터넷 기사의 연예 부분이 전부 서준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주목할 만한 배우상! 후보 이서준!]

[겨우 만 7세, 최연소 한국인 WTV 영화제 후보!]

[투표로 결정되는 주목할 만한 배우상! 한국인 배우가 받을지도!]

기사와 함께, 이서준의 이름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1. 이서준 팬미팅

2. 이서준

3. 이서준 WTV

…….

10. WTV 투표하는 방법

소식을 접한 이서준의 팬카페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멍하니 팬미팅 후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슴 뛰는 소식이 팬들을 들뜨게 했다.

[(공지)모두 투표 부탁합니다!]

우리 이서준 배우가 WTV 영화제 ‘주목할 만한 배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서준 배우의 생애 첫 상을 우리 새싹의 손으로 만들어줍시다!

모두 투표 부탁합니다.

>[WTV 투표 주소]

-헐. 후보! 투표했어요!

-주목할 만한 배우상! 당연히 서준이지!

-최고의 악당도 좋지 않아요?

=아직 나쁜 짓은 하지 않았잖아요ㅋㅋ 뭐, 쉐도우맨 3에서 받을지돜ㅋㅋ

-투표했어요!

서준의 팬미팅이 진행되는 사이 인터넷과 연예계가 시끌시끌해졌다.

TV에서는 WTV의 영화제에 관해 설명하고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한국인 배우들을 소개했다. 서준이 상을 받으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최연소 한국인이 된다고 알렸다.

브라운블랙도 이지석도 소속사의 SNS를 통해 서준이 후보에 오른 것을 알렸다. 꼭 서준이 수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팬들을 움직였다.

[우리도 투표하죠!]

브라운블랙과 이서준이 그냥 인연도 아니잖아요!

우리 브블의 조카 같은 아이고! 투표합시다!

>[WTV 투표 주소]

-투표하고 왔어요!

-꼭 수상하길 바랄게요!

[이서준 배우에게 투표합시다!]

이지석 배우를 주연 징크스에서 벗어나게 해준 이서준 배우를 위해!

우리도 투표합시다!

-진짜 악령 이후로 모든 작품이 잘돼서 너무 좋아요ㅠ

-투표하고 왔어요!

두 팬카페의 움직임이 먹잇감을 노리는 기자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사들이 올라갔다.

[브라운블랙, 이지석의 팬들이 이서준을 위해 뭉쳤다!]

[형들이 도와줄게! 이서준 수상을 노려라!]

[배우 이서준, WTV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한국인 배우로서는 처음!]

[WTV 영화제에 대해 알아보자!]

[팬들의 투표로 정해지는 수상자!]

* * *

2부 팬미팅은 다들 들떠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특히 서준이 진 나트라 연기를 했을 때, 다들 이게 후보에 오른 연기구나!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서준도 너무 들떠서 실실 웃기만 했다. 팬미팅 장이 통째로 구름 위에 떠올라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할 일을 잊지는 않았다.

서준은 진행 순서대로 팬미팅을 진행했다. 몇몇 팬들을 뽑아서 직접 선물을 받고 악수를 하고, 폭신한 의자에 앉아서 팬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 친구 이야기, 유치가 또 빠진 이야기. 별것 아닌 소소한 이야기였지만 재밌었다. 팬들도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행복으로 가득했던 팬미팅 시간이 끝에 다다랐다.

“다들 어땠어요?”

이다진과 최소영이 내려가고 무대 위에는 서준 혼자 서 있었다.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웃고 있는 서준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났다. 서준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들떠서 연기를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니야! 멋졌어!

-잘했어!

서준이 이히히 웃으면서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다들 서준이 후보에 오른 것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좋아해 주는 팬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팬미팅 내내 싫은 표정 짓는 사람이 없나, 열심히 살펴보았지만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서준을 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는 것처럼 천천히 관객석을 바라보던 서준은 문뜩 첫 생의 자신에게도 팬이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있었다면, 죽어버린 자신을 보며 울지는 않았을까? 걱정됐다. 한 명이라도 첫 생의 자신에게 팬이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자신만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 커지는 상념을 털어낸 서준이 꾸벅 인사를 했다.

첫 생은 첫 생이고, 지금은 내 팬만 생각해야지! 서준이 활짝 웃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려요!”

-서준아! 후보 축하해!

-오늘 재밌었어!

서준이 무대 위에서 내려가고, 공연장의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있던 스태프들이 커다란 상자에서 종이가방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자신이 가져온 선물은 조심스럽게 마련된 상자에 넣고, 서준의 사인지와 DVD가 담긴 종이 가방을 소중하게 챙긴 팬들은 공연장을 나서는 즉시, 얼른 각자의 휴대폰을 켰다.

이미연도 상기된 얼굴로 친구에게 자랑하기 위해 휴대폰을 켰다.

“어, 나. 이제 끝났어.”

-어땠어?

“엄청 재미있었어! 서준이 연기 직접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 청룡 역은 목소리만 들려줬는데 대단했어. 아, 그리고, 서준이 해외 영화제에 후보로 올랐다? 우리가 제일 처음에 알았어!”

-아. 그거 기사 났어. 인터넷도 엄청 난리야.

“역시 기자들이 빨라. 꼭 서준이가 수상했으면 좋겠다.”

-어? 팬미팅에서 안 가르쳐 줬어?

“뭘?”

친구, 박성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미연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팬미팅 공연장을 나서고 있던 사람들이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이미연을 바라볼 정도로 큰 소리였다. 아니, 이미연의 말이 팬들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수상자가 투표로 정해진다고!?!!”

투표!?

본능을 자극하는 그 단어에 팬들의 눈이 번쩍였다.

* * *

“투표?”

“응. 그게 사이트에 들어가서 투표하는 거거든.”

“근데 아깐 그런 이야기 안 했잖아.”

공연장에서 누나들과 헤어지고, 안다호도 직원들도 모두 퇴근했다. 오늘 집에는 찬이 삼촌과 함께 가기로 했다. 서은찬이 서준의 차를 운전하고 서준과 함께 집으로 출발했다.

서은찬에게서 노래의 진실과 질문지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거둔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팬미팅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다들 투표한다고 정신없었을걸. 게다가 꼭 투표 독려하려고 팬미팅한 것처럼 보이잖아. 팬미팅은 서준이가 팬들을 위해서 연 건데 그런 건 팬카페에 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렇구나.”

“삼촌은 벌써 투표했어.”

“음.”

서준은 고민했다. 지금 투표 상황을 물어봐야 할까, 말아야 할까? 궁금하기는 한데, 막상 꼴등이라면 아쉬울 것 같았다.

징징-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서은혜의 문자였다. 서준이 눈을 반짝이며 엄마의 문자를 읽었다. 서은찬이 물었다.

“뭐래?”

“후보에 오른 거 축하 파티한다고 케이크 사 오래! 내가 좋아하는 거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사 오고!”

“그래? 여기 케이크 맛있는 데가 어디 있지?”

“삼촌, 삼촌. 우리 치킨도 먹자!”

“케이크에 치킨에. 그래, 맘껏 먹어! 오늘 삼촌이 쏜다!”

서은찬의 말에 신이 난 서준이 초코케이크를 사러 가는 사이, 인터넷은 투표로 불타올랐다.

-한국인이라면 투표해야지! 이서준!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는데, 레드본도 받았었구나.

-투표! 투표합시다!

-겸사겸사 쉐도우맨도 투표!

-억. 사이트 터졌어ㅋㅋ

-같은 소속사인 브라운블랙이랑 이지석 팬카페에서도 난리구나.

-다른 건 몰라도 브라운블랙 팬들은 음악프로 때문에 익숙해서, 아주 쉬울 것 같음.

서준의 팬카페의 화면에 커다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우리 배우의 생애 첫 수상!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

* * *

시상식이 다가올수록, 투표 시간이 끝나가면서 다들 열심히 움직였다. 특히 코코아엔터의 홍보팀과 이서준 담당 2팀은 정말 바빴다.

“비공개 투표라서 얼마나 투표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홍보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 정도면 받겠죠?”

“그러게요. 그것보다 상 받으면 이것보다 바쁘겠죠?”

홍보팀은 투표 독려를 위해 여기저기 홍보자료를 뿌렸고, 2팀은 몰려드는 인터뷰와 방송 제안을 거절하느라 바빴다.

서준이 상을 탈지도 모르니, 그동안 나온 영화들과 부모님이 들고 있는 사진과 자료를 모아 편집해서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이외에도 예능에 출연해 달라는 전화도 있었고. 대부분은 인터뷰 요청이었다.

일단 서준이 출연을 결정한 3사 공중파 방송국의 인터뷰 스케줄은 시상식 이후로 돌렸다. 그 이외에는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다큐는 너무 이르고.”

“예능은 몸 쓰는 거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인데 인터뷰랑 다른 게 없으니.”

다들 고개를 저었다. SNS를 돌아보고 있던 직원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이야, 기자들 공항에 깔렸대요.”

오늘 출국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공항 국제선 입구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언제 나갈지는 모르지만, 꼭 나갈 거라는 건 아니까 기다리는 거겠죠.”

“그렇다고 날짜를 알릴 수도 없고.”

서준이 후보에 오르면서 취재 열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너무 뜨거운 열기에 잘못하면 앗! 뜨거, 큰 사고가 날지도 몰랐다. 비밀리에 출국하고 싶은 게 코코아엔터의 바람이었지만.

“어려울 것 같은데.”

여기저기 올라오는 공항 국제선 상황에 서은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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