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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4화 (7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4화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안녕! 서준아!

서준이 환하게 웃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무대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도 서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스크린을 눈치챈 이다진이 서준을 툭툭 치자, 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스크린에 서준의 동그란 뒤통수가 보이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즐겁게 보내요!”

-네에!

이다진이 진행 순서가 적힌 네모난 큐카드를 들었다. 최소영과 이서준은 미리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일단, 서준이가 노래를 잘 부른다면서요?”

-네!

“그럼 노래부터 듣고 시작할까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서준이 마이크를 들고 섰다. 어떤 노래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찬이 삼촌은 서준이 잘 아는 노래라고 했다. 아마 브라운블랙 형들의 노래거나 유명한 노래일 게 분명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왔다. 따단따단-

따단따단?

흘러나오는 전주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팬들도 고개를 갸웃하다 스크린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관객석에서 나오는 폭소에 서준이 무겁게 고개를 돌렸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커다란 스크린에 많이 보던 캐릭터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밑에는 노래 가사가 적혀 있었는데, 가사가 없어도 무슨 노래인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만화영화의 주제곡이었다.

이다진과 최소영은 너무 웃겨서 눈물을 흘리며 이미 바닥을 내려치고 있었다. 서은찬도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이리저리 웃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서준은 아무렇지 않게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잘 부르긴 하는데, 살벌했다. 그 살벌함이 오직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그 살벌함에 서은찬이 몸서리를 쳤다. 자신의 조카는 분위기만으로도 연기할 수 있는 천재인 모양이었다.

서은찬의 장난은 아니었고, 서준의 팬카페에 올라온, 가장 많은 투표수를 받은 요청이었다.

점점 진행되는 노래에 팬들도, 이다진과 최소영도 따라 불렀다. 서준도 이내 살벌함을 날려 버리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하긴 유치원에서도 자주 부른 노래였다. 초등학생이나 돼서 부르는 게 조금 그렇긴 했지만 오랜만에 부르니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 박수!”

환호성이 쏟아졌다. 서준이 볼을 긁적이며 의자에 앉았다.

“다음은 팬분들이 적어주신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야.”

“응.”

스태프가 무대 위에 질문이 적힌 종이를 가득 담은 상자를 들고 왔다. 서준이 직접 손을 넣고 휘휘 저어 종이를 하나 꺼냈다. 종이를 받은 이다진이 질문 그대로 읽어주었다.

자신의 질문이 뽑혔나 기대하는 팬도 있었고, 서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팬들도 있었다. 서준은 질문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그 질문 하나하나에 팬들의 관심과 그 대답 하나하나에 서준의 연기에 대한 마음이 느껴졌다.

뜻깊은 질문 시간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아, 이거 너무 심한데요.”

서준이 마지막으로 꺼낸 종이를 읽은 이다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서은찬이 고개를 돌려 기획팀장을 보았다. 기획팀장이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 걸러 냈습니다.”

“근데, 어떤…….”

서은찬이 욕설을 내뱉기도 전에 이다진이 입을 열었다.

“서준이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 질문에 관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은 너무 심한 질문이라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들썩이는 입꼬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중 질문자도 있었다. 이다진도 최소영도 한껏 궁금한 얼굴로 서준을 보았다.

서준의 눈동자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스크린에 드러날 정도의 동요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직 어린 배우인 이서준에게 이만큼 짓궂은 질문이 있나 싶었다.

또 한 번, 서준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낄낄 웃고 있던 서은찬의 모습이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서준과 눈을 마주친 것 같다고 느낀 서은찬이 뒤늦게 얼굴을 굳혔지만, 서준은 이미 본 상태였다.

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이런 질문을 할 리가 없으니, 이건 찬이 삼촌 짓이구나! 하고 배우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었던 팬들의 마음을 모르는, 이상한 결론을 내린 서준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난 서. 은. 찬. 삼촌이 제일 좋아요!”

“오! 엄마도 아빠도 아니고 삼촌? 삼촌 엄청 좋겠네!”

서준의 회피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고, 서은찬은 서준의 대답이 부디 누나와 매형의 귀에 들어가질 않길 바랐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안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질문 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기다려왔던 시간이 다가왔다. 의자가 뒤쪽으로 치워지고 최소영과 서준이 마주 보고 섰다.

이다진이 마이크에 대고 연극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를 말해주었다. 다들 서준의 팬이라서 VOD를 보고 왔지만, 소리를 죽이고 이다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서준과 최소영이 마주 보고 연기를 하는 건 연습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최소영은 연습 때의 서준과 무대에서의 서준을 떠올렸다.

‘연습 때보다는 공연 때가 더 대단했는데. 그건 못 보여주겠네. 아쉽긴 해도 연습 때도 대단했으니까.’

이다진의 설명이 끝나자 최소영이 대사를 내뱉었다. 무대도 장식도 소품도 없이 텅 빈 무대라서 몰입이 어렵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배역은 가장 자신이 있었다.

“청룡님! 청룡님!”

모두가 바라보는 앞에서 서준이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변하지 않았다. 뿔도 나지 않았고 비늘도 돋지 않았다.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가 발동됩니다.]

하지만 실력은 그대로!

[고맙구나! 소원을 들어주마!]

서준의 목소리에 팬들은 몸을 떨었다.

VOD를 봤을 때와는 달랐다. 물론 VOD도 인상적이었지만, 직접 본 서준의 연기는, 목소리는 스피커 통해 온몸을 울리는 것 같았다. 어째서 그 고등학생이 8번이나 같은 작품을 봤는지 이해가 갔다.

연극을 보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팬미팅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하하하!]

시원한 웃음에 다들 긴장됐던 몸을 풀었다. 으아아-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기도 했다. 잠시, 여운에 잠겨 있던 팬들이 깨어났다.

이다진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서준이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는 처음 봤어요.”

여기저기서 호응하는 대답이 들렸다.

“감사합니다.”

서준이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큐카드를 살펴보던 이다진이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1부는 여기서 끝이네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2부를 이어갈게요. 다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에!

코코아엔터에서 미리 공지를 내린 덕분에 다들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서준의 행동 하나도 놓치기 싫어 한껏 집중하고 봤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몇몇은 휴대폰을 꺼내 팬미팅 1부 후기를 올리기도 했고, 몇몇은 내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와. 진짜 대단했어요.”

브라운블랙의 팬이면서 이서준의 팬인 이미연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옆자리에 앉았던 팬, 강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VOD랑 직접 본 연기랑은 천지 차이네요.”

“근데 그 배지 진짜 귀여워요.”

“주문제작이라서 좀 비싸기는 한데, 사진 보내줄 테니까, 만들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이미연이 강소라의 배지를 구경했다. 지금은 화질과 규제 때문에 방송하지 않은 서준의 첫 CF. 엘리펀트 촬영 당시의 아기 서준의 모습이 새겨진 배지였다. 생생한 귀여움에 길을 걸을 때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아, 간식인가 봐요.”

옆자리에서 하나씩 과일 도시락이 넘어왔다. 이미연과 강소라도 받아 옆으로 넘겨주었다.

자신의 몫을 받은 이미연이 과일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제철 과일들이 먹기 좋게 담겨 있었다.

“팬미팅 비용도 쌌는데, 간식도 주고 나중에는 서준이 사인 도장도 준다더라구요. 여기 대관비도 비쌀 것 같은데, 진짜 좋네요.”

“돈 벌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긴 돈 벌 생각이었으면 연극도 안 했겠죠.”

처음 본 사이였지만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준이 출연한 영화,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도중에 무대 위로 누군가 나타났다. 아직 쉬는 시간은 남아 있었다.

코코아엔터의 홍보팀 김수련 팀장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시끌벅적 과일을 먹으며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던 팬들의 시선이 모두 무대 위로 향했다. 살짝 미소를 지은 김수련 팀장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코코아엔터 홍보팀장, 김수련입니다. 여러분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무대 위에 올라왔습니다.”

기쁜 소식?

팬들의 고개가 갸웃했다.

조금 전 미국에서 전해진 소식에 코코아엔터가 발칵 뒤집혔다.

회사에 있던 직원이 김수련에게 전했고 김수련이 사장인 서은찬에게 전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서은찬이 휴대폰으로 몇 번이고 검색을 하고 나서야 이해했다.

서준과 장난치는 데는 일가견 있는 서은찬이 씨익 웃었다.

홍보팀장 김수련이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건 아직 이서준 배우도 모르고 있는 사실입니다. 방금 연락이 왔거든요. 팬 여러분이 이서준 배우에게 꼭 전해줬으면 합니다.”

들떠 있지만 진지한 김수련의 표정에 팬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시끌벅적하던 넓은 공연장이 조용해졌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김수련 팀장이 입을 열었다.

다시 생각해도, 짜릿했다. 덜덜 떨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전달하던 직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미국에서 열리는 WTV 영화제, WMA의 주목할 만한 배우상에 이서준 배우가 후보로 올랐습니다!”

……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국? WTV 영화제? 상? 후보? 천천히, 한 단어 한 단어 이해해 나가던 팬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대충 이해한 팬들의 표정에 김수련 팀장은 말을 이었다.

“물론 수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외 영화제인 만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모두 이서준 배우에게 꼭 전해주십시오.”

와…….

와!!!!

넋을 놓고 있던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해외, 해외 영화제라니!

“대단하다!”

“언젠간 받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빠를 줄이야!”

“올해 해외 영화라면 그거죠?”

“쉐도우맨!”

“진 나트라!”

“하긴 그거 보고도 후보에 안 올리면 안 되죠!”

공연장이 조금 전보다도 시끌벅적해졌다. 팬들의 환호성이 서준이 있던 대기실까지 전해졌다.

초콜릿 우유로 당을 채우고 있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최소영과 이다진도 열심히 샌드위치와 주스로 배를 채웠다.

“무슨 소리예요? 무슨 큰일 났어요?”

“아니야. 아무것도.”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안다호도, 스타일리스트도 스태프들도 다들 서준만 보면 히죽히죽 웃는 얼굴이었다.

쭙쭙- 초코 우유를 빨던 서준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아니, 뭔가 숨기고 있어. 다들 서준이 빤히 쳐다봐도 능청을 떨며 자신의 할 일을 했다. 했던 종이 정리를 다시 하고 과자도 정리하고.

진짜 이상한데!

“이야. 서준아! 팬들 엄청 많이 왔네?”

제일 쉬운 사냥감이 제 발로 찾아왔다. 서은찬의 등장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억, 등골이 싸한데? 슬쩍 눈치를 보니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삼촌,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뭐? 뭐…… 아닌데?”

그런 것치고는 눈을 마주치질 않는데? 서준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서은찬을 노려보았다. 이미 김수련 팀장에게 팬들한테 서준이가 모른다고 전하라고 했다. 이제 와서 서준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뭐야? 뭔데!”

“서준아. 이제 무대 올라가야 해.”

타이밍 좋게 입을 연 안다호 덕분에 추궁받던 서은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다호의 손에 들려 대기실 밖으로 나가면서도 서준은 서은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 벌써 몇 번이나 삼촌에게 골탕을 먹었는지!

계속, 계-속 바라보는 조카의 눈빛에 서은찬은 식은땀을 흘렸다.

“지켜볼 거야. 삼촌.”

서준이 살짝 이를 갈았다.

“아하하하. 잘 갔다 와.”

스르륵 대기실의 문이 닫혔다. 어느새 밖으로 나와 있던 최소영과 이다진도 스태프들에게 뭔가 들었는지 서준을 보며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서준은 최소영과 이다진을 살피며 안다호의 손을 잡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진짜 무슨 일이에요? 형.”

“음. 엄청 좋은 일? 팬분들이 알려주실 거야.”

서준이 무대 위에 나타나자, 아무런 신호도 없이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 환호성에 얼이 나갈 지경인 서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입술이 저절로 뾰로통해졌다. 다들 알고 나만 몰라!

“은찬이 삼촌하고 다호 형하고 누나들도, 뭔가 숨기는 게 있던데, 팬 여러분도 알고 계세요? 저만 몰라요?”

-응!

“뭔데요?”

-영화제, 노미네이트 축하해!

-축하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축하 소리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저기서 말하는 목소리에 말이 뭉쳐 잘 들리지 않았다. 서준이 다시 물었다.

“뭘 축하해요?”

-뒤에 봐!

유독, 그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서준이 뒤를 돌자 커다란 스크린에 한 사이트가 나타났다.

영어로 적힌 사이트를 읽을 새도 없이, 이다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밝고 경쾌하고 뚜렷했다. 서준의 귀에 콕콕 박혀 들었다.

[제39회 WTV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배우상에 노미네이트 된 이서준 배우, 축하합니다.]

[(사진) 진 나트라, 서준 리/7세]

“……와.”

자신의 사진이 콱 박혀 있는 사이트에 서준이 할 수 있는 말은 그 말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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