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59화 (5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9화

“진짜야!”

“이지석 배우하고 이서준 배우라니!”

“꿈인가! 꿈이야?!”

단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데, 반응이 엄청났다. 다들 눈을 반짝이며 숨을 거세게 몰아쉬었다.

이지석과 서준은 그 격렬한 반응에 한 걸음 물러설까 고민했다. 윤성오도 온몸을 긴장시켰다.

짝! 하고 김선곤이 가장 가까이에 있던 김성우의 등을 내려쳤다. 다행히, 그 날카로운 소리에 모두 정신을 차렸다. 숨을 가다듬고 진정했다.

“아, 아아, 안녕하세요. 이서준 배우. 저 엄청 팬이에요.”

서준은 손을 덜덜 떨면서 악수를 청하는 배우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웃어주었다.

따가운 등도 무시한 김성우는 어느새 깨끗한 종이를 들고 와 이지석과 서준에게 사인을 청했다.

“사진! 사진도 찍죠!”

“저한테 주세요. 찍어드릴게요. 전 사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윤성오의 말에 나는 사진에서 빠져야 하나 고민하던 김선곤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선곤의 휴대폰에 7명의 연극배우와 서준, 이지석의 모습이 찍혔다. 그리고 이지석의 폰으로도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선배. 저도 보내주세요.”

“저도요!”

김선곤은 바나나톡 단체방에 사진을 올렸다.

다들 기쁜 얼굴로 다운받았다. 윤성오에게서 폰을 받은 이지석은 사진을 서준에게도 보내주었다.

“저어…….”

김선곤이 물었다,

“이거 인터넷에 올려도 괜찮을까요? 홍보용으로.”

“전 괜찮아요.”

별생각 없이 대답한 서준과는 달리, 유명세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이지석이 볼을 긁적였다.

“저희는 상관없지만, 연예인으로 홍보하면, 그만큼 힘들어질 겁니다. 특히, 서준이는 요새 관심이 집중된 탓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질 거예요.”

한 번 삐끗하면 수습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유선곤은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관객 없이 무대에 선 게 벌써 삼 일째입니다. 오늘 저희 연극을 봐주신 분은 여러분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도 관객이 없었다면 저희는 아예 이번 작품을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저희 단원 중 누군가는 연극을 관뒀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희는 연극이 좋습니다. 계속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이겨낼 수 있습니다.”

바람극단의 단원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아가 단단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분을 믿고 온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작 사진을 올린다는데 왜 그렇게까지 걱정하는 걸까? 의문이 생긴 서준이었다.

아직 스타의 삶에, 유명인의 일상에 익숙하지 않은 서준이었다.

‘나중에 지석이 형에게 물어봐야지!’

그렇게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고 표를 팔았던 김성우가 조심스럽게, 하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된 막내의 패기로 입을 열었다.

“저어…….”

“네?”

“저희 연극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가르쳐 주세요!”

다들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이지석이 연극을 하다가 드라마로 데뷔한 것은 여기 모두가, 서준만 빼고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이지석이 저도 모르게 시계를 보았다.

‘서준이 데려다줘야 하는데…….’

그 생각을 알아챈 서준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궁금해요!”

“그럼 조금만 이야기하다 갈까?”

이지석의 대답에 단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 *

이틀 전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인터넷이 시끌벅적해졌다.

[#이서준 #이지석 #우리동네 #연극]

[제목: 우리 동네 보고 옴]

매일 이서준 이름으로 검색하는 이서준 팬임. 사진도 올라온 지 10분도 안 돼서 봤음. 보자마자 달려나갔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지 표는 거의 다 팔리고 맨 마지막 타임 연극 표 살 수 있었다!

내 뒤로 매진!ㅎㅎㅎㅎ

시간이 많이 남아서 소극장 근처에 있는 가게들도 둘러보고 밥도 먹었음. 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여기저기 사람이 많더라. 내가 간 가게 사장님도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계속 많았으면 좋겠대.

여튼, 소극장에 들어가니까, 관객석도 적고 무대도 엄청 가깝더라. 선착순으로 표 살 때, 표에 1번 2번, 숫자가 쓰여 있는데, 그거 짱임. 이서준이랑 이지석이 앉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음. 의자에 표시도 해놨더라. 거기 앉은 사람들 사진 찍고 난리도 아니었음.

근데, 내 뒤로도 사람들 꽤 오던데 좀 있으면 큰 극장으로 바뀔 듯. 어서 가서 앉아야 할 듯ㅋ

연극은 재미있었음. 계속 웃음ㅋㅋㅋ 다들 엄청 웃더라ㅋㅋ

그리고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들 이지석 이서준에 관해서 물어봄. 배우들도 예상했는지 답변을 줄줄 읽더라.

>>이서준 이지석, 매니저분 셋 다 재미있게 봄. 처음에는 이서준, 이지석인지 몰랐음. 사진 찍을 때 알았음. 이지석이랑 이서준 요 앞 냉면 가게에서 점심 먹음. 이지석이 연극 조언해 줌. 연극을 안 해봐서 그런지 이서준은 우리랑 같이 배움ㅋㅋ

+저기 냉면 가게가 내가 밥 먹은 데임. 근데 사장님은 이서준이랑 이지석이 왔다 갔는지 모르는 눈치더라

-아, 같이 배움ㅋㅋㅋ 귀엽닼ㅋㅋ

-거기 30분이면 하루 표 매진됨. 오늘도 실패했다. 얼른 큰 곳으로 옮겼으면…….

=지금 찾아보는 중이래. 계약 기간도 있고 함부로 옮기긴 좀 그렇겠지

-냉면집도 난리겠네. 그쪽 동네 요새 장사 안돼서 다들 걱정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 덕분에 살아났네.

-난 좀 그렇던데. 계속 억지로 웃기기만 하고 연기도 별로고. 왜 추천했는지 모르겠음.

=추천은 아니지. 그냥 아무 연극이나 보고 같이 사진 찍은 거뿐인걸.

=나도. 두 사람 아니었으면 안 봤을 듯.

-이런 거 돈 주고 홍보하는 거 아님? 실력도 별로던데.

-난 재밌던뎈ㅋㅋ 스트레스 확 풀리는 느낌ㅋㅋㅋ

=동감. 근데 다들 이서준 이지석만 신경 써서 배우들에게 그 질문만 하더라. 난 좀 더 연극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음

=다 그 이야기만 해서 좀 그랬음. 배우들 연기 잘하던데. 다음 작품 기대됨

-일장일단이지. 그래도 이름을 알릴 기회니까, 그 극단한테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이번 작품에 팬을 만들어서 다음 작품까지 끌고 가야지.

이지석의 차에 올라탄 서준은 휴대폰 화면을 보며 댓글을 읽어갔다.

이틀 전, 극단에 조언까지 하고 소극장을 나섰을 때, 서준이 이지석에게 물었다.

왜 사진 하나를 인터넷에 올리는데 걱정을 해야 하느냐고. 잠시 생각하던 이지석은 조금 기다리면 알 거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드라마 촬영을 견학하기 위해 이지석의 차에 오른 서준은 이지석의 설명을 들었다.

이틀 내내 윤성오와 함께 그나마 서준이 봐도 될 것 같은 댓글들을 모아 서준에게 보여주었다.

열심히 편집했다고 해도, 보여줘도 되나, 고민했지만 말로 설명하기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이지석은 서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서준은 별다른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하거나 너튜브를 보면 부모님과 어른들의 감시에도 불과하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악성 댓글이었다.

‘이 정도는 약과지 뭐.’

이지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무엇을 먹고, 보고, 하는지 궁금해하거든. 그중에서도 팬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특히, 서준이는 목격담이 별로 없고, 할리우드 영화까지 나온 배우니까 사람들이 작은 일이라도 관심을 많이 가질 거야. 봐봐, 벌써 기사까지 떴지?”

이지석의 말대로, 인터넷에는 이지석과 서준의 만남과 두 사람이 본 연극, 연극에 대한 소개, 그리고 냉면 가게 사장님의 인터뷰까지 온갖 기사들이 떠 있었다.

어떤 기자는 ‘할리우드 배우가 극찬한 연극!’이라는 제목으로 클릭 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제목을 본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너무 과장한 느낌이었다.

“연극은 배우가 관객을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니까, 바로 표가 나거든.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런 기사들 때문에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관객들의 기대보다 못하면 극단 사람들한테도 좋지 않아. 또 가뜩이나 극장도 작은데 우리 이름값 때문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면 사람들한테 치여서 배우들이 연기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한 거야.”

“그렇구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이 극찬한 연극!]

[이지석과 이서준이 본 연극은 다르다!]

[재미와 교훈을 모두 잡은 명배우들이 선택한 연극!]

정말로 사람들이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기사 제목들이었다. 서준의 머릿속으로 이틀 전 보았던 바람극단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연극을 좋아하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과연 거품이 가득한 대중의 관심에 호응할 수 있을까?

“형, 누나들 잘할 수 있을까요?”

“그 부담감을 이겨내야지. 본인들이 말했잖아. 이겨낼 수 있다고. 이번 시련만 이겨내면 멋진 극단이 될 거야.”

이지석이 걱정 가득한 서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서준아. 우리 같은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좀 더 신경을 써야 해. 무심코 올린 사진, 무심코 흘린 말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모르거든.”

이지석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 윤성오는 직업병처럼, 저도 모르게 말했다.

“서준이는 SNS 안 하지?”

“네. 안 해요!”

“앞으로도 하지 마. 그게 만악의 근원이야.”

* * *

다음 주부터 오후 10시에 방영할 KBC 월화드라마 ‘재수사’의 최민성 감독과 소은진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서준이가 카메오 하겠답니다.”

최민성 감독과 소은진 작가는 멍한 얼굴로, 의기양양한 이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메오라면 알고 있었다. 다른 아역 배우를 써도 괜찮고 유명한 아역 배우를 써도 괜찮을 듯한 배역이 있었다.

대본 리딩 당시, 잠시 쉬는 시간에 누가 좋을까? 하고 감독과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에 앉아 있던 주연배우, 이지석이 그걸 들었는지, 좋은 배우가 있다며 자신이 데려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누구든 괜찮았다. 진짜, 한 번 나오고 말 배역이었으니까. 연기에는 깐깐한 이지석이었으니, 연기는 믿고 있었다.

“……네?”

최민성 감독과 소은진 작가가 다시 한번 되물었다. 이 잘나가는 배우가 무슨 헛소리를 하나? 오늘이 만우절인가? 날짜를 셈하던 두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만우절은 벌써 지났다.

이지석이 씨익 웃으면서 옆으로 비켜섰다.

“짜잔!”

“짜잔!”

이라고 외치며 한 아이가 이지석의 뒤에서 나타났다. 최 감독과 소 작가의 눈이 둥그렇게 변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행에 빠삭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어떻게 이 얼굴을 몰라볼 수가 있을까!

이서준이었다.

진짜로, 영화관에서 봤던, 스크린으로 봤던 그 이서준!

바로 앞에 나타난 서준에 쉐도우맨2를 4번이나 봤던 최민성 감독과 서준의 팬카페에 가입한 소은진 작가는 정말로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는 서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헉!”

환하게 웃는 입만 벙긋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이지석이 웃었다.

“드라마 촬영은 처음이라고 견학 왔습니다. 괜찮으시죠?”

“네? 아, 네네. 네!”

“괜찮죠! 완전 괜찮아요!”

이지석의 질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두 사람이 문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 주스. 주스가 여기 있을 텐데!”

“주스는 너무 달지 않아요? 몸 관리하면서 따로 먹는 게 있지 않을까요?”

“아, 아. 그런가. 그럼 뭘 줘야…….”

다른 쪽으로 정신을 차렸다. 안절부절못하는 두 사람을 보며 이지석이 말했다. 나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서준이가 대단하긴 대단해.

“일단, 앉죠.”

“네. 네. 그렇죠. 이서준 배우도 다리가 아플 거고.”

“의자 너무 딱딱하지 않아요!? 방석! 방석!”

소은진 작가가 방석을 찾아 세트장을 나갔다. 서준과 이지석이 눈을 깜빡였다. 어느새 최민성 감독도 간식거리를 가지러 사라졌다. 텅 빈 세트장에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방석 필요 없는데.”

“다들 널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돌아왔다.

비닐로 포장된 방석만 3개를 들고 온 소은진 작가와 아예 편의점을 털어온 듯 온갖 과자와 음료수를 한가득 사 온 최민성 감독이 겨우 진정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았다.

서준이 방석에 앉아 오렌지 주스를 마시자, 두 사람 모두 감격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행복해야 해. 진 나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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