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53화
이번 촬영장은 야외 세트장이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있고 푸른 잔디도 깔려 있었다.
뛰어도 될 것 같은 깔끔한 런닝트랙이 있고 크로마키가 사방에 설치된 세트장이었다.
“이런 것도 다 만드는 모양이네. 그렇지, 서준아.”
“아빠, 센트럴파크랑 똑같은 거 같아.”
서준의 말에 다시 주위를 둘러본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을 찍어 그대로 만든 것처럼 처음 촬영했던 센트럴파크와 똑같았다.
“그런데 크로마키는 왜 있는 거지?”
“여기랑 저수지를 CG로 합성할 계획이라서 그래요. 저수지까지 만들기에는 낭비잖아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보니, 활짝 웃고 있는 금발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이민준과 서준이 반갑게 여자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리첼!”
“아하하하. 준, 안녕?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리첼 힐이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세 사람은 야외 세트장 근처에 만들어진 배우 대기실에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서준이 물었다.
“어차피 배경이 센트럴파크라면 거기서 촬영해도 되지 않아요?”
“그러면 내용이 다 유출되어 버릴걸? 다들 윌리엄이 히어로인지 빌런인지 궁금해하는데, 거기서 대사를 딱 내뱉으면 어떻게 되겠어?”
“그건 그렇네요.”
“나도 끼어도 돼?”
리첼 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사람이 더 끼어들었다. 에반 블록이었다. 세 배우와 이민준이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반은 모레부터 전투신 촬영하죠? 구경하러 가도 돼요?”
“와도 볼만한 건 없을 텐데? 배경도 상대역도 전부 크로마키뿐이라. 게다가 전투신은 내가 찍는 게 아니라서. 대부분 스턴트맨이 대신하지. 나야 뭐, 클로즈업샷이나 바스트샷에서 폼만 잡아. 센서 잔뜩 붙은 쫄쫄이 입고.”
에반이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 모습에 다들 웃었다. 머릿속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쉐도우맨1의 CG 작업 전의 영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쉐도우맨의 공격도 CG 작업이 대부분이라서 진짜 구경할 건 없을 거야.”
“그래도 갈래요!”
“나도 가도 돼?”
“알았어. 근데 나보다는 감독님한테 허락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네! 받을게요!”
서준은 마침 저기서 걸어오는 라이언 감독에게 달려가 물었다. 라이언 감독은 단번에 허락해 주었다.
“괜찮으시대요!”
“……감독님은 준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이히히히.”
딱히 반박을 안 하는 서준을 보며 세 사람이 웃었다. 왜? 나도 감독님 엄청 좋아하는걸.
이민준이 가방에서 서준의 몫으로 들고 온 간식을 꺼내 세 배우에게 나누어주었다. 간식을 들고 유쾌하게 웃던 리첼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NG 났다며? 에반, 네가 맘에 안 들어서 재촬영한 적은 본 것 같은데 NG라니 신기하네.”
“아. 그거.”
에반이 턱을 매만졌다. 미리 말해두는 것도 좋겠지. 오늘 그 장면도 있고.
“준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어서 놀라버렸어.”
“분위기?”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너도 보면 알 거야. 각오하는 게 좋을걸?”
에반 블록의 충고에 리첼 힐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서준을 보았다. 아빠가 준 간식을 냠냠 먹는 데 집중하고 있던 서준이 리첼 힐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사람이 앉아 있는 곳에 라이언 윌 감독이 찾아왔다. 두 배우는 옷을 갈아입으러 분장실로 향했고 이민준은 김희상에게서 온 전화를 받으러 갔다.
라이언 윌 감독이 서준의 앞에 앉았다.
“오늘 촬영이 제일 중요하다.”
“알았어요!”
“이번 신이 분기점이 될 거야.”
라이언 윌 감독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히어로가 될지, 빌런이 될지. 네가 표현할 분위기에 달렸다.”
서준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곳저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서준과 에반을 비추고 있었다.
서준과 에반이 자신의 자리에 섰다. 에반은 자신의 루틴대로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서준은 발을 툭툭 구르고,
[(선)고양이 남작의 우아한 발걸음이 발동됩니다.]
가슴 속에 있던 능력을 건드렸다.
[(악)홀로 핀 꽃의 우울한 향기가 발동됩니다.]
서준은 호흡법을 하지 않고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와 선기의 균형을 맞추었다.
두 마나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자. 후우. 낮게 숨을 내쉬었다. 이젠 제법 강약 조절도 가능했다.
-레디, 액션!
금발의 여자가 저쪽에서 달려왔다. 벨 나트라였다. 벨은 아이를 보며 눈꼬리를 올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
자신보다 오래 살았던 벨은 알고 있었을 터였다. 아이는 말없이 벨을 보았다. 그에 이상함을 느낀 벨이 아이의 뒤에 있던 맥을 노려보았다. 맥은 다급히 두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벨은 맥의 목에 걸려 있는 펜던트를 발견했다. 벨의 눈이 커졌다. 저건. 저게 왜? 벨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맥의 발로 향했다.
계속해서 닿는 시선에 결국 인내심이 짧았던 그림자가 먼저 움찔 움직였다. 벨의 눈이 반짝였다.
“당신.”
벨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난 입양아예요.”
아이의 말에 맥과 벨이 화들짝 놀라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벨에게서 시선을 떼고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형제들은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졌죠. 나 혼자만 평범했어요.”
아이와 함께 자란 벨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가 고개를 돌려 맥을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그림자인 척하던 맥의 그림자 움찔거렸다.
위험. 위험. 위험!
“나를 입양한 아버지는 내게 실망한 듯 나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어요. 난 뒤처지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요. 하지만 그들과 종족이 달라, 결과는 시원치 않았죠.”
아이, 아니, 그의 눈동자가 살벌하게 빛났다.
“그런데, 이게 뭐죠?
낮아진 아이의 목소리에 맥이 침을 꿀꺽 삼켰다. 벨은 안절부절못하며 어디론가 신호를 보냈다. 그가 고개를 모로 꼬았다.
“내 삶은 여기에 있었어요. 저기를 보세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아빠·엄마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은 아이가 있었다. 누가 봐도 행복한 가족이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었어요. 능력과 상관없이 날 사랑해 줄 부모가 여기 있었어요. 아까 보셨잖아요? 어디서든 살아만 있어 달라고.”
그가 허탈하게 웃었다. 아직도 그의 친부모는 그를 기다리고, 사랑하고 있었다.
맥이 그의 말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느끼는 것이 더 빨랐다.
이건!
당황하던 맥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운이었다. 맥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런데 내 아버지가 그걸 망쳤어.”
“나트라!”
맥의 목소리에 그가 웃었다. 벨이 화들짝 놀라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어떻게 알았어?!
그러나 아이의 허탈한 듯한 목소리에 벨은 입을 떼지 못했다. 벨의 손이 덜덜 떨렸다.
“맞아. 나트라.”
서준이 움직였다.
[(악)홀로 핀 꽃의 우울한 향기가 발동됩니다.]
[(악)마인의 기초 호흡이 발동됩니다.]
[(선)고양이 남작의 우아한 발걸음이 해제됩니다.]
좀 더, 좀 더 마기에 힘을 실었다.
“나는 나트라 왕의 아들, 진 나트라야.”
진 나트라의 몸에서 악의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먹어버릴 듯한 싸늘한 기운에 맥은 뒷걸음질 쳤다.
벨은 저도 모르게 진 나트라의 어깨를 놓았다. 그 기운을 받은 주변의 사람들이 풀썩풀썩 쓰러졌다.
주위를 둘러보며 당황하는 벨도 보지 못한 채 진 나트라가 고개를 모로 꼬았다.
이 기운을 받고도 서 있는 남자, 일렁이는 그림자를 가진 남자.
“당신이 누군지 알겠어.”
“제길! 이게 무슨 짓이야!”
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맥이 소리쳤다.
1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나트라 함선의 공격에 쓰러지던 빌딩과 건물.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들. 그리고 아들을 잃고 울던 여자.
트라우마처럼 심장에 새겨진 기억이었다.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에 반응하듯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것을 본 진 나트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인간의 말대야. 맥. 아니, 쉐도우맨.”
“…….”
저 남자가 5년 전에 우리를 막았던 그 남자라고?! 근데 저 팬던트는…… 저 그림자는……! 벨의 머리가 팽팽 돌았다.
맥은 멍한 눈으로 진 나트라를 보았다. 진 나트라의 얼굴이, 아직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하는 10살짜리 아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당신이 나트라를 물리쳐야 했어. 그리고.”
엄마 아빠와의 행복한 일상을 잃은 아이가 한 방울 눈물을 흘렸다.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나를 구해줬어야 했어요.”
-컷! OK!
라이언 감독이 외쳤다. 그러나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멍하니 서준을 바라보기만 했다.
추모관에서는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놀라기만 했다. 그 정도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연기가 여기서 펼쳐졌다.
서준은 얼른 악 성향의 스킬들을 해제시키고 [엘프의 기초 호흡]을 발동시켰다. 그다음 오른손을 휘저었다.
[(선)하급천사의 부채-하급이 발동됩니다.]
[(선)하급천사의 부채-하급]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일정 확률로 대상들을 이상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최하급 이하의 마기에 강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서준의 손에서 부는 따뜻한 바람이, 냄새를 맡고 우울함에 빠져 있는 몇몇 사람들을 깨웠고 그 부드러운 바람에 넋을 놓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정신을 차렸다.
몇몇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마기가 사라지자 서준이 능력을 해제하고 한숨을 쉬었다.
악 선향의 스킬은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적당한 능력을 찾는 건 둘째치고 사용한 다음의 뒷수습도 곤란했다.
‘좋은 능력을 찾아서 다행이야.’
[(선)하급천사의 부채]만 있으면 일단 최하급 스킬은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터였다.
[(악)홀로 핀 꽃의 외로운 향기]도 향기를 매개체로 하는 능력이라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영향은 없을 터였다.
‘그래도 그 ‘분위기’라는 건 남아 있지.’
라이언 윌 감독이 봤던 영상도 그렇지 않았나. 감독이 당장 미국에서 한국으로 달려올 정도는 된다는 거였다.
서준이 마나의 양을 체크하고 있을 때, 조나단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촬영 준비합시다!”
그 목소리를 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서준은 흘린 눈물을 닦고 화장을 고치러 향했다. 리첼이 흐느적거리며 잔디가 깔린 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금색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넋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네 말 못 들었으면, NG 낼 뻔했어. 저런 연기하는데 NG 냈으면 감독님한테 두고두고 잔소리 들었을 것 같아.”
리첼의 말에 그 앞에 앉은 에반 블록이 웃었다. 리첼 힐이 서준의 어깨에서 손을 놓은 건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도 낼 뻔했는데.”
“? 넌 한 번 겪어봤잖아?”
에반 블록이 뒷목을 매만졌다. 햇살이 이렇게 강한데 아직도 뒷목이 싸늘했고 등 뒤로 흐르던 땀이 잊히질 않았다.
“눈빛이 달랐어. 추모관 신은 눈을 안 보고 있었거든.”
에반 블록은 서준의 검은 눈동자를 떠올렸다. 착하게 보였던 눈동자가 아픔으로 바뀌고 결국 원망으로 변했다. 그 확연한 변화에 대사를 놓칠 뻔했다. 그 눈동자와 어울리는 분위기는 어떻던가.
“그리고…….”
에반 블록은 촬영 때 서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코끝에 아직도 냄새가 남아 있는 듯했다.
어디선가 흘러온 눅눅한 향기와 함께, 한순간 몰아친 우울한 기분.
진 나트라가 느끼고 있을 그 감정이 그대로 에반 블록을 덮쳤다.
슬픔. 원망. 우울. 괴로움.
‘한 발짝이라도 물러서면 잡아먹힌다.’
그렇게 생각한 에반 블록은 그 우울함을 맥의 트라우마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바꾸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겉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한 건 처음이었다.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냄새가 사라진 지금은 괜찮지만…… 그 냄새는 착각인가?’
서준 리의 노트에 새로 써넣을 분석 글을 떠올리다가 에반 블록은 결국 허탈한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진짜. 볼 때마다 새로운 배우야.”
“그렇게 달라?”
“클로즈업샷 찍을 때, 난리 날걸.”
그 말 그대로였다.
제일 먼저, 서준의 앞에서 그 얼굴을 찍던 카메라 감독, 제임스 랜던이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모니터로 화면을 보고 있던 라이언 윌 감독도, 감독에게 혼날까, 그래도 궁금한 걸 어떻게 해! 하고 우물쭈물대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리첼 힐도. 그 뒤에서 아닌 척 화면을 보고 있던 스태프 중 몇몇도.
그러데이션처럼 변하는 눈동자의 눈빛은 물론이고 아이의 몸에서 쏟아지는 원망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눅눅한 향기와 발목을 옭아매는 우울함에 숨도 편안하게 쉬지 못했다. 우울한 냄새가 온몸의 숨구멍을 막았다.
숨? 어떻게 쉬는 거더라? 이렇게 쉬는 거였던가?
진 나트라의 감정에 빠진 사람들과는 달리 서준은 별생각이 없었다.
열심히 연기하다가 컷 소리가 나오지 않자, 그냥 능력을 해제하고, 오른손을 휘저어 [(선)하급천사의 부채]를 발동시켰다.
할 일을 모두 끝내고는 멀뚱히 서서 햇살을 즐겼다. 햇살 좋네.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햇볕까지 따뜻했다.
눅눅한 향기가 사라지고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라이언 윌 감독이 소리쳤다.
“컷! OK!”
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팔을 문질렀다. 와, 진짜 대단하다. 나 저런 건 처음 봐. 다들 놀란 눈으로 멀뚱히 서 있는 서준 리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보면 다른 아이들이랑 별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키가 크죠.”
“잘생겼고.”
“뭐니 뭐니 해도 연기가 대단하죠.”
스태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라이언 윌 감독의 손짓에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 커다란 모니터에 서준의 얼굴이 나타났다. 자신은 볼 수 없었던 표정 변화에 와, 서준이 감탄을 내뱉었다. 이렇게 보니,
“나, 진짜 잘하네요.”
“그래. 엄청 잘하지.”
라이언 윌 감독이 서준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에반 블록과 리첼 힐도 까치집이 된 서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준이 이히히히 웃었다.
손에 들고 있던 일정표를 확인한 조나단이 외쳤다.
“오늘 촬영 끝났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조금 떨어져 있어서 모니터까지는 보지 못한 이민준이 그 소리에 활짝 웃으며 서준을 불렀다.
“서준아, 엄마 전화!”
“진짜!?”
서준은 환하게 웃으며 아빠에게 달려갔다.
이민준에게서 오렌지 주스를 받아들고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는 서준에게서 조금 전까지 온몸으로 악의를 뿜어내던 진 나트라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제임스 랜던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째서 8개월 동안 생고생을 했는지 알겠네.”
머리를 쥐어 싸매며 수정본을 쓰던 라이언 윌 감독이 수정본을 불 싸질렀다는 조나단의 전화에 놀랐지만, 이제 어째서 그랬는지 이해가 갔다. 라이언 윌 감독이 웃었다.
“저런 배우를 놓치면 감독 못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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