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44화 (4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4화

[안녕하세요!]

마이크를 든 황예준의 인사에 꺄아아악! 비명이 들렸다.

연인과 가족의 날, 크리스마스이브. 많은 사람이 KBC 음악 채널의 야외무대를 찾아주었다.

마지막 순서인 브라운블랙의 무대가 시작하기 전, 추운 날씨 탓인지 음향기기가 고장 났다.

임시조치를 취하는 동안 추운 밖에서 계속 사회를 보던 MC들 대신, 브라운블랙 멤버 중에서 말발이 제일 좋은 황예준이 무대에 나가서 시간을 끌기로 했다.

무대 정중앙과 양옆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으로 황예준의 얼굴이 비쳤다. 이 영상 그대로 전국에 생방송이 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실 줄을 몰랐네요. 저어기 뒤! 저 보여요?]

-네에에!

[아하하하.]

황예준이 환하게 웃었다.

[다들 추운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MC분들도 너무 고생하셔서 제가 잠시 사회를 보기로 했습니다. 괜찮으시죠?]

여기저기서 네에! 브블 화이팅!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MC가 한 명이면 다들 섭섭하시죠? 그래서 제가 특별 MC를 모시고 왔습니다!]

황예준의 말에 관객들이 박수를 쳤지만, 황예준이 시간을 끄는 사이, 음향기기를 고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스태프들이 고개를 휙 돌렸다.

“뭐? 특별 MC가 있었어요?”

“처음 듣는 소린데?”

다들 갸우뚱하는 중에 이어폰으로 PD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밀 유지를 위해서 스태프들에게까지 알리지 않았다.

-내가 부탁한 거야. 그리고 무대 주변 경호원들 좀 더 촘촘히 세워. 다른 곳도 주의하고. 사람들 더 올 수도 있으니까, 미리 준비하고.

“네? 지금도 엄청 많은데요? 올 사람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콘서트돌, 라이브돌이라고 불리는 브라운블랙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었다.

브라운블랙의 팬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후기들도 가득한 브라운 블랙의 콘서트.

도저히 티켓팅으로는 콘서트에 갈 수가 없어서 멀리서라도 보러온 사람이 많았다.

도대체 어떤 무대길래 갔다 온 사람마다 감탄을 하나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관객석이 가득 찼다.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한 번쯤이라면, 이라고 생각하고 다들 몰려왔다.

-……고생해라.

“PD님? 왜 그렇게 말해요? 엄청 무서운데요.”

-……다른 애들한테도 나중에 보너스 준다고 그래.

“……도대체 누가 와요?”

[힌트를 드릴 테니까 맞혀보세요.]

황예준은 한껏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그 하이텐션에 브라우블랙 팬들까지 저게 뭐하는 짓인가, 의문을 가졌다.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은 팬들도 처음 봤다.

[힌트는 영상 힌트입니다! 솔직히 이거 보면 못 맞힐 분이 없을 것 같네요.]

황예준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PD가 손짓하자 무대 중앙에 설치되어 있던 커다란 화면이 새까맣게 변했다.

[참고로, 허락받았습니다!]

황예준의 마지막 말과 함께, 유일하게 살아 있던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왔다.

둥!

둥둥!

“헉!”

끈질긴 친구의 요청에 마지못해 나온 박성원이 숨을 들이마셨다.

스피커가 하나라 작은 소리였지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를 시작으로 관객석이 조용해졌다.

다들 하나같이 의문에 싸인 표정이었다. 아니, 이거. 그거잖아. 근데, 왜 여기서 나와?

[윌리엄?]

여자의 목소리로 영상이 끝나고, 다시.

짤랑!

[꼬마야?]

남자의 목소리로 영상이 끝났다.

황예준이 크게 외쳤다.

[윌리엄역과 아기 무당역으로 열연을 펼쳐준, 우리의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군입니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작은 아이가 걸어 나와 황예준의 옆에 섰다. 커다란 화면으로 활짝 웃고 있는 서준의 얼굴이 비쳤다.

서준은 새하얀 두꺼운 케이프에 따뜻한 털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케이프에는 새하얗고 조그마한 날개가, 털모자에는 동그란 링이 달려 있었다.

일명, 김희상의 대작, 크리스마스의 아기 천사.

정말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다고 일주일이나 걸린 옷과 장식이었다.

부부는 화면 가득히 보이는 아들의 모습에 옆에서 맥주를 들이마시고 있는 김희상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왁!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라 소리를 쳤다.

“진짜? 진짜 이서준이라고?!”

“여기 왔다고!?”

“어쩐지, 황예준이 너무 신나 한다고 했어.”

이미 뉴스까지 뜬 적 있는 브라운블랙과 이서준의 사이였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에 나와 있던 연예부 기자들이 제목만 달랑 적은 기사들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음악 채널 특별 게스트로?!]

[쉐도우맨 시리즈의 이서준, 브라운블랙과 함께!]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

-이서준?! 나 팬인데?! 왜 안 거기?!

-나온다면 나온다고 이야길 해야지! 아니다, 지금이라도 간다!

-와. 음악 채널. 얼마를 불렀길래?

심상치 않은 관객석의 반응에 스태프가 침을 꼴깍 삼켰다.

“고생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은데요. PD님.”

[안녕하세요!]

서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아기 천사로 변한 서준의 모습에 다들 비명을 질렀다.

[다들 이서준 군을 아시나요?]

네에에!

[저희 브라운블랙과 작은 인연이 있어서 여기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뒤에 특별 무대도 함께할 텐데요. 모두 기대해 주세요!]

황예준과 이서준 사이에서 짧은 대화가 이어졌다. 마이크와 카메라를 타고 전국에 생방송 되었다.

야외 무대 가까이에 살던 이서준의 팬들이 하나둘 야외 무대로 모이기 시작했고 스태프들의 손과 발이 바빠졌다.

드디어 수리가 끝났다. 대충 응급처치를 한 스태프가 황예준을 향해 두 팔을 휘저었다. 신호를 본 황예준이 마무리 인사를 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서준도 인사를 하면서 능력을 발동시켰다. 주인이 착해서 그런지 능력도 착해서 마음만 먹으면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능력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아기 천사의 날갯깃-하급-이 발동됩니다.]

아낌없이 주는 아기 천사의 날개 깃털입니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깨끗하게 만들어줍니다.

하루 한 번 소소한 축복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서준의 눈에만 보이는 깃털들이 관객석에 드문드문 떨어져, 사람들에게 흡수됐다. 이제 사람들은 오늘 하루쯤은 걱정을 잠시 접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이제 브라운블랙의 무대를 만나볼까요? 서준 군은 저기 앉아 있으면 돼요.]

황예준이 무대 끝에 의자로 서준을 안내했다. 의자와 가까이에 있던 관객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켜 서준의 모습을 찍었다.

서준은 손을 흔들고 의자에 앉았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와, 진짜 어린이 대축제 갔다가는 큰일 날 뻔했어.’

어린이집 첫날보다 더 반응이 컸다. 무대 위에 있는데도 이 정도인데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서준이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무대는 브라운블랙의 무대입니다.]

그사이 몸을 데우고 온 MC들이 브라운블랙의 무대를 소개했다. 서준이 짝짝 박수를 치자, 화면에 그대로 보였다. 관객들도 서준을 따라 짝짝 박수를 쳤다. 그에 서준이 카메라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꺄아아악!

무대 위로 올라온 브라운블랙도 피식 웃었다. 곧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이 발동됩니다.]

와.

한 번도 직접, 브라운블랙의 무대를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그들의 무대를 보았다. 서준도 반짝거리는 숫자를 보며 무대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화려한 군무를 추고 있는 형들이 보였다. 다른 가수들의 무대보다 멋지긴 했지만 이제는 재능의 한계에 닿았는지 2곡의 무대가 별 차이가 없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최하급]

지휘자와 연결된 존재들의 유대감에 따라 음악 실력이 최대 1.3배까지 증감합니다.

지휘자와의 유대감과 연결자들의 유대감이 숫자로 표현됩니다.

최대 연결 : 4

‘이게 형들의 재능의 한계치에 1.3배인가?’

무대를 마친 브라운블랙이 서준에게로 다가왔다.

지금의 한계에 익숙해져서 그들 자신도 지금의 무대가 본인 실력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이르지 않나? 벌써 한계에 다다른 실력에 슬럼프가 올 것 같았지만 모두 능숙하게 숨겼다.

이제 서준과 브라운블랙의 특별 무대 차례였다.

의자에서 일어난 서준이 브라운블랙과 함께 무대 중앙에 섰다. 형이 건네준 마이크를 들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준비한 노래를 부를 차례였다. 서준이 가운데 서고 브라운블랙이 양쪽에 섰다. 잔잔한 음이 무대 위의 다섯을 감싸는 것 같았다.

서준은 이 무대를 위해 따로 능력을 준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최하급-이 발동됩니다.]

이미 좋은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그동안 브라운블랙이 어떤 마음으로 무대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같은 무대에 선 것뿐이었는데 음악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서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브라운블랙의 음악을 즐겼다.

스킬이 발동된 무대와 스킬 없이 하던 연습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정말로 지휘자가 지휘하듯 다섯의 노래는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그때였다.

서준의 머리 위에 있던 숫자가 차르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TODAY의 1절 끝에, 브라운블랙과 서준의 머리 위에 있던 모든 숫자가 100을 가리키며 반짝반짝 빛났다.

[모든 유대감이 최대치에 다다랐습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

간주가 나오는 사이, 보이는 글자에 서준이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뭐?

등급 상승? 그런 게 있었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의 등급이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상승합니다.]

서준이 의아해하든 말든 글자들이 계속 나타났다. 오른손의 문양이 반짝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하급]

지휘자와 연결된 존재들의 유대감에 따라 음악 실력이 최대 2배까지 증감합니다.

지휘자와의 유대감과 연결자들의 유대감이 숫자로 표현됩니다.

최대 연결 : 8 (4/8)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하급이 발동됩니다.]

네?

그리고 TODAY의 2절이 시작되었다. 넋을 놓을 새도 없이 서준은 익숙하게 2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안에 브라운블랙의 목소리가 섞였다.

하급으로 등급이 상승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은 다섯 명의 음악 실력을 급격히 상승시켰다. 최대치였던 1.3배를 훌쩍 넘어 거의 2배에 다다랐다.

그리고 2절의 첫마디부터, 브라운블랙은 자신들의 노래가 바뀐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놀랐지만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오직 움찔거리는 얼굴 근육만이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대신했다.

브라운블랙의 노랫소리가 커졌다. 온몸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듯 노래를 토해냈다.

“미친.”

브라운블랙의 데뷔 무대를 보고 팬이 된 이미연이 저도 모르게 뱉어냈다.

그녀의 친구, 박성아는 그것을 탓할 정신도 없었다. 다들 넋을 놓고 브라운블랙과 서준의 무대를 보았다.

브라운블랙의 목소리와 서준의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렸다. 다섯 가지의 목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음악처럼 합을 이루고 시너지를 끌어냈다.

화려한 군무도 없었고 멋진 춤도 없었지만, 노래 하나로,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홀렸다.

감동을 줬다.

“콘서트돌이라더니…….”

박성원도 넋을 놓았다. 지금까지 브라운블랙의 콘서트를 가지 않은 게, 아쉬웠다.

야외 무대에서 직접 듣고 있던 관객들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직접 듣고 있던 관객들은 오늘 여기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노래가 끝나고 관객석이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미연은 데자뷔처럼 손을 마주쳤다.

짝-

짝짝짝!!!

와아아아아!!!

“와, 진짜. 이게 뭐야!”

박성아가 눈물을 흘렸다. 팔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연이 한껏 들뜬 얼굴로 말했다.

“이거라고! 내가 봤던 데뷔 무대가! 아니, 그것보다 더 대단해졌다니까?!”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전설의 데뷔 무대……!”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그동안도 좋은 노래를, 음악을 들려주어서 인기가 많은 브라운블랙이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의 무대였다.

-오늘도 순살. 전설의 무대 재연!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 무대라서 다행이었다. 이게 첫 무대였으면 뒷무대는 진짜……. 절레절레

인터넷이 난리가 난 사이, 브라운블랙은 다시금 목표를 찾았다. 다들 기쁨에 벅차올랐다.

“거기서 더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왠지 서준이랑 같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지 않아?”

서은찬의 차에 오른 브라운블랙이 좌석에 누워 잠이 든 서준을 보았다.

무대가 끝나고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온다고 모두 고생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처음인 서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얼른 집에 가서 쉬면 괜찮아질 거야.”

* * *

“이게 뭐야?!”

서준이 오른손 손바닥에 그려진 지팡이 문양을 바라보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하급]

지휘자와 연결된 존재들의 유대감에 따라 음악 실력이 최대 2배까지 증감합니다.

지휘자와의 유대감과 연결자들의 유대감이 숫자로 표현됩니다.

최대 연결 : 8 (4/8)

“진짜? 진짜로 변했어?!”

처음 겪는 상황에 너무 놀라서 무대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변한 거지?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리 능숙하게 능력을 써도, 오래 써도 등급이 상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휘봉의 요정]의 책을 읽어봤지만, 바뀐 건 없었다.

“그렇다면…….”

확실하진 않았지만, 서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망할 나무!”

음악에 대한 집착이 무시무시한 그 나무가 이런 장치까지 해놓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서준이 질린 눈으로 문양을 바라보았다.

그런 서준을 비웃듯 문양이 반짝였다.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