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33화
역시 그린윙의 인기가 대단했는지 초기에 올라오는 후기는 그린윙 쪽이 많았다.
곧 쉐도우맨의 후기도 올라왔다. 두 영화 다 재미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벌써 2편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사람이 글을 올렸다.
제목 : 쉐도우맨, 이상하다.
글쓴이 : 나왜울지
그린윙이 매진이라서 쉐도우맨 봤는데 울었다. 나 웬만한 신파극에도 안 우는데. 수술받을 정도로 아팠을 때도 안 울었는데. 아기 얼굴 보고 움.
-? 마린사 영화 보고 울었다고? 영화 잘못 본 거 아님?
-왜 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와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후기 중 간간이 쉐도우맨을 보고 울었다는 후기가 올라오자 이슈가 되었다.
그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온 것은 너튜버 [영화객]의 영상이었다. 영화 리뷰를 영상으로 올리고 있는 영화객은 그린윙의 후기를 올린 뒤 사람들의 게시글을 보고 하나의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쉐도우맨 눈물 챌린지 15차]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영화객은 휴지로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계산해 본 결과 0%에서 10% 정도의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아예 한 명도 울지 않은 타임도 있었고 10%나 울었던 타임도 있었습니다.”
영화객은 화면에 자신이 만든 표를 보여주었다. 영화객이 관람한 15회차 동안 관람객 수와 울었던 사람들의 수를 적어놓은 표였다. 표 맨 끝 칸에 3, 7, 4…… 라고 적혀 있었다. 가장 큰 수는 10이었다.
“15차나 뛸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뭐랄까, 윌리엄의 진정한 연기를 깨달았다고 할까요? 윌리엄이 웃는 순간부터 아이의 얼굴에서 눈이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역의 멜리사 씨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지금은 윌리엄 역을 맡은 아역 배우분의 연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가슴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객이 화면에 하나의 창을 띄었다.
“그래서 윌리엄 역을 맡은 아역 배우분이 누군지 궁금해서 조사해 봤는데, 이거 뭔가요!!”
윌리엄 역 [SEOJUN LEE]
“한국인 아역 배우분이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어떻게 찾아볼까, 고민했었는데. 뜬금없지만, 제 여동생이 브라운블랙 분들의 1기 팬입니다. [48시간]을 0. 01초 단위로 캡처하는 그 1기 팬입니다! 그 여동생이 열심히 조사하는 제 뒤에서 윌리엄 역 아역 배우분의 사진을 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어? 서준이랑 닮았네?’ 서준. 서준 리. 똑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동생에게 물어보니, 무려!”
영화객이 두 개의 창을 화면에 띄웠다. 상표가 가려진 분유통을 안고 있는 서준의 광고 사진과 브라운블랙과 함께 있는 서준의 사진이었다.
“한국인! 게다가 광고와 너튜브 예능까지 출연한 스타! 이서준 군입니다!”
영화객의 너튜브 영상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화제가 되었다. 워낙 쉐도우맨을 보고 울었는가, 안 울었는가? 조작인가, 아닌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화제에 클릭 수를 노린 기자들이 기름을 들이부었다.
[최연소 한국인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
[올해도 1위! 음원 강자, 브라운블랙과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는 과거에 만났다?!]
[마린사가 선택한 아역 배우!]
[우리 아이 할리우드 배우 만들기!]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공통점? 당신은 얼마나 섬세한가!]
[당신도 울었는가? 쉐도우맨의 비밀!]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어떤 영화 평론가는 한 인터뷰에서 ‘긴급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는 윌리엄의 모습이 역설적으로 더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겁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평론가의 인터뷰에 납득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이유였다면 처음 영화를 봤을 때부터 울었어야 했다.
이런 이슈는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쉐도우맨이 개봉한 모든 나라에서 [쉐도우맨 눈물 챌린지]는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특히 퀘스트나 이벤트라면 반드시 깨고 본다는 한국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울기 위해 쉐도우맨 N차를 뛰었다.
그러나 울음을 터뜨린 사람들은 드물었다.
* * *
최대만 감독은 첫 장편 영화를 찍을 기회가 생겼다. 최대만 감독의 시나리오를 좋게 본 영화 제작사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영화드림 제작사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수입하는 곳이어서, 첫 영화를 제작한다면 이곳이지 않을까 최대만 감독도 생각했던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제작할 영화의 장르가 한국에서 드문 장르인 미스터리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 제작이었다.
최대만은 영화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영화드림 제작사의 로케이션 매니저와 같이 전국을 떠돌았다.
그렇게 한 달 반. 대책 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닌 것도 아니었다. 제작사에서 보내오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살펴보며 영화에 출연할 배우를 찾았다. 때때로 서울로 돌아가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맡은 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감독의 모습에 제작사에서는 8월 전까지는 완성해 달라며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렇게,
“여기다. 여기야!”
한 마을을 찾았다.
희희낙락 배경이 될 마을을 찾아 돌아온 최대만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볼펜 끝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캐스팅 매니저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벌써 세 번째 오디션입니다.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던 아역도 불렀고 첫 번째 오디션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던 아역도 다시 불렀지만, 전부 탈락시켜 버리셨네요. 감독님.”
“죄, 죄송합니다.”
“아뇨. 감독님이 죄송할 건 없습니다. 첫 장편 영화라서 힘이 들어가셨을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탐탁지 않은 표정의 캐스팅 매니저가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요새 주목받고 있는 아역 배우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촬영한다고 한국까지 올지는 모르겠지만…….”
캐스팅 매니저가 문뜩 생각났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다 말끝을 흐렸다. 최대만 감독이 되물었다.
“그러면 그 아역 배우에게도 오디션 참가 의사를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캐스팅 매니저가 한 달 전 보았던 영화를 떠올렸다.
“꽤 유명해져서 우리 영화에는 안 나와줄 것 같아서요.”
“네?”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녔던 최대만은 최신 소식에 느렸다.
“아역 배우가 나온 게 마린사 영화거든요. 게다가 연기도 잘해서,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화제예요. 아역 배우가 나올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는 거의 다 그 아역 배우에게 제안을 보냈을 겁니다.”
“마린사요? 그, 할리우드요?”
“네. 영화 한 편에 1,000억은 손쉽게 쓰는 마린사와 1,000억 이하의 예산 영화를 저예산 영화라고 부르는 그 어마무시한 할리우드 영화 말이에요.”
겨우 60억짜리 영화가 비빌 언덕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최대만 감독은 의문이 들었다. 얼마나 연기를 잘하면, 캐스팅 매니저가 이렇게 말할 정도일까?
턱을 매만지던 캐스팅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지금 보고 오시죠. 감독님.”
“누군지 알고요?”
“딱 보면 알 겁니다.”
캐스팅 매니저의 재촉에 최대만 감독은 얼떨결에 회의실을 나와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최대만 감독이 영화관에 발을 들였다. 이제 개봉한 지 한 달이나 지났다. 그린윙의 상영관은 점점 적어지고 있었는데 쉐도우맨의 상영관은 아직도 많았다.
쉐도우맨 영화 표를 사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한 손에 휴대용 휴지를 들고 있었다.
휴지?
게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로써 벌써 10번째 도전입니다. 옆엽방님은 15번째에 성공하셨다는데요! 제가 그 기록을 경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5번째 도전! 시작합니다!”
다른 관람객들은 그런 사람들을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희끼리 성공이냐 실패냐 밥 내기까지 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시골을 헤매고 있는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혼란으로 가득한 최대만의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어준 것은 영화관 직원의 목소리였다.
“제4관, 쉐도우맨 상영이 곧 시작됩니다! 관람하실 분들은 어서 입장해 주세요.”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복잡한 표정의 최대만도 걸음을 옮겼다.
“네. 하루하루 님. 이제 곧 시작합니다. 네. 커피사랑 님. 제가 한 달 동안 중국에 있어서요. 중국에서도 개봉하긴 했는데 제가 중국어를 몰라서 쉐도우맨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라이브방송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왜지? 최대만은 나오려던 한숨을 참고 의자에 앉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카메라의 불빛들이 방해할까 봐 머리가 지끈지끈했지만 그런 최대만의 걱정과는 달리 영화관 내부의 불이 꺼지자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모든 불빛을 껐다. 재잘재잘 떠들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 갑작스러운 적막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다들 카메라나 스마트폰, 휴지를 들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이 없었다.
‘팝콘을 먹으려고 영화를 본다’고 말할 정도로 팝콘과 탄산음료를 필수품으로 한국인들이었는데, 손에 팝콘이 없었다. 음료수도, 나초도, 진한 냄새를 풍기던 오징어버터구이도.
‘도대체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등허리부터 소름이 쭈욱 올라왔다. 어떤 대단한 영화라고 해도 관람객들 손에 음식이 없다니!
최대만은 그 모습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깜깜했던 스크린에 촤르르 마린사의 시그니처가 나오고 있었다.
맥은 고아지만 좋은 인연들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소중한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능력, 그림자를 통해 이동하는 능력을 이용해 피자를 배달하다가 어느 구석진 곳에서 피 묻은 목걸이를 발견한다. 맥의 손이 그 목걸이에 닿는 순간, 어떤 신호가 하늘로 뻗쳐 올라갔다.
반역자의 신호를 받은 행성, 나르타에서는 반역자를 없애기 위해 전함을 발진시킨다.
그리고 나르타를 막기 위해 맥은 그림자를 활용하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맥의 거센 공격에 나르타는 반격하듯 전 세계에 이상 웜홀을 만든다. 이상 웜홀의 반대쪽은 나르타도 예상하지 못했다.
새까만 이상 웜홀 속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빨려들어 갔다. 전 세계 텔레비전에서는 대피하라며 긴급뉴스를 내보냈다. 그러나 순식간에 생겨나 사람들을 흡수하고 사라지는 웜홀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맥, 쉐도우맨은 나르타 전함을 물리쳤지만 희생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쉐도우맨은 복면을 더 깊게 눌러쓰며 소리도 내지 못하며 울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번쩍!
영화관 내부의 불이 켜졌다. 숨 막힐 정도의 정적이 일순간 풀렸다. 영화관 내부가 시끌벅적해졌다.
“아, 이번에도 실패입니다. 하지만 잠시 후 11번째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으허허헝! 울었다! 울었습니다! 여러분! 윌리엄……. 으허헝!”
“쉐도우맨 상영이 끝났습니다. 휴지가 필요하신 분은 이 앞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최대만은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에서는 방긋방긋 웃으며 웜홀 속으로 사라지던 윌리엄의 모습이 떠나지를 않았다.
소름이 돋았다. 그저 웃는 얼굴일 뿐이었는데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이야. 소름이 돋았다.
이 정도의 연기라니, 캐스팅 매니저의 말이 떠올랐다.
거의 모든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 아이에게 러브콜을 보낼 거라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최대만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자기라도 보낸다. 아이와 아이 부모의 바짓가랑이를 질질 잡고서라도 꼭 영화에 캐스팅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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