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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32화 (3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2화

꽃 피는 4월이 되자 극장가가 들썩였다. 오늘, 쉐도우맨과 그린윙이 개봉되었다.

“엄마! 아빠! 얼른!”

현관 앞에서 서준이 슬라임 가방을 메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서준의 간식과 짐을 챙긴 서은혜와 이민준이 서준의 재촉에 웃으면서 얼른 서준의 겉옷을 챙겼다.

“서준아, 아직 꽃샘바람이 불어서 추워. 이거 입자.”

“응.”

서준이 얌전히 겉옷을 입었다. 그래도 두 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다급함에 부부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좋아?”

“응! 나 영화 나오잖아!”

지난 3월 10일. 아직 미국에 있을 당시, 서준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2년을 계획했던 미국 출장은 아빠 회사의 사정으로 4년으로 늘어났다.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미국 출장도 이제 끝나게 되었다.

곧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작별 인사 겸 미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열심히 먹고 놀며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서은혜의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라이언 윌 감독이었다.

라이언 감독은 서준의 출연을 확정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서준은 만세를 부르며 뛰어다니다가 엄마에게 혼났지만, 서은혜의 얼굴에도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다들 축하 인사를 하며 꼭 보겠다고 서준과 약속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서준이 다닐 유치원을 찾는 동안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쉐도우맨이 개봉했다.

오늘 아침부터 서준은 두 눈이 반짝반짝거리며 한시도 현관 앞에서 벗어나지를 않았다.

부부는 사람이 많아 서준이 힘들까 봐, 일부러 개봉일이 지나고 가기로 했었지만, 서준이 ‘마린사의 광고’를 본 날부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자 일찌감치 개봉 날 영화 표를 예매해 버렸다.

“그린윙이 이길지도 몰라! 얼른 보러 가야 해.”

“나라가 하려던 말이 그런 뜻일 줄이야.”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차마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상체를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서준을 보며, 서은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본 ‘마린사의 광고’에 서준과 부부는 충격을 받았다.

마린사의 두 히어로 영화, 쉐도우맨과 그린윙이 서로 대결하는 듯한 내용의 광고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영화 관람표로 인터넷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광고는 대놓고 경쟁을 부추겼다. 더군다나 추첨으로 해당 히어로의 피규어와 소정의 상품을 보내준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그때부터 서준은 초조했다. 오디션에서는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영화 대 영화라니. 라이언 감독이 어떻게 편집을 했는지 걱정이 됐다.

‘분명 [웃는 얼굴 버섯의 환상]이 통했다면 절대 자를 리가 없지만…….’

서준은 촬영이 끝나도 무덤덤했던 라이언 윌 감독의 얼굴을 떠올렸다. 머리를 토닥이며 잘했다고는 했지만, 그게 정말 잘했다는 뜻일까? 서준이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가족은 제일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 동네에서는 가장 큰 영화관이었다.

영화관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 서준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처음이라서 엄마 아빠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린윙 볼까?”

그 복잡함 속에서도 그 말은 화살처럼 서준의 귀에 꽂혔다. 서준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 이후로도 계속 그린윙에 관한 이야기만 들려왔다. 서은혜와 이민준도 연신 고개를 돌렸다.

“홍보 한 번 무시무시하네.”

“그러게. 레드본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난리가 났었는데.”

지하철역을 나올 때부터 거리 전부가 마린사 영화의 홍보였다. 질렸다는 듯한 친구, 박성아의 말에 이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완전,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 레드본에게 얼른 나으라며 영상 편지를 보내는 팬들은 기본에 레드본이 아니면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팬들이 SNS에 가득했다.

뉴스에 SNS에 올라온 농담 같지 않은 테러 협박이 뜨기도 했다.

이미연이 예약한 표를 기계에서 빼냈다. 그린윙의 표가 매진돼 버려서 쉐도우맨을 예약했다. 어차피 두 영화 다 볼 거라서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역시 마린은 마린이야. 이런 대결 구도로 화제를 만들다니.”

“나라도 두 개 다 볼 것 같아. 두 명의 신인 감독에 유명 캐릭터, 무명 캐릭터.”

“아무래도 그린윙이 이기겠지?”

“확실히 그린윙을 맡은 감독이 상을 많이 탔더라고.”

두 사람은 꽂혀 있는 팸플릿을 들어 펼쳤다.

마린사에서는 두 영화의 홍보를 대결 구도로 잡은 모양인지 하나의 팸플릿에 왼쪽은 그린윙을 오른쪽에는 쉐도우맨을 홍보하고 있었다.

녹색의 그린윙과 검은색의 쉐도우맨.

그 밑으로 영화감독의 연혁을 적어놓았다. 확실히 그린윙 감독의 수상 연혁이 더 길었다.

“희한하긴 해. 보통 이런 대결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유명한 캐릭터에 무명 감독을 넣고 무명 캐릭터에 유명 감독을 넣잖아?”

“그렇네. 이건 완전히 쉐도우맨이 지는 모습인데?”

확실히 이미연도 그린윙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쉐도우맨은 이번에 영화가 나온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 캐릭터가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잠시 생각하던 박성아가 말했다.

“아니면, 사람들의 심리를 노린 걸 수도 있지.”

“사람들의 심리?”

팸플릿을 가지러 온 사람들은 어느샌가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쉐도우맨 포스트를 집어 든 서준도 귀를 쫑긋 세웠다.

“왜. 일방적으로 질 것 같으면, 사람들은 약한 쪽을 응원하게 마련이잖아. 언더독.”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뭐, 알아서 하겠지. 마린이잖아.”

“근데 레드본2는 언제 나온대?”

“여름 방학을 노려서 여름이나 나오지 않을까 싶네.”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던 두 사람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도 시선을 돌리며 못 들은 척 각자 할 일을 했다.

박성아와 이미연뿐만이 아니었다. 영화관 안은 마린사의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인 듯 마린사의 이야기만 가득했다.

같은 영화사에서 만든 2개의 영화라니. 세기의 대결이다 뭐다, 다들 냉정한 영화 평론가라도 된 듯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영화관으로 몰려들었다.

“역시 그린윙을 보는 사람들이 많네.”

“그린윙은 인기가 많잖아.”

“나는 쉐도우맨 볼 거야! 언더독!”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대?”

서준의 말에 두 사람이 웃었다. 서준은 엄마가 준 영화 표를 보았다. 쉐도우맨 3관. 고개를 휘휘 돌리자,

“엄마, 3관이야!”

이제 숫자를 잘 읽는 서준이 벽에 쓰여 있는 3자를 발견했다. 가족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3관 안으로 발을 들였다.

“와, 그린윙 장난 아니다.”

“그러게, 세상이 그렇게 느리게 느껴지다니. 난 내 시간이 멈춘 줄.”

그린윙의 상영이 먼저 끝났다. 나오는 관객마다 감상을 토해냈다.

“배경 음악 타이밍 정말 대단했어. 그린윙이 빌런 한 대 치면, 딱 타격 타이밍에 둥! 하고 울리고. 음악으로 타격하는 느낌이랄까. 4D도 아닌데 4D인 줄 알았다니까!”

몇몇은 N차 관람을 계획하던 중이었고 몇몇은 생각보다 별로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런 이들조차도 화려한 영상미에 ‘역시 마린’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잘 안 빠지네?”

“여기 영화관이 그래. 나가는 거 되게 힘들어.”

그린윙을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천천히 내려가고 있을 때, 쉐도우맨의 상영이 끝났다.

3관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나왔지만 그다지 많지 않은 수였다. 사전에 쉐도우맨을 본 영화관 직원이 ‘어쩔 수 없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크게 소리쳤다. 옆에서 내려가던 그린윙 관객마저 들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쉐도우맨 상영이 끝났습니다. 모두 짐을 챙겨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휴지는 이 앞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관 직원의 말대로 그의 옆에는 휴지 곽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린윙 관객들이 의문을 가졌다. 쉐도우맨이라면 그린윙과 겨루고 있는 마린사의 영화였다.

호쾌한 슈퍼 히어로 영화일 것이 틀림없었는데, 어째서 휴지?

영화관 직원의 말이 끝나자, 한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홀로 쉐도우맨을 보러온 사람이었는데 엉엉 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문이 열린지도 몰랐다.

“흐어엉. 저…… 휴…… 흐흐흥…… 지 좀…….”

“네. 여기 있습니다.”

“감사…… 흐어어엉…….”

그 뒤로 남은 관객들이 나왔다. 쉐도우맨을 관람한 관객 중 일부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관객 중 겨우 1할 정도의 사람이었지만 엉엉 울고 있어서 더 눈에 띄었다.

누구는 울면서도 휴지를 받아서 갔고, 누구는 같이 온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고 있었다. 친구가 당황할 정도였다.

“아니, 왜 이렇게 울어?”

“윌…… 윌리엄이 너무 불쌍해서…….”

“아니, 나도 불쌍하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렇게 울 정도야?”

이미연이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야, 내가 다 쪽팔려.”

박성아가 얼른 영화관 직원 옆에 있던 휴지 곽에서 휴지를 뽑아 이미연에게 주었다. 이미연은 휴지로 눈물을 닦으면서도 계속 울었다.

이미연이 나온 후에도 쉐도우맨을 상영했던 3관에서는 간간이 울며 나오는 관람객들이 있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울고 있었다. 그린윙 관객들이 그런 쉐도우맨 관객들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그린윙에 만족했던 관객들은 호기심이 들었다. 몇몇은 휴대폰으로 벌써 다음 쉐도우맨 영화 표를 예매하고 있었다.

“으허허헝.”

서준이 눈물을 흘렸다. 서준의 옆에 앉아 있던 이민준과 서은혜는 미묘한 표정으로 휴지를 받아와 서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빠 품에 안긴 서준이 엄마가 주는 휴지에 크흥 콧물을 풀었다.

“윌리엄…… 너무…… 불쌍해…….”

“아니, 서준이를 보고 서준이가 울면 어떻게 해.”

이민준이 의자에서 서준을 들어 안았다.

“그치만…… 너무 불쌍해…… 으허헝.”

서준이 아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비록 소유한 마나의 양이 적어 저항력이 적었다지만, 스킬의 소유자까지 울리는 [웃는 얼굴 버섯의 환상-하급]의 효과가 굉장했다.

“서준아. 저거 봐. 서준이 이름 올라오네.”

“으허헝? 내 이름?”

아들이 너무 울어서 서은혜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때마침 쉐도우맨의 OST와 함께 까맣게 변한 스크린에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들의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사이, 제법 큰 글씨로 SEOJUN LEE라는 이름이 보였다.

눈물이 시야를 가렸지만 서준은 확실히 보았다.

[SEOJUN LEE]

새하얀 알파벳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서준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면서도 천천히 올라가는 자신의 이름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사이 인터넷은 쉐도우맨 후기로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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