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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23화 (2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3화

최시윤이 헐레벌떡 달려가 분유를 타왔다. 처음으로 늦어진 밥에 서준이 입술을 삐죽였다

“자자. 얼른 먹자.”

서준이 젖꼭지를 빨았다. 쭙쭙. 브라운블랙이 허둥지둥 분유를 타는 사이 서은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누나 왔어? 딱 맞춰서 왔네?”

서은혜와 이민준이 서 있었다. 부부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도 너무 딱 맞춰서 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부부는 아들이 보고 싶어서, 사실은 1시간 전부터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서준이 때문에 고생할까 봐.”

애써 둘러대는 말에 브라운블랙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서준이가 엄청 착해서 즐겁게 지냈어요.”

“아,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당황해서 다들 횡설수설해댔다. 서은혜와 이민준도 인사를 했다. 다들 지친 기색도 없이 씩씩한 걸 보니 생각보다 48시간이 괜찮았던 것 같았다.

“얼른 들어와. 찬바람 들어오겠다.”

서은찬이 부부의 등을 밀고 문을 닫았다. 서은혜와 이민준은 거실에 앉아 있는 서준을 보았다.

서준의 눈이 똥그랗게 변했다. 엄마랑 아빠다! 선물을 준다고 하더니, 엄마랑 아빠가 왔네!

형아들이 보여준 이미 인형과 과자, 스노우볼은 새까맣게 잊어버린 서준이었다.

“아뭄뭄!”

48시간 만에 만난 엄마와 아빠는 엄청 반가웠다. 젖병을 입에 달랑달랑 문 서준은 두 팔을 들어 안아달라고 보챘다.

서은혜가 서준을 안아 올리며 서준이 먹기 쉽게 젖병을 잡았다.

서은찬의 눈에 떠나기 싫어 밍기적거리는 브라운블랙이 들어왔다. 너무 오래 있으면 누나 부부에게도 민폐였다.

얼른 회사가서 편집도 해야 했고 브라운블랙도 한 달 뒤 데뷔를 위해 연습을 해야 했다.

“그럼 짐 정리하고 마지막 장면 찍자.”

서은찬의 말에 브라운블랙이 각자의 짐을 챙기러 사방으로 흩어졌다. 옷 한 벌 챙기고 서준을 보고 장난감 하나를 챙기고 서준을 보았다.

“안녕. 서준아.”

훌쩍거리던 브라운블랙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이민준이 입을 열었다.

“나중에 또 오세요. 얼마든지 와도 돼요.”

“……네?”

“찬이, 그러니까 매니저한테 말하고 또 놀러와도 돼요. 언제나 환영이에요.”

영영 헤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브라운블랙의 표정이 멍해졌다. 또 와도 되는 거였어?

“아니다. 데뷔하면 바쁘려나?”

“그러게. 바쁘면 놀러 오는 것도 힘들겠네.”

이민준과 서은혜의 농담에 브라운블랙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눈물범벅의 얼굴이었지만 오늘 중 가장 환하게 웃었다.

“아뇨! 아무리 바빠도 꼭 올게요.”

“진짜 못 오면 전화라도 할게요!”

“영상통화! 영상통화요!”

“나중에 생일에 선물도 보내고!”

환하게 웃는 브라운블랙의 모습에 모두 웃었다. 서준도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브라운블랙과 삼촌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형들 갔네.”

서은혜와 이민준이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설치된 카메라는 나중에 서은찬이 치우기로 했다.

“으우웅.”

‘조용하네.’

북적북적했던 집이 텅텅 비었다. 함께 지내지 않은 서은혜와 이민준은 몰랐지만, 서준은 확실히 느꼈다. 집이 너무 커진 기분이었다.

“와. 크리스마스트리네.”

“걔네는 아직 연습생이잖아.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런걸 사 왔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고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큰 트리에 서은혜와 이민준이 놀라 나무 앞으로 향했다. 서준도 엄마 품에 안겨 트리를 보았다.

트리는 알록달록 하게 꾸며져 있었다. 트리를 둘러보던 이민준이 장식들 사이에서 투명한 볼을 발견했다.

“이건?”

“왜 그래?”

4개의 캡슐이 있었다. 이민준이 소파에 앉아 캡슐을 열어보았다. 서은혜도 옆에 앉아 구경했다.

“서준아.”

이민준이 감동한 듯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엄마에게서 받은 쪽쪽이를 빨고 있던 서준이 아빠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형아들이 너한테 편지 남기고 갔어.”

“으잉?”

“와, 진짜? 어느 틈에 적었대?”

서은혜의 재촉에 이민준이 천천히 편지를 읽었다. 편지만으로도 브라운블랙이 얼마나 서준과 즐겁게 지냈는지 알 수 있어서 서은혜와 이민준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편지를 모두 읽은 서은혜와 이민준은 네 개의 편지를 액자에 잘 보관하기로 했다. 집에 있던 가장 예쁜 앨범을 골라 편지를 잘 넣어두었다.

저녁때 카메라를 가지러 온 서은찬이 액자에 들어 있는 브라운블랙의 편지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아니, 이렇게 좋은 게 있으면 촬영을 해야지! 이 자식들이!”

서은혜가 무어라 말하는데 듣지도 않은 서은찬은 집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를 순식간에 모두 떼고 숙소로 달려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 남동생을 서은혜가 주먹을 쥐었다. 나중에 오면 한 대 때려줘야겠다.

“서준이가 말했다고! 나중에 녹화본 좀 달라고!”

거실에서는 입이 귀까지 찢어질 것 같이 웃고 있는 이민준이 서준을 들고 높이높이를 하고 있었다.

“아빠 해봐. 서준아! 아빠!”

“아바?”

서은혜가 얼른 문을 닫고 달려왔다.

“서준아. 엄마. 엄마 해봐.”

“옴마?”

이서준, 8개월. 엄마 아빠라고 말했다.

* * *

서준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김희상의 몬스터 인형들을 한 번씩 다 안아보았다.

해골 리치왕 인형. 슬라임. 드래곤. 오크. 트윈 헤드 오우거. 트롤 . 늑대인간 늑대버전 등등. 하나하나 소중히 안았다.

브라운블랙과 논다고, 촬영이라고 그래서 더 신나고 정신 없이 놀았더니, 진짜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게다가 엄마 아빠를 생각해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도플갱어 곰 인형도 거의 만지질 않았다.

‘혼란이 왔어.’

아기가 나인지 지금이 나인지. 복잡한 기분에 서준이 드래곤 인형을 꼬옥 안았다. 지금은 드래곤 인형이라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생의 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전생을 기억해서 자아의 붕괴 상태가 올 뻔했다.

이상한 몬스터로 취급받고 악과 선의 성향이 섞이고 이단으로 처벌받고는 했다.

서준은 온갖 노력으로 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이전의 삶이 다음 삶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는 봉인의 장소였다.

서준의 전생의 기억은 모두 책으로 변했다. 그렇게 되면 서준의 기억은 ‘읽은 적 있는 책’ 정도의 기억으로 바뀌었다. 간혹 성격에 영향을 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잠시 넋 놓고 노는 정도로 아기의 본능에 잠겨 버리지.’

서준이 드래곤 인형을 꽈악 안았다.

잠이 들면 생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더욱더 기억이 뚜렷해지고 이성이 강해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말하지 못했던 서준이 도서관에서라면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도 그 이유였다.

몬스터 인형은 지금의 자아를 붙잡는 아주 중요한 끈이었다.

‘뭐. 내 취향도 있지만.’

서준이 이히히 웃었다.

* * *

서은찬은 서은혜에게 그동안의 영상을 모두 보냈다.

서준이가 말을 했다니! 그걸 봤어야 했는데! 땅을 치며 통곡하던 서은찬은 서은혜의 허락을 받고 녹화된 영상을 브라운블랙의 숙소에서 같이 보았다. 다들 감격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실컷 서준이의 귀여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편집을 위해 회사로 돌아왔다.

편집은 홍보팀 팀장이자 김화련 선생님의 동생, 김수련이 도와주기로 했다.

“……많네요. 동영상.”

“아하하하. 부탁드립니다.”

“뭐. 회사가 잘돼야 저도 잘되죠.”

김수련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모니터 화면에 여러 영상이 동시에 나왔다. 서은찬이 종이 뭉치를 꺼냈다. 브라운블랙을 촬영하는 동안 이렇게 구성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콘티를 만들어놓았다.

“일단 첫 만남부터 편집하죠. 아기 부모님 얼굴은 스티커를 붙여주시고…….”

“네…….”

서은찬이 김수련의 옆에 앉아 천천히 편집 방향을 알려주었다. 김수련은 영상을 편집하면서 실실 웃었다.

“이거 재밌는데요?”

“저도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어어, 서준이가 얼굴을 찌푸리는데?

-괜찮은 거예요? 아픈 건가?

-……괜찮답니다.

카메라 건너 김화련 선생님의 말을 들은 브라운블랙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박서진이 말했다.

-……응가랍니다.

-oh…….

브라운블랙은 첫 기저귀 갈기에 도전했다. 아무리 귀여운 아기지만…… 응가라니……. 만반의 준비를 해온 브라운블랙도 좌절할 뻔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박서진이 팔을 걷어붙였다.

-……!

박서진이 기저귀를 가는 모습에 나머지 멤버들의 안색이 형형색색 바뀌었다.

기저귀를 깔끔하게 처리한 박서진이 해탈한 얼굴로 한마디를 남겼다.

-……색을 보니, 아주 건강한 응가네요.

“이건 편집하죠.”

서은찬의 말에 김수련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돌이 처음 기저귀를 가는 건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리액션도 괜찮고, 잘하는데요?”

“아, 서준이가 커서 이런 거 보면 조금 그럴 것 같아서요.”

지금만큼은 브라운블랙의 매니저역보다 서준의 삼촌역이 더 큰 서은찬이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조카의 미래를 위해 더 깐깐해진 그였다.

“요새 애들이 얼마나 조그만 거에 예민한데요. 게다가 이 영상들은 서준이 자랄 동안 평생 남을지도 모르고……. 다른 건 몰라도 응가 같은 거나……. 그런 건 조금…….”

“아……. 알겠어요.”

김수련은 삼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2편 정도 더 편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거요?”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은 브라운 블랙보다 준에게 더 집중해 주셔서 편집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브라운블랙의 팬들보다 준의 팬들이 더 많이 볼 테니까요. 그리고 이건 회사 채널에만 올릴 영상 콘티입니다.”

서은찬이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김수련이 종이를 받아 읽었다.

“노래요?”

“네.”

서은찬은 영상 중 하나를 플레이했다. 첫 번째 날 밤, 노래하는 브라운블랙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김수련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도 많이 들어본 노래였지만 완전히 달랐다.

“이 영상이랑 뒤에 놀이터에서 안무와 노래까지 함께 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그건 따로 편집해서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회사 계정에만이요.”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은] 준의 계정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코코아엔터 너뷰트 채널의 링크가 올라갈 것이었다.

“48시간을 보고 브라운블랙에 관심이 가면 우리 회사 채널에 들어오겠죠. 그러면 이 두 영상을 꼭 보게 될 겁니다.”

서은찬은 이 두 영상이 브라운블랙의 성공으로 가는 받침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브라운블랙의 노래에 맞춰 고개를 흔들던 김수련이 웃었다.

“좋네요. 잘 알겠어요.”

“일단 이번 주에 올라갈 15분 분량 2편 먼저 편집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놀이터 영상에 일반인 남자분이 나오는 부분은 편집해 주세요.”

“알겠어요. 오랜만에 할 일이 생겼네요.”

홍보팀 팀장이었지만 홍보할 가수가 없어서 이래저래 시간만 죽이던 김수련이 눈을 빛냈다.

회사가 신생이고 브라운블랙이 데뷔도 하지 않아, 브라운블랙에 대한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내도 읽지도 않고 무시하기 일수였다.

코코아엔터의 홈페이지와 너튜브 채널에 소개 영상을 올리는 게 최선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든지 편하게 맡기세요.”

“아하하. 알겠습니다.”

다음 날, 편안하게 집에서 보내고 있던 김수련은 서은찬이 보내준 영상으로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죄송합니다. 이걸 제일 먼저 부탁한다는 걸 깜빡했어요.

>그냥 간단히 자막만 달아주세요!

“진짜 편하게 맡기라고 맡기냐?!”

김수련은 불평하면서도 열심히 예고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촬영 동안 서준이에게 정이 든 언니, 김화련이 옆에서 참견해 댔기 때문이었다.

김수련은 컴퓨터 앞에 앉아, 김화련의 휴가를 촬영으로 보내게 한 죄가 있어서 조용히 손만 움직였다. 촬영 알바비 받았으면서!

“아니, 자막 색깔 더 귀엽게 넣으라고!”

“지저분해 보인다니까?!”

“좀 더 귀엽고 단정한 색이 없어? 너 미술학원도 다녔잖아?”

“이래서 이과는!”

극성맞은 클라이언트에 김수련은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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