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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13화 (1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13화

서준은 강소라 팀장이 선물로 준 아기 소파에 누워, 엘리펀트 분유를 탄 젖병을 입에 물었다.

본래라면 엄마가 안아주었겠지만 지금 엄마는.

“우리 서준이가 화면발 좀 받잖아. 다른 스태프분들도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게다가 우리 아들이 얼마나 의젓한지 한 번도 안 울고 단박에 촬영 끝냈다니까!”

촬영 후기를 외할머니에게 들려드린다고 바빴다. 활짝 웃으며 아들 자랑을 하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영상통화 화면에 외할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서준은 분유를 먹으면서도 간간이 외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외할머니도 활짝 웃으며 ‘아이고. 우리 강아지!’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우리 손주 광고, 텔레비전에는 언제 나오니? 계속 틀고 있는데 보이질 않네.

외할머니의 말에 서은혜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너튜브라고 인터넷에서 광고를 내보내는 게 있는데. 거기서 너무 광고가 잘되다 보니까 회사에서 팔 분유가 없다고. 분유를 더 많이 만들 때까지 텔레비전 광고는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

직접 집까지 찾아온 강소라 팀장은 매진 이야기를 전하면서 광고 모델비는 원래 계약한 대로 인터넷, 텔레비전 광고 모두 지불하고 3개월 광고로 정해져 있었지만 TV 광고를 내보낼 때 기한이 초과한다면 다시 계약을 하자고 했다.

그녀는 광고가 늦어져서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중이라 얼굴에서 미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서은혜와 이민준도 광고 계약이 연장되어서 마냥 좋았다. 화기애애한 사죄 현장이었다.

-그럼 텔레비전으로는 못 보는 거니? 너…… 너튜브?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찬이한테 물어봐. 조카가 광고에 나왔는데 엄마한테 그런 것도 안 보여주고. 그 녀석은 요새 뭐해?”

외할머니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 녀석 바쁘다.

“왜? 아직 취직도 못 했잖아?”

-했어. 취직.

“했어?! 왜 말 안 했어?”

서준은 엄마의 말에 찬이 삼촌을 떠올렸다.

서은찬.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해서 엄마와 붙어 있으면 미녀와 야수처럼 보이는 아주 무섭게 생긴 삼촌이었다.

그 얼굴 때문에 취직을 못 한다고, 생긴 건 완전 체육인인데 몸치라고 삼촌의 등짝을 내려치며 한탄하던 엄마였다.

“잘됐네! 취직했다니. 무슨 일인데?”

-뭐……. 연예인 기획산가, 소속산가?

외할머니가 부스럭부스럭 어딘가를 뒤졌다. 그리고 곧 새하얀 종이를 꺼내 읽었다.

-코코아엔터, 실장이라네.

“코코아엔터? 처음 듣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이제 막 신인 아이돌? 그룹 만든다면서 엄청 바쁘다면서 집에도 안 들어와.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혜야.

걱정이 가득 담긴 외할머니의 한숨에 서은혜의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서은혜가 얼른 이야기를 돌렸다. 우리 귀여운 서준이 보세요! 영상통화 화면 가득히 서준이의 웃는 얼굴이 비쳤다. 외할머니가 다시 웃었다.

“이 자식은 엄마가 이렇게 걱정을 하는데!”

전화를 끊은 서은혜가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서준이를 보고는 목소리를 죽였다. 그러고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목표는 서은찬, 이 망할 놈!

“븓으르(받아라).”

이를 꽉 깨물고 전화를 거는 엄마는……. 진짜 삼촌과 남매구나. 저게 현실 남매인가 할 정도였다. 서준은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봤던 현실 남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건 그거고.

“아부부!”

“아. 우리 서준이 다 먹었어?”

나 밥 다 먹었습니다!

서준을 얼른 안아 올려 트림을 시킨 서은혜는 얼른 다시 서준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희상이 삼촌이 준 인형 더미에서 아무 인형이나 가져와 서준이에게 안겨주었다.

“엄마가 잠깐 바빠서. 자. 서준이 좋아하는 인형이다!”

정말 바쁜 모양인지 서준에게 안겨 준 인형은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리치왕 인형이었다.

“아부부붑!”

‘난 좋지만!’

요즘 윗니가 나는 모양인지 윗잇몸이 간지러운 서준이었다. 엄마가 깨끗이 세탁한 리치왕 인형의 손 부분을 입으로 물고 우물우물거렸다.

달칵-

-네! 코코아엔터 실장, 서은찬입니다!

찬이 삼촌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골 인형을 조몰락거리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서은혜의 고개도 갸웃했다.

“서은찬, 실장?”

-네! 서은찬 실장입니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활기찬 서은찬의 목소리에 서준은 의문이 들었다.

어라? 찬이 삼촌이 아닌가? 의문이 든 서준과는 달리 서은혜는 바로 이유를 알아차렸다.

“아부?”

“이 자식이…….”

-여보세요?

아들의 앞이라 성질을 죽이던 서은혜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내 번호도 저장 안 해놔?!”

-……으악! 누나? 누나가 왜? 어라? 누나 전화번호 바꿨어?

“바꾼 지가 3년이다!”

-아하하하. 난 왜 몰랐지?

서은혜가 이마를 짚었다.

“그래, 뭐. 전화번호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전화번호 몰라도 지금까지 잘 지냈고. 그래. 요새 집에 안 들어간다며?”

-아, 응. 취직했는데 좀 바빠서.

“엄마가 걱정하더라. 시간 내서 집에 좀 가 봐.”

잔잔해진 서은혜의 목소리만큼 서은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휴대폰 너머 서은찬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알았어.

“그래. 안 바쁠 때 우리 집에도 들르고, 다음에 또 전화하자. 번호 저장하고!”

-응! 서준이랑 매형한테도 안부 전해줘!

전화를 끊은 서은혜는 서준의 앞에 앉아 리치왕 인형의 손을 쭙쭙 빨고 있던 서준의 입에서 인형을 빼냈다.

“네 삼촌은 왜 그런다니, 하아. 그래도 취직했다니, 다행이네.”

서은혜의 웃음에 서준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도 얼마 가지 못했다.

“아니, 진짜! 이 자식은 자기 조카도 못 알아봐?!”

이민준이 퇴근하고 부부와 서준이 함께 너튜브 채널 [JUN]으로 도착한 메일들을 보던 중이었다.

엘리펀트 분유 말고도 많은 광고 제안이 들어왔다. 그중에서 서준이 잘 쓰고 있는 제품은 광고 모델로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종종 살펴보고는 했다.

“이건 오늘도 왔네.”

이민준이 한 메일을 가리켰다. 서은혜도 그 메일을 알고 있었다.

너튜브에 서준의 영상이 올라간 날부터 꾸준하게 하루에 한 통씩 보내온 메일이 있었다.

무슨 인터넷 방송 제안이었는데 이민준과 서은혜 모두 대충 보고 넘겼던 메일이었다.

서은혜가 메일을 클릭했다.

“하도 보내니까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긴 하네.”

“그러게. 너튜브에 방송을 만들어서 올린다고 보긴 했는데.”

“웹드라마처럼?”

“응. 웹 예능 같은 거.”

화면이 바뀌었다.

[안녕하세요. 코코아엔터입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빠의 품에 앉아 있던 서준도 읽었다.

‘코코아, 엔터? 그건…….’

“아부부부?”

“어라? 여긴…….”

“왜?”

서은혜도 읽었다. 서은혜의 반응에 이민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서준도 엄마를 보았다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마무시한 서은혜가 있었다.

[……육아 예능을 기획하던 중 채널 [JUN]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먹방 하나로 전 세계 아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JUN! 꼭 기회가 된다면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육아 예능에 출연해 주시면…….]

이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이게 문제였다.

[서은찬 실장. 010-XXXX-XXXX]

“어라? 서은찬? 처남 이름이랑 똑같…….”

“아니, 진짜! 이 자식은 자기 조카도 못 알아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아빠가 앉은 채로 옆으로 물러났다. 서준도 조용히 있었다.

엄마는 얼른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네! 코코아엔터 실장, 서은찬입니다!

“아부!”

“쉿. 서준아, 조용히 해. 지금 엄마를 건드렸다간……. 아주 큰 일이나!”

‘아니, 아빠 그게 아님!’

이민준이 조심스럽게 커다란 손으로 서준의 입을 막았다. 하는 수 없이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멀리 있는 서은찬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서준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삼촌이! 찬이 삼촌이 아주 위험해!’

서은혜가 활짝 웃으며 목소리를 깔았다.

“어머. 너튜브 메일을 보고 전화 드렸어요.”

-아! 준이 어머니십니까! 반갑습니다! 코코아엔터 실장, 서은찬입니다!

“아부부부.”

“쉿!”

두 남자가 숨을 죽이고 무섭게 웃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서준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찬이 삼촌 또 저장 안 했어.’

“그런데 직접 뵀으면 좋겠는데 괜찮을까요?”

-네!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네. 그럼 누나 집으로 와주세요.”

-어……. 네? 누나 집이요?

전화를 받던 서은찬은 그런 아파트가 생겼나 고개를 갸웃했다.

서은찬이 전화를 받으며 벌떡 일어났을 때부터 그를 주시하던 남자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서은찬이 취직한 코코아엔터에서 데뷔시킬 4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아직 그룹의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은찬과 함께 그들의 숙소에서 앞으로의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누나? 누나 집? 한국에는 그런 아파트가 있어?”

랩 파트 담당. 재미교포 케빈 킴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나도 처음 듣는데?”

모르는 건 검색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리드보컬 박서진이 휴대폰을 들었다.

“근데 준이라니! 진짜 잘됐어요!”

“응! 진짜 될 줄은 몰랐는데!”

제일 먼저 너튜브 예능에 대해 제안했던 댄스 담당 최시윤과 육아 예능을 제안했던 서브 보컬 황예준이 짝! 하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네 남자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였다.

-네 누나 집으로 당장 오라고. 조카도 못 알아보는 멍청한 놈아!!!

얼마나 큰지 휴대폰 너머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게 대화하던 네 남자도, 귀에 휴대폰을 대고 있던 서은찬도 식겁했다.

“아니, 이게…….”

서은찬이 얼른 휴대폰을 보았다.

어라? 왜 이전 통화목록에 준이 어머님이……?

서은찬의 머릿속으로 불과 몇 시간 전의 통과가 생각났다.

누나? 누나?!

“헉!”

-너. 내가 전화번호 저장하라고 했지?

“아니, 누나! 잠깐. 진짜 누나야?!”

-나 말고 네 누나가 따로 있었어!?

“아니, 아니. 어. 그럼 채널 [JUN]에 준이…….”

-네 조카, 서준이다! 어떻게 한 달 전에 본 조카를 못 알아봐!

서은찬이 더듬더듬 대화를 이어갔다.

아니,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조카? 조카가 뭐야?”

“Nephew. 실장님 누나의 아들이야.”

“아. Nephew!”

한국어가 서툰 케빈이 묻자 리더 박서진이 대답했다. 황예준은 계속 감탄사만 내뱉었다.

“우와. 구독자 20만 스타 아기가, 실장님 조카래.”

“여기요. 실장님이랑은 안 닮았는데요?”

최시윤이 얼른 너튜브를 켜고 채널 [JUN]의 영상을 틀었다.

4명의 남자가 옹기종기 모여 영상을 보았다. 깜찍한 외모의 아기가 한 숟갈 한 숟갈 받아먹고 있었다. 네 사람의 시선이 아기를 향했다가 서은찬을 향했다.

길거리에서 부딪혔다가는 바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할 것 같은 남자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나마 요 3주 동안 익숙해져서 다행이지, 여전히 무시무시한 외모였다.

황예준이 작게 속삭였다.

“진짜 안 닮았는데?”

그사이 서은혜에게 실컷 잔소리를 듣고 기진맥진한 서은찬이 겨우 전화를 끊었다.

기운이 빠져 털썩 의자 위로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아, 귀가 멍멍해. 삐이익-! 하고 이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실장님. 괜찮아요?”

“으응.”

박서진의 말에 서은찬이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 박서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실장님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실장님 누님 엄청 무서운 듯.”

케빈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던 서은찬이 고개를 들었다. 넋을 넣고 있는 도중에 누나의 마지막 말이 기억난 것이었다.

-당장 우리 집으로 와!

서은찬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 휴대폰과 겉옷을 챙겼다. 네 남자의 시선이 서은찬에게로 향했다. 박서진이 물었다.

“실장님! 어디 가세요?”

“어……. 나 지금 누나 집에 가 봐야 해서.”

“옙! 다녀오세요!”

말을 돌려 할 필요도 없었다. 서은찬은 케빈의 인사에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얼른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닫히는 문을 보며 네 사람은 조용히 서은찬 실장님의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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