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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화 (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화

에릭 스미스는 이제 막 단어를 내뱉기 시작한 15개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마마 파파를 말할 때는 굉장히 기뻤는데.

“마리아…….”

지금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의 아들, 잭 스미스가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입을 꾸욱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아들과 둘만 있게 된 지 겨우 이틀. 처음 있는 일에 에릭은 당황했다. 아들과 실랑이를 한 것이 벌써 30분째였다. 에릭은 후회했다.

‘왜 그때 배워두지 않았을까?’

한 스푼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던 아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노오오!”

아기 의자에 앉아 탕탕! 작은 테이블을 두 손으로 내려치고 있는 아들을 보니 없던 병에 걸릴 것 같았다.

자그마한 잭의 스푼을 들고 비행기 놀이며 기차놀이며, 온갖 방법으로 먹이려고 애를 쓰던 에릭은 결국 마지막 수단을 꺼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아들에게 밥을 안 먹일 수는 없었다.

<허니, 잭이 밥을 안 먹어:(

<어쩌지?

>냉장고에 잭이 좋아하는 요거트 있어. 그거 먹여.

<그걸 안 먹어:(

프랑스에서 출장 중이던 박마리아가 남편의 메시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이라…….”

그녀의 아들은 밥투정이 심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잔뜩 잭이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준비해 두고 왔는데, 그게 겨우 이틀 만에 효과를 다했다.

마리아가 있을 때는 먹이지도 않는 단 것들도 잔뜩 쟁여두고 왔는데, 소용이 없었다.

“어쩌지…….”

앞으로 3일은 더 프랑스 파리에 있어야 했다. 아니, 지금 일이 아주 잘 풀려야 3일. 그런데 지금.

“실장님! 이거 아직 안 왔어요!”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종이를 흔들었다. 그에 깜짝 놀란 실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번개같이 번호를 누르며 상대방이 받기를 기다렸다. 실장은 초조함을 한껏 드러낸 채 다리를 떨어댔다.

달칵-

-여보세…….

“아니, 지금. 아직도 안 보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 몰라요?”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다다다- 쏘아대는 실장의 모습에 마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상태로는 일주일이 지나도 못 가겠네…….”

이런 게 화병인가. 박마리아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뱉어냈다. 그러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수신자는 에릭 스미스, 그녀의 남편이었다.

>알아서 해줘, 파파잖아? ;)

<허니?!

“마리아? 마리아?!”

에릭이 스마트폰을 흔들어댔다. 들리지도 않을 절규였지만 에릭은 마지막 수단을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프랑스 파리까지 들리기를 바라며 외쳤다.

“마리아!!”

“노오오오!!”

에릭이 좌절한 듯 식탁에 엎드렸다. 잭은 계속 밥상을 내려치고 있었다.

에릭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기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에릭은 울먹울먹하는 잭을 보았다. 엄마가 보고 싶은 건지 배가 고파서 우는 건지.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잖아…….”

에릭이 스푼을 들었다. 잭이 제일 좋아하는 요거트였다. 새하얀 요거트의 단맛을 알고 있는 잭이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릭과 잭의 2차전이 시작되려던 찰나.

-띵동!

알림 소리가 울렸다.

훗날, 보름간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마리아에게 에릭은 그 알림 소리가 마치 천상의 종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쓸데없은 알람이었지만.

“뭐지?”

식탁 위에 올려놓은 파인패드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마리아가 요리를 할 때나 식탁에서 일을 할 때 사용하는 파인패드였다.

화면을 보니, 마리아가 구독하는 너튜브의 채널 중 하나가 업데이트되었다는 알람이 표시되어 있었다.

[LALA’S DAY-최신 영상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마리아가 때때로 한식과 양식의 퓨전 요리를 만들 때 참고한다던 너튜버였다.

에릭은 잠시 고민했다. 시간을 보니 아들과 실랑이를 한 것도 5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좋아. 잭. 아들. 잠시 휴전이다.”

에릭은 두 손을 들었다. 잭도 입술을 삐죽 내밀고 아부아부 혼잣말을 했다.

잠시 기분 전환을 위해 영상을 보기로 했다.

“이 너튜버 딸은 요즘 밥 잘 먹는다고 했는데…….”

마리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같이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기들을 밥을 먹이기 위해 댓글과 방송을 통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던 너튜버와 구독자들이었다.

그런데 요 며칠, 너튜버의 딸이 아주 잘 먹는다면서 부럽다고 하던 마리아였다.

너튜버가 올린 분유-한국에서만 판매해서 해외 배송으로 겨우 샀다-를 사기도 하고 추천하던 이유식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애 밥 잘 먹이는 비법 같은 거 안 올려 주려나?”

에릭은 시작 버튼을 눌렀다. 평소와 달리 광고는 붙지 않았다.

“어라? 2분?”

겨우 2분짜리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며 30분쯤 한숨 돌리려고 했던 에릭은 애매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라라LALA입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에릭은 영상을 멈추지 않았다.

그게 천운이었다. 에릭은 다시 생각해도 그때 알람이 울렸던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본 것은 마리아와 결혼하고 잭을 가진 다음으로 잘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영상을 짧아요. 너튜브 채널 하나를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LALA는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직접 촬영하는지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요즘 제 딸이 아주 밥을 잘 먹거든요. 다들 아시죠?]

에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까 여러분이 모를 리가 없겠죠.]

잠시 말을 멈춘 LALA가 입을 열었다.

[제가 그 비법을 가져왔습니다.]

“뭐?”

에릭은 깜짝 놀랐다. 비법?

전 세계에서 그녀의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LALA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사실 분유와 이유식은 제 딸이 잘 먹는 게 맞아요. 하지만 그게 제 딸이 밥을 잘 먹게 된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어요. 그동안 알려주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아니, 뭐?”

물건이 새로 입고될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샀던 분유가 떠올랐다. 가뜩이나 입고된 수량도 적어 매진되기 전에 겨우겨우 산 분유였다.

게다가 이유식을 만들겠다며 샀던, 냉장고 안에 한가득 쌓인 재료들. 에릭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냉장고를 보았다.

LALA는 그저 ‘추천’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에릭, 그도 너튜버의 말을 100퍼센트 믿지는 않지만, 왠지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릭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댓글 창을 켰다. 벌써 많은 댓글들이 올라왔다.

-아니, 분유와 이유식 때문이 아니었다구요?

-제가 어떻게 그 분유를 샀는데……. 여긴 해외 배송도 안 돼서 고생했다구요ㅜㅜ

-전 웃돈까지 줬는데…….

-LALA는 그냥 추천해 준 것뿐이잖아요.

-그러게요. 추천해 준 게 다른 애들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죠. 그게 LALA 잘못은 아니잖아요.

-근데 다른 비법이 있었다고 하잖아요. 그걸 숨겨서 다들 실망한 거죠.

-사생활이랑 관련된 게 아닐까여?

다들 LALA의 애청자였기 때문에 욕설이 담긴 댓글은 없었지만 그녀를 탓하고 실망했다는 댓글이 많았다. 반대로 그녀를 옹호하는 댓글들도 많았다.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

댓글을 읽어 내려가던 사이 LALA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막이 떴다. 화면 맨 위에 비행기 표시가 떴다.

[지금 화면에 뜨고 있는 표시의 영상이 바로 그 비법입니다.]

<이유식 버전baby food. ver>라는 제목이 떴다. 클릭하면 바로 시청할 수 있었다.

“이게 뭐지?”

댓글을 쓰려던 에릭은 잠시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LALA의 영상이 계속되었다.

[잠시 말씀드리자면, 이건 제 친구가 올린 영상이에요. 원래는 저희 친구들끼리만 보려고 했는데, 겨우 설득해서 너튜브에 올리게 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영상이기에 설득까지 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영상은 부모님들보다 아이들이 봐야 해요. 제 딸도 그랬어요. 아기가 잘 보게 설치해 주시고 이유식과 분유를 먹여보세요. 아주 잘 먹을 거예요.]

LALA의 딸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여러 개 올라왔다. 에릭은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는 잭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이유식과 분유는 제 개인적인 추천이었지만, 이 영상들은 꼭 봐야 해요. 진짜, 꼭 필수에요! 그럼 곧 다음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들, 안녕!]

그 말을 끝으로 LALA의 영상이 끝났다. 남은 것은 LALA가 추천한 영상뿐이었다.

에릭은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그녀의 말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가 생각했던 마지막 수단인 마리아는 모든 일을 그에게 맡겼다.

에릭은 파인패드를 잭이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잭의 이유식을 데워왔다. LALA가 추천한 이유식 레시피로 만든 음식이었다. 그녀가 추천한 이유식이라면 영상을 보면서 더 잘 먹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짜로 효과가 있을까?”

의심은 갔지만 벌써 1시간째 밥을 안 먹고 있는 잭을 보니, 해볼 수밖에 없었다.

잭은 꾸욱 입을 다물고 있었고 에릭은 한숨을 쉬었다. 잭의 앞에 이유식이 놓였다. 에릭은 잭의 옆에 앉아 같이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이기로 했다.

“제발 먹어라…….”

영상이 시작됐다.

화면에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아기가 나왔다. 잭보다 어린, 아직 1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기가 아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볼이 오동통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귀엽게 생긴 아기였다. 그때 작은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빤가? 준?’

채널 이름이 보였다. [JUN]. 아기의 이름인 것 같았다.

여자 손이 나오고 그녀가 잡고 있는 작은 아기 스푼에 올려진 새하얀 이유식이 보였다.

에릭도 잭의 스푼에 이유식을 퍼담았다. 그리고 슬쩍 아들을 보았다.

뚱한 표정이 살짝 풀린 아들은 영상을 뚫어지라 보고 있었다.

‘오!’

에릭은 숨을 죽이고 타이밍을 노렸다.

영상 속 아기, 준의 입이 벌어지고 스푼이 들어갔다. 준이 짜리몽땅한 두 팔을 흔들었다.

잭의 눈동자가 똥그랗게 변했다.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신기한 아기가 이유식을 먹었다. 아주 맛있게. 냠냠. 잭은 왠지 모르게 저도 따라 하고 싶어졌다.

“아-! 아!”

잭의 입이 벌어졌다. 에릭은 알아차렸다. 지금이다!

쏘옥! 하고 잭의 입에 스푼이 들어갔다. 잭은 우물우물거리다 뱉지도 않고 잘 삼켰다.

에릭의 눈이 커졌다.

오, 오오, 오오오!!

감격에 소리를 지를 것 같았지만 참았다. 아직 이유식은 많이 남았다.

에릭의 구세주, 준은 열심히 팔을 흔들며 이유식을 먹었고 잭 또한 열심히 밥을 먹었다. 어쩐지 신이 난 모양인지 잭도 팔을 흔들어댔다.

한 스푼, 한 스푼. 준을 따라 먹이니 한 그릇은 금방이었다.

“파파! 파파!”

이유식 한 그릇을 몽땅 먹어치운, 배부른 잭은 연신 파파를 외치며 에릭에게 안겼다. 에릭은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에릭은 얼른 파인패드를 꺼내 준의 영상에 댓글을 썼다. 얼른 구독 버튼을 누르고 추천 버튼을 눌렀다. 다음에 잭에게 밥을 먹일 때 편하게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 먹었어요! 진짜 효과 있네요!

-저희 딸도 다 먹었네요! 밥 안 먹는 아기에게 추천합니다!

<1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였는데도 못 먹였는데 영상 보자마자 다 먹었습니다! 준!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준의 영상을 알려준 LALA의 영상에도 들어갔다.

2분짜리 짧은 영상에 적혀 있던 실망의 댓글들이 점점 삭제되고 있었다. LALA가 삭제한 것이 아니었다. 댓글을 쓴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삭제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친구분께 정말 도움이 됐다고 전해주세요!

-설득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저희 아들 정말 잘 먹네요!

-아까 댓글 썼던 엄마예요. 죄송합니다. 정말…… 영상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띵동-!

>잭, 밥 먹였어?

마리아였다.

에릭은 환해진 얼굴로 얼른 메시지를 썼다. 깨끗하게 빈 이유식 그릇도 찍어 보냈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밥 안 먹는 아들과 고생하는 남편을 걱정할 아내를 위해서였다.

<미션 클리어! 다 먹었어! :)

>어떻게 한 거야!? 대단해!

에릭은 흐흐흐 웃었다. 마리아가 집으로 올 때까지 준의 영상에 대해서는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없어도 자신이 얼마나 잘 먹이는지 자랑할 셈이었다. 물론 집에 돌아오면 바로 들키겠지만.

<내가 좀 하지!! :)

에릭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LALA’S DAY]의 영상과 [JUN]의 영상을 보고 아기들에게 이유식과 분유를 먹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두 영상의 댓글들과 추천도 점점 늘어났다.

영상이 올라간 지 24시간.

영상의 조회 수는 100만에 다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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