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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6화 (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화

이민준이 해골 인형을 잡고 움직였다. 서준은 조그마한 개 인형을 들었다.

김희상의 말에 따르면 보름달을 보면 인간으로 변신하는 늑대인간 인형의 늑대 버전이었다.

서은혜와 이민준은 눈에 살기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눈매에 살벌하게 벌린 주둥이 속 번쩍거리는 이빨을 보며 한숨을 쉬었지만 서준은 김희상의 설명을 듣고 기뻐했다. 다음에는 인간 버전을 선물해 줄 거라고 했다.

참 멋진 삼촌이었다.

“으으앙.”

“어이쿠. 그래. 나는 스켈레톤의 왕. 리치왕, 에드문드다!”

서준의 칭얼거림에 이민준은 어색하게 종이를 보며 대사를 내뱉고는 해골 인형을 움직였다.

다른 때는 안 그러는데, 꼭 몬스터 인형을 가지고 같이 놀아줄 때마다 뚱하게 반응하는 서준을 보며 서준의 최고의 놀이 상대 김희상이 적어준 대사였다.

-서준이는 리얼리티 있는 걸 좋아한다니까?

-이게…… 리얼리티야?

-봐봐! 서준아!

-으웅?

-나는 저주룡, 블랙드래곤, 세계를 멸망시켜 버리겠다! 우아아아!

-꺄아아아악!

그렇게 신이 난 서준이는 처음 봤다고 생각하며 이민준은 다시 종이를 보았다.

종이에는 도저히 그로서는 내뱉기 힘든 대사들이 적혀 있었다. 이민준이 슬쩍 종이를 내려놓으려고 하자 서준이 덥석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부지.’

반짝반짝 빛나는 아들의 눈빛을 보며 이민준을 한숨을 내쉬고 다시 종이를 펼쳤다.

“내 종, 종속들이여. 내 명…… 령에 따르라.”

“으우으우!”

“어머, 서준이 아버님. 우리 아들이, 감정을 좀 더 넣으라네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서은혜가 킬킬 웃으며 말했다. 이민준이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서준이 어머님. 댁의 아드님. 이거, 진짜 좋아하네요.”

“희상이랑 놀 때도 엄청 좋아해.”

“으오으오!”

“알았다. 알았어. 엄마랑 이야기하지 말고 놀아달라고?”

아들의 마음을 어찌 그렇게 잘 아는지. 서준이 희죽 웃으며 늑대인간-늑대 버전 인형을 들었다. 무슨 처리를 했는지 늑대 인형의 푸른 털이 반짝였다.

리치왕과 늑대인간이라니!

리치왕이 이길 게 뻔했지만 아기의 놀이는 달랐다. 몇 번 어색하게 대사를 내뱉으며 서준의 늑대 인형과 해골 인형을 부딪치던 아빠가.

“으악! 내가 졌다!”

하고 말했다. 서준의 늑대인간이 이긴 것이었다.

항상 이기는 이 놀이가 아기는 정말 좋았다. 흥분한 서준을 서은혜가 안아 올렸다. 진정시키기 위해 아기의 배를 토닥였다.

“흐흥흐흥.”

“어이구. 서준이가 이겼네!”

“서준이 대단하네!”

진정시키는 건지, 흥분시키는 건지. 부부의 말에 서준의 팔과 다리가 허공을 휘저었다.

엄마 아빠의 칭찬을 들으니 몸이 들썩들썩거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서준은 말할 수 없지만 속으로 크게 외쳤다.

“아부부부붑!”

‘난 멋져! 대단해!’

아기의 본능이 서준의 이성을 이겨 버렸다. 그 뒤로도 한동안 아들과 놀아주던 서은혜가 말했다. 미나 엄마가 제안했던 너튜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영상을 너튜브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 하고…….”

“음.”

“근데 서준이가 커서 왜 그런 걸 올렸냐고 그러면……. 어쩌지?”

걱정 많은 엄마, 서은혜의 말에 이민준이 웃었다.

“겨우 아기 때 영상인데. 그리고 서준이가 그런 말을 할 때쯤이면 벌써 잊혀졌을걸.”

“그건 그렇지만…….”

“내 생각이긴 한데…….”

이민준은 김희상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두 팔을 흔들던 서준이를 보고, 카메라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배우가 될 체질이라고 말했던 김희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민준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었다.

“서준이도 카메라에 찍히는 걸 좋은 게 아닐까?”

“서준이가?”

“봐봐. 평소에 밥 먹을 때는 얌전히 먹잖아. 근데 그때 카메라로 촬영할 때는 엄청 좋아하면서 팔까지 흔들었잖아.”

‘[요정의 반짝이]를 쓰려면 팔을 흔들어야 하지요. 아부지.’

서준이 이민준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접근이었다. 서준은 지금 말도, 의사 표현도 아주 조금밖에 할 수 없는 아기의 몸이었다.

‘슈퍼스타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유명해지면 좋겠지!’

서준 자신이 카메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이 서준을 그쪽 방향으로 이끌어주면 아주 좋은 일이었다. 서준이 흐흐흥 웃었다.

갑자기 웃는 서준을 토닥이며 서은혜도 2주 전을 떠올렸다. 두 팔을 흔들며 신나게 밥을 먹던 서준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밥을 먹던 서준의 앞에 처음으로 카메라가 있었다.

“근데 애가 카메라를 알고 좋아한 걸까?”

둥글게 쥔 조그마한 주먹을 냠냠 먹고 있던 아기가 서은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민준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까 내 연기가 시원치 않다고 칭얼거린 애야.”

“아.”

“아.”

서은혜의 탄성에, 이민준도 자신이 내뱉고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민준의 얼굴에 서은혜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당신이 말하고 놀라는 거야?”

“아니, 별생각 없이 말했는데……. 우리 아들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이민준이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연기가 어색하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목소리가 자연스럽지 않고, 자꾸 끊겨서?”

“하긴, 말을 알아듣진 못할 테니까.”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은혜가 서준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서준은 ‘다 알아들어요’라고 생각하며 빙그레 웃었다.

“우리 아들. 완전 천재 아니야?! 진짜 천재인 것 같은데?”

“7개월, 아니, 이제 8개월이지! 다른 8개월 아기들은 어때?”

“글쎄.”

이민준의 물음에 서은혜가 방실방실 웃고 있는 서준을 허공에서 흔들어주며 대답했다.

“우리 서준이가 유독 빨리 크는 편이라. 병원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든다고 해서. 비교할 또래가 거의 없어.”

“오오! 서준이 멋진데!”

부부의 시선이 아들에게로 향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서준이 입으로 주먹을 냠냠 먹었다.

“그러면 진짜…… 연기를 시켜야 하나?”

“연기라…….”

서은혜와 이민준의 머릿속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나왔던 아기역, 아역 배우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아역 배우에서 성공적으로 성인 연기자가 된 배우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뒤로 아역 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내 연기를 그만둔 배우들의 얼굴도 따라 나타났다.

엄마 아빠의 고민이 깊어졌다. 서은혜의 품에 안겨 있던 서준은 아부부부 소리를 내며 팔을 휘저었다.

‘엄마 아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아 참, 이게 문제가 아니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은혜가 말했다. 벌써부터 배우니, 연기자니 생각하는 건 너무 서두른 일이었다. 적어도 부부의 아이가 의사 표현을 할 때까지 자라야 했다. 서은혜의 생각을 알아챈 이민준도 아차, 싶었다.

“그럼 너튜브에 올려도 괜찮다는 거지?”

“그래. 난 찬성. 지윤이가 밥을 안 먹어서 지윤이 어머니도 고생했다며.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지.”

“그래. 알았어. 그럼 너튜브에 올릴게!”

서준을 아빠의 품으로 건네주고 서은혜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미나 엄마에게 연락하기 위해서였다.

<민주 언니!

<남편이랑 상의해 봤는데 너튜브에 올려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네 이름으로 계정 만들어서 올려!

<내 이름? 그냥 언니 채널에 올리면 안 돼?

>은혜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나랑 다른 애들이 하루에 몇 번씩 영상을 보는데!

>그거 다 조회 수로 치면 정말 많이 나와!

>다른 엄마들도 엄청 볼 게 분명하니까 나중에 수익 창출 신청해서 광고도 달면 돈도 벌고!

>서준이 맛있는 거 사줘!

“그렇다는데?”

서은혜의 말에 같이 바나나톡의 화면을 보고 있던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는 실컷 놀아서 잠이 왔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그 사실을 알아챈 부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광고는 생각 못 했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나중에 서준이 교육비로 써도 되겠지.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주고 싶으니까.”

이민준의 말에 서은혜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녀도 이민준의 말처럼 서준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다 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겨우 아기가 밥을 먹는 영상이었다. 이런 영상으로.

“그 정도로 많이 나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면 뭐, 서준이 용돈?”

이민준의 가벼운 농담에 서은혜가 웃었다.

“그래. 큰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서은혜는 방에서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탁자 위에 노트북을 들고 너튜브에 로그인했다.

너튜브는 간단하게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어 있어 서은혜는 금세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 이름은 뭐라고 하지?”

바톡! 바톡!

마침 바나나톡이 왔다. 너튜브 선배, 미나 엄마였다.

>깜빡했는데 제목이랑 채널 이름은 영어랑 한국어로 달아!

<영어?

>내 채널에 영어권 엄마들도 있거든!

>한국 아기들만 밥 안 먹는 거 아니다? 외국 애들도 밥 안 먹어.

>제목을 한국어로 하면 다들 못 찾으니까!

“영어라…….”

미나 엄마의 메시지에 부부의 생각이 깊어졌다. 잠든 서준의 등을 토닥이며 이민준이 말했다.

“우리 아들은 진짜 잠투정도 없고 잘 잔다니까.”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팔불출 부부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아기의 작은 장점에도 기뻐했다.

“진짜 효자야.”

“그러니까. 우리 아들 최고!”

“아니, 잠깐. 채널 이름 생각하라고요. 서준이 아버님!”

서은혜의 핀잔에 이민준이 아하하하 웃었다.

“간단하게 하자. 어차피 영상 2개만 올릴 건데.”

“그렇네. 그럼 서준? 서? 준?”

“서(seo)는 좀 이상하니까, 준(jun)?”

그렇게 채널명이 정해졌다.

[JUN]

“너무, 간단한가?”

서은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에잇! 하고 영상을 올렸다. 더 생각해도 좋은 이름이 떠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영상 이름은 어떡하지?”

“그냥, 이유식 버전, 분유 버전이라고 적어. 미나 어머니가 설명해 주겠지.”

서준의 영상을 제일 먼저 소개할 미나 엄마였다.

“그럴까?”

이민준의 말에 혹한 서은혜가 영상을 올렸다.

[이유식 버전 baby food. ver]

[분유 버전 baby formula. ver]

서은혜는 미나 엄마에게 바나나톡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이민준은 서준을 안고 가볍게 흔들며 침실로 향했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말이 자장가처럼 흘러나왔다.

“우리 서준이 이제 엄청 유명해지겠네! 그럼 아빠 차도 사 주고~ 엄마 차도 사 주고~ 집도 사 주고~”

“풉!”

이민준의 말에 메시지를 보내던 서은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서은혜의 웃음소리를 듣고 작게 웃었다. 서은혜가 이민준의 음에 맞추어 말했다.

“그래. 우리 서준이 차도 사고~ 장난감도 사고~”

“여행도 가고~”

<영상 올렸어!

<채널 이름은 [JUN]이고 영상은 저번에 보냈던 거랑 똑같은 거야! 이유식 버전하고 분유 버전.

>진짜 고마워! 내가 확실하게 홍보해 줄게!

쌀쌀한 가을, 어느 날 밤.

한국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훗날, 전 세계 부모들이 뽑은, 아기를 키울 때 꼭 봐야 하는 영상 Best 10 중 영원히 1위가 될 영상이 업로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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