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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5화 (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화

서준의 동영상의 효과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서 서은혜의 바나나톡에는 많은 메시지가 쌓였다. 서준의 동영상에 찬사를 보내는 엄마들의 메시지였다.

-오늘도 먹었어!

-와! 지윤이가 한 끼도 안 거르고 다 먹었어!

-쌍둥이 몸무게가 두 배는 는 것 같은데?

쌍둥이 엄마의 말은 농담이었지만 다른 엄마들도 모두 아이들을 몸무게를 재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윤이는 정말로 몸무게가 많이 늘어 엄마 아빠를 울게 만들었다.

“서준이는 진짜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은데?”

이민준은 서은혜가 보내준 사진을 보았다.

방금 전 찍은, 서준이의 사진을 바나나톡으로 보내주었는데 초록색 피부를 가진 오크를 두 손으로 안은 채로 체중계 위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서준이 사진이었다.

그리고 메시지로 저번 주 몸무게와 이번 주 몸무게를 보내주었다.

엄청 늘어난 몸무게에 이민준이 감탄했다. 하긴 그의 아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아이였다. 오히려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으면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오, 서준이야?”

김희성이 왔다. 김희성은 이민준의 폰을 힐끗 보았다.

“오크? 내가 보내준 거네? 아직도 좋아하나 봐?”

이민준이 한숨을 쉬었다. 김희성이 으하하하, 뒷목을 쓸며 어색하게 웃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 진짜로 좋아할 줄을 몰랐지.”

항상 싱글생글 웃고 있는 서준이를 놀리고 싶었다. 무서워서 우는 서준이의 모습이 보고 싶었던 김희성은 장난삼아 커다란 상자 한가득, 집에 쌓여 있는 몬스터 인형들을 넣어 이민준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

서준이가 울면 바로 들고 올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좋아할 줄이야…….”

이민준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상자를 열자마자 꺄아아악- 고음의 비명을 지르던 그의 아들.

무서워서 그러나 싶어 얼른 상자를 닫으니, 아들은 흥분해서 양손으로 상자와 이민준의 팔을 내려쳤었다.

아팠다. 그 모습이 마치 ‘열어! 열라고!’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이민준은 상자를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완전 애착 인형이 되어버렸어…….”

“아하하하. 미안.”

이서준은 아예 상자 안으로 기어들어 가 인형들 속에 푸욱 파묻혀 이히히히 웃어댔다. 김희성도 서준이의 반응에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서은혜는 이서준에게 버림받은 전 애착 인형 토돌이-토끼 인형-을 들고 허망하게 서 있었다.

“근데 진짜 특이한 취향이네, 서준이.”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냐…….”

아기에게 그런 인형을 주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냐며, 그 후로 일주일가량을 이민준과 서은혜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김희성이, 이민준의 나지막한 말에 두 손을 들었다.

“진짜 미안!”

“하아, 아냐. 이젠 포기했어.”

이젠 포기했다면서도 이민준은 스마트폰의 갤러리를 열어 서준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오크를 안고 있는 서준이, 슬라임을 두 손에 들고 웃고 있는 서준이, 드래곤을 깔아뭉개고 있는 서준이. 늑대인간과 같이 잠들어 있는 서준이. 트윈 헤드 오우거를…….

김희성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서준이는 귀여웠지만 안고 있는 인형들은 무시무시했다. 엄마 아빠의 취향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 언밸런스함에 김희성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희성의 사과는 서준이의 취향이 바뀔 때까지 들어도 모자라지 않았다.

이민준은 몰랐다. 설마 김희성의 사과를 한평생 듣게 될 줄은…….

김희성이 자리에 앉았다. 토요일까지 출근해서 일을 마무리한 덕분에 오늘은 쉬엄쉬엄할 수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오늘 일하는 게 나았을지도…….

의욕 없이 앉아 있는 김희성에게 이민준은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김희성은 예상했다. 서준이 영상이거나, 서은혜 영상이거나, 서준이와 서은혜가 나오는 영상일 터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우리 서준이 밥도 잘 먹지!”

“이 팔불출.”

하지만 김희성도 서준이가 아주 아주 귀엽다고 생각했다. 진짜 엄마와 아빠의 좋은 점과 숨겨진 좋은 점까지 끌어내 태어난 것처럼 아주 귀여웠다.

서준이가 이유식을 먹는 영상을 빤히 보던 김희성이 입을 열었다. 두 팔을 흔들며 밥을 먹고 있는 서준이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손은 왜 흔드는 거야?”

“음…….”

김희성의 물음에 이민준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늘 아침에 이유식을 먹을 때도 손을 흔들지 않은 서준이었다. 그러게 왜 저러지?

“유난히 신나서?”

“밥 먹는 게? 밥 먹을 때마다 저래?”

이민준이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희성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평소와 다른 점은…….

“카메라?”

“……카메라?”

김희성의 말에 이민준이 동영상을 보았다. 두 팔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서준이가 있었다.

“카메라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신나서 팔 흔들고.”

“그런가?”

“오, 서준이 완전 배우 될 체질인데?”

김희성의 말에 이민준은 다시 동영상을 보았다. 꺄아아악! 서준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 *

“와, 정말……. 지윤이랑 나. 병원에서 칭찬 들었어.”

지윤이 엄마의 말에 서은혜도 미소를 지었다.

서준이의 먹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내준 지 벌써 2주일. 5명의 아기들은 밥투정도 한 번 하지 않고 잘 먹었다.

“요새는 서준이 동영상 안 보고도 잘 먹어.”

미나 엄마의 말에 쌍둥이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서준이 동영상을 보면서 밥 먹으니까, 처음에는 이제 이 영상 못 보면 밥 못 먹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제는 밥때만 되면 영상 안 보고도 잘 먹더라고.”

“뭐……. 그 중간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그 정도야 뭐. 양반이지!”

세 엄마의 말에 서은혜도 기뻤다. 환하게 웃으며 미나 엄마가 만들어온 케이크를 잘라 가지고 왔다.

딸기가 가득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 마치 엄마들의 걱정거리 해결을 축하하는 듯했다.

모두 그런 생각을 한 듯한 순간 말이 없어졌다.

서은혜는 세 명의 엄마들을 바라보았다. 화장기 하나 없었지만, 걱정거리를 해결한 세 엄마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서은혜는 괜스레 울컥했다.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약한 지윤이 엄마는 눈물이 고였다.

“진짜, 고마워. 은혜야…….”

“아니야…….”

“진짜, 정말로…… 고마워…….”

누군가는 겨우, 아기 밥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부모에게는 본인이 몇 끼 굶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밥을 잘 먹으니까, 잘 놀고, 잘 자고…… 아프지도 않고…….”

“겨우 2주잖아.”

“그 2주 동안 정말 행복했어.”

미나 엄마도 말했다. 밥투정 없이 밥 먹는 미나가 너무 고맙고 서준이도 너무 고마웠다.

“우리 아들들은 더 씩씩해졌다니까?”

쌍둥이 엄마의 농담에 다들 눈물을 닦고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들의 웃음소리에 아기들도 웃었다.

서준도 엄마들의 말을 들으며 놀랐다.

‘동영상을 통해서도 [요정의 반짝이]가 효과가 있었네?’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효과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닌 것 같았다.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이야기였다.

‘[요정의 반짝이] 같은 능력이 영상을 통해서도 효과를 발휘한다면……. 슈퍼스타가 되는 건 더 쉬워지겠다.’

서준은 희희낙락 웃으며 며칠 전 김희상이 준 인형을 안았다. 김희성이 새로 손수 제작했다는 흑마법사 리치왕의 인형이었다.

서은혜는 왕관을 쓴 해골 인형-눈에는 초록색 큐빅이 박혀 있어 더 무섭게 보였다-에 기겁했지만, 서준은 일주일 내내 꼬옥 껴안고 다닐 정도로 좋았다.

아기들은 이히히히 웃는 서준에게서 조금 멀어졌다. 리치왕의 녹색의 눈동자가 마치 아기들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미나 엄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괜찮으면, 서준이 영상을 너튜브에 올려보면 어떨까?”

“너튜브?”

서은혜의 물음에 미나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잖아.”

엄마들의 귀가 기울어졌다.

“원래 브이로그 올리면서 미나 모습도 조금씩 올리고 있었거든. 미나가 오늘은 밥을 잘 먹었다든가, 잘 못 먹었다던가. 그러면 시청자들 중에 아기 엄마들도 댓글로 우리 아들도, 딸도 잘 안 먹는다는 댓글이 많아.”

서은혜와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치왕의 손을 휘저으며 구름이 그려진 매트에 마법진을 그리던 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밥 안 먹는 애들이 여기 4명이 전부는 아닐 터였다.

“근데, 요 2주 동안은 계속 ‘오늘도 미나 밥 잘 먹었어요’, ‘새 이유식을 줬는데 정말 잘 먹더라구요’ 하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한 거 있지.”

미나 엄마가 조금 미안하다는 듯 서은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윤이 엄마도, 쌍둥이 엄마도 움찔했다. 그녀들도 친정과 시댁에 요새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서준이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걸.”

서은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댓글에, 아기들 밥 잘 먹는 비법 좀 알려달라면서 댓글이 달렸어. 그 댓글 이외에도 자기 아기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병원까지 갔다면서…….”

병원 이야기에 모두 지윤이 엄마를 바라보았다. 지윤이 엄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지윤이는 밥 잘 먹는 아이가 되었다. 그녀에게 걱정은 없었다.

“서준이 동영상 이야기는 안 했어. 일단 미나가 먹는 분유 브랜드랑 이유식 레시피들을 올려놓긴 했어. 은혜, 너만 괜찮다면 너튜브에 서준이 영상을 올려서 아기 엄마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해.”

“음. 그렇구나.”

서은혜는 생각에 잠겼다. 엄마들은 조용히 서은혜의 생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서준이의 동영상을 올리면 좋을까? 안 좋을까? 서은혜는 곰곰이 생각했다.

서준이의 얼굴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일이었다. 누구보다도 서준이의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아들은 이제야 아부부부 하며 기어 다니는 7개월의 아기였다. 아기의 엄마와 아빠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단, 좋은 점은…… 밥 안 먹는 아기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아기의 부모들도 걱정거리를 해결할 수 있겠지. 그리고 안 좋은 점은 서준이의 얼굴이 알려진다는 거…….’

그 이외에도 좋은 점들과 안 좋은 점들이 있을 수 있었지만 서준이의 일이기 때문에 그녀가 혼자 결정할 수는 없었다.

생각을 마친 서은혜가 입을 열었다.

“일단, 남편이랑 상의해 볼게.”

“그래. 꼭 안 해줘도 괜찮아! 많이 생각해 보고 결정해.”

미나 엄마의 말에 서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서준이에게 물어볼 텐데…….’

서은혜는 살벌하게 생긴 해골 인형의 손으로 매트를 닦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시커멓고 새하얀 뼈다귀. 너튜브에 대한 생각도 잠시, 김희상이 준 해골 인형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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