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3화 (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화

“물 가져올게.”

서은혜가 부엌으로 가서 적당히 따뜻한 물을 가지고 왔다. 젖병에 분유를 넣고 물을 부었다.

금세 깨끗한 이불에 동그랗게 모여 누운 아기들의 입으로 젖꼭지가 들어갔다.

하지만 아기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입에 물긴 했지만 빨아먹지는 않았다. 배가 고프니까 울먹거리기는 하는데 아기들은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아이고, 지윤아. 배고프면 좀 먹어.”

흐응흐응 거리면서도 절대 먹지 않는 딸의 모습에 지윤이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다른 아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서준이만이 젖꼭지를 빨며 분유를 먹고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아기 엄마들을 보며 서은혜가 서준이를 안아 들었다. 그녀가 잘못한 것은 아닌데 혼자 잘 먹는 아들을 보니 눈치가 보였다.

쯉쯉-

엄마 품 안에서 서준은 상황을 지켜보았다.

엄마는 난감한 듯 자신을 안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아기들의 입에 젖병을 들이밀며 이해할 리가 없는 아기들을 어르고 달래며 제발 한 입만 먹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쯉쯉-

분유를 먹으며 잠시 생각하던 서준이 오른손을 올렸다. 가만히 두면 아기들은 계속 시끄럽게 굴 것 같았고 엄마들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이게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기의 오른손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풀잎 색 지팡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런 식으로 써본 적은 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요정의 반짝이] 같은 능력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약육강식의 몬스터 생태계에서 이런 겉치레 능력을 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위험했다.

매일 치고받고 싸우는 능력만 쓰다가 겨우 이런 능력을 쓰게 되다니, 나름 신선했다.

‘반짝여라.’

[요정의 반짝이-최하급-가 반짝입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어린 이들의 시선을 끕니다.]

원래라면 요정의 날개가 반짝여야 했지만 서준은 날개가 없어서 아기의 머리카락과 피부가 살짝 반짝였다.

울고 있던 아기들의 시선이 신기하게 반짝이는 서준에게로 향했다. 엄마들은 보지 못했다.

세상에 편견이 없고 때 묻지 않은, 아기들만이 요정의 반짝이를 볼 수 있었다.

아기들이 울음을 그치고 한 곳을 바라보자 엄마들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서준을 안고 있는 서은혜의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 앉아서 한 손으로 서준을 안고 한 손으로는 젖병을 받치고 있었다.

쭙쭙-

서준의 젖꼭지를 빠는 소리만 들렸다.

분유를 먹고 있던 서준은 느긋하게 오른손을 흔들었다. 반짝이를 흔든 것이다.

[요정의 반짝이가 흔들거립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따라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요정의 날개가 반짝이면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요정이 춤을 추면 아이들은 따라 춤을 췄다.

요정들은 자신을 따라 하는 이들을 보고 장난을 치고는 했다. 때때로 아이들을 숲속으로 데리고 와 미아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요정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이상한 짓을 했다. 이상한 짓이 십중팔구였다.

모두 반짝이의 힘이었다.

쭙쭙-

서준의 젖꼭지를 빠는 소리와 함께 다른 아기들의 입에 들어가 있던 젖꼭지에서 소리가 났다.

쭙쭙-

반짝이의 효과를 받은 아기들이 분유를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머어머!”

다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준이를 보고 아기들이 따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울고 불며 분유를 거부하던 아기들은 어디 갔는지, 세상에! 이런 맛있는 분유가 어디 있었냐는 듯이 아주 잘 먹고 있었다.

“서준이 대단하네!”

“그러게. 다들 서준이가 먹으니까 따라 먹네!”

엄마들은 신이 나서 말했다.

“이렇게 먹어주니 얼마나 좋아!”

특히 요 며칠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지윤이를 품에 안은 지윤이 엄마가 반쯤 울먹이며 말했다.

진짜 밥 먹을 때마다 울고불고 빌며 부탁했지만 먹지 않던 지윤이었다. 지윤이 엄마는 밥때만 되면 머리가 아프고 눈물이 절로 나기까지 했다.

다른 엄마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젖꼭지를 빨고 있는 미나의 금색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미나 엄마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그건가?”

“그거?”

엄마들의 시선이 미나 엄마에게로 향했다. 미나 엄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기들계의 먹방!”

미나 엄마의 말에 엄마들의 입에서 풉-!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먹방!

아기들계의 먹방이라니!

“아하하하!”

너튜브에서 일상 생활을 기록하여 업데이트하는 브이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미나 엄마가 반쯤 농담 삼아 한 말에 다들 웃어댔다.

“그러네!”

“이 정도면 진짜 먹방 해도 되겠네!”

“완전 먹방 스타야. 스타!”

맛깔나는 음식들을 카메라 앞에 진열해 두고 이리저리 조합해 가며 먹는 먹방은 보는 사람들을 대리만족하게 만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같은 메뉴를 시켜 시청자들이 따라 먹게 만들기도 했다.

아기들도 따라 먹게 만든 서준의 먹는 모습도 그와 같았다.

와하하하 웃는 엄마들에게는 관심도 없는지 아기들은 쭙쭙 분유를 먹는 서준을 보며 자신들도 따라서 먹어댔다.

이내 젖병의 분유가 모두 사라지고 엄마들은 아기를 안아 들었다.

끄억-!

제일 먼저 마신 서준이 제일 먼저 트림을 하고 서은혜는 쌍둥이 동생, 지우를 안아 들어 트림하는 것을 도왔다.

돌림노래처럼 아기들의 트림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다행히 다들 잘 먹었는지 트림도 잘했고 분유를 토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다시 거실 한쪽에 아기들을 두고 엄마들이 간간이 시선을 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서준이 엄마.”

“응?”

지윤이 엄마가 서은혜를 불렀다. 미나 엄마는 농담 삼아 한 말이었지만 밥 잘 안 먹는 아기를 가진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지윤이 엄마는 조금 민망하지만 지윤이를 위해서 말했다.

“미안한데. 서준이 먹는 모습 좀 찍어서 보내주면 안 될까?”

지윤이 엄마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특히 미나 엄마가 놀라 말했다.

“아니. 그건 농담이었는데.”

“나도 알지.”

지윤이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쌍둥이 엄마가 얼른 휴지를 뽑아 건넸다.

“우리 지윤이가 잘 못 먹어서 또래보다 몸집이 작대. 그래서 열심히 먹이고 있긴 한데 도무지 먹지를 않아…….”

지윤이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엄마들의 시선이 아기들에게로 향했다. 잼잼 손을 쥐고 있는 지윤이는 확실히 같은 7개월인 서준과 몸집에서 차이가 났다. 5명의 아기 중 지윤이가 가장 작았다.

서준이와 지윤이가 몸집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건 서준이가 유난히 또래보다 건강하고 키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서은혜가 얼른 손을 저었다.

“아냐. 언니. 서준이는 또래보다 훨씬 커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병원에서 그랬어. 잘 먹여야 한다고…… 흑…….”

지윤이 엄마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의 울음소리를 알아챘는지 지윤이의 얼굴이 움찔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본 서준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오른손을 들어 반짝이를 불렀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쓸데없는 울음은 사양이다!’

[요정의 반짝이가 반짝입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어린 이들의 시선을 끕니다.]

이내 서준의 머리카락과 피부가 반짝거렸다. 그 모습에 아기들의 시선이 쏠리고.

‘으악! 깜빡했다.’

아기들이 서준에게로 몰려들었다. 안전하게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방금 전과는 달랐다. 바닥에 내려져 무방비 상태의 서준에게 아기들이 몰려들었다.

뭐든지 손에 쥐고 입에 넣고 보는 아기들이었다. 아기들을 눈을 끄는, 신기한 것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놓칠 리가 없었다.

반짝이는 서준의 머리카락과 손가락들이 아기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쭙쭙- 분유도 아닌데 빨리고 있었다.

‘엄마!’

서준은 서은혜를 보았지만 서은혜는 지윤이 엄마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온몸이 아기들의 침으로 범벅되고 있었다.

‘으앙’ 하고 울 수도 있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엄마들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서준은 한숨을 포옥 내쉬며 아기들에게 몸을 맡겼다. 엄마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하기로 했다.

쭙쭙-

‘근데 왜 영혼이 빨리는 것 같지?’

“진짜, 내가 한 번만 부탁할게…….흐윽.”

지윤이 엄마가 두 손을 모아 부탁했다. 그 모습에 서은혜의 마음이 약해졌다.

자신의 아들은 뭐든지 잘 먹고 어디서든 잘 자고 잘 쌌다. 아픈 적도 없었고 건강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아주 드문 아기였다.

걱정 없이 편하게 키웠다고 해도 그녀 역시 엄마였다. 지윤이 엄마의 마음이 아주 잘 이해되었다. 게다가 겨우 먹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뿐이었다.

‘돈 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윤이가 밥을 안 먹을 때마다 서준이를 찾아오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잠시 생각하던 서은혜가 말했다.

“그래. 찍어서 보내줄게.”

“정말?!”

지윤이 엄마가 놀라서 되물었다. 그러고는 서은혜의 두 손을 꼭 쥐었다.

“내가, 진짜 우리 지윤이만 보여줄게. 우리 지윤이만…….”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지윤이 엄마에게 서은혜가 말했다.

“근데, 언니……. 그 영상을 본다고 해도 지윤이가 잘 먹어줄지 모르겠어. 이번만 특별히 먹은 걸 수도 있고…….”

“그거야 그렇지만. 난 진짜 조금만 효과가 있어도 돼. 열 번 보던 중에 한 번만 먹어줘도 돼…….”

지윤이 엄마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상에서 자신의 친구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딸도 친구를 따라 먹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좋았다.

물에 빠진 그녀의 눈앞에 아주 가느다란 지푸라기가 나타났다. 그녀는 이 약해 보이는 지푸라기라도 꼭 잡을 생각이었다. 그녀의 딸, 지윤이를 위해서였다.

“그럼 나중에 서준이 밥 먹을 때 찍어서 바나나톡으로 보내줄게. 지금은 배가 불러서 안 먹으려고 할 거야.”

이제야 그친 눈물을 닦으며 지윤이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진짜 고마워. 진짜…… 고마워……. 꼭 보답할게…….”

“아냐. 진짜 영상보고 지윤이가 밥 잘 먹으면 그때 줘.”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쌍둥이 엄마와 미나 엄마가 조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서준이 엄마. 나한테도 보내주면 안 될까?”

“나도!”

“쌍둥이가 잘 안 먹는 건 아닌데, 그래도 안 먹을 때가 있어서…….”

“미나는 이유식을 잘 안 먹으니까……. 이유식 버전으로 부탁해도 될까?”

두 사람의 말에 서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그냥 먹는 모습을 찍는 것뿐이니까. 분유도 이유식도 전부 찍어줄게.”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엄마들의 안심한 얼굴에 서은혜도 웃었다. 그리고 잘 먹는 잘 자는 자신의 아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 서준아!”

“미나야!”

“지호, 지우!”

“지윤아!”

서은혜의 아들은 아기들에게 깔려 반쯤 체념하는 중이었다.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