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226화 (226/236)

제226화>

올리오스의 빌보드 1위 소식은 한국에도 퍼졌다.

-올리오스, 미국을 점령하다.

-빌보드를 함락한 .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노래.

-올리오스는 어떻게 빌보드를 점령했나.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올리오스의 빌보드 점령 소식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올리오스 팬카페는 물론.

-역시 우리 올리오스.

-진짜 장하다. 고생 많았어요. 다들.

-근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깜짝 놀람. 이틀 전만 해도 7~8위 왔다갔다 했었는데.

-라이브 이후로 폭등한 거 같던데요.

-미국 라디오, 음원 성적 반영이 이틀 전에 에러가 나서 어제부터 재반영 되었다는 루머도 있던데.

└너무 찌라시 아님?

-올리오스 빌보드 먹어서 기쁜 1인.

└222222

연예인들과 아이돌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 이야기들이 오갔다.

-근데 올리오스 얘들 왜 1등함?

└실력이 좋으니까 1등을 했겠지.

-루케 크롬블이 지원 사격 했다면서, 뭔가 있는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음모론 얘기할 거면 나가라.

└왜 이제 올리오스가 일루미나티라고 하지?

말도 안 되는 악의적인 음모론이 퍼지는가 싶기도 했지만, 잠깐의 소동일 뿐 금방 사그라들었다.

-올리오스가 1등 할 줄 알았다고 생각했으면 개추.

└얘 예전부터 악플 달던 악질 아니냐?

우리들의 핸드폰에 하루 내내 문자와 전화들이 쏟아졌다.

진짜 불이 날 정도로 많이 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았다.

뜨거웠다.

오로지 전화만으로 전화기가 뜨거워졌다.

-해냈구나.

윤택수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웃고 있었다.

내가 정말 해냈다는 것을, 올리오스가 미국의 정상을 차지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보셨습니까?”

-그래. 새벽에 직접 봤다. 바로 연락하려고 했지만, 한창 바쁠 거 같아서 이제야 연락하는구나.

뉴욕 시간으로 밤 11시.

한국 시간으로 아침 11시.

그는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귀신 같이 알아채고 연락했다.

아마 황룡 엔터의 홍우선 프로듀서에게 스케줄을 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

-노력했더구나.

“크흠, 그렇습니다. 열심히 했죠.”

-잘했다. 나도 하지 못한 미국 점령을 아들인 네가, 다른 방법으로 이뤄냈구나.

윤택수 회장의 목소리엔 기분 좋은 흥분이 섞여 있었다.

“도와주신 덕분이죠.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나더라. 잘 봤다.

“다 보셨습니까?”

-…이제 와 숨겨서 뭐하겠냐. 전부 다 봤다. 생방송을 전부 챙겨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중에 올라온 영상을 전부 챙겨봤다.

윤택수 회장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원래는 아직 네가 내 뒤를 이어서 황룡 그룹을 이끌었으면 했다만…. 이젠 그럴 필요도 없겠더구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예전에 네가 말했지. 황룡 그룹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보았다고. 이제 그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면 그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니까.

“알아주셨군요.”

-그래서 GH 엔터에 투자를 했다.

“정말입니까?”

-그래. 사실 너희가 미국으로 갔을 때부터 투자했었다. 대외비라 최대한 비밀로 뒀지만,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 소리를 냈다.

그 사이에 이런 물밑 작업까지 끝내놨다니.

역시 회장인가 싶기도 하고.

-네가 황룡 그룹만큼 큰 돈을 벌겠다는데, 어찌 투자를 안 하겠느냐?

동시에 아들을 신뢰하는 아버지의 모습 같기도 했다.

“제가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러셨습니까?”

-하하, 그럼 투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아쉬워했겠지. 투자가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네요.”

-이제 내가 일을 그만두고 나서, 황룡 그룹을 맡아줄 능력 있는 친구를 구해야겠구먼.

“제가 일을 늘려드렸네요.”

-하하하, 그래. 잘난 아들 덕분에, 말년에 바쁘게 후계자를 찾아야 할 판이야.

말은 그래도 목소리는 밝았다.

-계속 미국에서 활동할 거냐?

“한동안은 그래야죠.”

-그래. 알았다. 한국 오면 전화하고. 루케 크롬블 씨에게 안부도 전해주고.

“직접 안 하십니까?”

-…됐다.

부끄러운 거다.

확실히 감정 표현이 어색한 사람이었다.

나는 윤 회장과의 연락을 끊었다.

아버지의 다소 무뚝뚝한 전화를 끝마친 나는 여전히 1위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우리 멤버들을 보았다.

아마 며칠은 갈 거 같은데.

황이서는 추가로 오는 연락을 받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추가로 촬영 요청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하더라.

더 바빠질 거라고.

이미 각오는 했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봤다.

[메인 퀘스트 – 그레미 수상 도전]

[올리오스로 그레미 어워드에서 수상하세요.]

[성공 시: 진엔딩]

[히든 퀘스트 성공 시: ???]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오픈하기 위해선 메인 퀘스트 – 그레미 수상 도전을 성공해야만 합니다.]

히든 퀘스트.

이미 완료한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얻기 위해선 그레미를 타야 한다는 문구.

마치 내가 이렇게 올 줄 알았다는 듯 뜨는 메시지 창.

나는 그걸 가만히 보았다.

‘저 보상이 뭘까?’

고민을 해봤다.

히든 퀘스트가 내게 줄 법한 보상은 어떤 게 있을까.

이전처럼 단순한 포인트와 마일리지가 보상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는 시점에서 갑자기 포인트를 더 줘봤자, 의미가 없을 테니까.

첫 번째로는 이 세계에서 쓴 모든 재화의 복구.

아이돌 인생의 엔딩을 보기 위해 쓴 돈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을 배려해, 일종의 페이백을 해주는 게 아닐까 싶었다.

또 보상으로 나올 법한 건.

‘빙의 당하기 전의 시점에서 깨어나는 것.’

다만 게임에 빙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워낙에 비현실적인 탓인지, 크게 신빙성 있는 추측은 아니었다.

애초에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 없고, 시간이 흘렀다면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달라졌을 텐데 그렇지도 않았으니까.

애초에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보상 자체가, 한진성의 엔딩을 보고 윤건하의 육성을 선택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추가 보상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는 선택지는?’

그런 기대.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정이 들어서일까?

진엔딩이라는,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올리오스라는 열차에 올라탔었다.

목적지는 확실했고, 내가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내가 열심히 한다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리더가 되어 중심축을 잡는다면.

능력있는 멤버들과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 나는 계속해서 성공을 부르짖었다.

그렇게 미국으로 오게 되었고, 이제는 그레미 상까지 노리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게 언제부터였을까?

첫 음악 방송 1위를 했을 때?

아니면 음원 차트 1위를 했을 때?

그게 아니라면 첫 콘서트에서 수많은 팬들을 보고, 그들의 환호성을 들었을 때?

그것마저 아니라면 첫 해외 콘서트를 했을 때?

미국 활동을 시작했을 때?

빌보드 1위를 거머쥐었을 때?

모르겠다.

내가 올리오스의 윤건하로서 보낸 수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그 어떤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모든 순간이 내게 깊게 스며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와 ‘윤건하’의 경계선이 무뎌졌다.

어쩌면 현실에 가지지 못했던 아버지인 윤택수 회장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멤버들과 여행을 떠났을 때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순간 순간이 하나씩 모여, 나를 윤건하로 만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진엔딩을 보겠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했다.

그게 내 목표였으니까.

그 목표가 없다면 길을 잃어버릴 거 같았으니까.

나는 생각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보다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다시 삭막한 그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처음 이 게임을 했던 계기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윤건하 때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무대 위에서 뛰노는 아이돌의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되고 싶었다.

아이돌로 성공하는 이들에게 나를 이입했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계속해서 현질을 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원래 윤건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문제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몸의 원래 주인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만 하니까.

‘어렵다.’

너무 어려워.

나는 핸드폰에 뜬 저 공개되지 않은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보상이 나를 기다릴까.

그리고 그 보상이 나타났을 때, 나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아무래도 오늘은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할 것만 같았다.

* * *

빌보드 차트 1위 탈환 이후, 우리들의 스케줄은 이전보다 5배는 더 많아졌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출연료와 함께, 이전보다 훨씬 바쁜 일정이 시작됐다.

일전에는 한국에서 받던 출연료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10배를 넘기는 출연료를 받았다.

무려 50배의 기적.

액수를 들은 정민과 호진이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것도 꽤나 볼 만한 장면이었다.

“이런 압도적인 기록으로 무려 3주 째 1위를 수성하고 있으니까, 이제 높게 쳐주는 거지.”

황이서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런데 확실히 미국은 다르네요.”

“뭐가?”

“대기실로 이렇게 큰 곳을 빌려주다니.”

“실력 우선주의잖아.”

황이서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한국 연예계는 미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얘들은 인기 있는 애들에겐 한없이 잘해주고, 아니면 가차 없어.”

“…….”

가차 없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시작을 루케 크롬블과 함께 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 지점을 알았다면 더 악착같이 했을 것임은 분명했다.

우리 팀이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거 절대 못 참거든.

“앨범 발매한 지 한 달 만에 그래미 노미네이트가 유력한 그룹에겐 누구라도 잘해줄 수밖에.”

벌써부터 우리들의 그레미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미국에 데뷔한 지 이제 2달이 조금 안 되는 시기.

빌보드 순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미국 활동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고.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받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오가고 있었다.

한 달 내내 음악계 이슈를 집어삼킨 노래였으니까.

이제 그래미 노미네이트 발표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니, 더 열심히 활동해야지.

올 한 해 가장 돋보인 음악으로 선정받기 위해선 꾸물거려선 안 됐다.

“그럼 이제 곧 방송 시작이니, 슬슬 준비하자.”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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