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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224화 (224/236)

제224화>

의 순위 상승은 우리가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가파랐다.

“일, 이, 삼, All we once! 안녕하세요. 올리오스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미국의 웰먼 토크쇼에 나왔다.

토크쇼의 인지도는 다소 낮지만, 나름대로의 고정 시청자층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원래는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오게 된 이유는?

전부 덕분이었다.

여기 방송 작가와 진행자가 에 푹 빠졌다던가?

‘올리오스가 우리 쇼를 빛내주셨으면 해서요. 이 노래는 무조건 뜰 거니까, 미리 찜하고 싶어요. 미래의 라이징 스타를요.’

담당 작가와 PD가 적극적으로 우리를 영입했다.

우리는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웰먼 토크쇼에 참석했다.

“최근 ‘Mini Fiction’의 성장세가 매섭죠? 현재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올라가 있던데요. 미국 빌보드 최초는 아니어도, 최고의 성적을 낸 아이돌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토크쇼는 우주의 무대였다.

우리도 최대한 우주를 보좌했지만, 사실상 메인은 우주가 거의 다 했다.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공개한 엘븐 라비는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엘븐 라비도 올리오스를 언급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런 대단한 가수가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영광이죠.”

“엘븐 라비와 친분이 있다고 하던데?”

“한국에서 있었던 골든 콘서트에서의 인연으로 가까워졌습니다.”

우주는 그런 답변 이후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 한국에서 있던 일들을 유쾌하게 썰로 풀어냈다.

그는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를 몰입해서 듣게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호오, 그건 흥미로운 얘긴데요? 한국에서 고생한 것들이 지금의 올리오스를 만들었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렇죠.”

웰먼은 그런 우주의 말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풍부한 제스쳐를 표현했다.

출연자에게 빠졌다는 뜻이다.

동시에 시청률이 될 거라는 확신도 가졌다는 뜻이고.

웰먼은 그 이후로 우주를 중심으로 토크쇼를 이끌어갔다.

물론 종종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긴 했다.

“성훈 씨는 보컬을 연마하기 위해서 특별히 하는 게 있나요?”

그럼 성훈은 약간의 MSG를 첨가하며 썰을 풀었다.

“부모님이 군인이셔서, 어렸을 적부터 군인들과 함께 군가를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 군인이요?”

물론 그 스토리가 전부 거짓은 아니었다. 실제로 어렸을 때부터 군인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했으니까.

군인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일까.

MC들은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성훈의 말에 꽤나 흥미를 보였다.

호진이도 정민도 약간의 MSG를 첨가하며 썰을 풀었다.

그리고 내 차례.

“건하 씨의 부모님이 한국의 기업 CEO라고 하던데요. 그거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습니까?”

“곤란했던 기억은 딱히 없었어요. 애초에 아이돌을 하기 위해서 가출을 했었거든요.”

“가업을 잇지 않고 말입니까?”

“네.”

“이유가 뭔가요?”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기에 오기 위해서죠. 미국, 그레미, 빌보드, 그리고 웰먼 쇼까지…. 정해진 길을 따라 가업을 이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기쁨이에요.”

MSG도 없는 담백한 진심이었다.

미국에서의 성공이 내 게임에서의 마지막 목표였고, 지금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웰먼의 표정이 밝아졌다.

꽤 괜찮은 소스를 얻은 모양이었다.

이후로도 웰먼은 주로 우주에게 질문을 건네고, 우리들에게도 적당한 분량 분배를 해줬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생방송을 마쳤다.

솔직히 미국에서 진행되는 첫 TV 생방송이라 많이 떨리긴 했는데, 계획 이상으로 잘 이겨낸 듯 했다.

미국에서 올리오스의 첫 TV 생방송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 * *

“후우….”

“한국에서 기사 엄청 나고 있죠?”

우리는 무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두현에게 물었다.

“그래. 지금 난리다. 우리가 10위권에 올라간 것도 그렇고, 재거 라디오쇼에서 느꼈던 파급력도 그렇고, 이번에 웰먼 쇼에 나온 것까지. 다들 기사로 쓰려고 난리다.”

“그런데 몬스터즈 선배들도 그렇고 라이언 선배들도 그렇고 다들 지금의 저희 이상으로 미국에서 성공하지 않았었나요?”

우주의 질문에 이두현이 고개를 저었다.

“두 그룹도 첫 데뷔 때는 주춤했었지. 라이언은 특히 3년 정도 미국에서 묻혔었으니까.”

“아하.”

“그리고 최근에 여러 드라마들로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가 유행을 타서 더 그런 걸지도 몰라.”

얼마 전에 한국 TV 드라마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흥행을 터트렸다.

구희성이 조연으로 참여했던 OTT 드라마인데, 이게 말도 안 되는 성적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TV 부문으로 그레미를 차지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가 한국 드라마에 놀라다.

-한국 드라마에 이어 K-POP까지 미국에 상륙!

-전 세계는 K-문화에 홀릭 중.

흔히 국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을 올리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조금 더 조명을 받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충분히 이용해야지.’

거기다가 전통 악기인 해금으로 멜로디를 썼다는 것도 한몫 했을 거다.

“오히려 좋은데요?”

내 말에 이두현도 웃었다.

“최고지. 타이밍이 잘 맞았어. 한국 콘텐츠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해진 상황에서 우리가 나타났으니, 시너지가 나는 거지.”

이제 성적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큰 실수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번 주 안에 분명 순위권에 들어갈 거다.

1등일지 2등일지는 모르겠지만.

의 신드롬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이를 이용한 밈 영상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있었다.

유명 영화들의 명장면에 우리의 노래를 끼워 넣는 건 물론이고, 뭔가 비장한 쇼츠 영상이나 릴스 영상에 우리들의 노래를 배경음으로 깔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슈 몰이는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었다.

“엘븐 라비 곡이 지금 1위죠?”

“응.”

“확실히 가수 네임 밸류가 상당하네요.”

의 신드롬으로 간신히 10위권에 들어온 우리였는데, 엘븐 라비는 그런 것도 없이 1위를 차지했다.

이게 천재 가수의 힘일지 모르겠다.

“열심히 하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성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굳건한 힘이 있었다.

이제는 다른 멤버들도 자신감을 가진 듯했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들 기운을 찾았다.

“형들, 나 오늘 라이브 방송 할 건데 같이 찍을래?”

우주가 물었다.

“X-라이브? 괜찮지. 그러고 보니 미국 오고 나서 거의 안 찍었구나.”

“일정이 빡빡해서….”

“오랜만에 다 같이 찍을래?”

“괜찮은 듯!”

우리는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라이브 방송을 켰다.

올리오스의 라이브.

“안녕하세요~!”

핸드폰을 향해 인사를 했다.

여기 시간으로 저녁이니,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일 거다.

이른 아침일 텐데도 방송에 찾아오는 시청자 수가 벌써 3천을 넘겼다.

“와, 방송을 키자마자…. 다들 고마워요.”

-오늘 생방송 잘 봤어요!

-미국에서도 힘내!

-올리오스 짱!

댓글들이 빠르게 올라갔다.

-사랑해요!

- 너무 좋아요!

한국어 댓글들 사이사이에 영어 댓글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이제는 영어 댓글이 오히려 더 많을 지경이었다.

단순히 미국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그리고 중국 등.

여러 나라의 팬들이 우리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 하나로 세계가 하나 되는 모습이라.

뭔가 신기한 느낌이었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우리 방송을 보기 위해 모여 있다는 게.

언어도 습관도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그룹을 보기 위해 모였다는 게 묘하게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우주가 방송을 하며 멘트를 치는 동안, 나는 사람들의 댓글을 읽었다.

-방송 잘 봤어요.

-재거 라디오 쇼 몇 번이고 돌려봤어요.

-솔직히 K-POP에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은 미쳐 살고 있음.

미국인들의 것으로 멘트도.

-아침부터 라이브 알림 떠서 바로 왔어!

-출근길에 올리오스 라이브? 이건 못 참지.

한국어로 써지는 채팅도.

기타 다른 언어로 올라오는 채팅도 전부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던 걸까?

-건하는 오늘 왜 이렇게 센치한 얼굴로 카메라 보고 있는 거야?

-많이 피곤한가?

내가 피곤한 게 아니냐는 채팅이 보였다.

“아,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신기해서요.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 방송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게 보여서, 뭔가 가슴을 울리네요. 하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올리오스의 윤건하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으니까 말이다.

“스케줄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약간 감회에 젖어 있었어요. 하하핫.”

다른 멤버들도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않으니, 당연한 표정이었다.

“크흠,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뭐랄까…. 원동력? 엔진?이 되었다고 할까요?”

괜히 부끄러워서 그냥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내 말에 멤버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형, 오늘 감동 받았나 본데?”

“건하가 평소에는 이런 모습 절대 안 보여주는데.”

“진귀한 구경 했네.”

나를 놀리는 걸 시작으로 방송의 활기가 점점 커졌다.

“진짜 좋다. 이렇게 팬분들이랑 친구들이랑 같이 방송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게.”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술자리인 것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나는 멤버들을 잠시 보고는 카메라를 바라봤다.

“진짜 열심히 할게요. 저희 무조건 빌보드 1등 노립니다. 어떻게든 해낼게요. 물론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지만, 노래 홍보도 엄청 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닐 테니까…. 많이 사랑해주세요.”

뭐랄까.

평소와는 다르게 감정이 뒤섞인 멘트를 뱉었다.

어쩌면 절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빌보드 1등을 한다고 그레미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으니까.

그런 욕심이 괜히 이런 센치한 감정을 이끈 것만 같았다.

“크흠흠, 아무튼 고마워요.”

팬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이후로 우리는 라이브 방송을 30분 정도 더 진행했고.

“고생했어요~.”

“안녕.”

1시간 정도 되는 짧은 방송을 끝냈다.

다들 각자의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 * *

라이브 방송이 있은 후 사흘이 더 지났다.

우리는 보고 말았다.

“이, 이거 진짜야?”

“그런 거 같은데.”

“꿈 아니지?”

“하하하.”

우리는 이 빌보드 1위에 랭크되어 있는 걸 보았다.

엘븐 라비를 꺾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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