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223화 (223/236)

제223화>

[업적 - 빌보드 차트인.]

[보상: 25 오픈 마일리지.]

99위.

정말 간신히 끄트머리에 걸린 거나 다름없는 성적.

그러나 이건 기념비적인 기록이었다.

고작 사흘.

재거의 방송에 출연하고 이틀이 지난 거다.

그런데 벌써 99위라니.

그것도 아직 미국 활동 초기라, 인지도가 엄청 높지 않은 우리가 사흘만에 차트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처음 데뷔했을 때 차트인 했던 것만큼이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와….”

우주가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다.

시작이 좋았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말이다.

“이 분위기 그대로만 간다면 상위권은 갈 수 있겠다.”

순위권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제 100위권 안에 들어온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게 큰 의미였다.

“재거의 방송이 확실히 도움이 된 거 같다. 그 이후로 지표가 몇 배는 더 상승했어.”

황이서가 기뻐하며 말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우리들에게 자신감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느꼈다.

지금 이 기록 하나로 모두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걸.

“이제 시작이야. 출연할 프로그램도 많고, 활동할 기간은 충분해. 빌보드는 한국 차트와는 전혀 다르니까.”

그의 말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엘븐 라비가 아직 우리 위에 있지만, 무조건 꺾을 수 있을 거다! 너희는 최고니까! 알겠지?”

“네!”

황이서는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외쳤다.

그의 외침은 하나의 에너지가 되어 멤버들 사이사이에 맺혔다.

“열심히 하자.”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

* * *

첫 차트인 이후로 여러 채널에서 우리들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타이틀 곡인 은 물론 해금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 그리고 한국 3번째 앨범이었던 ‘3RD’의 타이틀곡 <나비>, 거기에 우리에게 첫 음원차트 1등을 안겨준 까지.

이 4개의 노래가 많이 들렸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들리는 노래는 과 .

2곡의 노래가 현재 우리 앨범의 노래 중에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이 57위, 이 32위.

처음 차트인에 들어간 건 분명 타이틀곡인 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의 흥행은 나도 황이서도, 심지어 작곡가인 정민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Mini Fiction 반응이 생각보다 더 좋네.”

“그러게.”

정민이 의 성적을 보며 말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이었다.

제작 과정에서 좋은 노래라는 걸 본인도 인정했지만, 이 정도로 잘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동양적이었으니까.

그래서 현지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겉도는 노래처럼 들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반응이 더 좋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의 반주를 영화의 명장면에 섞는 영상들이 많아졌다.

눈물 챌린지라고 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슬픈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나?

“확실히 밈화 돼서 그런가? 여러 소스로 사용돼서 조금 더 친숙해진 거 같아. 밈화 되는 게 좋은 건가? 인지도가 부족할 때는 ”

정민이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마치 이것도 분석하려는 듯 말이다.

“이거 때문이 아닐까?”

“어떤 거?”

그런 정민의 분석을 보고 있던 우주가 영상 하나를 내밀었다.

“우리가 재거 방송에서 아카펠라 했던 영상 말이야.”

“그거 우리 방영하고 이틀 뒤에 바로 나오지 않았어?”

“그거 말고 하나 더 올라왔어.”

“하나 더?”

우주가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우리는 재거의 옆에서 아카펠라 화음을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재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노래도 노래였지만, 재거의 리액션도 상당히 찰졌다.

그리고 우리가 부르고 있는 노래는 앨범 수록곡인 이었다.

“잠깐, 이것도 올라왔네? 언제 올라온 거야?”

“녹화 편집본이 이틀 전에 올라왔어. 조회수가 그 이후로 쭉쭉 오르는 거 같아. 한국인 댓글도 많아!”

우주가 너튜브 댓글을 주욱 내렸다.

빼곡한 영어 댓글 사이로 한글 댓글이 종종 보였다.

-역시 믿고 보는 올리오스.

-(충격실화)올리오스의 노래로 세계적인 힙합가수 재거가 경악하고 세계가 놀라다.avi

-얘들 포터의 노래도 잘 부르던데, 자기들 노래는 더 잘하네.

-솔직히 감탄했다.

댓글창은 현지 팬들과 한국 팬들의 댓글들로 가득했다.

재치있는 댓글들도 종종 보였다.

“자, 잠깐만 조회 수가 6백만이라고?”

이틀 전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 수가 무려 6백만을 넘겼다.

재거의 다른 영상들도 3백만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의 아카펠라 영상의 조회 수 상승폭은 격이 달랐다.

“그럼 어제 재거가 영상 조회 수 높게 잡혀서 추가 페이를 보내주겠다고 전화를 건 게, 포터의 영상 얘기가 아니라 이 얘기였나?”

“그런 거 같은데.”

“어떻길래 그래?”

“나도 볼래.”

다른 멤버들도 우주의 핸드폰을 보았다.

“이건…. 엄청난데.”

성훈이 감탄했다.

의 아카펠라 영상의 조회 수는 이틀 만에 6백만.

시간이 지나면 또 얼마나 오를까?

이로 인해 상당한 추진력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건, 우리들의 영상이 아카펠라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저번 주에 올라온 제임스 포터의 를 아카펠라로 부른 영상이 450만.

우리들의 앨범 타이틀곡인 은 220만.

작년에 엘븐 라비가 출연한 영상도 지금 시점에서 500만을 간신히 찍은 걸 생각하면, 의 성적은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선 셈이었다.

“이러니까 순위가 팍 올랐지.”

오히려 아카펠라 버전이 먼저 대중적으로 퍼진 게 호재였던 것 같았다.

아카펠라 버전에는 해금의 소리가 없으니까.

아카펠라 버젼이 주는 익숙한 형태의 멜로디에 빠져들고, 이어 더해진 해금의 소리를 새로운 맛으로 느낀 것이다.

“이건 기대해봐도 될 거 같은데?”

우주가 말했다.

조금은 성급한 기대였지만, 지금은 이런 기대와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고배를 마시던 해외 활동 속,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큰 원동력이 될 테니까.

“분명 잘 될 거야.”

* * *

미국 필라델피아의 외곽에 거주하는 힙합을 사랑하는 청년, 코디.

그는 새롭게 올라온 재거의 너튜브 영상을 틀었다.

“흐으음~.”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재거의 방송을 들었다.

오늘 그가 듣는 건 재거의 생방송이 아닌, 너튜브에 올라온 녹화 편집본.

얼마 전에 재거의 게스트로 나온 올리오스의 영상이었다.

생각보다 그들의 노래가 좋았다.

자신의 자존심을 조금 누그러트릴 정도로.

처음 라이브를 들었을 때는 별로였지만, 재거의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삽입된 곡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빠져들었다.

그렇게 들었던 올리오스의 노래.

특히 이 참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계속 우울하게 일만 하는 코디를 위로한다고 해야 할까?

가끔은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가사가 무척이나 와닿았다.

매일 계산대 앞에서 바코드만 찍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위로받는 기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들의 음원을 계속 듣고 있었다.

포터의 로 올리오스의 노래실력을 알았지만, 이제 그 노래는 생각 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만 계속 들었다.

“재거 이 자식은 왜 Mini Fiction 아카펠라 버전은 안 올리는 거야?”

진짜 안 올릴 생각인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꼭 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의 아카펠라 버전이 재거의 너튜브에 올라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두 버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그게 코디만의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이봐, 코디, 뭘 그렇게 듣고 있어?”

그의 소울메이트인 마이크가 물었다.

오늘은 형제들과 만나서 진하게 파티하고 노는 날.

이어폰으로 을 듣고 있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올리오스의 노래를 끄고 변명했다.

“아, 윙스의 ‘calling galaxy’를 듣고 있었지.”

“그거 명곡이지. 나는 또 네가 K-POP이라도 듣는 줄 알았잖아.”

뜨끔했다.

K-POP을 듣는 건 적어도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 남자들 사이에선 약간 쑥스러운 일이었다.

“크, 크흠, 내가 왜 그런 걸 들어? 이상한 소리 하네.”

“이상하네. 너 매일 재거의 라디오 듣잖아. 거기에 K-POP스타 나왔던데? 올리오스라고.”

함정이다.

이건 나를 어떻게든 묻으려는 함정이야.

마이크, 너는 네가 똑똑한 줄 알지만, 아니.

‘네 속은 다 읽고 있어.’

“그날은 마침 듣지 못했어.”

“아, 그래? 의외네. 네가 재거 방송도 안 듣고. 나도, 크흠, 그때 못 들었어.”

“그래?”

이 자식은 분명 들었을 거다.

그래놓고 모르는 척 하는 걸 테지.

만약에 내가 들었다고 하면 엄청 놀리려고.

그렇게 형제들이 모여 있는 파티장으로 갔다.

말이 좋아 파티장이지.

사실 형제들 중에 가장 넓은 집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즐기는 하우스 파티였다.

오늘을 위해 그 친구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이미 파티는 시작되어 있었고, 노래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술과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이 형제들이었다.

백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우리 형제들의 파티니까 말이다.

코디는 이런 모습이 마치 에서 나오는 한 구절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일상을 잊어버리고 빠져드는 즐거움이 필요하다는, 우주가 부르는 파트였다.

‘의외로 가창력이 느껴지는 파트였지.’

동양의 악기 소리가 더해지면서 묘하게 소설 속으로 빨려가는 느낌이 드는, 최애 파트 중 하나였다.

물론 모든 파트가 최애였지만 말이다.

파티장에는 EDM 곡이 흐르고 있었다.

집주인이자 DJ인 형제가 선곡을 하며 흥을 돋궜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그의 집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오늘도 다들 왔네?”

“안 오는 게 멍청이지. 한 달에 한 번 있는 파티를 어떻게 놓칠 수 있겠냐?”

형제들과 즐거운 수다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서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어?”

이걸 코디가 모를 리 없었다.

수십 번이나 들은 노래였으니까.

올리오스의 .

‘이, 이게 왜?’

파티에 참석한 상당수가 당황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남자들이었다.

여자 형제들의 반응은 달랐다.

“꺄아악!”

그녀들은 환호를 지르며 DJ의 선곡에 감탄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당황한 얼굴을 숨기느라 바빴다.

“뭐, 뭐 이런 노래를 틀어주고 그러냐.”

“그, 그러게. DJ가 줏대 없이 유행만 좇고….”

코디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이크를 보며 생각했다.

이 새끼도 들었네.

올리오스한테 완전 빠졌어.

마이크도 코디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건 파티에 참여한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올리오스의 은 점점 미국 사회에 깊숙하게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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