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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220화 (220/236)

제220화>

“안녕하세요. 진짜 멋진 분들이시네요. 인터뷰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녹음이 되고 있고, 녹음된 내용은 기사에만 쓰일 예정입니다.

크롬블과 함께하는 언론사 인터뷰.

데뷔 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크롬블의 계획이었다.

CNC 신문의 기자, 스테파니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흔히 미국 영화에서 나올 법한 금발에, 청안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아마 조금 더 인터뷰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그녀만의 무기일 테지.

“안녕하세요.”

“자, 잘 부탁합니다.”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정민과 호진은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우주는 여유롭게 그녀와 마주보며 웃었고, 성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허허, 인터뷰 분위기가 시작부터 좋구먼.”

크롬블이 껄껄 웃었고, 밝은 분위기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올리오스는 한국의 유명 아티스트라고 들었는데,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미국에 진출하게 되신 건가요?”

핸드폰을 내밀며 하는 질문에 우주가 대답했다.

“한국의 다른 선배님들께서 계속해서 도전하시는 걸 보면서 옆에서 생각했거든요. 언젠가 저 큰 미국의 무대에 서보겠다고. 빌보드는 세계 최고의 무대니까요.”

미리 대본이라도 읽었는지 막힘없이 술술 나왔다.

이제는 영어로 인터뷰 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확실히 스킬 빨이 잘 먹힌다니까.’

그런 우주의 모습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포인트를 투자한 맛이 났다.

SSS급까지 올린 예능 스탯 덕분인지, 편안하면서도 재치 있는 인터뷰가 일품이었다.

물론 그게 꼭 예능 스탯만의 힘은 아니겠지.

우주가 가진 특유의 말솜씨와 넉살 덕분에 이렇게 유려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럼 다른 분께 여쭤볼게요. 정민? 정민 씨가 작곡을 맡았다고 들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뭔가요?”

스테파니는 멤버들 한 명 한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하는 그녀의 손이 쥐고 있는 녹음기에, 이 내용이 전부 녹음되고 있었다.

확실히 미국에서도 탑급 언론사 기자여서일까?

그녀의 질문은 깔끔하고 담백했다.

핵심만 노리는 질문들을 던졌고, 우리가 적합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나도 모르게 골수까지 전부 털어놓았을 것이다.

그녀의 질문이 내게 향했다.

“건하 씨는 올리오스의 리더시죠? 이번 미국 진출은 건하 씨가 아주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유셨을까요?”

“아까 우주가 대답한 거 같은데요.”

“당사자에게도 직접 듣고 싶어서요.”

그녀가 싱긋 웃었다.

음, 어떤 게 좋을까?

어떤 말을 해야 이 마초적인 미국 사회에서 올리오스의 이름을 한 번에 알릴 수 있을까?

겸손한 한 마디?

아니면 우주가 말했던 것처럼 선배의 존경과 미국에 대한 동경을 나타낼 수 있는 말?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좋지 않지.’

그렇다면.

‘패기.’

이 무대를 뒤엎을 수 있겠다는 각오가 담긴 패기 넘치는 한 마디가 필요했다.

“할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네? 어떤 걸?”

“미국의 팬들도 저희의 매력으로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호오, 그래요?”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이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쉽게 잡아먹히는 편은 아니라서.

“글쎄요. 미국과 빌보드 무대는 만만하지 않죠. 하지만 저희를 보면 다들 반할 거라 자신합니다.”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당연하죠. 이미 우리를 보여줄 무대는 마련됐잖아요. 이렇게 스테파니 기자님까지 오실 정도니까요.”

그 말에 그녀가 웃었다.

“호호호, 말을 잘하시네요.”

표정이 좋다.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 건 확실했다.

다소 공격적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자극적인 맛이 미국 대중에게 통할 거다.

이 정도 인터뷰를 해줘야 좋아하더라고.

“그럼 크롬블 님, 올리오스에 굉장히 큰 관심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스테파니의 질문에 크롬블이 대답했다.

“이들의 무대는 특별하니까요. 특별하지 않았으면 제가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약간의 우연이 겹쳐서 성공했던 거죠.”

“어떤 점이 특별한지 알 수 있을까요?”

“간단하죠. ‘shining’, 이 친구들은 무대에서도 음원에서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 마음을 이끌었죠.”

그의 대답에 스테파니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그럼,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올리오스의 리더를 맡고 있는, 윤건하 씨의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라고 하던데요. 그 영향은 없을까요?”

“흠, 이제는 유명한 얘기죠. 물론 그것도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뿐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러고 있었고요.”

“크흠, 그렇군요.”

오히려 쿨하게 인정하는 크롬블에게 밀린 그녀가 주제를 바꿨다.

“그럼 다음으로….”

인터뷰는 이어졌고, 다들 긴장이 풀어져,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올리오스의 노래가 미국 전역에 울려 퍼질 겁니다.”

크롬블의 선언에 스테파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거 같네요. 다들 표정도 좋고요. 아쉽네요. 이게 만약 TV 프로였다면, 스튜디오에서 올리오스의 노래를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었을 텐데요. 미국을 점령할 노래를 가장 먼저 감상하는 영광을 얻을 수 없어서 아쉽네요.”

말을 마친 그녀가 우리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사실상 앨범 홍보를 위한 첫 번째 활동이 무사히 끝난 거다.

“저기요.”

인터뷰를 끝내고 이제 떠날 준비를 하던 중에, 스테파니가 내게 다가왔다.

“아까 미국에서 통할 거라는 그 말, 정말 좋았어요. 일부러 노린 거죠?”

“예, 맞습니다.”

“역시….”

그녀가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마음에 드는 인터뷰네요.”

그러더니 그녀가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받아요. 이건 내 명함이에요.”

“이걸 왜?”

“그냥, 개인적인 흥미예요.”

“음….”

이거 곤란한데.

나를 보는 스테파니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어찌 모를까.

저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보는데.

“기자로서 업무적인 의미로 알겠습니다.”

“다른 의미가 있으면 안 되나요?”

나는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네. 적어도 아이돌로 있을 때만큼은요.”

팬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흐음,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명함은 그냥 받아주세요.”

그녀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 행동에서 미련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뭐랄까.

본인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느낌이랄까.

“아까 그 말 때문이라도 올리오스가 잘됐으면 좋겠네요. 그럼 저는 그 올리오스에게서 인터뷰를 딴 최초의 기자가 되는 거니까요.”

말을 마친 그녀가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왜 저렇게 자신감이 높은지 알 것만 같았다.

‘내 과네.’

실력이든 외모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

저 사람도 그런 과였다.

* * *

스테파니의 CNC 인터뷰를 시작으로 온갖 TV 프로에 나갔다.

대부분은 녹화 방송이었다,

청중이 있는 생방송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야?”

“올리…오스?”

“처음 듣는데.”

미국의 대중에게 우리는 낯선 얼굴이었으니까.

그렇게 여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2주의 시간이 흘렀고, 상당히 다양한 곳에서 인터뷰를 나눴다.

크롬블은 체력 이슈로 둘째 날까지만 도와주었다.

‘나머지는 자네들 앨범이 나올 때 도와주러 오겠네.’

특집 생방 토크쇼에 나가는데, 그때 함께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미국 데뷔 무대가 있을 예정이었다.

정확히는 인터뷰 무대.

한국의 공중파 음악 방송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음악 채널과 온갖 라디오 채널에서 우리들의 노래가 주기적으로 스트리밍 되길 바라야만 했다.

생소한 무대였지만, 거기서도 적응해야겠지.

“드디어 내일이네.”

“오늘보다 더 바쁠 거야. 여기저기 다녀야 할 거고, 계획된 무대도 엄청 많다고 들었어.”

현지 콘서트도 함께 한다고 들었다.

우리들의 단독 콘서트도 있을 거고,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다들 내일 있을 음원 공개 때문인지 초조해보였다.

“티저 반응은 어때? 저번 주에 올렸었는데.”

“민이 형, 못 봤어?”

“응, 떨려서 못 보겠더라.”

“생각보다 반응이 좋던데? 한글은 물론이고, 영어 댓글도 엄청 많아. 미국 팬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조회수를 많이 땡기는 거 같더라.”

“그, 그래?”

“응!”

티저의 조회수가 벌써 88만을 넘겼다.

30초밖에 되지 않는 티저의 조회수가 이 정도라니.

한국이었다면 무조건 1위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수치였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처음 도전하는 거였기에 어떻게 얼마나 더 많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떨리는 거다.

처음이니까.

모든 게 다 미지에 둘러쌓인 세상이니까.

그때였다.

우우웅!

크롬블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들, 뉴스 보았는가?

“뉴스요?”

-아직 못 본 거 같군. 한 번 찾아보겠나? LY 신문일세. 너튜브로도 이미 공개된 거 같은데.

“무슨 말씀….”

옆에서 통화를 듣던 우주가 LY의 메인 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 엘븐 라비…?”

엘븐 라비의 인터뷰가 기재되어 있었다.

반사적으로 너튜브를 틀었고.

“아.”

나는 보았다.

3시간 전에 올라온 엘븐 라비의 신곡을.

우리보다 딱 하루 더 빠르게 올린 거다.

“이건….”

-누가 봐도 노린 거 아니겠나?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요.”

-욕심이 많은 친구거든.

“…….”

우리는 모두 서로를 보았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엘븐 라비가 우리 데뷔 날짜를 하루 앞서서 노래를 발표하다니.

정면으로 싸우자는 거다.

노래와 노래로.

누가 더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지.

“이거, 재밌네.”

이미 미국에서 너무나 유명한 엘븐 라비와, 미국에선 아직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은 한국의 아이돌.

누가 보더라도 당연한 결과가 짐작되는 싸움.

누군가는 치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엘븐 라비는 넘어야 하는 산이었다.

어차피 그레미를 타고, 빌보드 1등을 하기 위해서 엘븐 라비 정도의 가수들을 언젠가는 꺾어야만 했다.

당연히 와야 할 시련이 조금 일찍 왔을 뿐이다.

-…목소리가 신나 보이는군. 예상 외로 기운이 넘치는구만.

“물론이죠. 걸려온 싸움은 절대 피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허허, 어떻게 할 셈인가?

“예정대로 가야지 않겠습니까? 뒤로 물러서거나 일정을 바꿀 수도 없으니까요.”

-맞네. 이미 다 정해졌지.

“그럼 싸워야죠. 어느 쪽이 한 수 위인지.”

내 말에 크롬블이 웃었다.

-하하하,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같은가?

나는 멤버들을 보았다.

우주, 정민, 호진, 그리고 성훈이 형까지.

모두 웃고 있었다.

처음에 느꼈던 당황스러움을 전부 걷어내고, 진심으로 그를 이기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멤버들을 마주보며 말했다.

“네, 같은 거 같네요.”

-다행이군. 그럼 내일 봄세. 기다리고 있겠네.

전화를 끊은 내게 우주가 손을 내밀었다.

“형, 우리 싸우기 전에 파이팅을 다져야지.”

보기 드문 우주의 결연한 표정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손등에 내 손을 얹었다.

그 위에 정민의 손이.

그 위에 호진의 손이.

그 위에 성훈의 손이.

우리 다섯은 서로를 마주보며 의지를 다졌다.

“목표는 빌보드 1등, 혹여나 실패할 생각 하는 사람은 없겠지?”

내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좋아. 그럼 일! 이! 삼!”

“All we once! 파이팅 올리오스!”

우리는 동시에 포개진 손을 하늘 높이 들었다.

엘븐 라비에게 고맙다고 연락해야겠네.

덕분에 두려움을 잊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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