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211화 (211/236)

제211화>

올리오스의 복귀.

골든 콘서트에서 루케 크롬블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간 덕인지, 우리들의 앨범 활동은 여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루케 크롬블이랑 같이 무대에 섰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우리의 앨범 활동을 인터뷰하러 온 리포터도.

“역시 안 물어볼 수가 없지?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 최고의 록스타인 루케 크롬블과의 무대, 그리고 엘븐 라비와 찍은 사진들…. 어땠어? 전설과 함께한 기분이.”

앨범 홍보를 위해 찾은 너튜브 채널에서도 루케 크롬블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미국 활동을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의 활동에도 거대한 제트 엔진을 단 것처럼 불을 뿜었다.

루케 크롬블은 마지막 무대에서 함께 무대를 올랐던 가수들을 모두 불러 함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 모습이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다.

그가 한국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우리뿐 아니라, 당시 콘서트에 참석했던 가수들도 영광스러운 무대를 함께 나눴다.

“최고였죠. 누가 루케 크롬블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영광을 갖겠어요. 잠깐이나마 같은 무대에서 함께 했다는 게 대단한 일이죠.”

우주를 시작으로 우리는 크롬블과 함께한 이야기를 짧게 말했다.

“사실 이번 신곡에 대한 얘기도 해주시더라고요. ‘나비’의 코드 배치와 노래의 장단점까지 하나하나 분석해주시는데, 굉장히 영광스러웠죠.”

정민은 그 날의 기억을 회상하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었나요?”

“이 노래로도 충분히 빌보드를 노릴 수도 있을 거 같다고도 말해주셨어요.”

“오, 빌보드!”

크롬블에서 자연스럽게 앨범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이번 앨범은 이 악물고 준비했거든요. 쉬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여러 의미로 애를 썼던 앨범이었다.

국내 1등이라는 너무나 커다란 성원에 부담도 되었다.

그 부담을 넘기 위해서 더 많은 준비를 했고, 가끔은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해 모든 걸 잊은 듯 손을 놓은 채 가볍게 보내기도 했다.

아마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정민일 거다.

정민을 제외한 나머지가 올리오스의 현재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를 했다면, 정민은 휴식기 동안 올리오스의 미래를 다지기 위해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그의 작업실에서 여러 곡이 완성되었고, 정민이 준비한 미래는 지금 현실이 되었다.

“아까 생방으로 복귀 무대 봤습니다. 멋지던데요? 호진 씨랑 성훈 씨 두 사람의 춤이 마치 나비가 날아가는 느낌이라 더 멋졌던 거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성훈이 무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셨네요. 이번 곡의 제목이 나비인 이유가 사실은 번데기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대입했기 때문입니다. 무대 컨셉도 그걸 차용해서 만들었구요. 춤에 대해서는 호진이 얘기해줄 겁니다.”

“나비의 움직임을 최대한 분석해서 짰던 안무였어요. 안무가 선생님과 프로듀서님, 그리고 작곡자인 정민이랑 같이 고민을 했었는데, 여러 가지 시안 중에서 통과된 건 지금의 것….”

완전히 폭주해버린 두 사람.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두 사람이었기에, 멈추지 않는 열차처럼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

“아, 아하하, 그렇군요. 이거 참 놀랍네요.”

3백만 너튜버로서 다양한 연예인과 인터뷰했던 진행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오늘의 인터뷰가 무사히 끝이 났다.

아마 다음 주면 우리의 영상이 너튜브 채널로 올라가겠지.

* * *

“다들 고생했어. 복귀 첫날 일정이 많이 빡셌지? 지금 거의 모든 관심이 우리한테 쏠려 있는 거 같더라. 오늘도 섭외 전화가 얼마나 오던지. 아까 너희 인터뷰하는 동안, 전화 받느라 모니터링도 거의 못했다.”

임두현이 숙소 앞에다가 차를 세우며 말했다.

그의 얼굴엔 짙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좋은 소식 하나랑 나쁜 소식 하나가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그의 말에 나는 멤버를 돌아봤다.

갑작스러운 말에 다들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나쁜 소식부터 들을래요!”

우주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래. 이왕이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지.

“나쁜 소식은 내일도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는 거야.”

“아.”

“으으…. 잊고 있었는데.”

“진짜 두현이 형, 너무하시네요.”

지금 돌아가는 시간은 밤 11시.

그의 말을 따르면 5시간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뜻이었다.

각오는 했다.

특히 활동 초기니 더 바쁘게 다녀야지.

“그럼 좋은 소식은 뭔가요?”

“나도 방금 대표님한테 들은 건데.”

잠시 뜸을 들인 임두현이 우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앨범, 줄 세우기 성공했다더라.”

“정말입니까?”

“진짜요?”

“…….”

나는 미간을 좁히며 임두현을 보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란 소식이었다.

앨범 공개 첫날 차트 줄을 세웠다고?

첫날 차트 줄 세우기.

최고로 성공한 가수만이 할 수 있다는 그 업적을 우리가 이룬 거다.

“이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하겠어.”

우리는 스케줄 때문에 한 번도 열지 못했던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레몬 차트로 들어갔다.

“진짜다….”

“이야….”

1위부터 7위까지 전부 올리오스의 노래가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타이틀곡을 포함해서 이번 앨범의 수록곡은 총 9곡.

그중에 7곡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늘어서 있었다.

그 다음이 10위에 하나, 11위에 하나 있었다.

성장세를 보면 남은 두 노래도 곧 한 자리 수로 올라올 기세였다.

“지금 차트에 굳건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노래가 없다는 게 주효했어. 크롬블 님과 함께했던 공연도 큰 시너지가 되었고.”

“이야….”

“이번엔 진짜 대박이다. 이전에도 대박이라고 하긴 했는데, 이번 건 차원이 달라.”

우리를 돌아보는 임두현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후우, 너희도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가 된 거야. 몬스터즈처럼, 진짜 성공한 아이돌 그룹 말이다.”

시작부터 우리를 맡았던 기억 때문일까.

그는 마치 자기 일인 것마냥 눈가를 붉혔다.

“크흠, 아이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덩치에 맞지 않게 눈물이 많았다.

손으로 눈을 닦은 임두현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무튼, 축하한다. 너희 진짜 고생 많았어.”

“형도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활동 끝나고 저희끼리 파티하죠. 그거 좋을 거 같은데.”

정민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우주는 고개를 위로 치켜드느라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거 우는 거 아니야. 그냥 차 천장에 뭐가 묻어 있어서 그런 거야.”

우주가 변명하듯 말했다.

“알았다.”

굳이 건드려서 눈물샘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성훈도 호진이도 다들 말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줄세우기를 성공했다는 기쁨이 극에 달해 감동을 받고 있었다.

나 역시 들뜬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한 명은 침착하게 현 상황을 마주할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 사람이 나는 리더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

이 성취로 우리가 자만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럴 애들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사람은 언제나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법.

‘주변에서 너무 띄워주면 그 감각에 익숙해져서 방심하고 나태해지기 마련이야.’

그렇지 않도록 막을 필요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굳이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가장 냉정한 성훈도 지금 분위기를 즐기고 있으니까.

“앞으로 3주간 열심히 해보자!”

임두현이 외쳤고.

“네! 팀장님!”

대답하는 멤버들의 목소리도 기운찼다.

* * *

“미쳤네. 얘들. 진짜 미쳤어.”

강윤석 PD, 아니 이제는 예능 국장이 된 강윤석 국장은 올리오스의 성적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처음 올리오스가 데뷔했을 때를 떠올렸다.

뮤직 에어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갖고, 신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들의 무대를 마음껏 선보이던 애들이었다.

2년 전만 해도 긴장하던 기색이 뻔히 보이던 꼬꼬마였는데.

“참 나. 벌써 이렇게….”

이제는 차트를 줄 세울 정도의 거물이 되었다라.

올리오스가 잘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음악방송 PD로 지내면서 성공한 아이돌을 수없이 많이 보고, 실패한 아이돌은 더 많이 보고 다녔던 자신이다.

성공하는 아이돌의 조건과 실패하는 아이돌의 조건은 눈에 훤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올리오스는 그 성공의 조건을 다 갖고 있었다.

잘생긴 외모.

매력적인 음색.

뛰어난 춤 솜씨.

그리고 훌륭한 노래.

이런 것들도 다 좋은 조건 중에 하나지.

그러나 이런 외적인 것들만으로는 아이돌로 성공할 수 없었다.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이끄는 매력.

카메라 너머,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필요했다.

‘올리오스는 그걸 갖고 있었지.’

그래서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단독 무대도 넣어주고, 눈에 보이지 않게 꾸준히 조력했다.

진효원을 홀린 것도 그런 매력 덕분이었고.

“그런데 벌써 이렇게 커지다니….”

어쩌면 그들을 키워주는데 일조한 진효원보다도, 더욱 큰 무대에서 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직 안 죽었구나.”

루케 크롬블은 물론 엘븐 라비까지 관심을 가진 그룹이 되었다.

강윤석 국장은 자신이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신감은 확실히 생겼다.

국장이 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던 자신에게 올리오스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선물해줬다.

“이런 거 보면 참 대단한 애들이야.”

믿지 못할 정도로 빠른 성장과 성공, 그리고 그 성공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움직이는 행동력.

재벌가 회장이 될 수 있는 길을 두고 굳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연예계에 도전한 괴짜.

보면 볼수록 신비한 애들이었다.

“재밌어. 아주 재밌어.”

낮게 웃은 그는 다시 한번 레몬 차트에서 올리오스의 앨범 전곡을 정주행했다.

그 역시 올리오스의 차트 순위에 나름의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이었다.

“좋네. 좋아.”

* * *

거리마다 올리오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스케줄은 바빴지만, 애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피곤함보단 즐거움, 앞으로의 일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재밌다.’

즐거웠다.

성과가 나왔으니까.

매일같이 성공을 해왔으니까.

그래서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실패했었다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느낌이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만약 이번 앨범이 성공하지 못하고 , 그것이 주저앉는 계기가 되었다면?

조금은 힘겨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미국 진출이 더욱 두렵고 기대되었다.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진출을 실패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물론,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도전하진 않을 거야.’

우울한 생각은 버리자.

지금은 현재의 성공에 충실하고, 이 성공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니까.

“건하 형! 어서 와! 사진 찍자!”

우주가 나를 불렀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잡는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기다려. 금방 갈게.”

멤버들 옆에 섰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분명 웃고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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