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99화 (199/236)

<제199화>

골든 콘서트도 중요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트레블리 데뷔에도 신경을 써야만 했다.

‘1순위는 골든 콘서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뒤에, 다음 앨범을 공개하는 것.’

그리고 2순위가 바로 트레블리의 성공적인 데뷔였다.

보상으로 주는 오픈 마일리지에 추가 수입, 거기에 프로듀서 모드를 통해 주기적으로 애들 상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였다.

물론, 성공 시 선택할 수 있는 프로듀서 엔딩을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재벌가 후계자도 거절했는데.

‘내가 선택할 이유가 없지.’

하지만 후배들의 성장을 보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꼭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건하야, 같이 가자.”

“나도 갈래.”

연습을 마치고 트레블리의 연습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레프픽션에 가려고 하는데, 오늘 스케줄이 없는 호진과 정민이 나를 불렀다.

우주는 올해 초부터 음악 방송의 MC로 섭외되었다.

본래 뮤직 에어에서 MC를 맡았던 아이돌이 하차하고 그 자리를 우주가 대신 채웠다.

발랄한 모습으로 가수들을 소개하는 모습이 곧잘 어울렸다.

같이 MC를 보게 된 보이그룹의 리더 케이와 우리보다 1년 더 빨리 데뷔한 걸그룹의 막내 유나, 첫째 이미지의 케이와 막내 이미지를 가진 우주와 유나의 케미가 꽤나 좋았다.

성훈은 이번 앨범이 끝나면 개인 타이틀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성훈 정도면 솔로로도 충분히 먹힐 거라고 판단한 걸까?

이를 위해서 보컬 트레이닝에 조금 더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남은 우리 셋.

정민은 작곡 작업이 다 끝나서 조금은 여유가 있었고, 최근에 예능 활동을 늘렸다지만 여전히 그 빈도가 적은 호진 역시 시간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앨범 활동 이외에는 다른 활동이 많지 않은 나와 함께 트레블리를 구경하겠다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트레블리에게 투자했다는 게 알려진 뒤에 멤버들이 꼭 한번 보러 가자고 보챘었다.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건하가 그렇게 빠진 이유가 뭐지?”

“우리 소속사 후배들한테는 투자까지 하진 않았잖아.”

“그러니까.”

말수가 늘어난 호진과 정민이 준비하는 내내 나를 보챘다.

예전에 다 들었는데 이렇게 또 묻는 걸 보면, 그렇게 신기한 일인가 싶었다.

“저번에 다 말했잖아.”

“그래도 신기하잖아. 솔직히 우리 성공하는 거 말고는 관심 없어 보였던 건하가 투자를 해서 놀랐으니까.”

“그냥 애들이 미래가 창창해 보이는데, 소속사는 돈이 없어서 데뷔를 미룬다고 하니까.”

보채는 두 사람과 함께 숙소 주차장에 주차된 내 차로 이동했다.

“잠깐, 오늘 건하가 운전하는 거야?”

내 차를 본 정민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두현이 형은 우주 데리고 갔고, 매니저 분들은 다른 연예인들 케어하러 가셨는데. 공식 일정도 아니고 다른 소속사에 가는 개인적인 일에 매니저 고생 시키려고?”

“그건 아닌데….”

두 사람이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건하 너 운전면허 엊그제 땄잖아. 괘, 괜찮겠어?”

“불안한데….”

이제 막 운전면허를 받은 내가 불안하다는 거다.

짜식들.

너무하네.

멤버에 대한 신뢰도 없고 말이야.

황룡자동차에서 만든 최고급 라벨.

얼마 전 윤 회장에게 선물로 받은 차였다.

얼마 전에 나를 버스에서 봤다는 글이 SNS에 퍼지자, 윤 회장이 차를 한 대 선물로 보냈다.

-연예인이 그렇게 자주 대중에 노출되면 안 된다. 나름 신비주의가 있어야지.

담담한 편지 안엔 아들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비서까지 보내면 너무 난리일 거 같으니, 혼자서 운전하거라. 아이돌이 비서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욕한다.

최고 라인의 자동차를 그냥 주차장에만 두는 건 좀 그래서, 최근에 운전면허를 땄다.

그러니 내가 운전하는 걸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불안할 만도 했다.

“이래 보여도 나름 운전 마스터야.”

“며칠 전에 땄으면서.”

“음….”

전생에 운전기사를 갖기 전까지만 해도 직접 운전을 해 팔도를 돌아다니며 영업을 했었다.

그때 내 별명에 베드였다.

차가 침대 같아서 붙인 별명이기도 했지만, 베스트 드라이버의 줄임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나 레이싱 게임 잘하는 거 알잖아.”

대충 둘러댔는데.

“우리 괜찮은 거 맞지?”

“나 보험 제대로 들어 놓긴 했는데….”

내 변명에 두 사람은 더 불안해했다.

“걱정 마. 무사고니까.”

“어머니, 아버지….”

“괜히 보러 간다고 했나….”

울상인 두 사람을 차에 태웠다.

정민은 조수석에, 호진은 뒷자리에 앉았다.

방금까지 울상이던 두 사람은 고급진 차량 시트에 앉자마자 감탄을 뱉었다.

“와…. 이렇게 좋은 차는 처음 타 봐.”

“건하의 첫차를 우리가 처음 시승하는 거 아니야?”

“첫 손님이네.”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님.”

“이것들이, 기사 취급이냐. 그럼 택시비 주시나요?”

내 말에 정민이 웃으며 말했다.

“기사님이 저희보다 돈 많이 버시잖아요. 서비스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전 운전 해주세요!”

호진이가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를 편해하는 건 좋은데….

어쩐지 조금 더 피곤해지는 기분은 왜일까.

“후우, 알겠습니다. 대신 안전벨트 꽉 매세요.”

“이미 맸습니다.”

“저희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진짜 오늘 제대로 당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    *    *

“춤을 출 때는 각 관절이 따로따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돼. 생각보다 웨이브 치는 동작이 뻣뻣하네. 허공에 벽을 만들고 허벅지, 골반, 배, 가슴, 어깨 차례대로 그 벽에 가져다 댄다는 느낌으로 춰봐.”

트레블리의 춤을 한 차례 감상한 호진이 그들의 댄스에 진지한 어드바이스를 줬다.

내 눈에는 괜찮게 보였는데, 호진이 보기에는 다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평생 춤에 진심이었으니, 뭘 봐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겠지.

호진이 그 부분을 지적하자, 새로 들어온 성재영을 포함한 트레블리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호, 강형찬, 레온, 솔라, 거기에 성재영까지.’

내가 게임에서 몇 번이고 봤던 최고의 재능들이 한 팀에 모였다.

그리고 그런 팀에 한 번 게임을 공략해봤던 나와, 춤으로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안호진, 그리고 마에스트로를 지닌 천재 작곡가 정민이 조언을 건네주고 있었다.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어.’

나는 확신했다.

얘들은 진짜 성공할 거라고.

트레블리를 보는 내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옛날에 몬스터즈 선배들 처음 본 우리 같네.”

그때 멤버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동경하던 선배들이 자신들을 도와준다는 사실에 깊이 감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과 똑같이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모습들.

“다른 소속사 애들한테서도 이런 걸 느낄 줄이야.”

그래. 소속사가 달라도, 그 이전에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동료니까.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꿈 말이다.

파파라치에게 쫓기고, 사생활이 없어지며,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작은 행동에도 재단하려는 사람이 생긴다는 단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버티고 오르는 거다.

먼저 그 발자취를 남기고 앞으로 나간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건 하나.

“얘들아, 잠깐 모여 봐. 사진 하나 찍자.”

“사진이요?”

“그래. 멤버들이 온 것도 인연인데 하나 찍어야지.”

그들이 조금 더 쉽게 앞으로 나갈 수 있게 아주 조금 당겨주는 것.

그리고 추억을 남기는 것.

“이야, 다들 얼굴이 작아서 8명이 찍는데도 공간이 남네.”

셀카 모드로 사진을 찍는데도 한참 남았다.

나는 팔을 쭉 뻗은 채로 웃었다.

“하나, 둘, 셋!”

찰칵!

액정 속 트레블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미소였다.

데뷔 이후에도 저 표정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은 바람이었다.

“잘 찍혔네. 이 사진 보내줄 테니까 부적으로 간직해 둬. 이거 품에 가지고 있으면 없던 자신도 생길 거야.”

플라시보 효과라고 했던가.

가짜 약을 처방하고 그게 진짜 처방 약이라고 말하면 실제로 약효가 생긴다는 효과.

이 사진이 그들에게 그런 효과가 되어줄 거라 믿었다.

“우리 꽤 운 좋아. 효과 있을 거야.”

내 말을 정민이가 거들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나중에 데뷔 직전에 이 사진을 SNS에 따로 올릴 생각이었다.

우주랑 성훈이 형은 따로 와서 찍어야겠지.

사장님과 부하 직원의 케미라며 좋아하지 않을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줄 거다.

이후에도 아이돌이 가져야 하는 자세라던가, 댄스 및 보컬 트레이닝에도 도움을 준 우리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선배님!”

짐을 챙기고 나가려는데, 성재영이 다급히 따라왔다.

“무슨 일이야?”

“하아, 하아, 감사하다는 말을, 하아, 드리지 못했던 거 같아서요.”

“감사는 무슨. 네가 가진 재능을 본 것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봐 주지 못했거든요.”

숨을 고른 성재영이 나를 응시했다.

올곧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자신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나 보네.”

“네, 덕분에요.”

“그럼 됐다. 그리고 말이야.”

“네, 선배님.”

“감사하다는 말은 성공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데뷔에 집중해.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다른 생각을 하다가 괜히 정말 중요할 때 힘을 못 쓰면 그것도 낭패였다.

“열심히 해. 데뷔할 때까지 지켜볼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성재영이 힘차게 외쳤다.

*    *    *

한 달이 지났다.

미치도록 바쁜 시기였다.

콘서트 준비에, 미리 잡혀 있던 개인 활동에, 트레이닝 연습, 차기 앨범 준비 등.

2월에도 일거리는 끊이질 않았다.

한가한 것보다 바쁜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너무 바빠.’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관심을 가져간 건.

트레블리의 데뷔였다.

-오늘입니다.

홍우선 프로듀서에게 문자가 왔다.

드디어 오늘이었다.

레프픽션의 트레블리의 데뷔 날이.

이게 뭐라고 떨렸다.

내 데뷔 날에도 이렇게 떨지 않았던 거 같은데.

트레블리의 데뷔 앨범은 너튜브를 통해 어제 10시에 올라갔다.

음원 사이트에도 올라갔으며, SNS를 이용해 트레블리를 홍보하기도 했다.

-레프픽션 출신이네. 이번에는 괜찮으려나.

-솔직히 좀 부족해 보이는데.

-잘생기긴 했네.

-일단 노래부터 들어봐야;

이게 초기 반응.

그리고 노래가 공개된 지 17시간이 지난 지금.

-노래 좋은데?

-이거 뭐야? 레프픽션 애들 맞아?

-미쳤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표가 좋았다.

그리고 이제 음방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나는 우주를 제외한 멤버들과 함께 TV를 시청했다.

뮤직 에어 생방송 MC로 나간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트레블리를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아이돌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아이돌입니다. 이제 막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인 아이돌, 트레블리입니다!

“트레블리 나왔다!”

드디어 첫 데뷔 무대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