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94화 (194/236)

<제194화>

성재영.

아이돌 예명은 덱스.

내가 기억하기로 게임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친구였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무엇보다 인게임 일러스트가 장난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외모 스탯이 좋은 건 아니었다.

‘그냥 매력적으로 생겼지.’

이목구비의 조합이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매력이 있었다.

아이돌 마스크라고 하지?

엄청 잘생긴 것도 아닌데 자꾸 눈이 가고 관심이 가는 얼굴 말이다.

그래서 성재영의 게임 능력치는 그리 좋지 않았는데도 유저들의 사랑을 잔뜩 받았다.

유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도 많았다.

-원래 SS급 캐릭터였는데, 내부 회의에서 밀려서 아쉽게 떨어진 친구다. 그래서 능력치에 비해 일러스트가 좋은 거다.

-개발자의 자캐가 분명하다. 자기가 되고 싶은 워너비 이미지가 있어서 일러를 좋게 그린 거다.

등등.

온갖 루머가 가득했던 친구였다.

하지만 그런 소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 들었다.

왜냐고?

나중에 그 친구로 진엔딩을 보고 알았다.

‘히든 스킬이 하나 있었지.’

성재영의 히든 스킬.

[볼수록 매력 넘쳐(SS)]

[자주 노출될수록 느껴지는 매력도가 올라갑니다.]

자주 노출될수록 매력이 올라가는 스킬이었다.

얼마나 그를 자주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매력.

그게 성재영의 특별함이었고, 다른 이들에게 없는 히든 스킬을 가진 유일한 연습생이었다.

그런 그의 매력을 나타내기 위해서 돋보이는 일러스트를 냈다는 게 정론이었다.

‘그런 애였지.’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성훈과 정민이 보컬 트레이너로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말이다.

‘신기하네.’

당연히 이미 데뷔를 했거나 연습생으로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저런 식으로 서바이벌에 나오다니.

‘역시 우승 멤버겠네.’

그 이상으로 매력이 높아 보이는 멤버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각기 다른 멋진 매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었으나, 성재영만큼 좋은 모습을 보일 애는 없었다.

‘보컬도 좋고, 댄스도 나쁘지 않아.’

TV로 보기에 비주얼과 성격도 괜찮아 보였다.

멤버들과 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리더십도 보였으며 강단도 있어서, 자신들에게 맞는 1라운드 준비 곡을 찾기도 했다.

빨리 노래를 고른 만큼 연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다만 유독 아쉬운 부분은.

‘출연이 드물어.’

자주 드러나야만 매력을 느끼는 히든 스킬을 가진 성재영이었다.

그건 시청자든 심사위원이든 마찬가지였다.

성재영의 3반은 준비 과정에서 너무 승승장구한 탓일까?

짧은 출연을 마지막으로 라운드별 무대 공연까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쉬운데.’

이러다간 심사위원이든 시청자들이든 그가 가진 매력을 전부 느끼지 못할 테고, 그럼 떨어질 게 분명했다.

“너무 아쉽네.”

“응? 누가?”

나도 모르게 내뱉은 혼잣말에 우주가 반응했다.

“저기 저 친구 말이야. 성재영.”

나는 성재영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친구가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아쉬운 성적을 내는 걸 보면 늘 마음이 쓰였다.

내가 가리킨 성재영을 본 우주가 씨익 웃었다.

“성재영? 건하 형은 저 친구가 마음에 든 거구나?”

“눈이 가네.”

“나는 저기 1반에 있는 이주환이 마음에 들어. 저 친구 잘될 거 같아.”

처음에는 성훈과 정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모니터링이었다.

그러나 다들 각기 다른 연습생을 원픽으로 꼽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TV에서 고생하고 있는 저들은 우리의 과거였다.

성공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갈 수밖에.

각자 다른 이유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사연에 안타까워하고 화합하며, 발전하는 모습에 응원하는 것.

아마 이런 마음이 팬들이 우리를 대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우주가 말한 이주환도 보컬 실력이 남달랐다.

나름의 장기를 가진 친구라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1반은 지금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고 들어온 친구들이니, 각자 필살기 하나쯤은 갖고 있겠지.

“건하야.”

가만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성훈이 나를 보았다.

“너도 성재영이 마음에 들었구나.”

“뭐야, 성훈이 형도 저 친구를 픽했어?”

“응.”

확실히.

성훈이 마음에 들어 할 스타일이긴 했다.

의지력이 높은데다 성실하고, 팀에서 모난 부분 없이 잘 융화되는 모습.

군인 같은 정갈한 모습을 좋아하는 성훈의 마음에 들 수밖에 없는 후배였다.

“결과는 말해주지 마. 스포 금지야.”

성훈의 말을 들은 우주가 귀를 막으며 말했다.

“그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스포하면 곤란하긴 하지.”

한진성도 우주의 말에 힘을 더했다.

나는 성훈을 보았다.

성재영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지었던 저 묘한 표정.

마음에 든다는 말과 함께 나왔기에, 합리적인 의심이 갔다.

‘떨어졌구나.’

성재영이 떨어졌어.

좋게 본 애들이라고 했다.

아마 성재영도 그가 본 좋게 본 친구 중 하나였을 거다.

그러나 성재영은 떨어진 걸 거고.

‘좋게 본 애들이 3라운드는 통과했어?’

‘4라운드까지 살아남은 35명 중 한 명이 되긴 했지.’

‘그럼 할 건 다 했네.’

‘그만큼 다른 애들도 떨어졌지만.’

좋게 본 애들이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인 한 명.

성재영은 그 한 명이 되지 못한 거다.

“좋지 않았나 보네.”

“그런 셈이지.”

“으악! 스포 금지예욧!”

정말 성재영이 떨어진 거라면, 당장 나가서 잡아야만 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만약 발이 닳도록 촬영장을 찾아간 매니저나 관계자가 있다면, 그의 매력을 발견했을 것이 분명하니까.

‘PD가 성재영의 매력을 눈치채지 못한 게 이상하긴 해도….’

오히려 이건 내게 복이었다.

트레블리.

지금 막 데뷔를 앞둔 친구들이 있었다.

어벤져스나 다름없는 멤버 구성이었고, 거기에 성재영이 더해진다면….

‘최곤데.’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무대에 자주 나간다면….

그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기존 멤버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말을 잘해야겠지.’

그런 문제는 나와 안명학 대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성훈이 형, 잠깐 나 좀 봐.”

“건하 형, 진짜 미리 결과 들으려고?”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나는 성훈이의 팔목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성훈과 함께 그의 방에 들어갔다.

성훈의 방은 좁은 1인실이었지만, 그의 성격을 보여주듯 깔끔했다.

특별한 장식도 없이 필요한 것만 있는 심플한 방.

책꽂이에 꽂힌 빼곡한 책만이 그가 얼마나 독서를 좋아하는지 대변해줬다.

“형 방에 들어오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그랬나?”

“보통 방을 잘 안 보여 줬으니까.”

잠을 깨우러 들어갈 일도 없었다.

바쁠 때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우리를 깨웠으니까.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진짜 성재영이 떨어졌어?”

“응. 아쉽게도 3라운드에서 떨어졌어.”

“그렇게 못 췄던 거야?”

“그런 건 아닌데, 상대가 강했어. 우주가 좋게 봤던 이주환, 그 친구와 1대1 데스매치를 해서 졌거든.”

“데스매치가 있어?”

“응, 3라운드에. 각자 잘하는 걸로 대결하는 거야. 보컬에서 밀렸지.”

“아….”

상대가 나빴다는 뜻이었다.

그게 서바이벌 무대의 특징이었다.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이라도 한순간에 떨어질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서바이벌 무대였다.

“그럼 계약은?”

“내가 알기로는 못했다고 들었어.”

“왜?”

“계약이 꼬였다고만 들어서 정확한 건 몰라. 우리 소속사라도 소개할까 생각해서 프로듀서님한테도 제의했지.”

“그래?”

“응. 프로듀서님도 오늘 TV에 나오는 거 보고 생각해 보신다고 하셨어.”

“흠….”

더 늦어서는 안 된다.

“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런데 왜? 설마….”

성훈이 나를 보았다.

“좋게 본 친구가 아쉽게 서바이벌에서 떨어졌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멤버 중에서 내가 황룡엔터와 함께 레프픽션의 트레블리에 투자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황이서 프로듀서님이랑 경쟁해야 할 거야.”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아마 GH 엔터에 데리고 오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거다.

보이 그룹을 여럿 키운 경험을 가진 GH였으니까.

그럼에도 GH보다 트레블리를 선택하는 이유?

간단했다.

‘급하니까.’

내가 아니라 성재영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나왔다는 건, 그 역시 절박하다는 뜻이었다.

절박한 사람에게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몰랐다.

그런 사람이 마침 내가 원하는 사람이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성훈과 얘기를 마친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잠시 통화 좀 하고 올게요.”

나는 밖으로 나가 최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최성국 실장이었으니까.

“실장님.”

-네, 도련님.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아이돌 스쿨’에 나온 성재영을 트레블리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컨택이 필요한데, 아직은 제가 레프픽션에 갈 수가 없어서요.”

-대신 접촉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홍우선 프로듀서와 함께 접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치고 전화기를 끄자.

“성재영을 영입하려고?”

황이서 프로듀서가 내게 말했다.

“네, 괜찮은 친구 같아서요. 프로듀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친구지. 은근히 매력도 있는 거 같고.”

“영입하실 생각이십니까?”

“모르겠다. 나름 생각이 있었는데…. 그래도 최소 2년 정도는 연습생으로 있어야겠지. 올리오스가 작년에 데뷔하고 성공했는데, 당장 새로운 남돌을 만들 수도 없고.”

황이서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레프픽션의 트레블리, 네 작품이라면서?”

“제 작품은 아니죠. 그냥 숟가락만 얹었습니다.”

“따로 소속사 차려서 나갈 생각이냐?”

황이서의 목소리가 다소 날카로워졌다.

갑자기 내가 다른 소속사에 있는 아이돌에게 투자를 하는 데다가 새로운 연습생을 영입하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니요. 저는 올리오스로 계속 GH랑 함께할 겁니다.”

“그럼?”

“트레블리는 투자예요. 우리가 앞으로 더 크게 활약하기 위한 투자.”

“…….”

“그 친구들이 성장하고 자라면, 앞으로 더 많은 무대를 보여주겠죠. 그런 신인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았거든요.”

“GH에서 하면 안 되는 거였냐?”

“안 되는 이유를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올리오스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로 보이 그룹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말한 황이서였다.

“저는 그 친구들에게 높은 가치를 발견했거든요.”

“…하아, 개인적인 투자까지 막을 명분은 없지.”

황이서가 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너는 아이돌이 아니라 프로듀서가 됐어도 잘 해냈을 거야.”

“현직 최고의 프로듀서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빈말 아니다. 사람 보는 눈, 컨트롤하는 능력, 무대 구성 능력까지. 전부 최상이야. 다만 그 능력보다 더 빛나는 외모를 가졌다는 게 프로듀서로는 문제지.”

“왜 문제입니까?”

“왜긴 인마. 그 얼굴로 연예인 안 하면 죄야. 어? 그 귀한 얼굴 낭비죄.”

말을 마친 황이서가 씨익 웃었다.

“트레블리, 성공하길 빈다.”

황이서는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숙소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이돌 스쿨>의 모니터링 겸, 올리오스&몬스터즈 신년 모임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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