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85화 (185/236)

<제185화>

“이, 이렇게 추면 되는 건가요?”

강한울이 어색하게 동작을 잡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For you’의 메인 동작을 취해보지만, 다소 어색한 동작 덕분에 약간은 웃음이 나오는 몸짓이었다.

몸치보다는 약간 박치라고 해야 할까.

10분 정도 짧은 연습이 이어졌고, 나름은 볼 만한 동작이 완성되었다.

골 세리머니로 쓰기엔 충분했다.

“골 넣으면 바로 추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매일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가 있어도 골이 꼭 터지는 건 아니니 시간이 조금 필요할 거다.

하겠다고 얘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럼, 간단하게 슈팅 동작만 배워볼까요?”

이제는 역으로 우리가 학생이 될 때였다.

[업적 – 멋진 콜라보]

[훌륭한 콜라보 촬영을 마쳤습니다.]

[보상: 10 오픈 마일리지]

추가적으로 업적 달성과 함께 보상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강한울과의 콜라보를 마쳤다.

“앞으로 좋은 무대 보여주세요.”

강한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경기 잘 보고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런 강한울과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올리오스와 강한울의 SNS 계정에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갔다.

-강한울이랑 올리오스?

-생각도 못 해본 조합인데 되게 잘 어울리네?

-둘 다 N-스포츠 전속모델이야? 올리오스 흥했네.

-하긴 강한울이랑 올리오스 둘 다 월클이긴 하지ㅋㅋㅋ

양쪽 팬들의 열렬한 반응이 이어졌고, 그건 동시에 N-스포츠의 홍보 효과로 이어졌다.

*    *    *

미국 전역을 돌며 콘서트를 돌았던 몬스터즈.

“드디어 마지막 공연까지 끝났다!”

카이가 기지개를 켜며 외쳤다.

몇 달이나 이어진 미국 활동이 이번 무대로 막을 내렸다.

“진짜 힘들었다. 안 그래, 진성이 형?”

이진규의 질문에 한진성은 손에 든 야구공을 가볍게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유명 야구 선수 사인볼도 얻었잖아.”

유명 야구팀의 에이스 투수가 찾아와 짧은 만남을 가지며 얻은 사인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몬스터즈의 미국 투어는 성공적이었다.

몬스터즈의 이번 앨범의 최종 성적은 빌보드 차트 2위.

투어는 전석 매진이었고, 유명 스타들까지 게스트로 찾아오는 공연이 되었다.

그들이 몬스터즈 팬이라서라기보단, 유명 스타들의 자녀가 몬스터즈의 팬이라서 함께 따라온 게 더 크지만 말이다.

그렇게 올라간 할리우드 배우의 SNS를 시작으로 딸을 키우고 있는 스타들의 인증이 계속해서 올라왔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스타들이 몰려왔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미국 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몬스터즈의 공연을 좋게 본 몇 TV프로 MC들이 몬스터즈의 무대를 언급했고, 여러 미국 방송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가 빌보드 차트 2위.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면 1등도 차지했을 텐데.

너무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는 노래 때문에 끝내 2위로 마감했다.

“다들 고생 많았어.”

한진성은 고생한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한국 돌아가는 거지?”

“빨리 한국 가서 김치랑 제육볶음 먹고 싶다. 그게 가장 생각나.”

“미국 음식이 안 맞긴 하더라. 여기서 한식을 먹어도, 한국의 그 맛이 안 나.”

투정 부리는 동생들의 반응을 듣던 한진성은 올리오스가 SNS에 올린, 이번에 강한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다.

“건하랑 애들도 해외 스케줄 소화하고 있나 본데?”

“어? 진짜네!”

올리오스의 SNS 게시글을 본 몬스터즈 멤버들은 번개같이 좋아요를 눌렀다.

“얘들도 바쁘게 다니는구나.”

“이제 휴가 끝나고 휴지기 활동 다닌다고 하더라.”

“앨범 없을 때도 이것저것 해야지.”

그때, 최강훈 대표가 들어왔다.

“얘들아, 고생했다. 내일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건데, 12월 연말에 가요대축제 나가는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것만 끝나면 한동안 휴가받고 쉴 테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

“넵!”

힘차게 대답하는 몬스터즈를 보던 최강훈 대표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후배들한테 선배 모습 제대로 보여주자고.”

*    *    *

우리는 스페인에서 진행된 N-스포츠의 광고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라 스페인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얻은 것이 많은 자리였다.

‘마일리지 포인트도 꽤 많이 얻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왔다는 것.

해외에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새로운 도전정신을 일깨웠고.

다른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는 강한울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그런 그와 콜라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앞으로 진엔딩을 보기 위해선 이런 과정을 몇 번이고 더 반복해야 할 테니까.

한국에 도착한 내게 홍우선 프로듀서의 문자가 와 있었다.

-트레블리 데뷔 준비가 생각보다 빨리 돼서 연락드립니다. 아마 빠르면 두 달 안에 데뷔가 가능할 거 같아요. 마지막 컨펌을 받기 위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내가 투자한 아이돌, 트레블리가 곧 데뷔할 예정이라는 문자였다.

내가 여태껏 기다린 문자이기도 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적으로 변한 지금.

마일리지를 벌어줄 수 있는 트레블리의 활동이 시작된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입국 인터뷰 끝나면 잠깐 방문할게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우리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빠른 귀국이어서일까.

자리한 기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맡는 사무실 냄새.

연습실 특유의 왁스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래, 이 냄새지.”

오랜만에 맡아도 적응이 안 되는 냄새였다.

“잘하고 왔어?”

사무실에 도착하자, 황이서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한국에서 모든 팀을 케어하는 컨트롤 타워가 돼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닌 탓인가.

턱에 수염이 더 빽빽하게 자라 있었다.

김예리와 사귀고 나서부턴 다른 건 몰라도 수염만큼은 바짝 깎았던 황이서였는데,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강한울이랑 같이 찍은 사진 봤다. 고생 많았네.”

“프로듀서님은 더 바쁘셨던 모양인데요.”

“연말에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고 협상하려니…. 쉴 시간이 없네.”

낮게 웃은 황이서가 우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 GH 연말 콘서트 일정이다. 알다시피 단독 콘서트는 아니야. 최근에 이종민 씨도 잘 나가고 있고,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가수들도 최근에 영입해서 올해는 부담 갖지 않아도 될 거야.”

황이서가 준 일정표에는 GH의 연말 콘서트는 물론이고 각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가요 축제, 11월 말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M-TV의 가요 어워드 등 올리오스가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스케줄이 적혀 있었다.

“너희 개인 스케줄까지 합치면 아마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연말까지만 바짝 힘내자.”

황이서의 얼굴에 핀 웃음이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

“프로듀서님,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직 얘기를 안 해줬구나. 이번에 M-TV에서 진행하는 가요 어워드에서 우리가 후보로 세 군데나 올라갔거든.”

“세 개나 올라갔다고요?”

“그래.”

황이서의 말에 우주가 펄쩍 뛰며 외쳤다.

“어디에 올라갔습니까?”

성훈이도 흥미로워하며 황이서에게 물었다.

멤버들의 반응에 잠시 뜸을 들이던 황이서가 웃었다.

“작년에 받았던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아이돌 부문, 남자 가수상, 그리고 정민이는 따로 작곡상 이렇게 세 군데에 올라갔다.”

황이서가 말한 수상 목록은 전부 메이저한 상이었다.

수상하는 자리에 경중이 어디 있냐고들 다들 말하지만, 사실 대중들은 알고 있었다.

어떤 상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를.

가요 어워드에서 대상은 단순히 노래뿐 아니라 아티스트적으로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준 사람에게 수여하곤 했다.

남자 가수상은 그런 대상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상이었다.

작곡상은 가수보다는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올리오스의 노래 중에서 히트하거나 평가가 좋은 노래는 대부분 정민의 손에서 탄생한 노래였다.

“전부 다 받지는 못하더라도 그중 하나는 기대할 수 있지 않겠어?”

나는 황이서가 말하는 걸 듣던 와중, 문득 내게 연락했던 진우가 떠올랐다.

골든트랙.

언젠가는 올리오스를 뛰어넘겠다고 선언한 이진우의 골든트랙은 어떤 부문에 후보로 올랐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골든트랙도 후보에 올랐습니까?”

“골든트랙은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아마 이번에 이 상을 두고 너희와 경쟁할 거 같다.”

골든트랙도 올라왔구나.

이번에 어떻게든 우리를 따라 잡겠다고 이를 갈던 이진우의 말이 떠올랐다.

아쉽게 음원 차트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역시나 장기인 댄스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잘됐네요.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애들이라 신경이 좀 쓰였는데.”

그 말에 황이서가 모두를 둘러보며 외쳤다.

마치 출정 전의 장군처럼 목소리에는 비장미까지 있었다.

“올해가 상을 탈 수 있는 적기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남자 아이돌이 많이 활동하지 않은 해라서, 특히 더 기회야. 테오 엔터테인먼트의 라이언은 작년에 활동을 끝마치고 올해엔 활동 자체가 없었고, MAE 엔터도 주력 남자 아이돌은 활동 없이 여돌을 위주로 밀어 줬으니까.”

같은 소속사 GH의 몬스터즈도 올해 초에 활동했지만, 현재 몬스터즈는 대상 후보에도 올라가 있기 때문에 기대해봄직했다.

“상을 못 받았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마. 지금이 적기라는 거지, 경쟁자들이 실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니까.”

황이서의 말이 맞았다.

주력 아이돌이 없다뿐이지, 우리와 함께 노미네이트가 되어 있는 그룹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아이돌이었다.

심지어 남자 가수 부문은 아이돌뿐 아니라, 발라드 가수도 포함이었으니.

수상에 실패했다고 울적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작년에 신인상도 받은 그룹이잖아? 안 그러냐?”

“맞습니다!”

목이 터져라 외쳤다.

“시차 적응하느라 피곤하겠다. 오늘은 좀 쉬고, 자세한 건 내일 얘기하자.”

“네.”

연말 콘서트.

이전에도 한 번 했던 무대였지만, 이번엔 왠지 새로운 느낌의 떨림이 느껴졌다.

신인 시절에 올라갔던 무대와 지금의 무대는 또 다를 테니까.

‘이번엔 우리 팬들이 얼마나 오려나.’

신인이라 기대하지 않았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나름 기대할 만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와줬으면 하는 마음 말이다.

앞으로 있을 무대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품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으으, 피곤해.”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오는 이상한 기분.”

“비행기가 너무 떨려서 그런가,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멤버들과 함께 숙소 현관으로 들어 가려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사람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듯한 불쾌한 시선.

‘누구지?’

나는 고개를 돌려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봤고.

찰칵.

카메라가 나를 찍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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