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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81화 (181/236)

<제181화>

“자, 말씀해주세요! 가장 좋아하는 너튜버는 누구인가요?”

우주가 내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씨익 웃었다.

“너튜버?”

“네! 너튜버요. 예전에 ‘우주카페’라든가 어제는 ‘메이크 올리오스’가 GH 엔터의 정식 프로그램으로 올라왔는데, 거기에 참 매력적인 MC가 있지 않아요?”

눈짓을 슬금슬금 하는 것이 꼭 자기를 말해달라는 눈치였다.

팬들도 그런 우주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환호를 질렀다.

그런 우주의 모습을 보니 왠지 바로 얘기해주고 싶지 않았다.

“흐으으음…. 누가 있지?”

“네?”

“잠깐만요. 최근에 개그 너튜버, 숏 드라마인가? 그거 진짜 재밌던데요. 말고 게임 너튜버도 봤는데, 월풍이라는 종합 게임 너튜버가 말재간이 좋아서 재밌게 봤어요. 제가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나는 말하며 우주를 보았다.

그는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굴 말해달라는 건지 뻔했다.

“MC님, 이거 엎드려 절받기 아닌가요? MC의 사심이 너무 들어갔는데요.”

“에이, 말씀해주세요.”

눈을 찡긋거리며 대답을 요구하는 우주.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앞에 있는 우주가 저한테는 최고의 너튜버죠.”

“역시, 안목이 있으시네요.”

우주가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마이크를 가져갔다.

“자, 그럼 호진이 형이 다음 차례입니다.”

“네.”

“호진이 형이 예전 인터뷰에서,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맞아요. 축구를 좋아합니다.”

“그럼 질문드릴게요. 강한울 선수와 올해 초 아체대 풋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유성훈 선수 중에서 한 명만 뽑자면?”

“어….”

호진이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성훈의 눈치를 봤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무슨 대답을 하려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자리에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미 마음 속으로는 강한울을 선택했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 눈치 안 봐도 돼.”

성훈의 말에 호진이 그의 눈을 피하며 모기 목소리로 말했다.

“가, 강한울 선수요.”

명확한 대답에 우주가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다.

약간은 짓궂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어낸 우주가 팬미팅을 이끌어갔다.

“그리고 이번엔 우리 팬분들께서 팬미팅이 있기 전에 응모해주신 질문을 조금 읽어볼게요!”

커다란 보드에 포스트잇으로 팬들의 질문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으음, 뭐가 좋을까. 정민이 형이 원하는 질문 있으면 골라줄래요?”

“아, 그래도 돼?”

“그럼요.”

그 말에 정민이 보드에 붙은 포스트잇 하나를 골랐다.

“이거 되게 좋은 질문인 거 같은데?”

“한번 읽어볼게요. 음, 정민 오빠는 곡들이 전부 좋은 것뿐인데, 작곡을 할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작곡의 비결을 묻는 질문이네요.”

“아, 작곡이요? 흠….”

정민이 손으로 턱을 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시 팬분들의 사랑 덕분이죠…. 라고 하면 너무 재미없는 모범 답변이겠지?”

“어, 그렇지는 않은데 진짜 방법을 말해주실 건가요?”

“음, 조금 진지해지자면 종종 건하에게 도움을 받죠. 노래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초안을 보여주면서, 느낌이 어떤지를 물어봐서 확인한 다음 다시 작업을 진행하는 느낌? 작업실에서 몇 시간 있다보면 뭔가 픽픽 하고 나올 때가 있어요.”

정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처음에 팬들의 사랑 덕분이라는 말도 사실이에요. 제 노래에서 나온 영감의 대부분은 팬 여러분들로부터 비롯된 거거든요. ‘All we once’도 ‘For you’도 다 그랬어요. 하하핫.”

정민의 말에 관객석에서 환호가 들렸다.

사실 저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민의 는 당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우리를 보고 환호하는 팬들을 보며 영감을 떠올렸다.

는 정민이 우리 팬들을 보며 떠올린 노래는 아니었다. 당시 내가 GH 엔터의 오디션을 봤을 때 부른 원래 세계에서의 ‘마이 아이돌’ OST였다.

그러나 역시 가사만 들어보면 연인 사이의 사랑 노래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게임 밖 플레이어에게 해주는 노래에 가까웠다.

게임을 사랑해주는 플레이어이자, 팬들을 위한 노래.

“진짜 멋진 모습은 다 가져가려는 욕심쟁이 형들이네요. 방금 그런 멘트들 떠오르면 나한테도 미리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 안 그래요? 나도 어? 팬들을 위해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말했을 텐데.”

시무룩한 척 어깨를 늘어트린 우주가 다음으로 성훈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그럼 다음 차례는 성훈이 형입니다! 질문 골라주세요.”

“난 이게 좋을 거 같은데?”

“쉬는 날 평소에 무엇을 하시나요? 이건 다들 각자 대답하면 되겠는데요?”

우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이었다.

“저는 쉬는 날 보통 운동을 많이 합니다. 제가 다니는 헬스장이 GH 엔터 내부에 있는 헬스장인데, 최근에 새로운 장비가 많이 들어와서 시간 보내기 좋아요.”

질문을 고른 성훈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

“저는 역시 유명한 맛집을 직접 찾아 가는 걸 좋아해요. 물론 최근에는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서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핫. 가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아서 아쉬워요.”

그 다음을 우주가 받았다.

“그럼 다음은 호진이 형?”

“나? 최근에는 예전에 못 봤던 축구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활동이 한창 많을 땐 취미로 춤 연습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호진이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멤버들 요리해주는 게 제가 제일 사랑하는 취미죠. 애들이 맛있게 먹는 거 보면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말하던 정민이 한 손으로 후라이팬을 잡는 시늉을 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

자세가 곧잘 잡혔다.

“마지막으로 건하 형은요?”

“나? 나는…. 최근에는 집에서 누워서 멧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지. 여러분 그거 봤어요? ‘영광의 시대’. 그거 진짜 재밌더라고요. 구희성 선배님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진짜 재밌어요.”

진짜 아니다.

오해할 수 있겠지만, 정말 재밌어서 추천한 거야.

진짜라니까요?

왜 다들 이해한다는 듯 보는 거야?

*    *    *

짧은 팬미팅이 끝이 나고, 본격적인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와주셨네요?”

이제는 눈에 익은 팬들도 종종 보였다.

이전에 있었던 팬 사인회, 팬미팅을 찾아왔던 분이 또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1년 전 첫 팬미팅 때부터 우리들의 팬이 되어 매번 찾아와줬던 팬이 종이백을 건넸다. 안에는 연필로 그린 그림이 담긴 액자가 있었다.

“우와, 직접 손으로 그리신 거예요?”

“네, 멤버들 각자 가장 잘 찍혔던 사진보고 따라서 그려봤어요.”

“이거 너무 귀한 선물인데…. 고마워요.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내 그림은 첫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의 모습을 그린 듯 했다.

우주의 그림은 우리가 처음 음방 1등을 달성하고 울기 직전인 표정을.

정민은 뮤직비디오중 잘 나온 부분의 모습을 그려줬고.

성훈은 무대에서 솔로 파트를 부르던, 한때 지하철 광고판에도 붙었던 사진을 그려줬다.

호진은 아체대 댄스 스포츠에서 우승했을 때의 모습을 그려줬다.

각자 멤버들의 추억이 담긴 순간을 그려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숙소에다가 걸어둘게요. 정말 고마워요.”

단순히 돈으로 산 선물보다 이런 정성이 느껴지는 선물이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돈으로 산 선물도 팬들이 준 선물이라면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이런 정성이 담긴 추억의 선물은 이 선물을 선택하고, 만드는 과정까지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어? 저번에 이 팔찌 선물로 주셨던 분이시네요.”

“아, 네…. 지난 번엔 죄송했어요.”

“네? 아, 아니에요.”

공항에서 대뜸 달려와 우리에게 팔찌 선물을 해줬던 팬이었다.

“넘어진 데는 괜찮아요? 다치지는 않았구요?”

“아… 살짝 까진 정도라서 지금은 다 나았어요. 감사합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그리고 주신 팔찌는, 부적처럼 쓰고 있어요. 덕분에 해외 촬영도 잘 끝마쳤거든요.”

이렇게 팬미팅에서 다시 볼 줄이야.

“앞으로도 잘 쓸게요.”

나는 팔찌를 차고 있는 손을 내밀며 흔들었다.

“아, 그리고 이번에 너튜브에 올라온 거, 메이크 올리오스 잘 봤어요.”

메이크 올리오스.

우주가 MC이자 화장법 선생님이 되어서 올리오스의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너튜브 프로그램이었다.

팬 사인회를 하기 하루 전에 내가 게스트로 나간 첫 방송이 올라갔다고 들었다.

방송 올라온 지 24시간도 안 됐는데, 이곳을 찾아온 팬들은 벌써 그 방송을 입에 올렸다.

팔찌 선물을 해줬던 팬을 시작으로.

“재밌게 봤어요! 우주랑 둘이 떠들기만 하는데 25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던데요?”

“중간에 생얼도 엄청 잘생겨서 놀랐어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얼굴이 예뻐요?”

“방송하면서 우주가 관리를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무슨 화장품 써요?”

받은 질문의 절반 이상이 메이크 올리오스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였다.

친절하게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이 말도 잊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성훈이 형 나오니까 꼭 봐주세요. 댓글도 달아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팬들이 꺄르륵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팬 사인회를 찾아온 팬들은 연령대도, 하는 일도 다양했다.

남성 팬들도 상대적으로는 적지만 꽤 있었다.

“형! 진짜 멋있어요!”

사인회나 팬미팅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 남자 팬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온라인 댓글이야 남자 비율이 높다고 해도, 이렇게 팬미팅까지 찾아오는 남자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정말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나도 젊은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아 좋아요.”

이번 팬 사인회엔 40대 중년 남자 팬도 찾아와 악수를 나누고 갔다.

그분은 내가 아들 같다면서 응원한다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팬미팅 자리였다.

“끄으으…. 이번에는 뭔가 힘들었어.”

팬 사인회가 끝나고, 팬들이 모두 떠난 자리.

우주가 기지개를 피며 외쳤다.

“그거 네가 진행까지 전부 다 맡아서 그런 거 아니야?”

“맞네. 오랜만에 하려니까 진행도 쉽지 않더라. 어휴.”

“다음에도 할 거 아니야?”

“으으으…. 고민 좀 해보려고. MC분들은 어떻게 그 순간순간 막히지 않고 말을 잘하시는지….”

“너도 잘했는데 뭘.”

“형이 보기엔 나 어땠어?”

“음, 10점 만점에 8점.”

“에? 왜 2점 깎인 거야?”

“MC의 사심이 너무 들어간 인터뷰 때문에.”

내 말에 우주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그럼 제일 좋아하는 너튜버가 따로 있는 거야?”

“있을 거 같아?”

“으으음….”

차마 대답을 못하는 우주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최고의 너튜버는 우주밖에 없지.”

“그렇지? 헤헤헤.”

“내가 다른 너튜버라도 생각했을까봐?”

“그렇지는 않은데, 혹시 모르니까.”

나는 귀여운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에 올라탔다.

*    *    *

그렇게 팬 사인회까지 끝마친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N-스포츠에서 진행하는 겨울 시즌 광고 촬영을 위해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스페인에서 촬영을 마치고, 강한울과 있을 인터뷰까지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찍고 이동하는 게 좋은데….’

N-스포츠 측에서는 강한울이 뛰는 축구팀의 열기를 함께 느끼고 찍기를 원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잘생기셨네요.”

출국 수속을 위한 자리에 N-스포츠의 광고 담당 김주성 실장이 찾아왔다.

오늘부터 함께 스페인으로 가서 우리의 촬영을 도와줄 N-스포츠의 담당자였다.

우리를 적극적으로 캐스팅한 광고주이기도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 실장님.”

“열심히 해보죠! 내년에도 올해처럼 좋은 성적 잡아야 하니까요! 하하핫!”

우리는 N-스포츠의 담당자와 함께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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