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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80화 (180/236)

<제180화>

“강한울 씨가 오케이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황이서는 N-스포츠의 김주성 실장에게서 온 연락을 받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해외 로케가 결정된 거군요.”

-예, 저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스페인 촬영이 결정되었습니다. 그에 따른 비용과 예산은 저희 측에서 부담할 거고요.

“알겠습니다. 멤버들에게 전해놓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스포츠계 전속 모델인 강한울과 연예계 전속 모델인 올리오스의 기념비적인 첫 합동 인터뷰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멤버들 전부 최고의 컨디션으로 갈 겁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황이서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끄으으으…. 잘 됐네.”

유명 스포츠 스타와 만나서 하는 합동 인터뷰는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적어도 강한울은 유럽에서만큼은 올리오스보다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지나가는 유럽인 열 명을 붙잡고 누가 더 익숙하냐고 물어본다면, 열 명 모두 강한울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올리오스는 해외 투어를 하긴 했지만, 아직 유럽권까지 발을 넓히지는 못했으니까.

유럽에서 그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건, 유럽에 있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들이 아이돌을 즐겨 보지는 않을 테지만….’

이런 가수가 있다는 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

좋은 그림만 연출할 수 있다면, 화제성은 분명히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잘 됐네. 잘 됐어.”

해외, 그것도 유럽으로 가는 여정은 험난하겠지만 이 또한 큰 경험이 될 거다.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으로 가기 전에 초장거리 여행을 경험하는 것도 좋겠지.

“후우, 준비 기간도 한창 바쁘겠네.”

그 바쁜 애들을 케어 하는 것이 결국 소속사 아니겠나.

“그나저나 나는 유럽에 가지 못할 거 같은데…….”

최강훈 대표가 아이돌 1팀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미국에서도 화상 회의를 하거나 주기적으로 한국으로 날아와 회사 업무를 보기는 했지만, 한국에 있는 것과 아닌 건 차이가 있었다.

그가 한국에 없는 사이에 소속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황이서 프로듀서.

11월이면 아직 최강훈 대표가 미국에 있을 시기였다.

그렇다면 현재 회사의 책임자로 남아있는 황이서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지금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들을 케어해주는 건 물론이고, 미국에 있는 몬스터즈와 최강훈 대표의 서포트, 이제 새로 자라나는 신인 연습생들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올리오스 이후에 남자 아이돌은 물론 최근엔 여자 아이돌도 새로 육성하고 있었다.

올리오스 이전에 GH 엔터에서 준비했던 여자 아이돌 ‘슈퍼스타’.

성적이 좋지 않아 해체했었지만, 그렇다고 여자 아이돌 사업에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실패했더라도 회사 차원에서는 재도전해야지.’

남자 아이돌도 관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가지만, 여자 아이돌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관리가 필요했다.

몬스터즈와 올리오스가 GH 엔터의 현재라면, 지금 준비중인 연습생들은 GH 엔터의 미래니까.

황이서 프로듀서가 계속 주시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미리 인력을 보충해야겠네.”

아이돌 2팀 중 출장이 가능한 인원을 뽑고, 올해 새로 뽑았던 신입 로드도 붙여주면 될 거다.

해외에서 맡아줄 현장 책임자는 한 명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올리오스와 함께 했던 매니저.

군대 입대 전 다른 소속사에서 가드로 활동했던 이전 경력이 허투가 아니라는 듯, 빠르게 적응했던 이두현이었다.

일머리가 좋은지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입사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올리오스를 완벽하게 케어해줬다.

“그럼 두현이가 승진하는 건가?”

해외에 가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움직이려면 일반 사원의 직함으로는 불가능했다.

능력도 있고, 눈치도 빠르고 옆에 있으면 경호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떡대도 있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영어에도 능숙한 데다가 국제 운전면허까지 있어서 지금까지 해외 로케가 있을 때마다 올리오스의 옆에 딱 달라붙을 수 있었다.

그 능력은 유럽 출장에도 도움이 될 거다.

“승진할 만한 친구이긴 하지.”

맡길 만한 인재가 있으니, 이제는 자신도 마음 편히 아이돌 2팀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황이서는 이두현을 불렀다.

*    *    *

“그게 정말이에요?”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이두현의 말에 놀라 그를 바라봤다.

“두현이 형, 진짜 축하해!”

우리 중에서 두현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우주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요!”

“하하, 다들 고마워. 너희 덕분이야. 아마 너희가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사내 평가도 못 받았겠지. 고맙다. 정말로.”

두현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두현이가 있었기에 올리오스가 이런 빡센 일정을 견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약간 과장을 덧붙여서 침대에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느껴질 정도로 편안한 운전 덕분에, 이동 중에도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장에 갈 때마다 현장 인원들에게 커피나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모습 덕분에 관계자 내부에서 통하는 우리들의 소문 역시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올리오스 덕분에 자기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는 실력에 맞는 평가를 받은 거다.

게다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우였다.

다소 빠른 승진이라고?

실력으로 증명했잖아.

능력있는 사원이 대접을 받지 못하면 회사는 굳어버린다.

나는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축하해요. 정말로.”

나는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그럼 두현이 형이 팀장 된 거면, 우리 안 맡고 다른 팀 맡으시는 건가요?”

정민의 질문에 이두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앞으로 계속 올리오스 맡을 예정이야. 내가 아이돌 2팀 팀장으로 올라가고 황이서 프로듀서님이 실장으로 올라간다고 들었어.”

“프로듀서님도 실장으로 승진하시는 거예요?”

“아니, 아직 팀장이셨던 거예요?”

우주와 정민이 벙찐 얼굴로 물었다.

개국 공신 대접을 받는 황이서 프로듀서가 아직까지 2팀 팀장으로 일했다는 이야기는 이상하긴 했다.

“예전에 슈퍼스타 실패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가지고 계셔서 사실상 실장일까지 다하면서 직급만 팀장이셨거든. 그래서 다들 팀장이 아니라 프로듀서라고 불렀던 거고.”

“아.”

“원래 맡으시던 일에 맞는 직급으로 올라가시는 거라고 들었어. 애초에 대표님은 계속 이사급으로 올리고 싶어 하셨는데 본인이 현장에서 뛰는 게 좋다고 미루셨던 거로 알아.”

“아하.”

그런 뒷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

황이서 같은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긴 했다.

실무자의 일을 더 선호해서 현장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들.

“아무튼 내가 이제 아이돌 2팀의 팀장을 맡기로 했어.”

기존, 연차가 충분한 직원들이 있는데도 이두현을 팀장으로 올린 건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번에 내가 승진한 건, 11월에 있을 유럽 출장 때문이야. 거기 현장 책임자로 너희와 같이 가기로 했거든.”

“유럽 출장이면….”

“강한울 씨랑 컨택 된 거예요?”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호진이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그래. 11월 중에 N-스포츠와 스페인에 가서 레알 마드리드 홈 경기를 직관하고 공동 인터뷰를 진행할 거야. 1시간 정도 되는 짧은 프로그램도 함께 할 거라고 하더라.”

“우와! 진짜요?”

“응. 호진이 너 왜 그렇게 좋아해? 축구 좋아했던가?”

“넵! 진짜 좋아해요! 활동 시작하고는 많이 못 봤는데, 예전에는 많이 봤어요!”

우주도 나름대로 관심이 있는지 눈을 빛냈다.

사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강한울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말처럼, 국내에선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인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와, 그게 진짜 될 줄이야. 그럼 스페인에서 만나는 거죠?”

호진의 말수가 많아진 모습에 이두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라도 만날 수 있을 거야. 강한울 본인도 올리오스에 관심이 있다던데?”

“왜요?”

나도 모르게 물었다.

해외에서 뛰는 축구 선수라 국내 아이돌, 그것도 남자 아이돌은 관심 있을 이유가 없을 텐데.

“예전에 아체대에서 봤대. 너희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들었어.”

“아아.”

“와…. 강한울 님이 우리를….”

흥분하는 호진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

“아.”

동경하던 워너비 선배였던 진효원을 봤던 유성훈의 모습이 약간 비슷했다.

진심으로 강한울의 팬이었던 모양이었다.

만날 수 있다는 기회만으로 설레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축구는 좋아해도 직관은 처음인데…….”

우리 팬사인회를 찾아온 팬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는, 떨리는 듯 가슴을 부여잡은 호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축구공 가져갈까? 거기서 팔겠지? 구장 근처에 유니폼 파는 샵들도 있겠지?”

잔뜩 흥분한 호진이를 뒤로 하고 두현을 보며 물었다.

“언제 출발하나요?”

“11월 초. 이제 3주도 안 남았네. 11월 말에 있는 가요 대제전이나 연말 콘서트랑은 겹치지 않을 거야.”

“사실상 우리들 연말 스케줄의 시작이네요.”

“그런 셈이지. 아, 그리고 다음 주에 팬사인회 있으니까 다들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애들아.”

“물론이죠. 2팀 팀장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대부분은 기존 노래와 안무를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정해진 스케줄도 소화했다.

오랜만에 팬사인회가 열렸다.

앨범을 사준 팬들을 한정으로 추첨을 통해 주어진 팬사인회였다.

가장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자리였고, 1주년 콘서트 이후 오랜만에 마련된 팬들과의 만남 자리였다.

온라인으로는 라이브 방송이다 너튜브다 하면서 보냈지만,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이런 시간은 특히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가 무대에 올라가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커다란 화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두근 두근.

이럴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기분 좋은 울림이다.

“진짜 오랜만에 여러분들 앞에 섰는데요. 사실 사인회지만, 그 이전에 팬미팅이기도 하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마이크를 잡은 우주가 부드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팬미팅의 시작은 늘 우주였다.

말재간이 좋은 우주의 입이 한 번 터지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솜씨 좋은 MC가 진행하는 프로는 멍하니 보더라도 시간이 금방 간다고 했던가?

우주의 진행이 딱 그랬다.

마이크를 잡고 몇 마디 시작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한 번에 잡아끌었다.

“오늘은 호진이 형도 마음 단단히 먹고 왔대요. 형, 그렇죠?”

“아, 하하하, 맞아요. 그, 저번에 동생이 제가 말을 많이 안해서 카메라에 안 잡힌다고 말을 많이 하라고 그래가지고….”

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때와는 달리 마이크를 잡으면 말 수가 많이 줄었다.

물론 지금 저것도 엄청 많이 늘은 거였다.

초창기엔 진짜 무대 인사만 간신히 할 정도였으니까.

“앞으로 팬 여러분들이랑 소통도 많이 하고 그러려고 라이브 방송도 많이 하고 있으니까 자주 찾아와주세요. 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팬들을 돌아봤다.

“오빠, 목소리 멋있어요!”

“호진아 네가 최고야!!”

박수와 격려가 사방에서 들렸다.

팬들의 응원에 호진이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자, 그럼 우리 인기 절정의 아이돌 올리오스의 간단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우주가 우리를 보면서 얘기했다.

우주야. 너도 올리오스야.

누가 들으면 리포터인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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