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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78화 (178/236)

<제178화>

지금까지 화보, 신문 광고, 라디오 음성 광고 등 여러 광고를 찍어왔다.

최종적으로 우리 귀에 들어오는 광고는 GH 엔터 측에서 면밀한 검토 끝에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기준이 상상히 빡빡해서, 어지간한 광고가 아니면 출연을 고사하고 있었다.

그동안 스케줄이 엄청 많았으니까.

웬만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집중하자는 것이 소속사와 우리들의 입장이었다.

이제 휴식기를 지나고 슬슬 일감이 빠지기 시작해서일까.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CF소식이라니.

“연장 광고가 들어왔다. 올해 초, 봄에 찍었던 N-스포츠와 겨울 시즌에 맞춰서 광고를 촬영하고 전속 모델이 되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 이번에 광고가 나가고 나서, 판매량이 3배나 늘었다더라!”

“와, 3배요?”

“그래! 하하하!”

황이서가 회의실 테이블 위에 파일을 올렸다.

“촬영 일자는 6주 뒤고, 그 전에 회의랑 미팅을 할 거야. 다음 주나 다다음 주 월요일에 미팅 날짜를 잡고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광고 콘티였다.

어떤 컨셉으로 어떻게 촬영을 할 건지, 촬영지 로케이션은 어떻게 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적혀 있었다.

“어?”

첫 페이지를 연 우리는 거의 동시에 황이서를 보았다.

“근데 이건 화장품 광고인데요?”

“어? 아, 내가 맨스크루 콘티부터 줬구나. 이건 N-스포츠 이야기를 다 마친 다음에 알려주려고 했는데. 크흠흠.”

그야말로 탑급 연예인들만 한다는, 그 중에서 외모로 손꼽히는 연예인들만 하는 광고였다.

우리도 찍긴 했었다.

남성용 화장품 업체인 맨스크루.

물론 전속도 아니었고, 이벤트 형식으로 화보 광고만 찍었던 곳이었다.

다만, 이곳이 N-스포츠와 함께 광고가 들어왔었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전생에 화장품 사업을 했던 기억 때문인지 조금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남성용 화장품, 스킨 로션까지 전부 담당하는 맨스크루라는 회사, 너희가 저번에 화보 CF 찍었던 거기 알지?”

“모를 리가 없죠. 그때 광고가 우르르 쏟아져서 엄청 바빴는데요.”

정민의 말에 황이서가 박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거기서도 이번에 전속 모델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

“전속이요? N-스포츠에서도 전속 요청이 왔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 다행히 N-스포츠는 스포츠웨어고, 맨스크루는 남성용품이다 보니까 제품군이 달라서 양쪽 모두 전속을 진행해도 문제는 없다더라. 혹시나 싶어서 N-스포츠랑 맨스크루 양쪽에 문의해 봤는데 괜찮다는 답변이었어.”

황이서가 밝게 웃었다.

“거기도 광고의 효과가 좋았었습니까?”

이번엔 성훈이 물었다.

“그때 화보 나가는 기간 동안 평소의 2배는 뛰었더라고 하더라. 아마 그거 때문에 기존 전속이었던 배우 쪽 대신 우리랑 하는 거 같더라고.”

얼마 전까지 유명 배우가 전속 모델이었던 제품이었다.

그 배우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우리와 하는 모양인데.

“맨스크루에서도 전속 얘기가 들어왔다고요?”

“그렇지.”

브랜드를 확인한 우주가 놀라며 물었다.

“전속이라…. 기대도 안 했었는데.”

“그만큼 너희가 잘해줬다는 거지. 자, 이건 N-스포츠 광고 콘티. N-스포츠는 다음 달에 바로 촬영 들어갈 거야. 간단한 회의가 있을 거긴 한데, 아마 길게는 얘기 안 할 거야. 해외 로케이션이 있을 예정인데 이는 상황에 따라 취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브리핑을 하는 황이서에게 모든 이목을 집중했다.

“그리고 너희 전체 파트와 개인 파트를 따로 찍을 거다. 아마 우리가 5명이잖아? 그래서 여러 버전으로 내려는 기획을 짜고 있더라고.”

전속 모델이라.

작년, 그리고 올해 초 광고를 받았을 때는 만 1년도 되지 않은 신인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도 전속 모델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를 받게 될 줄이야.

솔직히 기대 이상의 성과라 놀랐다.

차트 1등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골든 콘서트, 전속 광고, 그리고 최근에 여러 상승세까지…. 내년엔 더 좋은 일들밖에 없겠네.”

이제 슬슬 단풍이 물들어가는 10월.

조금 이르긴 하지만, 내년을 위한 스텝을 밟아나가려는 황이서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아마 편집하고 추가 촬영하고 하면 11월쯤에 촬영은 다 끝나겠지만, N-스포츠 광고는 1월 중순에, 맨스크루는 2월 쯤에 들어갈 거야.”

한 번 맡았던 업체와의 광고가 계속 이어진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광고가 효과가 있었음은 물론이고, 업계에서의 평가도 좋으며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다는 뜻이니까.

“아 참, 맨스크루에서 그것도 좋아하더라.”

“어떤 거요?”

“건하가 라이브에서 자사 제품 소개해준 거 말이야. 그, 미숑 팩.”

“아아.”

“그거 우주가 추천해준 거지?”

“맞아요! 제가 추천했습니다!”

“그거 덕분에 판매량 또 올랐다고 하던데? 특히 2030한테 제대로 먹혔다고 하더라고.”

황이서가 우주와 내 어깨를 꽈악 껴안으며 말했다.

“이 보물덩어리 자식들~. 진짜 잘했다. 너희 둘, 노리고 그런 건 아니지?”

황이서의 질문에 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기초 화장은 맨스크루 제품 많이 써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남성용 기초 화장이랑 피부 관리 제품은 맨스크루 제품이 제일 좋더라고요. 그래서 건하 형한테 추천했던 건데.”

“아주 좋아. 한 번이라도 홍보했던 곳의 물건을 애용하는 자세, 마음에 든다. 하하하!”

“건하 형 방송 덕분인지, 제 최근 라이브에서도 화장품 뭐 쓰냐고 막 물어보시더라고요.”

우주가 라이브에서 남성용 간단한 화장법이라면서 X-라이브에서 라방한 것도 봤다.

꽤 반응이 좋아서 편집해서 너튜브에도 따로 올렸던 걸로 기억이 났다.

“그래. 요즘 다들 관리해야지. 남자들도 화장하는 세상인데…. 쓰읍, 그거 방송 컨셉으로 괜찮을 거 같은데.”

“방송용으로는 어렵지 않을까요?”

우주가 난감하다는 듯 말하자, 황이서가 고개를 저었다.

“TV 방송으로는 어려워도 너튜브 방송으로는 충분하지. 어떠냐? 우주야. 한번 해볼래?”

“음…….”

“우주가 화장을 잘하니까 선생님 역할을 하고, 건하나 다른 멤버들이 잘 모르는 초짜, 이런 느낌으로 가서 너튜브 특집용 방송으로 따로 가져가는 거지. 길게 가져가진 말고, 8화 정도로만 해서.”

황이서의 말에 우주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프로 방송인 모드로 전환한 우주가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다음 앨범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노출시키는데 좋을 거 같은데요?”

“무겁게 가지 말고, 가볍게 하자고.”

“저희 라방 했을 때처럼 하면 되는 거죠?”

“그렇지. 카메라 2~3대 정도만 가지고 가서, 우리 회의실이나 연습실, 아니면 저기 작업실 있으니까 거기서 하면 돼. 소속사 자체 컨텐츠지.”

“괜찮은 거 같은데. 진지하게.”

말했던 것처럼 짧게 가져가면 좋을 거 같았다.

골든 콘서트까지 시간이 남은 지금, 사이에 빈 공간에도 팬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편이 좋았으니까.

“팬들에게 보여주는 느낌으로 가면 되겠다. 우선 기재율 PD랑 한 번 상의해볼게. 그리고 괜찮다 싶으면 우주랑 한 번 더 회의하고.”

“알겠습니다!”

광고는 광고고.

사실 중요한 건 우리의 활동이었다.

몬스터즈가 해외로 나간, GH 엔터의 가장 바쁜 시기이긴 하지만 우리라고 가만히 있는다는 건 또 말이 안 되었으니까.

“저희 다음 앨범은 어떻게 하나요? 복귀 예정일은 정해졌을까요?”

내 질문에 황이서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흠,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 올리오스가 엄청 바쁘게 달려왔어. 알지?”

“네.”

“사실 그래서 빠르게 복귀하는 건 조금 어려움이 있어. 물론 빨리 성장하고 싶은 너희의 마음은 알지만 말이야.”

“아…….”

사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달려온 길은 말이 안 되는 일정이긴 했다.

애초에 초반에 몰아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최대한 많이 끌기 위해서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리나, 소속사나.

소속사는 비용이나 인력 문제로 애를 썼고, 우리는 빼곡한 스케줄을 해소하는데 애를 썼지.

오죽하면 인터넷에 그런 얘기도 많았다.

-GH 엔터 소속 아이돌 너무 많이 굴리는 거 아님?

-최근 올리오스 활동량 봐, 미쳤음.

-1주년 기념으로 콘서트를 할 정도로 곡도 많이 내고 앨범도 많이 냈다니까?

-그게 다 성공했으니 좋은 거지.

-애들 고생하는 게 눈에 보이는 데 그게 좋은 거임?

소속사 연예인을 너무 굴린다는 이야기.

그거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걸 거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순간, 팬덤이 분노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골든 콘서트가 내년 5월에 있어. 다음 앨범은 그거에 맞춰서 움직일 텐데, 한동안은 휴식기를 가지면서 방송보다는 콘서트랑 행사 위주로만 다닐 거야.”

“그럼 그때는 정규 앨범으로 나오나요?”

“지금 생각은 미니 앨범 아니면 EP 앨범을 낼 계획이다.”

황이서는 단호했다.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1곡에서 5곡 사이 정도라는 거겠네요.”

“미니 앨범이라면 2곡, EP라면 4곡 아니면 5곡 들어갈 거다. 정민이가 2곡을 작업해서 올린다고 하니, 미니 앨범이라면 아마 정민이의 노래만 들어갈지도 몰라.”

잠시 우리를 살핀 황이서가 연이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휴식기 동안 너희 활동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TV에도 간간히 얼굴 비출 거고, 연말 콘서트엔 많이 나가게 될 거야. 그리고 이번에 11월에 있는 가요 시상식에도 우리 무대 올라가게 될 거고.”

그건 일전에 들었다.

1주년 콘서트 끝났을 때, 를 연말 무대에 세우고 싶다고 가요 시상식 담당 PD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이다.

“애초에 이 정도 궤도에 오르면 활동이 따로 없어도, 연말 연초에는 바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일 걱정은 하지 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정민아, 성훈아.”

“네, 프로듀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잠시 머리를 긁적거린 황이서가 난처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아이돌스쿨’이라고 M-TV에서 하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다음 달부터 제작 준비중이라는데, 너희가 보컬 멘토로 출연해 줬으면 한다고 하더라. 가능하겠니?”

“전체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는 건가요? 저희가 그럴 실력이 아직…….”

“경력도 그런 포지션으로 나가기엔 너무 짧은데요.”

“그런 건 아니고, 먼저 데뷔한 아이돌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포지션이야. 본선 1, 2라운드에만 조언자로 출연해달라고 하네.”

제안하는 황이서의 얼굴도 그리 편해 보이진 않았다.

아직 우리가 그럴 위치가 아니라는 걸 그도 아는 거다.

방송국의 제안이라면, 특히 이런 쪽은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M-TV는 음악 쪽에서는 공중파 급으로 확 휘어잡고 있는 방송사라 더더욱 난감할 거다.

방송국 측에서는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올리오스를 초빙해, 최대한 이슈 몰이를 하고 싶은 거겠지만.

“미안하다. 이건 그 쪽에서도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서. 우리도 힘들 거 같다는 말을 전하긴 했는데, 하아……. 쉽지 않네.”

한숨을 퍽 내쉰 황이서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갈 수 있어요.”

“고맙다.”

“그럼 이게 끝인가요?”

“그래.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전부 전했다. 그러니 앞으로 11월까지는 연습뿐이다!”

황이서가 박수를 짝짝 쳤다.

그의 힘찬 박수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습마저 없는 완전한 휴가는 이제 끝이다.

이제는 바빠질 연말을 위해 연습하는 인내의 시간 뿐이지.

“앞으로 파이팅합시다!”

황이서가 악을 지르듯 외치는 목소리에 우리는 모두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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