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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36화 (136/236)

<제136화>

회식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좋았던 투어 성적과 최근 상승세인 여러 소속 가수, 그리고 이번 투어를 통해 재조명을 받은 이종민까지.

얻은 것이 많았던 투어였다.

기재율 PD의 올리오스 비하인드 영상과 영상팀에서 제작한 여러 소속 연예인들, 특히 몬스터즈의 비하인드 영상이 남아 있었다.

아직 공개 전이었지만, 이게 공개된다면 GH 엔터 소속 연예인들의 인지도도 올라갈 거라 기대했다.

실제로 우리 영상에 올라온 이종민이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까.

-훌륭한 가창력을 지닌 믿음직한 선배 가수.

-후배인 성훈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어른.

-그럼에도 트렌디함을 잃지 않은 노래 실력.

이 세 가지가 비하인드 영상에서 강조되었다.

기재율 PD가 의도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이종민과 성훈이 듀엣으로 부른 무대가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았기에, 두 가수가 함께 등장했다.

이종민과 성훈의 스토리도 기가 막히게 잡았더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배와 열정적인 후배가 호흡을 맞추는 듀엣 무대까지, 스토리가 잘 짜인 스웨터처럼 착착 맞았다.

편집 기술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런 좋은 소식들 덕분에 회식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다.

물론 나는 그 사이에서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고, 제로 탄산이나 묵묵히 마실 뿐이었다.

아아, 그립다.

술 마시던 과거의 나.

회식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대(大)자로 누웠다.

투어를 마치고 얻은 보상이 너무 달달해서 그랬을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 몸이 술에 얼마나 약한지, 알코올 냄새만 맡아도 술기운이 올라왔다.

“후우, 어지럽네.”

“술도 안 마셨으면서 취하면 어떡해.”

우주가 낮게 웃으며 내가 누운 침대에 앉았다.

“안 마셨다. 냄새에 취한 거야.”

“형 진짜 술 약하구나.”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내가 술이 약하다는 걸.

아아, 안녕.

술에 강했던 애주가 윤건하.

이제는 다시 못 보겠구나.

“그런데 형.”

내 옆에 앉은 우주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왜?”

“형은 어떻게 매번 어려운 문제를 딱딱 해결할 수 있는 거야?”

“뭐가 어려운 문젠데?”

“저번에 정민이 형 문제도 그렇고, 성훈이 형이랑 일도 그렇고, 내…가 스케줄에 치여서 연습에 집중을 못 할 때도 그렇고.”

우주의 엉덩이가 내 쪽으로 가까워졌다.

“항상 해결책을 들고 왔잖아. 저번에 정민이 형이 작곡 스트레스 때문에 까칠해졌을 때, 나 진짜 놀랐거든. 정민이 형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살벌했지.”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 이유를 안 뒤부터는 마음이 놓였지만, 그전까지는 정민에게 함부로 말도 걸지 못했다.

분위기가 그랬다.

말을 걸면 터진다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

단순히 노래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이후엔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네가 생각하던 대로 대중적인 노래를 써라.

남을 따라 하지 말고.

그게 내 조언이었다.

“놀랐어. 부럽기도 했고.”

“왜?”

“나는 막내라서 형들한테 도움만 받잖아. 나도 한 번 정도는 도움이나 조언을 주는 멋진 형이고 싶었으니까.”

“형이 되고 싶었어?”

“그런 뜻은 아니고…. 나도 건하 형처럼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어.”

음.

어른이라.

“아직 스무 살인 우주한테는 너무 먼 얘기 아니야?”

“왜? 나도 신분증 나온 어엿한 성인이라고.”

“그런 말 하는 거 자체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거야.”

“으윽….”

정곡이 찔린 듯 가슴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는 우주를 웃으며 바라봤다.

“굳이 서둘러 어른이 될 필요 없어. 급하게 군다고 나이 빨리 먹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건하 형은 나랑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너무 멋진 어른처럼 보이는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딩이었던 우주였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하도 고작 스물하나.

어른이라고 불리기엔 아직 한참 먼 나이였다.

그래서일 거다.

우주가 내 모습에 더 동경심을 갖는 건.

막내로 지낸 경험 때문인지, 어른이 되기를 선망하고 있었다.

어른이 된다고 다 좋은 건 아닌데 말이다.

“원래 우리 나이 때 한 살 차이는 크게 느껴지는 법이야.”

“애늙은이.”

“형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나는 우주의 볼을 꼬집었다.

“아얏! 형, 진짜 아파.”

“방금 건 아프라고 한 거다.”

투정을 부리는 귀여운 동생에게 웃어줬다.

“궁금하다고 했지? 멤버들의 고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캐치하는지.”

“응.”

“간단해.”

우주의 몸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흥미가 동하는지 눈이 반짝거렸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면 돼.”

“사람?”

“그래. 도와주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거든. 그래야 그 사람이 고민을 가졌을 때 바로 캐치할 수 있는 거야.”

상대가 직접 말하기 전에 말이다.

영업을 뛰면서 몸으로 체득했던 삶의 노하우였다.

상대가 뭘 원하는지, 내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 그들은 어떤 매체를 자주 보는지, 그들이 선호하는 스타는 누군지.

그 모든 걸 캐치하고, 광고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광고 중 많은 것이 성공했다.

나는 그저 그때의 노하우를 사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노하우였다.

“정민이의 일도 그렇지. 처음에는 작곡을 하다가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음악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고민이었잖아.”

“그랬지.”

“그때 정민이를 작업실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던 거야. 진심으로 신났던 정민이의 모습을 보면서, 정민이가 원하는 진심을 유추한 거지. 그게 운이 좋게 들어맞은 거고.”

“대, 대단하다.”

우주가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로 나를 보며 박수를 쳤다.

“나는 똑같이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거야.”

“관찰력만 가지면 돼. 충분히 할 수 있을걸?”

“그…럴까?”

“당연하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목적을 확실히 가져야 해. 무작정 정보만 모았다간 쓸모없는 정보만 갖게 될 테니까.”

우주는 할 수 있을 거다.

교수인 아버지를 둔 덕인지는 몰라도 머리가 꽤 좋았으니까.

학교 공부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수능에서 나름 상위권의 점수를 받았을 만큼 말이다.

“춤을 좋아하는 호진이는 숫기가 부족하지만, 무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지. 그리고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고….”

“성훈이 형은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지? 간혹 그 때문에 너무 과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이런저런 설명을 듣던 우주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으으…. 못하겠어.”

아무래도 우주의 좋은 머리는 이쪽과는 맞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내려놓았다.

“포기. 형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걸 다 외울 수 있는 거야?”

우주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하니까 되던데?”

“그거 진짜 치사한 말인 거 알지?”

“하하하, 미안. 그런데 사실인걸.”

“으으, 부럽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우주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포기할래. 지금은 절대 못 하겠다.”

그러더니 나를 잠시 빤히 보았다.

“방금 형 말을 들으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역시 다행인 거 같아.”

“뭐가.”

“형이 우리 팀의 리더라는 게.”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냐?”

“그랬나? 헤헤헤. 아마 나였으면 절대 못 했을 거야. 아마 몇 번 팀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나는 귀여운 동생을 마주 보며 웃었다.

“원래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야. 너도 나중에 후배들이 들어오면 달라질걸?”

“그럴까?”

“물론이지.”

그때가 되면 보는 맛이 있을 거 같았다.

후배들한테 센 척하는 선배 최우주.

상상만 해도 즐겁네.

“그럼 나 올라가서 잘게. 형, 잘 자.”

“너도 잘 자라.”

우주는 자기 침대로 가 누웠다.

우주가 금세 잠든 걸 확인한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투어로 얻은 포인트를 어떻게든 능력치로 환산하려고 기회를 엿봤는데, 회식 이후로 도무지 짬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 일찍 방에 들어왔는데, 우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와서 이제야 열게 되었다.

[가용 오픈 마일리지: 50 포인트]

저번에 새로 얻은 스킬인 ‘관중의 환호’를 성훈에게 주느라 상당한 포인트를 쓴 바람에 남은 포인트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남은 마일리지를 온전히 전부 포인트로 환산했다.

[BZ 은행: 47 마일리지]

[BZ 은행: 11억 8,220만 원]

47포인트를 태워 얻었다.

전부 1,182만 포인트.

‘평범함’ 디버프 때문에 2배나 드는 포인트를 생각하면, C급인 예능을 A급까지 강화하기 위해선 무려 70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C급에서 B급으로 올리기 위해 200만.

B급에서 A급으로 올리기 위해 500만.

그 정도쯤은 충분히 투자할 수 있었다.

평균 A급 이상의 스탯을 위해서라면.

‘스탯 구매.’

나는 성장 버튼을 눌렀고.

[예능: 40 (C) → 60 (A)]

[700만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이름: 윤건하]

[나이: 21]

[스킬: 과금(EX), 평범함(F),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칼각(S), 빛나는 스타덤(SS), 호소력 짙은 목소리(B)]

[노래: 61 (A)]

[춤: 62 (A)]

[외모: 71 (S)]

[예능: 60 (A)]

드디어 모든 스탯을 A급까지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평범함(F)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제거하시겠습니까? Y/N]

이걸 선택할 필요가 있냐.

‘당연히 예쓰지!’

[평범함(F)가 제거됐습니다.]

나는 평범함을 지웠다.

지독하게 나를 괴롭혔던 지긋지긋한 디버프와 이제 안녕이다.

안녕, 평범한 윤건하.

고생 많았다.

디버프의 억까를 이겨내고 드디어 정상 궤도로 올라왔다.

눈을 질끈 감으며 성취감을 즐겼다.

이제는 포인트 지출이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나를 성장시키는데 소모하는 포인트가 줄어든다면, 자연스럽게 남은 포인트는 멤버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스킬 획득을 위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뭐?

[큰 그릇은 채워지는 데 오래 걸리는 법. 시작은 보잘것없었으나, 포기하지 않은 인내와 근성으로 자신이 가진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근성에 경애를 표합니다.]

[스킬: 대기만성(S)을 획득했습니다.]

대기만성?

[대기만성(S)]

[큰 그릇은 채워지는 데 오래 걸리는 법]

[달성한 이들에게 큰 축복을]

[효과: S급 이상의 스탯을 찍는 데 필요한 비용이 25% 감소합니다.]

허, 이것 봐라?

고맙다, 상태창아!

이러면 포인트가 꽤 남겠는걸?

동료들의 스탯을 올리는 데 몰아 쓸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 쓸만한 곳이 없을까?

나는 남은 포인트를 보며 생각했다.

이 포인트를 영양가 높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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