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01화 (101/236)

<제101화>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우리의 팬미팅을 진행했다.

신년 기념으로 진행하는 팬미팅은 소속사에서 꽤 예전부터 홍보했었다.

이전에 했던 라이브&팬미팅의 반응이 좋아, 신년 기념으로 더욱 크게 진행했다.

100석은 과거 정규 앨범이었던 를 구매해 팬미팅에 참여했던 팬들에겐 구매 우선권을 주고, 남은 200석은 팬미팅에 참여하지 못했던 팬들까지 포함해서 판매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팔린 300석.

얘기를 들어보니 우선권으로 판매한 100석은 5분, 남은 200석은 그 이후에 10분도 안 돼서 전석 매진이 됐다고 했다.

우리는 팬들에게 역조공을 할 물건이 뭐가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역시 도시락이 제일 무난하지 않을까?”

“이왕 도시락을 드린다면, 맛있는 걸 차려 드리자. 이 부분은 예산 부족하면 나도 좀 보탤 수 있어.”

“애장품도 준비해서 추첨을 통해서 드리면 좋을 거 같아.”

찾아온 팬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

이 역시 우리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아직 멤버들에겐 정산이 되지를 않았으니, 내 지갑을 여는 게 가장 좋겠지.

황이서는 거듭 거절했다.

“내가 소속 아이돌 지갑을 열게 하는 질 나쁜 놈으로 보이냐?”

“저는 제 돈으로 사서 드리고 싶어요. 그게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러다가 우리 욕먹어.”

“제가 자청했다고 하겠습니다.”

“후우, 어떻게든 해야겠냐? 그 정도로 진심이야?”

“예.”

“알았다.”

우리의 수제 도시락은 아니었지만, 사무실 근처에 있는 유명 도시락집에 특별히 주문해서 찾아오는 팬들의 도시락도 마련했다.

거기에 커피차까지 한 대 불러서, 팬들을 대상으로 무료 커피를 드릴 생각이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법이었다.

이곳에 오기 위해 귀한 시간을 써준 팬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의 배를, 온기를 조금이라도 채워줬으면 했다.

“꺄아아악!”

우리를 소개하는 MC의 목소리에 환호가 들렸다.

플랜카드와 팬카페인 ‘원스’에서 제작한 올리오스의 응원봉을 빠르게 흔들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응원봉 300개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였다.

몬스터즈나 다른 탑급 아이돌과 비교해선 한참 작은 규모였지만,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소중했다.

팬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으니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우리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일, 이, 삼, All we once! 안녕하세요. 올리오스입니다!”

우리 다섯은 팬들 앞에서 우렁차게 소개했다.

“꺄아아악! 우주야아악!!”

“멋있다아아!!!”

다시 팬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최근에 히트한 우주카페 덕분일까.

우주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이 유독 크게 들렸다.

이게 예능의 힘인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 놀랐어요. 10분 만에 매진이 됐다고 들었거든요. 이렇게까지 빨리 매진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요. 성훈이 형, 안 그래요?”

“그래서 오늘 무대 리허설하는 내내 많이 떨렸습니다. 이렇게 와주신 분들을 위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하는데, 혹시 실수하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마이크를 잡은 성훈이 우주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올리오스가 원스 여러분들을 위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으로 실수 없이 완벽하게 안무를 맞춘 이후로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던 우주였다.

이 한마디는 성훈이 팬들에게 하는 얘기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주에게 하는 말이었다.

실수하지 않고 잘할 거 같다는 성훈 나름의 응원이 아닐까 싶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성훈의 성격상 이런 칭찬을 우연으로 넘길 아이는 아니었다.

“그럼 첫 곡으로는 저희의 데뷔곡이자, 첫 싱글 앨범의 곡인 ‘Angel’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첫 곡, ‘Angel’을 불렀다.

와아아아!

‘New Taste’에서 그 환호가 더욱 커졌고.

꺄아아악!!!

음원 차트 1위를 찍고 우리에게 음방 1등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All we once’가 나왔을 때는 절정에 다다랐다.

댄스가 따로 없는 수록곡도 댄스곡 사이에 막간으로 부르며 공연을 이어갔다.

숨을 고르기 위한 쉬는 시간이자, 토크 시간과 경품 추첨만으로는 모든 시간을 보낼 수 없기에 넣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오늘 여기 팬미팅에 오신 분들을 위해 저희가 마련한 선물이 있는데요. 오늘 특별히 공개하는 겁니다. 다음 앨범 선공개는 아닙니다! 다른 거예요!”

우주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Re:Play’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 * *

성훈은 공연 내내 우주를 의식했다.

‘Angel’, ‘New Taste’, ‘All we once’ 모두 예전부터 췄던 곡이었다.

우주가 실수할 리 없는 곡들이었다. 하지만 성훈이 우주를 의식한 건 그가 실수할 거 같아서가 아니었다.

‘늘었어.’

우주의 실력이 늘었다.

그게 그의 춤에서 보였다.

춤을 추는 동작에 힘이 들어갔고, 그 힘과 포인트가 적재적소에 터지며 춤을 더 맛깔나게 살렸다.

예전에 호진의 춤을 처음 봤을 때도 이와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춤을 진짜 잘 춘다.

그러나 우주가 추는 춤은 그 느낌이 묘하게 달랐다.

잘 췄지만, 뭐랄까. 호진의 춤에서는 조금 우아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면 우주는 상큼발랄하다는 느낌이 조금 더 들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두 사람 모두 같은 춤인데도 다르게 느껴졌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주의 실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발전했다는 거다.

‘언제 이렇게 빨리 실력이 늘은 거지?’

성훈이 건넸던 한마디에 우주가 자극을 받아 본인도 모르는 어떤 경지를 뚫은 걸까?

그게 아니라면 건하의 밀착 마크가 우주에게 도움이 된 걸까?

호진이 가르쳐 준 포인트를 살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민이의 격려가 우주의 잠재력을 터트린 걸지도.

이 모든 게 다 이유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우주 개인의 노력이겠지.

제아무리 주변에서 도와준다고 덤벼도 본인의 노력이 없다면 빛을 발할 수 없을 테니까.

우주의 춤을 뒤에서 보는 성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보다 잘 추는 거 같은데.’

동생의 성장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실수는 있어선 안 돼.’

‘Re:Play’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앞에서 잘했다고 해서 지금 실수를 안 한다는 건 아니었다.

‘Re:Play’의 첫 무대다.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되는 무대.

팬들은 아직 다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응원봉을 흔들기만 했다.

멤버들은 각자 자리에 서서 흐르는 반주에 따라 몸을 맡겼다.

그리고 ‘Re:Play’를 시작했다.

수록곡 중 하나였다.

애초에 댄스가 따로 없었던 노래.

하지만 우리는 팬들을 위해 이 수록곡에 새로운 춤을 입혀줬다.

비록 신곡은 아니지만 이 노래를, 춤을 좋아해 주길 바랐다.

천장에서 쏘아지는 조명을 받으며 올리오스는 춤을 췄다.

간단한 동작들이 섞인, 동작들의 조합이지만 연습하는 데 한참 걸렸다.

3주 조금 넘게 연습에 몰두한 우리의 무대를 팬들 앞에 선보였다.

제일 걱정이 되는 부분은 역시나, 우주가 자주 실수했던 박자의 템포가 빨라지는 부분.

그리고 그 지점이 다가왔다.

네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겠어

Re:Play

부드러운 선율과 흥겨운 템포의 박자.

모두가 노래를 부르며, 실수 하나 없이 동작을 마쳤다.

가장 어려운 구간을 지난 이후엔 순조로웠다.

그 누구도 실수하지 않고 노래를 끝마쳤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호진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주도 건하도 정민이도 성훈이도.

그 누구 하나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해냈다.

“We! are! once! 올리! 오스!”

팬들의 만든 구호가 환호성과 함께 무대를 울렸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성훈은 보았다.

선두에서 선 채로 숨을 헐떡이며 팬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 우주를.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오히려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발전한 모습으로 무대에 선 동생이 대견했다.

자신의 방식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무턱대고 노력만 한다고 효과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

“봐, 우주 잘한다니까?”

옆에서 자신을 보며 웃는 건하를 보았다.

종잡을 수 없는 우리 팀의 리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으로 팀에게 활력을 넣어주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탱탱볼 같은 리더.

“그러게. 잘하네.”

성훈은 어설픈 연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우주는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마쳤으니까.

이제 나쁜 형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주를 바라보는 성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 * *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이후는 팬서비스 시간이었다.

“와! 저번에도 오시지 않았어요! 너무 반가워요! 와아아아.”

“우주카페 보셨다구요? 대박, 몇 화까지 보셨어요?”

“그 모자 어디서 사셨어요? 진짜 잘 어울린다.”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우주는 그 어느 때 보다 신나 보였다.

팬미팅이 끝나고.

“미안하다.”

성훈이 우주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서, 성훈이 형?”

“같은 멤버를 믿지 못하고, 말을 심하게 했다. 이건 엄연한 내 실책이다. 미안하다. 우주야.”

우주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를 보지 말고 저 사과에 대한 응답을 해야지.

“아니야. 괜찮아. 나도 잘한 거 없었는 걸. 계속 실수나 하고. 성훈이 형 말이 맞았어. 중요한 건 무대 위의 모습이니까.”

우주 역시 성훈의 사과에 화답했다.

훈훈한 모습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멤버끼리 우애를 다지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

앞으로 이 결속이 쉽게 깨지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든든하네.

“건하 너한테도 미안하다.”

“나?”

“그래. 너무 내 방식만 고집하지 않았나 싶다. 네가 말한 대로 상황마다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다른데 말이야.”

담담하게 전하는 성훈의 짧은 말.

이 말을 하기 위해 오래 고민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고집이 강한 성훈이 이렇게까지 먼저 사과했다는 건, 그만큼 우주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는 뜻이었다.

무대 위에서 우주를 보며 대견한 듯 미소짓던 성훈의 모습이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만큼 우주의 변화가 멋들어졌던 거지.

“호진이랑 민이한테도 사과할게. 앞으로 무턱대고 연습만 늘리자는 말은 안 할 거다.”

“아니야. 지금도 충분히 좋아. 행사 말고는 우리도 별다른 스케줄도 없으니까. 연습은 충분히 해두는 게 좋지.”

“나도 춤 많이 추는 게 좋아.”

호진과 정민이도 다들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다들 불평불만 없이 연습을 해냈다.

대견하다고 느낄 정도로.

이렇게 근성 있게 했으니, 데뷔한 이후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진짜 고생 많이 했던 건 성훈이 형이잖아.”

정민이 입을 열었다.

설마 정민아, 그걸 얘기하려고?

“그렇긴 하지.”

호진이도 옆에서 거들었다.

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성훈이 본인만 모르는 듯 눈을 끔뻑이며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형들이 나 도와줬을 때, 성훈이 형 혼자서 나쁜 역할을 하려고 일부러 화난 척했던 거 다 알고 있어.”

“…뭐?”

우주의 말에 성훈이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그래.

성훈은 나름대로 나쁜 사람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우주는 이전부터 눈치챘었다.

“우주가 다 알고 있더라.”

“뭐, 뭘 말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정민의 말에도 끝까지 모른 척하려는 성훈.

하지만 그의 어설픈 연기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형 연기 너무 어색해. 아무래도 성훈이 형은 연기자 쪽으로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호진이 쐐기를 박았다.

호진이까지 말하자, 어떻게든 부정하려던 성훈이 입을 닫았다.

“언제부터였어?”

“그게, 저번에 실수 없이 ‘Re:Play’ 췄을 때부터.”

연기 티가 너무 나긴 했다.

“그래서 형들한테 물어보니까, 정민이 형도 호진이 형도 다 얘기했어. 성훈이 형이 시킨 거라면서? 나 도와주라고 말한 거.”

“이 자식들이….”

성훈이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그러나 누구도 그 모습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노려보는 게 아니란 걸 다들 알았으니까.

“솔직하지 못한 형의 잘못이지.”

내 말에 성훈이 한숨을 쉬며 패배 선언을 했다.

“그럼 앞으로 나쁜 역할은 건하가 전담으로 해.”

“내가 하면 지옥이 될 텐데?”

“그럼 몰라. 나도. 니들 알아서 해.”

성훈은 조금은 삐진 듯 손을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딴에는 우주 자극하겠다고 열심히 했는데 다 알아버렸다니 조금 김이 샜겠지만, 어쩔 수 없지.

연기력을 키우는 수밖에.

“성훈이 형, 삐지지 마.”

우주가 다가가 성훈을 달랬다.

이젠 둘의 입장이 뒤바뀐 장면을 보고 있으니.

우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멤버 히든 업적 - 성훈의 속사정]

[더 나은 올리오스를 위한 진일보]

[성훈이 당신의 방식을 납득했습니다.]

[보상: 20 오픈 마일리지]

[성훈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성훈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모든 멤버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트레이닝(S)가 전 멤버를 대상으로 열립니다.]

성훈을 설득하라는 퀘스트가 성공했다는 알림과 동시에 트레이닝을 모든 멤버를 대상으로 쓸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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