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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00화 (100/236)

<제100화>

한번 자신감을 얻은 우주는 사흘 만에 자신의 실수를 완벽하게 메꿨다.

거기까지 가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우주카페의 기획 회의에 나가는 걸 취소하면서까지 연습량을 늘렸다.

성훈이 말한 연습량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 역시 받아들인 거다.

남들보다 먼저 출근해서 연습을 시작하는 우주의 모습에 성훈은 몰래 기특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먼저 다가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자신이 냉담한 태도를 취해야, 우주가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테지.

아마 우주가 완벽하게 춤을 소화할 때까지 저런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우주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에도, 그는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우주가 성훈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연습을 해도, 절대 고개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우주의 앞에서 그의 춤을 봐주던 나는 보았다.

고개를 돌린 성훈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는 걸.

‘그래. 누군가는 나쁜 역할을 맡아야 해.’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그 역할을 성훈이 맡은 거다.

그 과정에서 삐그덕거린 건 있었지만.

절대적인 연습량이 많아야 한다는 성훈의 말도 충분히 맞는 말이었다.

다만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걸 배제한 주장이었기 때문에 싸웠던 거지.

만약 우주가 아니라 호진이나 내가 실수를 했다면, 나는 성훈의 말처럼 연습량을 더 늘리라고 했을 거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던 것은 우주는 시간을 더 분배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아서였다.

모두에겐 각자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정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그게 성공의 열쇠였다.

우주에겐 그 키가 필요했던 거고.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춤을 소화한 우주가 우리 모두를 불렀다.

“됐어! 이제 실수하지 않을 거야!”

자신감 있게 외친 우주.

평소의 우주였다.

누구보다 옆에서 우주를 도와줬기에 자신할 수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했던 실수를 확실하게 고쳤다는 걸.

“보면 알겠지.”

성훈이 담담하게 말했고, 우리 다섯은 반주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록곡 ‘Re:Play’의 안무.

다섯 명 모두가 하나가 돼서 같은 움직임을 가져야 하는, 단순하지만 꽤나 까다로운 군무.

연습실 벽을 가득 메운 거울에는 땀을 흘리며 춤을 추는 우리의 모습이 비쳤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리는 일사분란하게 같은 동작을 맞췄다.

노래는 계속 이어졌고, 우주가 늘 실수하는 구간이 찾아왔다.

지금껏 박자는 밀리지 않았다.

연습했던 대로 우주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여기만 무사히 넘긴다면, 나머지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거다.

자신감이 붙는다는 건 생각보다 사람에게 여러 시너지를 불러오니까.

-♩♪♩♬

“……!”

우주가 무사히 실수 구간을 넘겼다.

거울 속 우주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는 게 보였고,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우주는 실수 없이 동작을 마쳤다.

물론 여전히 아직 동작 자체가 어설픈 느낌도 있었지만, 그건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

노래가 끝났다.

우주를 가만히 보던 성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진짜 열심히 했구나.”

“응응! 이번에 형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거! 늘 무대 위에선 형들을 따라가기만 했잖아. 물론 지금도 여전하긴 하지만, 그러면 실수는 하면 안 되니까.”

우주의 말을 가만히 듣던 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무대 오를 때까지 이렇게만 해라.”

“당연하지! 절대 같은 실수 두 번은 안 할 거야.”

“알았다.”

우주의 등을 두드린 성훈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건하야, 잠깐만 얘기하자.”

“그래.”

불안해하는 우주를 뒤로하고 성훈과 함께 연습실 밖을 나갔다.

밖에 나와서도 잠시 나를 보던 성훈이 물었다.

“어떻게 한 거야?”

“우주를 바꾼 거?”

“그래.”

“둘 다 늘렸지. 연습의 질과 양, 둘 다.”

“나한테는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그런데 우주가 그러더라고. 연습 시간을 위해서 회의를 조금 줄였다고.”

“…….”

“우주는 그만큼 진심이야. 형도 알고 있잖아.”

“알지. 그런데 실수한 것도 사실이니까.”

성훈의 눈은 한 점 흔들림 없었다.

아마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말을 했을 거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말하는 방식은 달랐을 거다.

성훈의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우주를 보는 성훈의 얼굴은 한없이 밝게 웃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게 네 매력이지.

성훈 역시 나와 비슷한 타입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는 부류.

하지만 동시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게 증명된다면 충분히 개선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

“호진이랑 정민이보고 우주를 도와주라고 말한 거, 형이지?”

“아, 아닌데?”

그는 여전히 연기를 못했다.

* * *

성훈은 생각했다.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은 근성과 끝없는 노력이라는 걸.

요즘 들어서는 이 말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단순 근성과 노력은 과거의 이야기로 넘어갔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여전히 믿고 있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그건 엄함과 동시에 헝그리 정신을 강조했던 집안의 분위기 때문도 있었다.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물둘.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긴 연습생 시절 동안 노력은 늘 자신의 기대를 충족했으니까.

‘부족하다면, 네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상기해라.’

그것이 성훈의 집에서 강조하는 가훈이었다.

단지 그걸 우주에게 적용했을 뿐이었다.

아쉽게도 정민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작곡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니까.

정민이 잘할 거라고 믿고 그에게 맡겼다.

물론 그때 성훈의 선택은 틀렸고, 오히려 정민은 길을 잃고 헤맸다.

그걸 도와준 게 건하였다.

따끔한 소리.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성훈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우주에게 더 심하게 말한 걸지도 모른다.

우주가 주눅이 드는 게 보였지만, 그렇다고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한마디가 우주에게 새로운 원동력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주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능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우리가 뭐를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처음 시작이 좋다고 안일하게 굴면 절대 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없다.

우리가 헤매는 와중에도 우리의 선배들은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들이 우리의 뒤를 쫓고 있었다.

무대에서 실수하는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이면 그나마 있던 팬들도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우주를 감싸도는 건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근 들어 자주 대립을 해왔지만, 건하와의 대립은 늘 그룹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번 건은 얘기가 달랐다.

이번만큼은 건하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너무 감싸 돌면 곤란했다.

자칫하면 그룹의 분위기가 해이해질 수도 있기에.

건하도 모르지는 않을 거다. 너무 감싸면 성장이 어렵다는 걸.

우주의 멘탈이 약한 건 알고 있다.

정확히는 그의 자신감 문제라는 것도.

그러나 언제까지 아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강하게 얘기했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줄만 알았는데.’

건하는 본인이 케어하겠다고 말했다. 성훈 역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그만큼 더 연습을 시킬 예정이었으니까.

혹시나 우주가 멘탈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 정민과 호진이를 시켜 그의 멘탈을 케어해 주기도 했다.

성훈은 절대로 다가가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우주를 돕고 있을 때, 자신은 의도적으로 우주와 멀어졌다.

숙소에서도 우주와 말을 섞지 않았다.

실망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웃는 모습을 우주에게 보였다간, 우주가 가진 긴장의 끈이 풀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기다렸다.

우주가 예능에 쓰던 시간을 줄이고 본인의 연습 시간을 늘린 것이 대견했지만, 그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발전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고칠 줄은 몰랐다.

고작 사흘.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성훈은 보았다. 우주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걸.

그리고 그 변화에는 건하가 있었다.

“어떻게 한 거야?”

이 질문은 그간 성훈의 고민을 가득 눌러 담은 한 마디였다.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우주가 연습은 기존에 우리가 했던 것과는 달랐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안무에 접근했다.

그렇다고 눈에 띌 정도로 연습량을 늘리지도 않았다.

“둘 다 늘렸지. 연습의 질과 양, 둘 다.”

“나한테는 그대로 해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그런데 우주가 그러더라고. 연습 시간을 위해서 회의를 조금 줄였다고.”

우주의 의지였나.

“우주는 그만큼 진심이야. 형도 알고 있잖아.”

“알지. 그런데 실수한 것도 사실이니까.”

싫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우주가 바뀌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연습량을 과하게 늘리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건하의 말.

그 말을 건하와 우주는 증명했다.

“첫 무대가 있는 날까지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네.”

진심이었다.

실수로 형편없는 무대를 보여선 곤란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우주는 이제 실수하지 않을 거야.”

건하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이 모습을 무대가 끝날 때까지 보여준다면, 자신은 우주와 건하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거다.

하지만 공연 전까지는 이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지금의 성훈은 나쁜 형이었으니까.

* * *

무대를 위한 연습은 계속되었고, 우주카페 역시 문제없이 채널에 올라갔다.

화별 시청자 수가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인터넷에서도 화제였다.

대부분 여초 커뮤니티에 우주의 방송 짤이 올라왔지만, 남초 커뮤니티 역시 우주의 방송을 챙겨보는 이들의 짧은 짤방이 올라왔다.

승승장구였다.

놀라울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우주의 단독 기사를 따기 위해 신문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올 정도였다.

대부분은 소속사 측에서 알아서 자르고 넘겼다.

그 덕분에 우주는 스케줄을 더 뺏길 일 없이 연습에 집중했다.

그리고 ‘Re:Play’의 안무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대.

올리오스의 팬미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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