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95화 (95/236)

<제95화>

“우주야.”

“프로듀서님, 어쩐 일로 부르셨어요? 저희 광고 픽스 났나요? 그럼 저만 부르진 않으셨을 텐데….”

“그거 때문에 부른 건 아니고.”

황이서는 X-라이브 방송을 마친 우주를 따로 불렀다.

단독 예능 출연.

컨셉도 나쁘지 않았다.

우주가 작은 카페의 바리스타가 되어 카페를 찾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토크나 가벼운 게임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너튜브 쇼.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는 가벼운 프로그램이었다.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이돌의 의지가 중요했다.

만약 우주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거절할 생각도 있었다.

“너, 예능 섭외 들어왔다. 너튜브 프로그램인데….”

예능 섭외라는 말에 우주의 눈이 커졌다.

동그랗게 커진 눈이 꼭 인형의 그것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요?”

“그래. 대신 너 단독이야.”

“저만 나가는 건가요?”

“그래. 아마 올리오스의 최우주, 이런 식으로 갈 거다. 너튜브 채널이라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 그건 좀 아쉽네요.”

황이서는 컨셉에 대해 이야기했다.

“초반엔 KTV 너튜브 채널 안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거고, 인기를 얻고 영상 하나의 최대 조회 수 200만을 찍으면 독립 채널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했어.”

채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영상 컨셉이 어떻게 되는지 하나하나 알려줬다.

기획서를 받아든 우주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제 개별 스케줄인 건가요? 스케줄 조정은 어떻게 되죠?”

“개별 스케줄 맞다. 스케줄 걱정은 마라. 다 알아서 우리가 컨트롤 할 거야.”

“우선 담당 PD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을 테니까.”

“그럼 정하는 건 PD님을 뵙고 얘기할게요.”

“좋아. 내일 미팅 잡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네!”

황이서는 힘차게 나가는 우주의 뒷모습을 대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 * *

“진짜?”

“응! 방금 얘기 듣고 왔어!”

깜짝 놀랐다.

아무리 너튜브라지만 단독 예능이라니.

‘아니지. 이제 받을 때가 된 건가.’

어쨌든 음악 방송 1위까지 한 그룹이었다.

그중에서 예능감이 가장 좋은 멤버.

방송국에서는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최근 화제인 데다가, 몇 번이고 예능에 나와서 증명했다.

지상파 예능에도 나와서 보여줬다.

물론 대부분 패널로 잠깐 나온 게 전부라지만, 애초에 시작이 너튜브였다.

여러모로 부담이 덜 되는 위치.

나쁘지 않았다.

우주에게도 우리에게도.

“카페에서 바리스타 느낌을 내려는 건데….”

얘기를 들어보니 컨셉도 괜찮았다.

“축하한다.”

“우주야, 축하해. 우리 중에 MC가 나온다면 당연히 우주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자랑스러운 우리 우주.”

우리는 막내의 경사를 축하했다.

“잘할 거다.”

무뚝뚝한 성훈도 우주를 진심으로 칭찬했다.

“그런데 조금 걱정이 돼.”

“뭐가?”

“나 혼자 나가는 거잖아. 지금까지는 형들이랑 같이 해서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거란 말이야.”

“혼자 가는 게 무서워서 그래?”

“그런 것보다는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방송계에 잘 적응했다고 해도 이제 스무 살이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고3이었던 우주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촬영 첫날엔 우리가 구경 갈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고마워.”

잠시 머뭇거리던 우주가 물었다.

“그런데 정말 나 혼자 해도 괜찮아? 그래도 우린 팀인데….”

자기 혼자 추가 스케줄이 생긴 게 미안한 걸까.

우주가 몇 번이고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그런 우주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주야. 우리는 다 강점이 다르잖아. 우주 네가 예능에 재능이 있는 것처럼, 정민이는 작곡에, 호진이는 춤, 성훈이 형은 노래에 강점이 있는 거야. 네가 한 걸음 먼저 내딛는 거지,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따로 활동할 때가 올 거야.”

“그렇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마.”

“고마워. 형.”

“고맙긴.”

등을 두드리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데, 정민이 물었다.

“우리의 특기를 얘기해줬는데, 건하 네 특기는 뭐라고 생각해?”

“말해 뭐해. 비주얼이지.”

어깨를 활짝 펴며 말하자, 애들이 고개를 저었다.

“역시 건하의 특기는 자신감이지.”

“저 자신감이 매력이야.”

“음음.”

야, 이 자식들아. 그렇다고 해주면 덧나냐.

너무하네.

* * *

진성과 카이는 며칠 뒤에 있을 몬스터즈의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서 GH 엔터 사무실을 찾았다.

“형, 방금 부분에선 조금 더 타이트하게 치고 들어와야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너무 끌면 안 돼.”

“노래로 포인트를 주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힘을 준 거야. 그리고 방금 동작에서, 우리 한 걸음 정도 무대 앞으로 나가는 건 어때?”

“어떤 식으로?”

“이렇게 스텝을 한 발짝….”

연습실에서 건하와 성훈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를 꾸미는 방식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었다.

“싸우는 거 같은데.”

“싸운다고?”

카이의 말에 진성은 다급히 열린 문틈으로 연습실 안을 보았다.

유성훈과 윤건하가 서로를 노려보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며 다투는 거 같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서로가 생각하는 개선점을 제시하고 있었다.

서로 간의 의견이 대립하면 목소리가 커지곤 했지만, 이내 납득하고 개선점을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피드백하는 거였구나.”

한시름 놓았다.

목소리가 살벌해서 설마 진짜 싸우나 싶었다.

“옛날에 우리 모습 같지 않아?”

진성과 같이 문틈 사이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던 카이가 말했다.

“우리도 예전에 무대 구성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얘기하다가 대판 싸웠잖아. 노래 가지고도 싸우고.”

“우리가 그랬나?”

“야, 예전에 제일 심하게 목소리 높였던 게 진성이 너잖아. 까탈스럽게 무대 올라갈 때 의상부터 걸음걸이까지 하나하나 지적한 사람이 이제 와서 아닌 척하기야?”

“알지.”

몬스터즈 사이에서 자신이 깐깐한 선생님으로 유명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근데 두 사람도 살벌하게 싸우네.”

카이가 혀를 내두르면서 하는 말에 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성은 이미 건하와 성훈이 치열하게 다툴 거라는 걸 예상했다.

두 사람이 유닛으로 나오면 잘할 거 같다는 진효원 선배에게도 그랬지.

‘엄청 싸울걸요?’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무대를 보는 관점이 달랐고, 성격의 차이도 컸다.

분명 두 사람이 무대 구성 때문에 싸우는 날이 있을 거라, 확신했을 정도로.

“저러면서 성장하는 거지. 아마 다음 앨범은 지금보다 더 좋게 나올 게 분명해.”

“애들 많이 믿는구나?”

“보여주고 있잖아.”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의 정상을 차지하고, 올해의 신인 그룹상까지.

올리오스의 성장은 매서웠다.

“딱 우리가 신인 때 저런 느낌이었지.”

무대로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아마 알아서 잘 풀어나갈 거야.”

만약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두 사람의 갈등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끼어들 생각이었다.

아끼는 후배들이 서로 진심으로 싸우는 탓에 팀워크를 헤치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한진성과 카이는 조용히 문을 닫고 자신들의 앨범 마무리를 위해 떠났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이 서로 좋은 합의점을 찾기를 바라며.

* * *

[반복 업적 ? 일주일 개근상]

[일주일간 빠지지 않고 연습에 성공했습니다.]

[보상: 1 오픈 마일리지]

일주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하면 주기적으로 얻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하나 얻었다.

음악 방송 1위를 한 이후에 생긴 신규 업적이었다.

업적을 처음으로 설명할 때 멘트가 인상 깊었다.

[성공했더라도, 지금까지 반복했던 노력을 잊어버리면 정상에서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마치 방심하지 말고 정진하라고 회초리를 때리는 것처럼.

알고 있다.

방심과 나태가 얼마나 나쁜지를.

“후우.”

연습을 마친 나는 한숨을 퍽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근엔 진이 빠질 정도로 연습량이 많아졌다.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진 탓이었다.

그리고.

“오늘 고생 많았다.”

“형도.”

최근 들어 더욱 빡빡해진 유성훈의 피드백 때문이었다.

철저한 연습이 곧 미래라고 말하는 모습은 마치 군인 같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연습한다고 무리해서 몸을 망치지 않는 이상,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은 게 연습이니까.

물론 진이 빠지는 건, 단순히 연습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습 과정에서 생기는 성훈과의 갈등.

무대를 바라보는 관점도,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성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누구 하나가 옳다고 정답을 내릴 수 없는 과정이었다.

그 방향성을 맞춰가는 과정이 꽤 골치가 아팠다.

‘어쩌면 내가 너무 사업가의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이돌과 사업가는 근본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접근방식이 다르니, 말이다.

숨을 고르며 성훈을 바라보고 있자, 그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건하야, 잠깐 얘기 좀 할까?”

“얘기?”

“응. 잠깐이면 돼.”

진지하게 굳어져 있는 성훈의 얼굴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퀘스트구나.’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멤버 히든 업적 - 유성훈의 속사정을 해결하세요.]

역시.

성훈이 네 고민은 뭐냐.

빡빡하게 연습하기를 원하던 네 고민의 근원 말이다.

“알았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 멤버들이 불안해하는 얼굴로 우리를 보았다.

최근 며칠간 목소리를 높이며 다툰 우리라서 더 그런 거 같았다.

걱정 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성훈과 함께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공기가 무겁다.

나를 불렀지만, 막상 앞에 서니 입을 닫은 채 말을 망설이는 성훈과 그런 성훈의 말을 기다리는 나.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아 참을 수 없어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이런 분위기 별로 안 좋아해.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거야?”

내 질문에 성훈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내 지적이 불편한가 해서.”

“지적?”

“있잖아. 우리가 계속 얘기 나눴던 거.”

“아, 서로 피드백 해준 거 말하는 거지?”

“그래.”

“전혀?”

성훈이 의외였다는 듯 나를 보았다.

“하지만 우리 계속 무대 관련해서 계속 싸우지 않았어? 나는 그거 때문에 네가 혹시 언짢을 줄 알았는데.”

“그게 뭐 어때서.”

“…….”

성훈이 벙찐 얼굴로 나를 보았다.

“형도 우리가 더 높은 무대로 가는 걸 원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

“그렇지.”

“아무렇지 않아. 형이 우리가 싫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물론 이게 지나쳐서 감정싸움이 되면 곤란해지겠지만, 형이나 나나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성훈은 무뚝뚝하긴 하지만, 혹시 팀원이 기분이 상했을까 따로 불러서 걱정할 정도로 선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부탁해.”

“…알았다.”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이성적 피드백.

나는 이런 거 좋아해.

성훈의 얼굴이 다시금 진지해졌다.

“그럼 돌아갈까.”

성훈이 돌아가려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만, 얘기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아까 ‘All we once’의 마지막 직전에 춤을 격하게 췄잖아. 거기서는 조금 힘을 빼는 게 좋을 거 같다. 힘이 너무 들어가서 다음 보컬에 영향을 주고 그렇게 되면….”

음, 잠깐만.

내가 뭔가 안 좋은 버튼을 누른 기분인데.

나는 성훈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쉬는 시간 동안 그의 무대에 대한 철학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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