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92화 (92/236)

<제92화>

라이언 멤버의 별스타 계정에 올리오스와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라이언 공식 계정과 브리온, 로건, 크리스, 심지어 별스타를 잘 하지 않는 지석까지.

그들은 올리오스 멤버들과 찍은 사진을 각각 한 장씩 올렸다.

-잘생긴 올리오스! 오늘 인터뷰 즐거웠어. 신인상이랑 댄스 퍼포먼스 상 받은 거 축하해.

#귀여운후배들_#올리오스_#인터뷰_#이범영기자님_#AllWeOnce_#음원차트1등_#음방1위

갑작스럽게 올라온 라이언의 별스타 사진은 올라간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기사로도 만들어졌다.

“라이언이랑 사진을 찍었네. 이범영 기자랑 인터뷰까지 했다고?”

올리오스의 광팬, 김다빈은 월급루팡을 하던 도중에 올리오스 멤버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 올라간 라이언의 별스타를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오스 멤버들도 각자 별스타에 게시글을 올렸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선배님!

#멋진선배님_#라이언_#인터뷰_#이범영기자님_#TellUs_#전설적인노래

따로 SNS를 하지 않는 건하를 제외하고는 전원 별스타에 사진을 올렸다.

SNS 계정이 없는 건하는 올리오스의 공식 별스타 계정에 셀카 사진을 올렸더라.

“다행이다.”

모두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김다빈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올리오스가 상을 받은 이후부터 인터넷에서 우리 애들 욕을 하는 악플러들을 상대하느라 진을 뺐다.

그녀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가락 하는 유저였지만, 라이언과 비교했을 때 올리오스의 팬덤 화력은 미약했다.

올리오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억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소속사에서 여러 번 권고까지 했음에도 타오르는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주제는 하나였다.

-라이언이 억울하게 상을 빼앗겼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인 라이언이 올리오스와 괜찮다는 듯 SNS에 글을 올렸다.

아무리 강성 팬들이라도 아이돌 본인이 저런 사진을 올리면 멋대로 행동하기 어려웠다.

-이거 소속사끼리 강제로 입 맞춘 거 아님?

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글도 올라왔지만, 이는 곧이어 올라온 이범영 기자의 기사로 반박당했다.

-라이언×올리오스, 전설과 신인의 인터뷰!

유일하게 팬덤이 이름을 달달 외우고, 별명까지 갖고 있는 기자.

어그로를 끄는 실력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인 이범영 기자의 기사였다.

그 기사에는 올리오스와 라이언이 실려 있었다.

-라이언의 제안으로 이뤄진 두 그룹의 인터뷰.

기사의 헤드라인 바로 밑에 굵은 글씨로 적힌 문장.

라이언이 인터뷰를 먼저 제안했다는 글.

그리고 기사에 실린 영상.

-기자님, 혹시 올리오스와 같이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라이언의 리더 승현의 전화와 그들과 함께 몰래카메라를 준비하는 이범영 기자.

GH 엔터를 찾아가고, 갑자기 찾아온 그들의 방문에 놀라는 올리오스의 모습까지.

기사에 실린 영상 때문에 관련 커뮤니티가 시끄러워졌다.

-라이언이 먼저 인터뷰하자고 했는데?

-짜고 치는 거 아님?

-아무리 어그로를 끌어도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겠냐 -저 표정이 연기면 쟤들 다 배우 해도 됨.

-라이언이 인터뷰 하자고 한 건 진짜 맞는 것 같은데

-솔직히 상 탄 올리오스가 자기들이랑 비교되면서 욕 먹으면 자기들도 좀 그렇긴 하지ㅋㅋㅋ-솔직히 마녀사냥 너무 심했음. 올리오스도 나름 음방 1위도 하고, 요즘 신인 중에 진짜 괜찮은 애들인데.

-하여간 극성팬들 때문에 팬덤 이미지만 나빠지지.

이범영의 기사 덕분에 올리오스에 대한 나쁜 여론이 상당수 사라지고, 잠잠해졌다.

만약 이번 인터뷰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잠잠해지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억지로 봉합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라이언의 선배들이 거듭 올린 SNS와 X-라이브 영상에서 올리오스가 상을 받을 만한 괜찮은 후배라고 어필하는 점과.

인터뷰 영상 내내 우리가 라이언을 보며 동경하는 눈빛을 보내는 모습 덕분에 조금씩 여론이 돌아왔다.

여전히 악플이 달리겠지만, 이런 건 올리오스가 안고 가야 하는 문제였다.

계속 발전해서 올리오스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자세한 이야기는 <연예가 좋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다빈은 기사 마지막 줄에 적힌 문구를 보며 감탄했다.

진짜 난 사람이다.

어그로 끄는 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야.

기사보다 TV 방영이 훨씬 더 크게 올 거라는 걸 알고 확실한 추가 영상까지 준비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런 기사도 쓸 줄 아네.”

솔직히 놀랐다.

이범영 기자, 악랄하기로 유명한 작자였다.

그의 별명이 뭐냐.

아이돌 브레이커 아니던가.

온갖 화제가 될만한 건 다 갖다 쓰는 그의 어그로력 때문에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공공의 적이었다.

그런 사람이 아이돌한테 긍정적인 기사를 냈다고?

‘솔직히 우리 애들이 예쁘긴 하지.’

얼굴 잘생겼어. 춤도 잘 춰. 예능감 좋아. 거기다가 팬서비스도 확실했다.

마음 같아선 우리 올리오스 애들이 인성도 좋다고 영업하고 싶었다.

역풍이 세게 들어올 영업 방식이라 꾹 참고 있을 뿐이지, 우리 애들의 올바른 인성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이범영 기자도 안 거지.”

괜히 자신이 뿌듯했다.

김다빈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걸 느꼈다.

라이언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짓는 올리오스 멤버들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근데 우리 애들, 라이언이랑 같이 서도 밀리지가 않네.”

콩깍지가 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건하는 유독 라이언 옆에 서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건하는 점점 잘생겨진다.”

원래 외모란 게 이렇게 단기간에 잘생겨졌던가.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서 그런 걸지도?

“보기 좋다. 훈훈하고.”

이제 악플러들도 아무 말도 못 하겠지.

오늘은 집에 가서 다리 뻗고 푹 잘 수 있을 거 같다.

“그럼 오해만 풀리면, 슬슬 우리 애들 2관왕 기념으로 선물 해줘야지 않을까?”

여론 때문에 팬클럽에서도 자중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괜히 벌집 들쑤셔서 일 키우지 말라고.

이제 슬슬 조용해질 기미가 보이니, 정식으로 축하해 줘도 될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선물 준비해요.

-축하 선물 작은 거라도 보내야지 않을까?

팬클럽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 * *

이범영 기자의 말처럼 바로 그 주에 <연예가 좋다> 방송에서 우리를 다뤘다.

올리오스와 라이언.

그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노력을 담았고, 선배인 라이언의 인정까지 영상에 담겼다.

무려 15분짜리 특집이었다.

라이언이 우리를 위한 몰래카메라를 준비했고, 놀라게 하는 장면까지.

현장에 만나서 서로 춤을 가르쳐주고 배우는 장면 덕분에 나름대로 훈훈함도 연출했다.

“잘 나왔네.”

“그러게.”

모두가 편안해진 얼굴로 TV를 시청했다.

“진짜 방송 시작하기 전까지는 조마조마했어. 혹시 이상하게 편집했으면 어쩌나 싶어서.”

정민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들 고생 많았다.”

성훈이 멤버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도 맏형이라고 멤버들을 챙기려는 모습이 기특했다.

“이제 말 안 나오겠지? 설마 이렇게까지 했는데 악플을 달겠어?”

“모르지.”

우주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이렇게 해도 안 좋게 볼 사람들은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라이언 선배님들과 여론이 우리 편을 들어준다는 게 중요하지.”

실제로 지금도 우리에 대해 악플을 남기는 사람들은 있었다.

-아니 라이언이 받을 상 뺏어놓고 입 싹 닫는 거 역겹지 않음?

┖라이언 본인이 인정했다는데 대체 왜 여기까서 와서 ㅈㄹ임?

┖고나리질 그만하시고 가세요. 역겨운 건 그쪽이니까.

라이언 팬들과 올리오스 팬들이 나서서 막아주고 있을 뿐, 계속해서 얘기가 나올 거다. 분명.

“건하 말이 맞아. 아마 우리가 조금 못하면 다시 나오겠지. 이럴 줄 알았다고 하면서.”

성훈이 내 말에 힘을 더했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우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준 라이언 선배님들을 위해서라도.”

라이언 입장에선 입을 닫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불쾌할 수도 있었을 거다.

본인들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상을 못 받았으니.

그럼에도 먼저 연락을 해서 우리를 위해 힘을 내줬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그러게…. 형들 말대로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구나.”

다 끝나가는 <연예가 좋다>를 보며 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 속에선 우리가 라이언의 춤을, 라이언이 우리의 춤을 추고 있었다.

“열심히 하자. 우리.”

호진이 의지를 다지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형들, 얘기 나온 김에 우리 신년 인사 찍어줘서 각자 별스타에 올릴까? 새로운 각오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로.”

“나쁘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건하도 SNS 계정 만드는 거 어때?”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맞아, 지금까지 계정도 없어서 소통도 많이 못 했잖아. X-라이브로는 부족하고.”

“근데 딱히 올릴 게 없는데.”

“없긴. 그냥 우리 뭐 먹었는지부터 어디 놀러 가는지, 그냥 소소한 거 공유하면 되는 거야. 물론 과하면 좀 곤란하겠지만. 우리가 그 정도로 많이 하지는 않잖아.”

사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 비밀스러운 일상을 남에게 공유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으니까.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이 상황에서 거절하는 것도 그림이 이상했다.

‘아이돌이라면 팬들과 소통도 중요하니까.’

“어떻게 만들면 되는 건데?”

내 말에 멤버들이 환하게 웃으며 동시에 내게 달려왔다.

“우선 아이디부터 만들자. 연락처랑 연동하거나 새로 만들 수도 있어.”

“일단 아이디를 만들고 나면, 기존 친구들 추가하고….”

“이거 하면 되는 거야?”

“맞아. 그걸로 해서….”

우주와 정민이 내 옆에 바짝 붙어서 계정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걸 보던 성훈이 말했다.

“뭔가 삼촌한테 최신 기기 기술 알려주는 조카들 같네.”

“어?”

“그냥 건하가 약간 아재 같다고.”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마치 기계치한테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처럼 바짝 붙어서 2대1 마크를 했다.

“이제 나 혼자 할 수 있어.”

“뭐야. 건하 너, 아재 소리에 민감한 거야?”

“건하 형이 조금 그런 게 있지. 개그감도 그렇고 가끔 묘하게 아재미가 있어.”

이 자식들이.

나이 서른 중반 넘어가면 새로운 걸 알기 싫어진다고.

지금 신체 나이는 스물이지만, 정신 연령은 서른 중반이란 말이다.

어렵게 어렵게 아이디를 만들었다.

“형, 게시글 올리기 전에 내 아이디 친추부터 해. 내 아이디가 space_123이거든?”

“그래도 첫 친추는 친구인 내가 먼저 하는 게 맞지. JJungmin00 먼저!”

“나도 아이디 있는데….”

우주와 정민, 호진이 자기가 먼저 하겠다며 덤볐다.

“참고로 내 아이디는 Vocal_Hun이다. 친추해 둬.”

“잠깐만, 하나씩….”

내가 좀 느리다.

얘들아, 진정 좀 하자.

그렇게 소란을 이겨내며 만든 별스타 계정의 첫 게시글로 나는 멤버들과 함께 찍은 새해 축하 인사를 찍은 영상과 내 단독 축하 영상을 올렸다.

올리오스 동료들이 내 첫 별스타 팔로워였다.

우우웅! 우우웅!

게시글에 댓글이 달렸다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어댔다.

“이야, 건하 형의 기념비적인 첫 별스타 게시글이 우리 영상이라니. 뭔가 의미 있어서 좋네.”

“이제부터 건하 너도 별스타 하는 거다?”

유독 SNS를 많이 하는 두 사람이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한동안 시달릴 거 같았다.

“참, 그런데 다들 신년에 일정 있어? 우리 그날 스케줄도 없잖아. 신년만큼은 쉬라고 하셨으니까.”

웬일로 호진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의 말대로 앨범 활동은 끝났지만, 그렇다고 방송 일을 쉬는 건 아니었다.

끝난 건 앨범 활동뿐.

올리오스의 개별 활동은 여전히 많았다.

행사가 많은 연말과 연초라 우리가 다녀야 할 공연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1월 끝까지는 행사만으로 일정이 꽉 찼다.

앨범 활동이 끝났으니 신년만큼은 쉬라는 최강훈 대표의 배려였다.

“글쎄. 쉬지 않을까?”

“해돋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얘, 뭔가 생각해 둔 게 있구나.

“괜찮은 곳이 있어? 사람 많은 곳은 못 갈 거 같은데….”

이제는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여러 스타와 엮이고 TV에도 자주 노출된 덕이었다.

“우리 동네에 작은 산이 있는데 갈래?”

역시, 뭔가 있는데.

“다들 어때?”

호진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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