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우리가 주인공인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보상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는 핸드폰에 뜬 돌발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무대 등급: SS]
[돌발 퀘스트를 성공했습니다.]
[보상: 3 오픈 마일리지]
[올리오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집니다.]
[‘All we once’에 관련된 좋은 소문이 퍼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해당 노래에 대한 평가가 올라갑니다.]
[음원 성적이 올라갑니다.]
마일리지 보상은 적었지만, 그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올리오스 그룹에 대한 이미지와 음원에 대한 평가였다.
마일리지는 내게 치중된 보상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올리오스 그룹 전체를 위한 보상에 가까웠다.
차라리 받는다면 올리오스 모두를 위한 보상이 낫지.
음원의 평가와 좋은 소문이 더해진다면, 당장 음원 성적부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도 좋은 영향이 미칠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가.
‘당장은 마일리지가 급하진 않으니까.’
이제 5 마일리지 정도만 더 모으면 외모를 S급까지 올릴 수 있을 거다.
물론 몬스터즈의 모습을 보며 느꼈다.
여전히 우리가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A등급으로 만족하기엔, 최고의 벽은 까마득하게 높다는 것을.
그렇다고 내게 없는 것에 집착할 이유 역시 없었다.
‘마일리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
우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보상으로 준다는 평가와 이미지가 얼마나 좋게 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고 보상이 적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 * *
“최우선의 <편한 사이> 쇼츠 조회 수가 2백만을 달성했죠?”
“그렇습니다.”
황이서는 몬스터즈를 담당하는 아이돌 2팀의 팀장 전민상 팀장과 홍보팀 팀장인 한석원 팀장과 함께 영상 하나를 보고 있었다.
옹기종기 컴퓨터 앞에 모인 세 사람은 영상 하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몇만을 달성할 거라 보십니까?”
황이서의 질문에 가장 입을 먼저 연 건 전민상 팀장이었다.
“1천만은 하지 않을까요?”
“몬스터즈 해외 인기까지 포함하면 2천만은 가져갈 거 같습니다.”
한석원 팀장이 말을 이었다.
황이서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2천만은 최소치다. 정말 해외 팬들까지 이슈가 터지면 그 배인 4천만도 가능할걸?
이건 진짜 될 각이야.
세 사람이 보고 있던 영상은 GH 엔터의 콘서트에서 한 팬이 찍은 영상이었다.
흔들거리는 카메라 속에서 몬스터즈의 한진성과 윤건하가 함께 추는 영상. 꽤나 가까운 곳에서 찍어 멤버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영상 속의 한진성은 윤건하를 대견한 동생 바라보듯 보고 있었다.
흐뭇하게 미소짓는 그의 눈빛 속에서 묘한 경쟁심리까지 느껴졌다.
한진성이 다른 연예인들에게 저런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던가?
결단코 없었다.
그러나 단순 한진성의 표정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거의 칼 같은 두 사람의 안무.
마치 몇 년간 합을 맞춘 사람처럼 춤이 딱딱 맞았다.
올리오스의 ‘All we once’의 노래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하는 한진성과, 그런 한진성만큼 춤을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윤건하.
완벽한 두 사람의 호흡에 한진성의 표정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완벽한 비주얼을 갖춘 무대가 되었다.
자꾸만 보게 되었다.
이게 단순히 자신의 소속사 아이돌이라서가 아니었다.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윤건하와 한진성이 메인이었지만, 다른 멤버들 역시 그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
그저 포커스가 두 사람에게 맞춰진 것뿐.
그 덕이었을까.
영상이 올라온 지 24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300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댓글은 1만 개.
조회 수만큼 댓글도 엄청 많았다.
-웃는 거 좀 봐… 나 치인 듯
-윤건하 한진성이 엄청 아끼는 후배라던데, 진짜 그런가 보네.
-눈에서 꿀 떨어진다.
-쟤들 누구임?
┖올리오스라고 몬스터즈랑 같은 GH 엔터에서 나온 5인조 그룹 아이돌인데요. 데뷔곡은 ‘Angel’이랑 ‘New Taste’라는 곡이고요. 진효원이랑 같이 작업한 ‘Vocalist’라는 곡도 있고, 지금 정규 앨범 로 복귀했는데 노래가 엄청 좋아요. 멤버들 장점으로는….
┖숨어 있던 올리오스 팬 등장했네.
┖근데 덕질할 만함?
┖요새 엄청 밀어주기는 하더라
-근데 솔직히 아무리 같은 소속사여도 왜 몬스터즈 무대에 올리오스가 올라옴…? 밀어줄 땐 밀어주더라도 낄끼빠빠 해야지;
┖저거 몬스터즈 콘서트가 아니라 GH 엔터 연말 콘서트예요. 너무 억까 하시는 것 같은데?
┖아니 솔직히 그거 몬스터즈 연말 콘서트인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ㅋㅋㅋㅋ 팬들 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 GH도 알 텐데 굳이 올리오스 내보내는 거 보면 뻔하지 않음?
┖님 댓글 안 읽음? 몬스터즈의 무대가 아니라 GH 엔터 무대라고요. GH엔터에 몬스터즈밖에 없음?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지금도 댓글이 계속 달리는 중이었다.
부정적인 댓글 역시 보였다.
몬스터즈의 무대에 올리오스가 올라오는 게 맘에 안 든다는 댓글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댓글을 보니 가슴이 아픈 건 사실이었다.
몬스터즈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로 했을 때부터 이미 각오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실시간 조회 수는 계속 오르고 있었고, 심지어 너튜브의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올랐다.
“<편한 사이> 때보다 훨씬 지표가 좋아요.”
“잘하면 진짜 최수혁 따겠는데요?”
“지금 올리오스 관련 영상도 조회 수가 급등하고 있어요. 현장에 갔던 팬들이 올리는 영상도 많고요.”
“우주랑 건하가 같이 추는 것도 올라왔네요.”
한석원 팀장과 전민상 팀장이 너튜브 채널을 살피며 말했다.
다들 놀란 모습이었다.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예측했지만, 이렇게 폭발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레몬 차트를 확인하던 한석원의 눈이 커졌다.
“프로듀서님! 넘겼어요!”
“넘겼다고요?”
“예, 최수혁 땄습니다.”
그가 황이서에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1위. 올리오스 - All we once 1 Up ▲
-2위. 최수혁 - Someday 1 Down ▼
“진짜 땄네.”
황이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연락이 왔다.
음악 방송 PD였다.
* * *
제꼈다.
최수혁 선배의 ‘Someday’를.
음원 1등을 찍었다.
순간적으로 올라간 게 아니라 1등을 무려 24시간이나 유지했다.
잠깐 반짝하고 떨어질 줄 알았던 우리였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올라갔던 무대의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그 댓글에 우리의 이름이 거론됐다.
-노래 좋은데 제목이 뭐임?
-올리오스의 ‘All we once’임.
-한번 찍먹해 봐. 들을 만해.
-괜찮네.
환상적인 반응이었다.
아마 홍보팀이랑 아이돌 1팀은 지금 바빠서 난리일 거다.
관련 기사들도 쏟아내야 하고, 일정을 새로 잡는 터라 스케줄 조정해야 하니까.
바빠진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우리가 최종 후보에 올라갔대.”
“최종 후보요? 어디에요?”
이두현이 가지고 온 소식이었다.
황이서에게 불려가더니, 뭔가 안 좋은 얘기를 들었나 싶었는데.
“어디긴, 음악 방송이지.”
“음방 최종 후보요? 정말요? 정말?”
들뜬 우주가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그의 말에 이두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YBC의 뮤직 에어만 연락 왔지만, 추세를 보면 다른 곳도 곧 연락 올 거 같아.”
“우와, 진짜 1등인 건가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정민의 질문에 이두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 많았다. 정민아.”
“와. 와….”
그야말로 감격의 도가니였다.
우주를 시작으로 우리는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음원 1등도 차지했고, 최근 이슈도 잘 됐겠다.
설마 했는데 바로 반응이 올 줄이야.
우우웅!
즐거운 이 시간, 핸드폰이 울렸다.
[지상파 음악 방송 1위 후보에 들어갔습니다.]
[연계 퀘스트: 지상파 음악 방송 1위 후보에 들어가세요]
[연계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보상: 올리오스 인지도 상승]
올리오스 인지도 상승이라.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제는 우리의 인지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말이야.
‘메인 퀘스트치고는 보상이 약하지 않아?’
아쉬운데.
“형! 왜 핸드폰을 보고 있어! 우리 1위 후보에 올라갔대!”
그 생각은 나를 꽉 안는 우주의 말에 사라졌다.
퀘스트가 진행되면 메시지가 새로 뜰 거다.
늘 그랬으니까.
“그래. 이왕이면 1위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당연하지!”
감격에 겨운 걸까.
우주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었다.
* * *
“마지막 무대가 끝나면 신호를 드릴 겁니다. 그 신호 받고 무대에 올라오시면 됩니다.”
스태프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던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낯설었다.
정중한 스태프의 태도가.
예전에는 말만 높였지, 불성실하게 내뱉던 스태프도 오늘만큼은 공손한 말투로 설명했다.
무대가 끝나도 다시 올라가는 건 몇 번이고 해왔다.
음악 방송 1위 후보를 가리는 순간, 우리는 들러리처럼 뒤에 서서 다른 가수들이 상을 타는 걸 지켜보는 역할이었으니까.
그러나 막상 상을 받는 장본인이 되니, 기분이 묘했다.
같은 장소지만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랬다.
“뭔가 이상하네.”
“느낌이 너무 낯설다.”
정민과 호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침착함을 유지해. 떨리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침착함을 유지합, 크흡!”
담담한 척하던 성훈이 혀를 씹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성훈도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
다들 몬스터즈의 콘서트 무대에 올랐을 때만큼이나 긴장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콘서트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시험 성적을 공개하기 직전의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올리오스 팀, 들어와 주세요!”
우리를 부르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올라가자.”
“응.”
“가자.”
우리는 서둘러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위에 선 MC들이 우리를 보며 인사했다.
“최종 후보 축하해요.”
선배 아이돌이었다.
유명 걸 그룹 비스티즈 걸즈의 리더, 지솔과 선배 보이 그룹 NXY의 아이돌 신진호와 백터가 우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성공한 아이돌의 여유가 넘치는 축하였다.
“어우, 오늘은 진짜 멋진 후배들이랑 같이 서게 됐네.”
그리고 우리의 옆에는 발라드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최수혁이 서 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부탁은 무슨, 같이 결과를 지켜보는 입장인걸.”
하하하! 호탕한 웃음을 지은 최수혁까지.
최종 우승자 발표를 위한 준비가 다 끝났다.
강 PD의 신호와 함께 카메라가 돌아갔고.
“이제 마지막 순서인 12월 둘째 주, 뮤직 에어의 결과를 발표할 시간입니다.”
“발라드 황태자 최수혁 선배님과 라이징 스타 올리오스의 대결.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마지막 투표 결과를 보여주세요!”
세 MC의 손짓과 함께 우리 앞에 있는 모니터에 화면이 우리와 최수혁을 비추기 시작했다.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띠르르르르!
모두가 초조하게 순위를 지켜보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반면에 최수혁은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띠링!
-최수혁: 8,992 vs 올리오스: 10,442
음원과 방송 횟수는 최수혁이 앞섰지만, 앨범 판매와 인터넷 반응 점수를 우리가 압도하면서 1위를 가져왔다.
1위.
1위다.
그 어렵다는 음악 방송 1위를 우리가 차지했다.
“축하합니다! 이번 주 1위 곡은 올리오스!”
1위를 했다는 MC들의 말과 함께 우주는 눈물을 터트렸고.
“으아아앙!”
정민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우주에게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호진이와 성훈이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모두가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감격했다.
“축하해.”
최수혁이 우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축하를 건네기 위해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출연자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1등이라니.
최종 후보만 돼도 감사할 일인데.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멍하니 화면만을 바라봤다.
하지만 내가 허공을 바라본 건, 결과가 놀라워서만은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기대 이상의 성공을 끌어냈습니다.]
[특별 메인 퀘스트 잠금이 해제됩니다.]
[메인 퀘스트: 윤건하의 속사정을 진행합니다.]
윤건하?
내 속사정이라고?
대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