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83화 (83/236)

<제83화>

수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

두근두근.

그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이었다.

몬스터즈와 함께, 그들에 비해 초라한 신인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와.’

공연석을 가득 메운 1만 5천 명의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보였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팬들의 환호성을.

“난 아직 살아 있어!”

후렴구가 이어지자, 객석에 있는 1만 5천 명 팬들이 거의 동시에 떼창을 불렀다.

좋은 의미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팬들의 함성에 둘러싸이는 기분이.

좋았다.

우리 팬은 아니었지만, 저들이 보내는 환호성이 주는 기쁨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점수가 오르지 않아.’

퀘스트였던 무대 평가의 점수가 박했다.

왜 몬스터즈의 팬들이 빡빡하다는 말을 굳이 시스템이 언급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몬스터즈와 ‘Alive’를 함께 췄지만, 점수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필요 등급: SS급]

[현재 등급: B급]

S급 이상인 아이돌들인 몬스터즈가 함께였는데도 고작 B급이 끝이었다.

대체 왜?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점수가 너무 낮았다.

표정 관리, 표정 관리.

‘Alive’가 끝날 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GH 엔터의 새로운 스타, 저희 후배인 올리오스입니다.”

“꺄아아악!”

노래가 끝이 나고, 마이크를 잡은 한진성이 우리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올리오스입니다!”

“하하하, 패기 넘쳐서 좋네요. 차례대로 올리오스 막내 최우주, 작곡까지 할 수 있는 서브보컬 정민, 메인 댄서 안호진, 메인 보컬 유성훈.”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진성이 내 어깨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 저랑 같은 비주얼 담당인 윤건하입니다.”

한진성이 내게 착 달라붙으며 말하자마자, 환호성이 들렸다.

그때 보았다.

조명 아래, 어둠 속에 보이는 팬들의 시선이 내가 아닌 한진성에게 향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Alive’에서 우리의 점수가 오르지 않았던 이유.

몬스터즈 옆에서 부르는 몬스터즈의 노래.

우리 올리오스는 댄서, 심하게 말하면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팬들은 우리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점수가 좋은 게 이상하지.

저들의 눈엔 오로지 몬스터즈의 멋진 모습만 보였다.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건, 몬스터즈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 순간, 아주 짧은 시간이어도. 올리오스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는 걸 인식시키는 것.

‘SS급의 조건은 역시.’

몬스터즈와 함께 우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우리가 이전까지 했던 무대와 지금 무대에서 주는 점수의 차이를 보면, 무대 평가의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시스템도 양심이 있다면 S급 이상의 괴물들이 즐비한 몬스터즈를 찍어누르라고는 하지 않겠지.

와아아아!

몬스터즈 멤버들에게 마이크가 갈 때마다, 그에 맞춰 환호성이 들렸다.

그 환호성이 멎을 즈음, 다시 마이크를 쥔 한진성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우리 후배들의 노래를 함께 부를 건데요. 정민 씨, 노래 이름이 뭐라고 했죠?”

“All we once입니다! 마,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정민의 말이 끝나자, 한진성이 낮게 웃었다.

“충분히 좋은 노래거든요. 오늘 제대로 보여 드릴게요.”

그리고 전주가 흘러나왔다.

우리의 노래다.

여기서 보여줘야 한다.

올리오스라는 이름을,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남겨야만 했다.

우리가 여기서 함께했다는 걸 알려주자.

멤버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걸까.

표정이 비장했다.

긴장한 걸지도 모르겠다.

특히 호진이라면 정말로 그럴지도.

그리고 우리는 무대를 시작했다.

그 순간, 어느 때보다 차분해졌다.

놀랄 정도로 말이다.

참 재밌는 일이다.

몬스터즈의 노래인 ‘Alive’를 무대 위에서 부르고 출 때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무대에 압도되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그렇게 떨리고 두근거렸던 심장이 평소와 다름없는 박동으로 뛰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빛나는 스타덤(SS)이 발현되었습니다.]

[스타는 어떤 무대라도 차분하게 대해야 하는 법! 무대 적응력이 올라갑니다.]

아, 스킬 효과였나.

왜 이제야 발동되는 거냐.

우리 노래가 아니었다고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라도 발동되었으면 됐다.

그런 내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멤버 간의 유대감으로 인해, 윤건하의 스킬 효과가 올리오스 멤버 전원에게 전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까지 긴장했던 멤버들의 얼굴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분위기가 전염된 것처럼.

멤버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묘한 확신이 생겼다.

이 상태라면 할 수 있겠다고.

첫 소절이 나와야 할 타이밍에, 정확하게 우주가 스타트를 끊었다.

* * *

백인영은 무대 아래에서 전율을 느꼈다.

“와, 역시….”

‘Alive’.

지금의 몬스터즈를 만든 1등 공신인 노래이자, 몬스터의 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대표적인 노래.

너무 유명해서 몬스터즈의 팬이 아닌 사람도 후렴구는 달달 외웠다는 그 노래.

한때 노래방에서 끝 곡으로 부르기 좋은 노래라는 얘기도 많았던 노래였다.

몬스터즈 공연의 백미라고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객석을 가득 채운 1만 5천 명의 떼창은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백인영도 그 떼창을 부르는 관객 중 하나였고, 그 순간만은 마치 모두가 하나가 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몬스터즈와 함께 올라왔다는 올리오스라는 그룹이 잘 보이지 않았다.

느껴지지 않았다.

‘Alive’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한진성이 그들을 소개해주고 나서야 다시 보였다.

멤버를 소개할 때마다 전광판에 그들의 얼굴이 떴다.

‘꽤 잘생기긴 했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연예인 중 잘생기지 않은 이가 어디에 있을까.

그녀에겐 몬스터즈만 보였다.

‘몬스터즈 애들은 후배들도 잘 챙겨주네.’

올리오스의 존재도 몬스터즈의 매력을 더욱 살리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었다.

후배들을 보며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는 몬스터즈 멤버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공연 사이의 토크 시간이 끝나고, 이번엔 올리오스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올리오스의 ‘All we once’.

이게 목적일 거다.

조금이나마 노래를 더 어필하기 위해서 몬스터즈와 함께하는 거겠지.

아무리 소속사 콘서트라지만, 이런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우리 오빠들이 다른 그룹의 노래를 홍보해 줘야 하나.

물론 한진성이 무대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카이 오빠가 곡 작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는 했지만.

팬의 마음으로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별로기만 해봐.’

이미 ‘Alive’로 단련된 그녀의 귀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거다.

노래가 시작되고, 올리오스 멤버가 첫 소절을 불렀다.

보통 노래는 첫 소절에 많은 것이 결정된다고 하지 않던가.

“꽤 괜찮은데?”

진심으로 의외였다.

꽤 듣기 좋았다.

백인영의 눈과 귀가 무대에 집중되었다.

“얘들 뭐야?”

물론 몬스터즈의 노래들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1년 차인 신인 아이돌의 음악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래가 좋았다.

올리오스의 파트가 지나가고, 몬스터즈 오빠들이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

“노래 진짜 좋다.”

그녀들은 순수하게 노래에 감탄했다.

몬스터즈가 불러도, 올리오스가 불러도 똑같은 감상을 느꼈다.

노래가 좋다는 똑같은 느낌.

노래를 감상하던 그녀의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

성훈이라고 했던가?

“얘들 진짜 실력파구나.”

빼어난 음색이 아이돌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 이대로라면 나중에 엄청난 아이돌로 성장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목소리.

윤건하라고 했다.

“얘도 잘 부르네.”

그리고 백인영은 보았다.

한진성이 노래를 부르는 윤건하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후배를 아끼는 게 그녀한테도 느껴질 정도.

‘뭔가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백인영의 눈에도 점차 올리오스라는 그룹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몬스터즈 오빠들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잘하네.”

* * *

심장이 두근거린다.

‘Alive’ 때와는 다른 감각이었다.

긴장과 압박감이 아닌.

설렘의 두근거림.

우리의 노래를 부르니까 우리를 압박하는 부담감이 물에 씻은 듯 사라졌다.

단순히 스킬의 효과 덕분은 아니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몸에 익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모두 함께 연습했던 덕분이다.

정민의 곡이 좋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멤버들도 같은 생각인 걸까.

그들 역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A], [S]….

무대 등급이 오른다.

이전 공연과 다른 건 우리의 노래라는 것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달랐나 보다.

객석에서 올리오스를 주목하는 게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졌다.

절로 미소가 나왔다.

물론, 저들이 몬스터즈 대신 우리의 팬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적을 거다.

서브로라도 우리를 응원하는 팬을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터였다.

호진의 파트.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하는 춤사위가.

[SS]

마지막으로 등급을 올렸고, 한 번 올라간 무대 평가는 곡이 끝날 때까지 SS급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우리의 노래가 끝이 났고.

“지금까지 올리오스였습니다!”

와아아아! 올리오스! 올리오스!

우리는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잘했다.”

진성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무대를 내려가는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크크크, 성훈이 형 처음에는 긴장한 거 같던데?”

“진짜 긴장한 건 호진이 아니었어? 아까 엄청나게 떨던데.”

“죽는 줄 알았어.”

“형들 진짜 나 아직도 심장이 엄청 뛰어.”

“중간부터 후렴구 따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더라.”

우리는 웃으며 무대에 대한 감상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우리를 옥죈 긴장감을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입이 쉬지를 않았다.

대화를 마친 우리는 잠시, 백스테이지에서 객석을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그 짧은 침묵이 갖는 여운은 어느 때보다 깊었다.

이제는 다시 몬스터즈를 보며 환호하는 팬들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올리오스를 외쳤던 그녀들은 이제 다시 자신의 스타와 함께하는 순간을 즐겼다.

맞다.

저 사람들은 우리의 팬이 아닌, 몬스터즈의 팬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위상을 잠시 빌린 것뿐.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저 위치까지 갈 수 없다는 것도 아니었다.

“최고였다. 그치?”

나는 여전히 객석에 시선을 고정한 채 멤버들에게 물었다.

“나중에 우리도 저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무대를 열 수 있겠지?”

우주가 질문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많은 관객을 상대로 무대를 열 수 있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돌발 퀘스트를 성공했습니다.]

퀘스트를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보면서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