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우리가 출연한 <편한 사이>는 예고편부터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우리 다섯이 추는 춤이 주목을 받았다.
1분짜리 예고편이 노래를 부르는 걸로 편집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얼마나 재미가 없으면 노래로 예고편을 때웠냐?
같은 악플도 달렸지만 대부분은.
-뭐임? 왜 음방 무대보다 더 잘 춤?
-카메라 하나 고정해서 그런가, 멤버들 모습이 한눈에 보여서 더 좋은 듯.
-우주랑 건하 서로 보면서 웃는 거 뭐냐고.
-다들 몸이 가볍다.
-올리오스 너무 바쁜 거 아님? 벌써 복귀라니, 너무 좋아.
-진효원이랑 같이 작업했던 거 얼마 전에 끝내지 않음? 벌써 돌아왔네.
이번 촬영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예고편의 인기에 걸맞게 본편 역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다른 회차와 비교해도 조회 수가 두 배를 넘길 정도로 많은 시청자가 몰렸다.
“근데 우리 생각보다 잘했나 봐.”
조회 수를 보던 정민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담당 PD님이 말하더라. 우리 기대해도 될 거 같다고.”
“그런데 예고편을 전부 우리 춤으로 쓸 줄은 몰랐어.”
“그래도 멘트 잘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본편 올라간 지 얼마나 됐다고 쇼츠가 올라왔네.”
“진짜?”
우주의 말에 우리는 <편한 사이>의 너튜브 채널을 검색했다.
그의 말대로 편집본 일부를 자른 쇼츠 영상이 두 개나 올라왔는데, 하나는 방송 중에 나왔던 하이라이트 부분 중 일부.
그리고 다른 하나가 예고편에도 쓰였던 ‘All we once’였다.
“PD님이 엄청 마음에 드셨나 본데?”
“톡틱이랑 별스타 릴스에도 올라왔어.”
“이 악물고 준비했나.”
우리에겐 좋은 일이었다.
어쨌든 다양한 매체에 올리오스의 춤과 노래가 노출된다는 뜻이니까.
“이러다가 챌린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올리오스 챌린지 이렇게?”
톡틱이나 쇼츠에 온갖 챌린지가 유행을 하고 있다는 걸 들었다.
우리의 노래도 잘만 성공한다면 챌린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며 영상을 봤다.
-되게 가볍게 추는데, 느껴지는 건 전혀 가볍지 않네.
-아니 왜 이렇게 홍보에 진심인데.
-저 좁은 스튜디오에서도 각 제대로 사는 거 실화?
-미쳤다.
-이 노래 민이가 작곡했다고 하던데?
┖진짜? 이게 정민이 작곡이라고?
┖대박….
┖아이돌 실력이라는 거 믿을 수가 없는데.
-자꾸 보게 되는 이유 1. 일단 노래가 좋음 2. 멤버들 얼굴이 잘생김 3. 춤을 잘 춰서 눈 요깃거리가 됨 4. 그래서 좋음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보며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별생각 없이 췄던 무대였는데.
이게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거 진짜 대박인 거 같지?”
호진의 말에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터졌다.
음악 방송의 1위 후보에 오르기 위한 특별한 무언가가.
영상이 올라간 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도 본편 영상은 20만을 찍었다.
게다가 쇼츠와 톡틱의 조회 수는 80만을 훌쩍 넘겼다.
이 기세면 2백만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황이서의 말도 있었다.
이 정도 파급력이라면, 떡상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 * *
황이서는 차트 성적이 쭉쭉 오르는 걸 보고 있었다.
현재 순위 2위.
이제 올리오스가 복귀한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보통 1주 차에서 2주 차 사이에 최종 순위를 찍고 떨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잘하면 1위도 노릴 수 있는 성적이었다.
물론.
-1위. 최수혁 - Someday
-2위. 올리오스 - All we once
-3위. 최수혁 - 한 걸음만 더
…….
-8위. 진효원×올리오스 - Vocalist
상대가 발라드 최강자 최수혁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힘든 상대긴 해도….”
어떻게든 스트리밍 횟수를 올린다면 가능도 할 거 같은데.
모든 아이돌 엔터테인먼트가 하는 것처럼, GH 엔터도 팬미팅과 팬사인회를 내걸고 앨범 판매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었다.
물론 음원과 스트리밍의 시간만이 순위에 집계되는 레몬에는 영향을 미치진 못하겠지만, 음방 순위는 충분히 뒤집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해볼 만한데.”
‘All we once’의 성공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규 앨범인 의 노래 중 ‘All we once’를 제외하면 전부 20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본래 타이틀곡으로 계획했던 노래인 ‘미스터’도 23위.
정민이 작곡한 다른 노래도 20위권 밖이었다.
이례적인 성공이었다.
아마 <편한 사이>의 성공으로 다른 노래의 순위 역시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 그렇다.
곡 하나가 뜨면 같은 가수의 노래도 덩달아 상승 효과를 받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이건 기회였다.
최수혁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3위인 ‘한 걸음만 더’도 최수혁의 노래이지 않은가.
넘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조금만, 조금만 더 올릴 수 있다면 말이다.
“프로듀서님.”
홍보팀 팀장인 한석원 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번 앨범이랑 <편한 사이> 관련해서 보도 내보냈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걸리는 부분 있었나요?”
“아뇨. 해당 기자들한테 초안 보냈고, 그쪽에서도 관련 보도 올리겠다고 답변 와서 추이만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이번에 예능으로 파급력이 올랐는데, 최수혁을 꺾을 수 있을까요?”
“보컬 너튜브나 인터넷 방송 BJ들한테 노래 넘겨줘서 홍보를 맡기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예전에 슈퍼스타 노래 그런 식으로 홍보했다가 성적 별로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애초에 다른 이슈로 상승세를 타고 있잖습니까.”
“흐음….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예.”
“아, 그리고 한 팀장님.”
황이서는 나가려는 한석원 팀장을 불러세웠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다른 게 아니고, GH 엔터 연말 콘서트 홍보 자료 반응은 어떤가요?”
“아, 올리오스 애들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한석원 팀장의 얼굴이 밝았다.
“반응 좋습니다. 올해 라인업이 사실상 몬스터즈 하나밖에 없는 것도 있지만요. 몬스터즈로 연명하던 회사가 새로운 그룹 하나 생겼다고 요란하다는 반응이 좀 있습니다만, 예상 범주 안입니다. 기존 팬들은 GH 엔터 콘서트에서 후배들이랑 같이 무대를 꾸밀 몬스터즈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진성이가 계속 올렸던 트윗 덕분입니까?”
“그것도 영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가보셔도 좋아요.”
몬스터즈. 확실한 팬덤을 가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아이돌 그룹 중 하나.
몬스터즈의 콘서트에 올리오스가 함께하는 그림.
올리오스가 처음 데뷔를 했을 때부터 준비했던 그림이었다.
본래는 올리오스가 성장이 주춤거릴 때 연말 GH 엔터의 합동 콘서트를 이용해 몬스터즈의 힘을 더하려고 했던 건데.
그들의 돋보이는 성장세 덕분에, 포텐셜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획으로 변모했다.
같이 무대를 설 수 있다는 사실에, 한진성이 정말 좋아하더라.
GH 엔터의 합동 콘서트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다만 이 정도로 몬스터즈가 다른 그룹과 합동 공연을 꾸민 적은 거의 없었다.
최근 3년간 GH 엔터에서 몬스터즈를 제외하면 돋보일 만한 팀이 전무했으니까.
여러 가수를 영입하고, 걸그룹 출신이었던 애들을 솔로로 데뷔시키며 어떻게든 라인업을 늘려보긴 했지만….
사실상 대부분 실패였다.
때문에 말만 GH 엔터 합동 콘서트였지, 사실상 몬스터즈 단독 콘서트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 때문에 말도 많았지.
GH 콘서트라고 하지 말고 몬스터즈 연말 콘서트라고 이름 바꾸라고.
몬스터즈 애들이 반대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애들에게 이미지를 좋게 쌓은 모양이었다.
‘자기들 콘서트도 바쁠 텐데….’
후배들을 위해 하루 있는 GH 엔터 콘서트를 즐기고 싶다는 게 애들의 의견이었다.
-올리오스 애들은 아직 콘서트 경험 없을 테니까 선배로서 이끌어줘야죠.
옛날부터 정이 많은 녀석들이었다.
“정민이는 좋겠네.”
자기 노래를 대선배이자 워너비인 몬스터즈가 불러주는 영광을 얻었으니까.
황이서는 작곡에 대한 자신감 문제로 고생하던 정민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쯤 잃었던 자신감과 부담감을 모두 떨쳐냈겠지.
“리더를 잘 뽑았어.”
카이의 도움도 물론 컸겠지만, 결국 건하가 없었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정민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렇게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노래를 만든 건하의 해결법에 황이서는 감탄했다.
“들뜨지 말자. 언제 순위가 떨어질지 몰라.”
1위를 찍지 못하고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그러니 끝까지 긴장하자.
* * *
“잘하는데?”
오늘도 몬스터즈와 함께 연습실에서 연습을 이어갔다.
우리는 앨범 활동 때문에, 그리고 몬스터즈는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연말 콘서트 때문에.
“이거 이번에 너희 타이틀곡이지?”
“예, 맞습니다.”
“남영이 형이 짠 거야?”
한진성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남영이 형 느낌이 딱 있더라니. 우리도 첫 곡 남영이 형이 짜줬어. 그때도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알잖아, 남영이 형의 열정.”
댄스 트레이너인 채남영의 과거사를 말하던 진성이 큭큭, 낮게 웃었다.
잠깐의 수다 시간이 끝나고, 다시 연습 모드로 들어갔다.
모인 이유는 달랐지만, 연습하는 춤은 우리나 몬스터즈나 모두 똑같았다.
연습곡은 올리오스의 ‘All we once’.
이번 GH 엔터의 연말 콘서트에 우리의 노래가 공연에 울려 퍼질 예정이었다.
몬스터즈×올리오스의 합동 공연.
우리가 GH 엔터의 연말 콘서트에서 함께 부를 곡은 두 곡.
몬스터즈의 대표곡 중 하나인 ‘Alive’와 우리 올리오스의 활동곡 ‘All we once’.
연말 합동 무대에서 우리의 노래를 몬스터즈와 함께 추는 걸 보여주자는 건 진성의 계획이었다.
-활동 중에 우리 노래 두 개를 새로 익히는 것보다 본인들의 노래를 부르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겠어요?
라면서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
그 덕분에 이렇게 몬스터즈와 함께 같은 곡을 연습했다.
같이 연습을 몇 번 하면서 느꼈다.
‘괜히 최고가 아니구나.’
같은 춤을 춰도 살리는 맛이 달랐다.
한진성을 비롯한 카이, 이진규, 최도현, 구희성.
다섯 멤버 모두 댄스 능력치가 S급을 넘었을 거다.
연습을 어제 시작했으면서 우리 중에 춤을 가장 잘 추는 호진이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줬다.
독보적으로 잘하는 몬스터즈의 실력 덕에 우리 멤버들의 의욕 역시 살아났다.
[최우주가 영감을 받았습니다. 춤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춤: B → B+]
[정민이 영감을 받았습니다. 춤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춤 : C+ → B]
[안호진이 영감을 받았습니다. 춤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춤 : A+]
[유성훈이 영감을 받았습니다. 춤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춤 : B → B+]
멤버들의 실력이 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호진이는 워낙 등급이 높아서인지 등급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췄을 때 느껴지는 변화는 그가 제일 돋보였다.
본인의 장기인 춤이라 그런 거겠지.
성장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수준 높은 댄스를 목격했습니다.]
[춤 스탯이 1 오릅니다.]
[춤: 61 → 62 (A)]
또 한 번 공짜 스탯이 올라갔다.
매번 이렇게 오르진 않겠지만, 오를 때 또 받아야지.
나는 씨익 웃으며 몬스터즈 선배들과의 연습에 집중했다.
우리가 춘 ‘Alive’를 본 몬스터즈의 멤버들이 놀라며 말했다.
“너희 진짜 열심히 연습했구나?”
“거의 밤새웠습니다!”
“크핫! 진짜?”
특히 몬스터즈의 댄스 담당인 이진규는 우리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멤버들의 얼굴이 헤벌쭉해졌다.
“이대로만 하자.”
이런 연습들 때문에 스케줄이 더 바빠지고 수면 시간이 부족해질 정도로 달렸지만, 불만은 없었다.
다들 몬스터즈와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한 듯 보였으니까.
연습을 마친 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핸드폰엔 새로운 퀘스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돌발 퀘스트: 무대 등급 SS급 달성]
[몬스터즈와 함께 서는 무대! 큰 무대에서 본인들의 이름을 떨쳐야겠죠? 까다로운 몬스터즈의 팬들을 만족시키세요.]
[실패 시: 인기도 하락 / 악플로 인한 순위 하락]
[무대 등급에 따라 팬 보상이 달라집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신규 팬이 늘어납니다.]
[건투를 빕니다.]
몬스터즈와 함께하는 무대에서 SS급을 달성하라는 퀘스트.
‘몬스터즈 멤버들도 있고, 이 기세면 성공할 거 같긴 한데.’
뭐든 확실한 건 없었다.
굳이 퀘스트를 준 이유가 있을 텐데.
실패 가능성이 크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맞는 거 같은데.’
[까다로운 몬스터즈의 팬들을 만족시키세요.]
이 문구가 거슬렸다.
에이, 설마.